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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법연화경 (4)

by 혜명(해인)스님 2018. 7. 1.


-묘법연화경 (4)-
    제 4장 믿 음(信解品)

    그때 수보리 존자와 대가전연 존자와 대가섭 존자와 대목 건련 존자는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는 이와 같은 가르침을 들었으며, 세존으로부터 사리불 존자가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는 말씀을 직접 듣고 경탄하며 크게 기뻐했다. 그 때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이 계시는 곳으로 다가가, 한 쪽 어깨를 벗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한 뒤, 몸을 구 부려 존경의 뜻을 표하고 세존을 우러러 보면서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나이도 고령이고 또 비록 비구들은 저희를 장로로 부르고 있습니다만 나이 먹은 탓에 저희는 스스로 열반에 이르렀다고 자만하였습니다. 또 세존이시여, 저희 들은 게을러서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고자 정진노력하지 않았습니다.

    세존께서 오랫동안 자리에 앉아 설법하실 때에도, 세존의 시중을 들면 몸은 물론 손발 마디마디가 시렸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세존께서 법을 설하셨을 때, 모든 것은 실체 가 없고(空), 형상이 없으며(無相), 욕구의 대상이 아닌(無願) 것을 분명히 알았으며, 부처님 특성이나 부처님 국토의 장엄이 나 보살의 자유로운 신통이나 여래의 자유로운 신통에 대해서 알았으나 그렇게 되고 싶은 욕구를 일으키지 못했나이다.

    그것은 저희들이 고령인 탓에 망령되이 삼계로 부터 벗어나 열반을 얻었다고 잘못 생각하였던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저희 들은 다른 보살들에게 최고의 바른 깨달음에 대해 가르치거나 알려주긴 하였지만 저희들 스스로가 최고의 깨달음을 구하고 자 하는 마음은 한 번도 일키지 못했던 것이옵니다.

    세존이시여, 그런 저희들이 지금 세존으로부터 친히 성문들 도 위없는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는 수기를 받으니, 경이로운 마음과 함께 드문 일이라는 생각에 큰 이익을 얻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오늘 갑자기 이전에는 듣지 못했던 이러한 여래 의 말씀을 듣고, 저희들은 헤아릴 수 없는 양의 훌륭한 보물을 얻었습니다.

    찾지도 바라지도 생각지도 구하지도 않은 이런 훌륭한 보물을 얻은 것이옵니다.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예를 들면 어떤 남자가 부친 곁을 떠나 집을 나갔습니다. 그는 다른 나라로 가서 그곳에서 오랜 세월을 홀로 살았습니다. 그는 어른이 되었지만 가난해서 먹을 것이나 입을 것을 구하기 위하여, 사방팔방으로 돌아다니다 어느 나라로 갔습니다. 그의 부친도 어느 나라로 갔습니다.

    부친은 많은 재보 와 곡물, 황금, 창고는 물론 금, 은, 주옥, 진주, 유리, 나패, 파리, 산호, 진금, 백은을 소유하였습니다. 그리고 많은 시종 과 노예, 하인, 심부름꾼을 거느리며 많은 코끼리와 말, 소, 양 등을 소유한 큰 부자가 되어 사업을 하고 돈을 빌려주며 농사와 장사일로 크게 번성하였습니다.

    한편 가난한 남자는 먹을 것이나 입을 옷을 구하기 위해 마을이나 성, 시골 등을 돌아다니다가 마침내 자신의 부친이 살 고 있는 마을까지 왔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가난한 남자의 부친은 그 마을에 살면서 50년 전에 실종된 아들을 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아들을 생각하면서도 혼자 마음속으로 괴로워하고 있었을 뿐,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털어놓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이제 나이를 너무 먹었다. 비록 많은 재산과 황금이 있지만 물려줄 아들이 없다. 아아, 만일 내가 죽는다면 이 모 든 것은 흩어져 버릴 것이다. 그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그는 몇 번이나 되풀이하여 아들을 떠올리면서, '아아, 만일 내 아들이 이 산과 같은 재물을 물려받을 수 있다면 안심하고 살 수 있을 텐데'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때 가난한 남자는 옷과 먹을 것을 구하다가 마침내 마을에 들어와 부호의 저택이 있는 곳 가까이 왔습니다.

