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장지심(合掌至心)ㅡ일타스님
범망경 보살계 송계서(誦戒序)
모든 불자들은 합장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들어라.
내가 이제 모든 부처님의 대계서(大戒序)를 설하고자 하노라.
대중은 묵연(默然)히 듣고서 스스로 죄가 있거든 마땅히 참회하라.
참회하면 안락하고 참회하지 아니하면 죄가 더욱 깊어지리라.
죄가 없는 자는 묵연하라.
묵연한 연고로 모든 대중이 청정한 줄 아느니라.
모든 대덕과 우바새와 우바이들은 자세히 들어라.
부처님께서 멸도(滅度)하신 후 저 말법시대(末法時代)에 항상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를 존경하라 하셨으니, 바라제목차라 함은 곧 이러한 계법(戒法)을 말함이니라.
이 계를 가지는 자는 어두운 곳에서 밝음을 만남과 같고, 가난한 이가 보배를 얻음과 같고, 병든 이가 쾌차해짐을 얻음과 같고, 갇혔던 이가 감옥을 벗어남과 같으며, 멀리 갔던 이가 집에 돌아옴과 같느니라. 마땅히 알라. 이 계는 곧 대중들의 큰 스승이니라. 만약 부처님께서 세상에 더 계실지라도 이와 다름이 없으리라.
죄를 두려워하는 마음은 내기 어렵고 선한 마음은 발하기 어려우니라.
그러므로 경에 이르시되, "작은 죄를 가벼이 여겨 재앙이 없다 하지 말라.
물방울이 비록 작으나 큰 그릇에 찬다" 하시니,
찰나 동안에 지은 죄로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떨어짐이라.
한 번 사람 몸을 잃으면 만겁을 지나도 다시 받기 어려우니라.
젊은 날이 머무르지 아니함이 마치 달리는 말과 같고, 사람의 목숨은 무상함이 폭포수보다 빠르나니, 오늘은 비록 살아있으나 내일을 또한 보증하기 어렵느니라.
대중들은 각각 일심으로 부지런히 정진하고, 삼가 게으른 생각에 잠겨 방일하지 말 것이니, 밤이라도 마음을 수습하고 생각을 삼보에 두어 헛되이 지내지 말지어다. 한갓 피로함만 베풀면 다음에 깊이 후회하리라. 대중들은 각각 일심으로 삼가 이 계를 의지하여 여법(如法)하게 수행할지니라.
모든 불자들은 합장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들어라.
제불자등(諸佛子等) 합장지심청(合掌至心聽)
이 말씀은 모든 부처님의 제자들이 합장을 하고 지극한 마음을 만들어서, 앞으로 설하는 바를 경청하라는 것입니다.
합장은 열 손가락과 두 손바닥을 완전히 하나로 합하여 마음이 산란하지 않다는 것,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것을 나타내는 표식입니다. 합장을 하여 마음을 하나로 모을 때, 모든 잡념은 사라집니다. 지극한 마음으로 합장을 할 때 일체의 번뇌 망상은 저절로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지극한 마음으로 합장할 때 모든 허물은 허물어지기 마련인 것입니다.
그런데 묘한 것은 평소 때라면 전혀 느끼지 못 할 잡념들이 지극한 마음으로 합장을 하였을 때는 매우 크게 보인다는 점입니다.
눈병이 걸린 한 불자가 의사를 찾아가자, 의사는 연꽃향기를 눈에 쏘이면 낫는다는 처방을 내렸습니다. 연못으로 간 그 불자는 연꽃 봉오리에 눈을 대고 향기를 쏘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향기를 맡을 줄 아는 코가 어느덧 그 향기에 취하여, 눈을 대고 있어야 할 자리로 옮겨가 있었습니다. 향기에 이끌려 눈병을 고치겠다는 생각까지 잊고 만 것입니다.
"아, 이 향기! 너무나 좋구나."
한창 향기에 취해 있는데 홀연히 연못 속으로부터 노인이 솟아 올라와서 노려보며 소리치는 것이었습니다.
"도둑놈, 도둑놈, 가거라. 가거라!"
"아니, 나는 연꽃을 꺾지도 않았고 가져가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 왜 도둑놈이라고 하는 것입니까?"
"아무런 노력 없이 연꽃의 향기를 취하였고 더군다나 탐착까지 하였으니, 네가 향기를 도둑질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냐?"
연꽃의 향기에 탐욕심을 내었으니 도둑질한 것이라는 노인의 말이 이치에 맞는 듯하여 머뭇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험상궂게 생긴 어떤 사람이 연못 속으로 들어오더니 연꽃 줄기를 뚝뚝 꺾기도 하고, 뿌리 채 뽑아내어 한 다발 가지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연못의 노인은 멀거니 쳐다보기만 할 뿐,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눈병에 걸린 사람은 노인에 대해 은근히 화가 났습니다.
"내가 연꽃 향기를 조금 맡았다고 '도둑놈'이라 하더니, 뿌리까지 파가는 저 놈에게는 왜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거요?"
연못의 신인 노인은 매우 진지하게 대답했습니다.
"세간의 악한 사람들은 죄(罪)의 똥에다 머리를 푹 파묻고 있네. 어찌 더불어 말할 것이 있겠는가? 하지만 그대는 청정한 불자이지 않은가? 희디 흰 보자기에는 파리 똥 한 점만 묻어도 허물이 태산이니라. 조그마한 허물에도 크게 부끄러워하면서 맑고 깨끗한 마음을 가꾸어 가는 것이 불자의 길이 아니더냐?"
연못의 신이 들려주는 이 말을 듣고 그 불자는 크게 발심하여 정진하였다고 합니다.
합장지심(合掌至心)할 때 망상과 허물은 더 크게 나타납니다.
그것은 마음이 맑아져 있기 때문에 망상과 허물이 더 크게 보이는 것입니다.
바로 이때가 중요합니다.
이때 '왜 나는 이토록 망상이 심한가?
나는 왜 이렇게 문제가 많은가? 하면서 물러서기보다는, '내가 이만큼 더 맑아져 있구나' 하면서 더욱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합장지심(合掌至心) 하십시오.
불자는 마땅히 청정한 마음으로 살아야 하며, 합장지심(合掌至心) 할 때 청정한 마음은 더욱 분명히 나타납니다. 이제 합장지심(合掌至心) 하고 보살계 서문에 귀를 기울이도록 합시다.
월간 [법공양] 20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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