혜명(해인)스님
2018. 7. 1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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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청년이 한적하게 길을 걷는 선승에게 다가와 여쭈기를…….
"스님, 몸이 죽은 후에도 마음이 잇습니까?"
"몸은 마음 따라 있지 몸이 죽는다고 어찌 마음이 없겠느냐."
"그럼 마음이 있다면 그 마음을 저에게 좀 보여 주실 수 있는지요."
"허~허~허~ 그대는 내일 아침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가?"
"네 내일 아침이야 분명히 있습니다."
"그럼 그 내일 아침을 내게 보여주겠는가?"
"내일 아침은 분명 있지만 보여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것 보시게, 장님이 해를 보지 못한다고 해가 없다고 하겠는고."
무릇 형체가 있으면 그 그림자가 있는 법,
형체는 죽어도 그 그림자는 상하지 않고,
그림자의 모습은 형체를 따를 뿐 그 자신이 아니며,
형체의 모습은 사물에 따를 뿐 나 자신이 아닌 것이다.
고로 본래 나의 면목은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니요,
착한 것도 아니요,
악한 것도 아니며
상대를 초월한 절대라고도 할 수 없는 깬 세계가 바로 본래면목의 나인 것이다.
나는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하룻밤 꿈속의 나는 꿈 깬 뒤에는 어디로 향해 사라지고 없는가?
그 꿈속에서는 없다 할 수 없고, 깬 뒤에는 있다 할 수 없나니,
비록 있고 없음은 있겠으나
가고 오는 바는 아예 없으며
이 몸 오고 감도 꿈과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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