    그 가난한 남자의 부친은 자신의 저택 근처에서 많은 바라문들과 왕족, 상 인, 노예의 무리에게 둘러싸여 공경 받으면서, 발 디딤대가 붙어 있고 금, 은으로 장식된 사자좌에 앉아 있었습니다. 옆에서 는 짐승의 꼬리털로 만든 부채로 부채질을 해주었으며, 머리 위에는 천개(天蓋)가 드리워져 있고, 아래에는 꽃을 따서 뿌려 두었으며, 보옥의 화환이 걸려 있는 그곳에서 위엄을 갖추고 앉아 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가난한 남자는 자기 부친이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위엄을 지니고 앉아 일을 보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놀라서 털이 곤두설 정도로 부들부들 떨면서 어쩔 줄 몰라 하며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왕인지 대신인지 모를 사람이 갑자기 나타났다. 이곳에는 나 같은 사람이 할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면 할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우물쭈물하고 있어서 는 안 된다.

    여기 있다가는 강제로 붙잡혀 일하게 되거나, 다른 화를 입을지도 모른다. 얼른 이곳을 떠나자.' 그 가난한 남자는 괴로운 일만 계속 생긴다 싶어 그곳에 머 물려고 하지도 않고, 얼른 떠나려고만 하였습니다. 그런데 부 호는 자택 문 근처에서 한눈에 그 남자가 자기 아들임을 알아보고 기쁨에 넘쳐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이제 거대한 황금과 재물과 창고를 물려줄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내가 저 아이 생각을 얼마나 했던가. 저 아이는 제 발로 찾아와 주었다. 더욱이 내가 고령일 때.' 세존이시여, 아들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괴로워하고 있던 부 호는, 그 즉시 발 빠른 사람을 보내 그 남자를 데려오게 하였습니다. 하인들이 달려가 그 가난한 사람을 붙잡자 그 사람은 놀라고 두려워서 큰소리로 '나는 당신들에게 아무런 나쁜 짓도 한 적이 없소'라고 울부짖었지만 하인들은 억지로 그 남자를 데리고 갔습니다. 그 가난한 남자는 두려움에 떨며 '죽거나 두들겨 맞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나는 이제 끝이다'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는 정신이 아찔하여 의식을 잃고 땅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의 부친이 그 곁으로 와서 하인들에게 '일으켜 세우지는 말라고 한 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사옵니다. 왜냐 하면 부호는 가난한 남자가 자신의 위세를 두려워한 나머지 무서움에 떨고 있으며, 그가 자기 아들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그런데 세존이시여, 그 부호는 방편이 뛰어나서, 이 사람이 내 아들이라는 것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또 부호는 하인을 시켜 그 가난한 사람에게 '어디든지 가고 싶은 데로 가라.
    너는 자유다'라고 말하게 하였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그 말 을 듣자 기뻐하며 일어나 먹을 것과 입을 것을 구하러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부호는 그 가난한 사람을 스스로 오도록 하기 위하여 절묘한 방편을 썼습니다. 옷차림이 남루한 두 사람을 고용해서 가난한 남자에게 다가가 월급을 두 배로 주고 자기 집에서 일하도록 하였습니다. 만일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묻거든 함께 쓰레기통을 청소하는 일이라고 대답하게 하였습니다. 드디어 두 사람은 가난한 남자를 데리고 부호의 집으로 돌아 와 함께 일했습니다.

