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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과 동행을/💕법문의도량

당나라 개선사 지장보살님 이야기

by 혜명(해인)스님 2018. 7. 9.

    당나라 종산(鐘山) 개선사에 지장보살상이 모셔져 있었는데 높이는 3척인데 그 둘레에는 항상 큰 광명이 일어났으며 배광(背光)이 4척 5촌이나 뻗혔다고 합니다. 그 절에 모셔진 지가 여러 해 되었지만 누가 조성했는지조차 알려지지 않고 전해졌습니다. 그 뒤에 양주 도독 등종이 나이 61세 되던 해에 병으로 갑자기 죽었는데 그의 가족들은 너무나 갑자기 당한 일이라 몹시 놀라 했지만 몸을 만져보니 가슴이 따뜻해 염도 하지 않고 그냥 놓아두었습니다, 그랬더니 하루가 지난 다음날 밤중에 마치 잠에서 깨어나듯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그런데 슬피 울면서 가족들에게 말하기를, "나를 개선사에 데려다 다오." 이 말만 할 뿐 다른 말은 일체 하지 않았습니다. 개선사가 멀지 않은 곳에 있었기에 가마에 태워 데려가니 등종은 그곳 스님께 여쭈었습니다. "이 절에 높이가 3척쯤 되고 광명이 4척을 넘는 지장보살님이 계십니까? 제가 예배 공양코자 합니다." 이 말을 들은 여러 스님들과 함께 갔던 가족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등종을 지장보살상이 모셔진 법당으로 인도하였습니다. 등종은 말없이 지장보살 앞으로 나아가더니 한 번 쳐다보고는 그만 그 자리에 엎드려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습니다. 한참을 울더니 다시 지장보살님께 예경하고는 주위 사람들에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내가 죽을 때 4품 벼슬로 보이는 관인이 와서 나를 끌고 갔는데 마침내 당도한 곳이 염라대왕 앞이었습니다. 대왕이 나를 보더니 말했습니다. '너는 아직 죽을 때가 멀었으니 다시 인간세계로 돌아가거라. 그리고 부처님 법을 받드는 일로 가업을 삼아야 한다. 이곳 지옥이라는 데는 세상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인데도 세상 사람들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으니 네가 지옥을 구경하고 가서 지옥이라는 곳이 무서운 곳임을 알려 주어라.' 염라대왕은 녹의(綠衣)를 입은 관인을 불러 몇 마디 분부하였습니다. 내가 관인을 따라 북동쪽으로 3~6리가량 가니 거기에는 쇠로 만들어진 큰 성이 있었는데 쇠문은 꽉 닫혀 있었고, 성안에 들어서니 맹렬한 불길이 솟아오르고 쇳녹은 물이 강처럼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를 자세히 보니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고통 속에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쪽을 보니 맹렬한 불길을 헤치며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위로하며 교화하시는 스님이 계셨습니다. 이상스러운 것은 그 스님이 가시는 곳마다 불꽃이 금방 멎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앞으로 나아가면서 지옥을 구경하였는데 한 성에 이르니 그 가운데는 또 무서운 지옥이 18곳이 있고 큰 지옥에서 고통 받는 모습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이곳에서도 또한 전에 보았던 스님이 고통 받는 이들을 위로하고 교화하셨습니다. 내가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는 지옥의 여러 모습을 낱낱이 구경하고 나오는데 그 스님도 지옥에서 나오시며 이렇게 말씀 하셨습니다. '네가 나를 알겠느냐?' '잘 알 수가 없습니다.' '나는 개선사에 있는 지장보살이다. 옛날 지장법사의 제자인 지만법사가 지옥, 아귀, 축생의 삼도(三道)에서 고통 받는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나의 형상을 만들어 모셨으므로 내가지만 법사의 청을 받아들여 매일 한 번씩 18대 지옥과 그 밖의 무수히 많은 작은 지옥까지 다니면서 고통 받는 중생들을 교화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자세히 살펴보니 지옥 속에서도 선근이 남아 있어 착한 마음이 강한 자는 내 말 한마디에 곧 발심하여 지옥의 고통에서 벗어나지만, 착한 힘이 약한 자는 지옥의 고통을 벗어날 인연만 심을 뿐이다. 그러나 선근이 없고 사견만 깊은 자는 고통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그런데도 세상에서 악한 업력만 쌓은 사람은 자신의 허물을 깨달을 줄 모르고 오직 빠져나올 것만 기다리고 있으니 어찌 슬프지 않겠느냐. 세상에 살면서 선근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허물을 뉘우치는 마음을 갖고 생활해야 한다. 너는 부처님의 법력을 받아 세상 사람들이 지옥의 고통을 받지 않도록 힘써 일러주어야 한다. 어서 인간 세상에 나가 여러 사람들에게 이 뜻을 전하여라.' 이 말씀을 듣고 고개를 들어보니 스님의 몸은 3척 정도로 작아져 있었으며 이마에서는 찬란한 광명이 뻗쳐 나오고 있었습니다. 내가 공손히 예배드리고 돌아서려고 하니 이런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인간세계에 있어도 도를 닦을 수 있으니 모든 선근이 끊어진 이들도 발심하면 된다네, 악도에 떨어져서 죄업이 익어지면 깨달음만 못 내니 구제하기 어렵구나, 노쇠한 사람들이 길을 가려고 할 때 팔다리를 부축하면 나아갈 수 있지만 누워서 움직이지 못하면 어찌할 수 없듯이 중생들이 지은 결전 된 없고 그와 같다네, 스님께서는 이 말씀을 마치시고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셨습니다. 나는 그때부터 스님께서 일러주신 말씀을 잊을 것 같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말씀만을 생각하였던 것입니다. 이제 이곳에서 지장보살님을 뵈오니 지옥에서 봐온 것과 똑같아 그때 말씀하신 것이 생생히 되살아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