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훌라 존자

부처님의 아들이신 '라훌라'존자가 나이 많은 사리불존자와 함께 수행정진을 하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사리불과 함께 왕사성으로 들어가 걸식을 하고 있는데, 어떤 키 큰 사내가 길 한 복판에 
서서, "야, 내가 주는 공양을 고맙게 받아라."하고 큰 소리로 외치면서 사리불의 발우에 
큰 돌을 던졌습니다. 
그러자 발우는 땅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습니다. 
"하하하, 그 꼴이 정말 보기 좋구나." 
그 사나이는 크게 비웃었습니다. 
사리불의 곁에 섰던 라훌라는 깜짝 놀라 그 악한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자 그 사내는, 
"요런 중놈이 건방지게 왜 남의 얼굴을 쳐다봐." 
하고는 큰 주먹으로 라훌라의 머리를 때렸습니다. 
어린 라훌라의 머리에서는 피가 흘러 내렸지만 꾹 참고 있었습니다. 
사내는 무어라고 욕설을 하면서 가버렸습니다. 
잠깐 동안에 일어난 일인지라 사리불도 그저 멍하니 보고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조금 있다가 사리불은 라훌라를 위로하면서 조용히 말했습니다. 
"라훌라여, 잘 참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불제자가 된 사람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성내는 마음을 일으켜서는 안 됩니다. 
겉으로 뿐만 아닌 마음속까지도 말입니다. 
우리 부처님께서는 언제나 욕됨을 참는 것처럼 좋은 행은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나도 그 가르침을 따라 인욕(忍辱)을 보배로 삼고 있습니다. 
불도(佛道)를 바르게 지켜 수행하는 사람에게 악행을 하는 자는 횃불을 들고 큰 바람을 
거슬러 가는 것과 같아서 반드시 그 몸을 불태울 것입니다. 
부디 라훌라여, 상대를 원망하지 말고 그 욕을 견디어 참아 주십시오." 
라훌라는 조용히 머리를 끄덕이고 냇가로 가서 얼굴의 피를 씻었습니다. 
이때 이러한 모습을 보고 있는 사리불의 마음은 너무나도 아팠습니다. 
라훌라는 겨우 참고 또 참았습니다. 
금세라도 울음이 터질 듯 했지만 이를 악물고 참고 있었던 것입니다. 
허락만 된다면 곧 어머니 곁으로 달려가고 싶었으나 그것도 잠깐의 생각이었습니다. 
바로 눈앞에 아버지인 부처님의 자비로운 모습이 나타나 다정하게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실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라울라가 사리불 존자에게 말했습니다. 
"스승이시여, 저는 이 상처가 아파짐에 따라 오랫동안 고통 하는 사람들의 일을 생각하게 
됩니다. 왜 이 세상에는 악한 사람이 있게 되는 것입니까? 
실로 이 세상은 더러움이 많은 곳입니다. 
그러나 저는 성내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저에게 큰 자비의 마음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악한 자가 아무리 미친 듯 사나와도 불제자는 성내는 마음을 참고 
높은 덕을 쌓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은 그것을 도리어 업신여깁니다. 
그래서는 악은 언제고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들이 아무리 부처님의 가르침을 말해도 그들은 조금도 거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부처님이 아무리 정성을 다해 설법하셔도 악한 사람에게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리불은 라훌라를 데리고 부처님께 나아가 이 사정을 전부 여쭈었습니다. 
부처님은 라훌라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라훌라야, 너는 참으로 잘 참았다. 
불도를 수행하는데 있어서는 견디고 참는 것이 제일이니라." 
이처럼 라훌라는 국왕의 손자이자, 
부처님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어릴 때부터 갖은 고난의 길을 걸으셨습니다. 
그것은 나이 많은 스님 네들도 따르지 못한 수행 정진이었습니다. 
그 결과 라훌라는 열두 살이 되었을 때 무상(無常)을 깨닫고 성인의 지위에 올랐던 것입니다. 
지금의 내가 그 곳에 있었으면 어떻게 했을까요? 
아마도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늘은 어린 라훌라 존자에게서 법을 배웠습니다.
참는 연습, 
견디는 연습 
오늘부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도 좋은 날 만드소서.
성불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