    이리하여 가난한 남자는 부호로부터 월급을 받고, 그 집의 쓰레기통을 청소하며, 부호의 저택 근처에 있는 초가집에서 살았습니다. 그 부호는 창문이나 통풍구를 통하여 쓰레기통을 청소하고 있는 아들을 보고는 기특하게 생각하였습니다. 그때 부호는 저택에서 내려와 몸에 붙이고 있던 화환과 장신구를 떼어내고 훌륭하고 깨끗한 옷 대신 어지러운 옷으로 갈아입고 오른손에 바구니를 들고 진흙으로 자기 몸을 더럽힌 뒤, 천 천히 가난한 남자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대는 이 바구니를 사용하라. 머뭇거리지 말고 진흙을 떼어내라'고. 이런 방법으로 아들과 함께 말을 나누기도 하고 같이 일하기 도 하였습니다. '여보게 이곳에서 계속 일을 하도록 하게. 특별히 급료를 올려줄 테니까, 더 이상 다른 곳으로 가지는 말게. 혹시 돈이 필요하다면 말하게. 무엇이든 좋으니 안심하고 나에게 청구하게. 여보게, 나한테 낡은 비단이 있는데 필요하다면 주겠네. 신변 잡화도 필요한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주겠네. 나는 노인이고 그대는 젊으니 안심하고 나를 아버지처럼 생각하게. 그대는 나를 위하여 이 쓰레기통을 청소하고 있지 않은가. 그대는 여기 서 일을 하면서 지금까지 남을 속이거나 비뚤어지거나 불성실 하거나 교만하거나 위선적인 일을 한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네. 그대가 하는 모든 일에서 나는 나쁜 점이라곤 하나 도 찾아낼 수 없었다네. 다른 사람에게는 그런 결함이 있지만, 그대는 다르네. 이제부터 그대는 내 친아들과 마찬가지네'라고 말했습니다.

    세존이시여, 이렇게 부호는 자연스럽게 그에게 아들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가난한 남자도 부호를 부친으로 생각하였습니다. 부호는 아들의 사랑에 목말라하면서, 이렇게 20 년 동안 아들에게 쓰레기통을 청소시켰습니다. 20년이 지나자 가난한 남자는 부호의 저택을 안심하고 출입하게 되었으나 거처는 아직도 이전의 초가집이었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즈음 부호는 병으로 몸져눕게 되었습니다. 그는 자기의 임종이 가까운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가난한 남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보게 이리 가까이 오게. 내게는 이렇게 많은 황금과 재물, 곡물, 곳간이 있지만, 중병에 걸려 있네. 이것들을 누구에게 물려주며 무엇을 보존해야 하는 가에 대해 그대가 알아두었으면 좋겠네. 나는 이 재물의 소유자이지만 그대 또한 그러하며, 그 대가 이 재산을 잘 보존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네.' 이리하여 가난한 남자는 부호의 많은 재산을 모두 관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 남자는 그런 것들에 대해 아무런 욕심도 없고, 조금도 갖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또 한줌의 밀가루조차도 받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전의 초가집에 계속 머 물면서 자신은 가난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부호는 아들이 능력 있는 재산 관리자이며 넓은 마음도 지녔으나, 가난했을 때의 성격이 남아 있는 것을 알고 그 남자를 불러 친족들에게 소개한 뒤, 왕후와 대신 그리고 마을사람들 앞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여러분, 제 말을 들어주십시오. 이 아이는 내 친아들입니다. 어떤 마을에서 이 아이를 잃어버린 뒤 50년이 흘러버렸습니다. 이 아이의 이름은 아무개라 하며 나도 아무개라는 이름입니다. 나는 이아들을 찾아 저 마을에서 이 마을로 떠나왔습니다.

