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세간정안품(世間淨眼品)-
어느 때, 부처님께서 마가다국의 적멸도량에 계시었다. 부처님께서 처음으로 깨달음을 이루셨을 때, 대지는 청정해지고 갖가지 보화와 꽃으로 장식되었으며 아름다운 향기가 넘쳐흘렀다. 또 화환은 부처님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으며, 그 위에 금, 은, 유리, 수정, 산호, 마노 등의 진귀한 보석들이 뿌려졌다. 그리고 수많은 나무들은 잎과 가지에서 빛을 발하면서 빛나고 있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과거, 현재, 미래의 진리가 모두 평등함을 깨달았고, 그 지혜의 광명은 모든 사람의 몸속까지 비추었으며, 미묘한 깨달음의 음성은 세계의 끝까지 들렸다. 그것은 마치 허공을 질러가듯이 아무런 장애도 받지 않았다. 부처님은 평등한 마음으로 모든 사람들 가까이에 계시며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을 알고 계셨다. 그 지혜의 빛은 모든 어둠을 없앴을 뿐 아니라 무수한 부처님의 나라[佛國土]를 나타내었으며 여러 가지 방편을 써서 사람들을 교화시켰다. 부처님은 보현(普賢)보살과 보덕지광(普德智光)보살 등 무수한 보살들과 함께 계셨다. 이 보살들은 모두 옛날에 함께 수행한 비로자나 부처님의 벗들이며 뛰어난 덕을 완성한 이들이었다. 그들은 보살의 수행을 마쳤을 뿐 아니라 지혜의 눈이 밝아 과거, 현재, 미래를 통찰하고 있었다. 또한 마음은 고요히 통일되어 있었으며 한 번 진리를 설하기 시작하면 광대한 바다와 같이 끝이 없었다. 또 모든 사람들의 마음의 움직임을 알고 있어서 그에 따라 괴로움을 없애주었으며, 어떠한 일이든 그 안에 뛰어들어 능히 이를 경험한 후, 버릴 것은 버리고 지닐 것은 취하였다. 또 모든 부처님의 세계에 있으면서 정토(淨土)를 건설하고자 하는 원(願)을 일으켰으며, 무수한 부처님을 예배, 공양하며 자신의 몸은 부처님의 공덕으로 충만해 있었다. 그 밖에도 부처님을 호위하는 신들과 도량을 지키는 신들, 대지와 수목의 신들, 하천과 바다의 신들, 혹은 아수라(阿修羅), 라후라(羅喉羅), 긴나라(緊那羅) 등의 신들과 삼십삼천왕(三十三天王)과 야마천왕(夜摩天王), 도솔천왕(兜率天王), 화락천왕(化樂天王), 타화자재천왕(他化自在天王) 등의 무수한 천신 천왕들도 부처님의 곁에 있었다. 그들은 모두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고 있었으며, 여러 가지 방편으로 모든 사람을 교화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또 수많은 천신과 천왕, 그리고 여러 보살들은 부처님의 신통력을 받고는 모두가 부처님께서 깨달은 세계를 찬탄하였다. 그 가운데 낙업광명천왕(樂業光明天王)은 부처님의 신통력을 받고 다음과 같이 찬탄하였다. "모든 부처님의 경계는 매우 깊어서 생각으로는 헤아릴 수가 없다. 부처님은 많은 중생들을 교화하여 궁극의 깨달음에 이르게 하신다. 모든 사물의 진실한 모습은 번뇌의 어지러움을 떠나서 고요히 통일되어 있으며, 어떠한 것으로부터도 장애를 받지 않으신다. 또한 여래는 신통력으로써 비록 한 개의 털구멍과 같은 작은 세계에서도 중생을 위하여 위없는 진리를 설하여 주신다. 여래는 진리의 깊은 의미를 통찰하고 중생들 각각의 능력에 따라 불멸의 가르침을 비와 같이 내리시며, 그로 인해 많은 진리의 문이 열려 고요히 통일되어 있는 평등하고 진실한 세계로 중생을 이끌어 들이신다." 또 시기대범왕(尸棄大梵王)은 부처님의 신통력을 입고 다음과 같이 찬탄하였다. "부처님의 몸은 언제나 맑고 고요하다. 가령 시방의 세계를 두루 비추어도 부처님의 몸은 모습이 없고 형태를 나타내는 일이 없으며, 흡사 하늘에 떠있는 구름과 같다. 