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자기 일’은 집안일이나 일상적인 업무를 말하는 게 아니라 ‘수행’을 의미합니다. 괴로워하고, 슬퍼하고, 외로워하고, 힘들어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수행의 관점을 놓친 것입니다.
항상 어떤 일을 할 때는 그 일을 하는 목표 의식이 분명해야 합니다.
수행자의 목표는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즉, 해탈과 열반이 목표이기 때문에 이 목표를 놓쳐가면서까지 무언가를 한다면 주객이 바뀐 겁니다. 즉 목적과 수단이 바뀐 상황입니다.
수행이란 절하고, 참선하고, 명상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마음이 괴롭지 않도록, 헐떡거리지 않도록, 들뜨지 않도록, 미움이 일어나지 않도록, 자기 마음을 잘 관리하는 것이 수행입니다. 수행자에게는 이 수행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렇게 마음 관리가 되는 전제 위에서 다른 활동으로 폭을 점차 넓혀가는 것이 좋습니다.
◼🙏자유와 행복으로 나아가는 세 단계
오늘 읽은 경전에 나온 표현인 ‘자기를 위해 해야 할 일’은 바로 자기 마음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을 의미합니다.
먼저 자기를 자유롭고 행복하게 해야 합니다.
이 행복은 마음의 들뜸이나 즐거움이 아니라 괴로움이 없는 상태를 뜻합니다.
즉, 자기를 괴롭히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자기 마음을 가꾸는 일에 가장 큰 중심을 두고, 그런 후 다른 일에 의미 부여를 해야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세 가지 단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째, 지금이 좋아야 합니다.
밥을 굶는 것보다는 밥을 먹는 게 낫고, 집이 없는 것보다는 집이 있는 게 낫고, 옷이 없는 것보다는 옷이 있는 게 낫고, 가족에게 되도록 사고가 안 나는 게 낫고, 몸은 되도록 건강한 게 낫습니다. 이렇게 안정된 생활이 불안정한 생활보다 낫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 나중도 좋아야 합니다.
지금 내가 밥 먹고, 잠자고, 옷 입고, 건강하고, 사람들과 원만하게 살아간다고 끝이 아니라 지금 이렇게 하는 것이 원인이 되어 나중에 밥을 굶는 일이 생기거나, 옷이 없는 일이 생기거나, 집이 없는 일이 생기거나, 건강을 해치는 일이 생기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은 좋은데 오히려 지금이 원인이 되어 미래에 나쁜 일이 생긴다면 그건 잘못된 삶입니다. 지금의 좋음이 다음에도 좋음을 가져오는 삶이 되어야지, 지금의 좋음이 다음에 불이익을 가져오는 좋음이라면 이 좋음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우선 지금이 좋아야 합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다음에 지옥 가는 일이 생겨서도 안 됩니다.
즉, 나중도 좋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모두 유루복(有漏福)에 해당됩니다.
유루복은 언젠가 복이 다해서 바닥이 드러나고 맙니다.
이 두 가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하나 더 충족되어야 합니다.
🙏셋째, 해탈과 열반으로 가는 지고한 복이어야 합니다.
먹을 것이 없어도 끄떡없고, 입을 것이 없어도 끄떡없고, 잘 집이 없어도 끄떡없고, 설령 건강이 안 좋아도 끄떡없고, 가족 중 누군가 죽는다고 해도 끄떡없는 그런 경지로 나아가야 합니다.
앞에 있는 1단계와 2단계는 이 세상에서 두루 원만한 삶입니다.
속세에서의 편안한 삶입니다.
지금이 좋은 줄 알고, 또 지금의 좋음이 다음에도 좋음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삶을 사는 사람은 세상에서의 현명한 자입니다.
3단계는 출세간(出世間)의 삶입니다.
이건 꼭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는 삶을 말하는 게 아니라 세상을 뛰어넘는 삶을 말합니다. 이처럼 세상을 뛰어넘는 길을 가는 지혜로운 자가 바로 수행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