    이 아이는 내 아들로 나는 이 아이의 아버지입니다.
    내가 가진 모 든 것을 이 아이에게 물려주겠습니다. 내 재산에 대해서는 무엇이든 이 아이가 알고 있습니다.' 그때 그 가난한 남자는 이 말을 듣고 놀라서,'이렇듯 갑자기 많은 황금과 재물을 얻게 되었구나'하고 생각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바로 이 비유와 같이 저희들은 여래의 아들 입니다. 또 여래께서 저희들에게 '내 아들인 그대들'이라고 하신 것 은 바로 그 부호와 같사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그 가난 한 남자와 마찬가지로 세 가지 고통에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오는 괴로움(苦苦), 사물이 변하는 데서 오는 괴로움(行苦), 좋아하는 것을 잃게 되는 괴로움(壞 苦)입니다. 그리고 저희들은 윤회 속에 있으면서 천한 것을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존께서는 초가집과도 같은 차원이 낮은 가르침을 고찰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그 가르침에 전념해서 노력하고 애쓰면서 마치 매일 급료에만 신경 쓰는 가난한 사람처럼 열반만을 추구해 왔습니다. 저희들은 이 열반을 얻은 것에 만족하고, 여 래 곁에서 가르침에 전념하며 노력하고 애썼기 때문에 많은 것 을 얻었사옵니다. 여래께서는 천한 것을 믿으려는 저희들을 잘 알고 계시옵니다. 그래서 저희들을 내버려두시고 간섭하지도 않으시며, '여래의 지혜의 곳간이 그대들의 것이 될 것이다'라 는 말씀도 하지 않으시옵니다.

    또 세존께서는 뛰어난 방편으로 저희들에게 여래의 지혜를 상속할 수 있게 하셨사옵니다만, 저 희들은 미처 생각이 모자라 마치 매일 임금을 받는 것처럼,' 여래로 부터 친히 열반을 받을 때 비로소 소중한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사옵니다. 그런데 세존이시여, 그런 저희들이 위대한 보살들에게 여래 의 지견에 대해 고상한 설법을 하고, 여래의 지혜를 드러내 보이며 분명히 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들에게는 여래의 지혜를 얻으려는 욕망이 없었사옵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는 천한 것을 바라는 저희들의 성향을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방편으로 소승을 설하셨습니다.

    세존께서 마치 친아들에게 하시는 것처럼, 저희들에게 방편으로 소승을 설하신 것도 알지 못했고 또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았사옵니다. 세존께서는 저희들이 여래의 지혜를 상속할 사람임을 생각 해 내도록 하셨습니다. 그것은 물론 저희들에게 여래의 친아들 이라고 말씀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저희들이 천한 것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만일 저희들에게 뛰어난 대승의 힘이 있었다면 세존께서는 보살이라는 이름을 주시고 대승의 법을 설 하여 주셨을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저희들에게 두 가지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하나는 일찍이 보살들 앞에서 저희들을 열등한 것을 바라는 사람들이라고 말씀하셨으며, 또 한편으로는 광대 한 부처님의 깨달음을 향하여 가도록 격려해 주신 것이옵니다. 그런데 지금 이 경속에서 세존께서는 저희들에게 보살과 같이 대승을 바라고 믿는 힘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셨으며, 또 일승의 법이 있을 뿐이라고 설하셨사옵니다.

    이런 까닭에 여래의 지혜를 얻으려는 욕망이 없던 저희들이, 지금까지 구하지도 찾지도 생각지도 못했던 일체지자라는 보물을, 바로 여래의 아들 인 보살들이 얻는 것처럼 갑자기 얻었다고 말씀드리는 것이옵니다." 그때 가섭 존자는 다음과 같이 게송을 읊었다. 말씀을 듣고 우리는 경이로움과 일찍이 느끼지 못했던 큰 기쁨을 얻었다. 오늘 우리는 뜻밖에 인도자이신 부처님의 속 시원한 말씀을 들었다.

    오늘 우리는 아주 훌륭한 많은 보물을 한 순간에 얻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결코 생각해 보지도 구하지도 않았던 것이어서 그 말씀을 듣고 모두 경이로움을 느꼈다. 비유해서 말하면 우리는 마치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다른 어리석은 사람들의 꾐에 빠진 것과 같다. 그는 부친 곁을 떠난 아주 먼 곳을 유랑한다고 하자. 그때 그 부친은 자기 아들이 달아나 버린 것을 알고 너무 슬퍼한 나머지 50년 동안이나 사방으로 아들을 찾아 돌아다녔다.