이같이 부처님의 몸은 적정하여 통일의 경계에 있으므로 어떠한 중생도 생각으로 헤아려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여래는 진리의 대해(大海)를 단지 한 소리로써 설하시니 거기에는 조금의 모자람도 없다. 여래의 미묘한 음성은 깊고 충만하며, 중생은 저마다의 근기에 따라서 그 가르침을 받아들일 수가 있다. 과거, 현재, 미래의 삼세(三世)에 걸쳐서 얻은바 시방의 모든 부처님의 보살행(菩薩行)은 모든 여래의 몸 안에 나타나 있다. 그러나 여래는 그것을 조금도 꾸미지 않으신다. 부처님의 몸은 흡사 허공과 같아서 다하여 그치는 일이 없다. 부처님의 몸은 모습이 없으며, 따라서 어떠한 것으로부터 방해를 받지 않는다." 또 일광천자(日光天子)는 부처님의 신통력을 입고 다음과 같이 찬탄하였다. "부처님의 지혜광명은 한량없는 시방의 국토를 비추며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눈앞에서 바로 부처님을 보고 믿고 받들게 한다. 중생의 세계는 큰 바다와 같이 넓지만 부처님은 그 마음을 잘 알고 있으며 이끌어 지혜의 바다에 들게 하신다. 부처님께서는 이 세상에 나시어 시방세계를 남김없이 비춘다. 부처님의 영원불변한 법신(法身)은 어떠한 것에도 비교할 수가 없으며 위없는 지혜로써 진리를 설하신다. 부처님께서 중생의 생활 속에 뛰어들어 같이 고난을 겪는 것은 오로지 중생을 위해서이다. 부처님께서는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오묘하신 몸을 나타낸다. 그러나 그것은 마치 보름달과 같고 허공에 맑은 빛이 비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어리석음으로 인하여 마음이 어두운 중생은 앞을 못 보는 장님과 같다. 부처님은 그러한 괴로움을 겪고 있는 중생들을 위하여 밝은 눈을 열어 주고 지혜의 등불을 밝혀 청정한 몸을 중생들 앞에 나타내신다." 또 비사문야차왕(毘沙門夜叉王)은 부처님의 신통력을 입고 다음과 같이 찬탄하였다. "중생의 죄는 깊고 무겁다.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부처님을 만날 수가 없다. 또 미혹의 세계를 끊임없이 윤회하며 끝없는 괴로움을 받는다. 부처님은 이들 중생을 구하기 위하여 이 세상에 출현하셨다. 부처님은 시방의 모든 중생 앞에 모습을 나타내어 여러 세계에 있는 중생들의 괴로움을 뽑아버린다. 부처님은 방편을 써서 중생의 무거운 죄와 악업의 장애를 없애고 중생을 바른 진리 속에 머물게 하신다. 부처님께서 헤아릴 수 없이 긴 세월을 수행하고 있을 때 시방의 모든 부처님을 찬탄한 일이 있었다. 그로 인하여 높고 위대한 부처님의 이름이 시방의 모든 나라에 전해졌다. 부처님의 지혜는 허공과 같이 끝이 없으며, 영원불멸한 진실의 모습인 법신은 불가사의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 밖에도 많은 천신(天神)과 보살들이 차례로 부처님의 신통력을 받아서 부처님의 세계를 찬탄하였다. 그때, 연화장 장엄세계(蓮華藏莊嚴世界)는 열여덟 가지의 모습으로 진동하였다. 그리고 모든 세계의 왕들은 불가사의한 공양(供養)의 구름을 나타내어 부처님의 적멸도량 위에 비를 내렸다. 그 하나하나의 세계 안에 부처님의 도량이 있었으며 또 부처님은 그 각각의 도량에 앉아 계셨다. 모든 세계의 왕들은 그들의 세계에 있는 부처님을 믿고 마음을 통일하였으며, 불도를 행하고 깨달음을 열었다. 시방의 모든 세계도 이와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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