    그는 아들을 찾아다니다 어떤 큰 마을의 저택에 정주하며 오욕의 즐거움을 누린다.
    그에게는 많은 황금과 재보 나패, 유리, 산호가 있으며 또 코끼리, 시종 그리고 소, 양도 있다. 그는 사업을 하며 금리를 모으고 많은 토지와 하인, 하녀, 심부름꾼들을 거느리며 많은 사람들로 부터 존경을 받으며 언제나 왕후의 친한 상대이기도 했다. 이웃사람들도 마을사람들도 그에게 합장하며 많은 상인들이 그의 주위에 모여서 여러 가지 일을 하며 그의 장사를 돕고 있다.

    그는 이처럼 위세를 갖춘 사람이지만 해가 갈수록 나이를 먹어 노인이 되자 언제나 아들 걱정을 하면서 밤낮을 보냈다. 그 사람은 이렇게 걱정할 것이다. '내 아들은 어리석어서 지금까지 50년 동안이나 방황하고 있다. 나에게는 이런 막대한 재물이 있고 더구나 내 임종이 가까워오는데도.' 그 즈음 어리석은 그의 아들은 언제나 가난과 비참함 속에서 이 마을 저 마을로 떠돌아다니며 먹을 것이나 입을 것을 찾고 있었다. 어떤 때는 조금 얻기도 했고 또 어떤 때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그 어리석은 자는 남의 오두막에 기숙했는데 비척 말랐으며 습진이나 옴으로 온몸이 엉망이었다. 그는 부친이 있는 마을에 오게 되어 먹을 것과 입을 것을 구하다가 점점 자기 부친의 저택이 있는 곳에 가까이 왔다. 큰 재산을 소유한 이 부호는 문 근처에 있는 좋은 의자에 앉아 수백 명에게 존경을 받았으며ㅤ 공중에는 그를 위해 천개가 씌워져 있었다. 그의 시종으로 신임이 두터운 자들이 있었는데 어떤 이는 재물이나 황금을 세고 어떤 이는 서류를 작성하고 어떤 이는 이자를 가지고 투자하고 있다. 한편 가난한 남자는 그곳의 호화로운 저택을 보고 '이곳은 도대체 어디인가? 이 사람은 왕후인가, 아니면 대신인가?' 하고 생각하였다.

    '여기 있다가는 재앙이 미칠지도 모르고 붙잡혀 강제로 일하게 될지도 모르니 그 전에 피하자'고 생각한 그 남자는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달아나려고 했다. 부호는 자기 아들을 알아보고 의자 위에서 크게 기뻐했다. '저 가난한 남자를 데리고 오너라' 하며 심부름꾼들을 보냈다. 그들은 곧 그 남자를 데려왔는데 그 남자는 붙잡히자마자 '분명히 자객이 온 것이다. 이제 입을 것이나 먹을 것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생각하고는 실신해 버렸다.

    현명한 부호는 그를 보고 '이 어리석은 아이는 지혜가 부족하며 천한 것을 바라고 부귀영화가 자기 것이지만 그것을 믿지 않을 것이다. 내가 자기 부친이라는 것도 믿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곱사, 애꾸, 절름발이 형편없는 옷을 입은 사람, 피부색이 검은 사람 천한 사람들을 고용해서 그 남자를 이 사람들 밑에서 일하게 했다. 대소변으로 더러워지고 악취를 풍기는 쓰레기통을 청소한다면 두 배의 임금을 주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가난한 남자는 그렇게 하기로 하고 맡은 곳을 깨끗이 청소하며 부호의 저택 근처 초가집에 머물렀다.

    부호는 '천한 것을 바라고 있는 내 아들이 쓰레기통을 청소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통풍구나 높은 창에서 늘 그를 지켜보았다. 부호는 바구니를 들고 더러운 옷을 걸치고는 그 남자 곁으로 가서 '그대는 별로 일을 하지 않구나'하며 꾸짖었다. '그대에게 두 배의 임금을 주겠다. 그리고 발에 바르는 기름도 두 배로 주겠다. 또 소금이 들어간 음식물과 야채며 천도 주겠다. 이렇게 말한 뒤 현명한 부호는 '그대는 이곳에서 정말 일을 잘한다. 분명히 그대는 나의 아들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하며 부드러운 말로 그를 달랬다. 부호는 저택으로 조금씩 그를 들어오게 해서 일을 시켰다.

    만 20년 동안 부호는 이렇게 서서히 자기를 신뢰할 수 있도록 그 남자를 대했다. 부호는 황금이나 진주 등을 저택에 비장하고 있었는데 모든 재산을 그 남자에게 관리시켰다. 그러나 어리석은 그 남자는 저택 밖의 초가집에 혼자 살면서 '나에게는 이런 재물이 하나도 없다'고 하며 자신이 가난하다고만 생각했다. 부호는 그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내 아들이 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친구나 친척들을 모이게 해서 모든 재산을 그에게 물려주자'고 생각했다.

    부호는 왕후나 마을사람들 그리고 많은 상인들을 초대해서 그들이 모인 가운데 이렇게 말했다. '이 아이는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내 아들입니다. 만 50년 동안 찾아다녔는데 다시 만난 뒤에도 또 20년이 지났습니다. 제가 있던 어떤 마을에서 이 아이를 잃어버렸는데 이 아이를 찾아다니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이 아이는 내 모든 것의 소유자입니다. 나는 이 아이에게 모든 것을 남김없이 물려주겠습니다. 그는 내 재산으로 사업을 할 수 있으며 이 저택에 딸려 있는 것들은 모두 그의 것입니다'라고. 그 남자는 과거 가난했던 때를 생각했다.

    그리고 천한 것을 바라는 자신의 성격과 부친의 덕을 생각하면서 '저택에 딸려 있는 모든 것을 얻게 되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라고 하며 일찍이 느끼지 못했던 행복감에 빠졌다. 이처럼 인도자이신 부처님께서는 우리가 천한 것을 바라고 있음을 알고 계시므로 '그대들은 부처님이 될 것이다.' 또는 '그대 성문들은 진정 내 아들이다'라고 말씀하지 않으셨다. 세간의 보호자이신 부처님께서는 보살들을 가르치기를 원하신다.

    '가섭이여, 위없는 깨달음을 향하여ㅤ 길을 나서는 보살에게 그대는 최고의 길을 설하여라. 그것이 부처님이 될 수 있는 길'이라고 하시며. 그래서 선서께서는 우리에게 보살들이 많이 있는 곳으로 보내셨다. 우리는 수니유타 수코티 비유와 인연으로 그들에게 최고의 길을 설하였다. 보살들은 우리가 하는 말을 듣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최고로 좋은 길을 수행한다.

    그리고 그 순간에 부처님으로부터 '그대들은 현세에서 부처님이 될 것이다.'라는 수기를 받는다. 가르침의 곳간을 지키고 보살들에게 법을 설하면서 우리는 여실한 분인 부처님을 위하여 이와 같은 일을 한다. 그것은 마치 부호의 신임이 두터웠던 가난한 남자와 같다. 우리는 부처님의 곳간을 보살들에게 나누어주지만 스스로는 가난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부처님의 지혜로 보살들에게 설명하지만 스스로는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려 하지 않았다. 우리는 자신의 소멸이 궁극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에 만족했지만 그 지혜는 그 정도밖에 되지 못한 것이다.

    우리는 여러 부처님의 국토가 빛난다고 듣고도 일찍이 한 번도 기뻐한 적이 없었다.

    진정으로 존재(法)는 모두 공적(空寂)하며 더러움과 생멸(生滅)모두 벗어나 있기 때문에 여기에는 어떠한 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우리는 사색은 하지만 정작 그것을 믿는 기쁨이 생기지 않는다. 우리는 오랫동안 최고의 가르침인 부처님의 지혜에 대한 욕망이 조금도 없었다. 얻고 싶다는 바람이 하나도 없었다.

    더욱이 세존께서 그것이 최고의 궁극적인 진리라고 말씀하셨는데도. 우리는 오랫동안 열반이 최후인 이 육체적 존재로 공성의 진리를 수행했으며 삼계의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났다. 그리고 우리는 세존의 가르침을 보살들에게 설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깨달음을 향해 길을 나선 세존의 아들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분명히 전했으며 또 그들에게 법을 설했다. 그러나 정작 그 법에 대한 욕망이 우리에게는 전혀 없었다. 그러므로 세간의 스승이신 부처님께서는 적당한 시기를 기다리시며 우리를 내버려두셨고 우리가 지향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살펴보시면서 진실하며 깊은 뜻이 있는 말씀은 하지 않으셨다.

    그것은 마치 부호의 뛰어난 방편과도 같다.
    언제나 천한 것을 바라는 아들을 훈련시켜 훈련이 끝난 적당한 때에 재산을 물려준다. 그처럼 세간의 보호자이신 부처님께서는 아주 어려운 일을 하신다. 뛰어난 방편으로 설하시면서 천한 것을 바라는 아들들을 훈련시키시고 그 훈련이 끝나야 부처님의 지혜를 전해 주신다. 우리는 재산을 물려받은 가난한 남자처럼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부처님의 가르침 밑에서 처음으로 훌륭하고 또 번뇌의 더러움이 없는 결과를 얻었으므로.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오랫동안 계를 지켜 오늘 우리는 그 결실을 얻었다. 세존의 가르침 밑에서 우리는 가장 청정하고 순결한 생활을 해왔으며 오늘 그 훌륭한 결과를 얻었다. 적정이며, 훌륭하고 번뇌의 더러움이 없는 결과를. 우리는 지금 성문이지만 최고의 깨달음을 얻고 깨달음이라는 말이 세상에 퍼지게 함으로써 의연한 성문이 될 것이다.

    신들이나 마왕, 범천을 포함한 세간으로부터 또 모든 인간으로부터 직접 공양 받을 자격이 있는 참된 아라한이 될 것이다. 수코티 겁 동안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누가 당신 흉내를 낼 수 있겠는가. 당신께서는 인간계에서 우리를 교화하는 참으로 어려운 일을 하셨다.

    그 은혜에 대한 답례로 손과 발 또 머리를 숙여 공양하고 예배한다 해도 부처님을 기쁘게 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강가 강의 모래알수와 같은 겁 동안 머리와 어깨 위에 부처님을 모시고 딱딱한 음식과 부드러운 음식, 입을 것과 마실 것 침대와 방석을 바치고 깨끗한 옷을 드리며 전단으로 정사(精舍)를 만들게 하고 깔개를 온통 깔아서 바친다 해도 또 세존께 병을 고치는 여러 가지 약을 강가 강의 모래알 수 같은 겁 동안 공양한다 해도 결코 언제까지나 은혜에 보답할 수 없을 것이다.

    위대한 법을 몸소 하시고 견줄 데 없는 위력을 지니시며 대신통력과 인내력을 지니신 부처님께서는 위대한 왕이시며 청정한 승리자이시다. 그런 분께서 어리석은 중생을 위하여 이러한 일을 참고 견디신다.

    부처님께서는 언제나 세간에 맞추어서 겉모습에 사로잡혀 행동하는 중생들을 위하여 법을 설하신다. 그분은 법의 자재자시며 모든 세계의 자재자시며 위대한 자재자시며 세간의 지도자들 중의 왕이시다. 부처님께서는 중생들의 근기를 알고 계시므로 거기에 맞는 여러 가지 방편을 보이신다.

    중생들 각자의 믿 음이 다른 것을 아시고 수천의 비유로 법을 설하신다. 여래께서는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의 행위를 알고 계시므로 최고의 깨달음을 보이시면서 많은 종류의 가르침을 설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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