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저는 태어나 부모가 세 번 바뀌며 힘들게 살아온 것이 저를 낳아주신 부모님 때문이라고 원망하며 살았습니다.
자라는 동안에도 힘들었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이 생기면서 더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으며 많은 감동을 받아서 불교대학을 다니며 마음공부도 하고, ‘깨달음의 장’도 다녀오고, 그 뒤에 수행도 하며 경전 대학도 졸업했지만, 이 마음속의 응어리가 자꾸 무의식적으로 올라옵니다. 제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지 스님의 좋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법륜 스님
남에게 베풀어주고 좋은 일을 하면 좋은 결과가 와야 할 텐데, 좋은 일을 하고도 나쁜 결과가 나타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사람들이 이런 말로 위로 합니다.
‘좋은 일을 하고 욕을 얻어먹으면 오래 산다.’
이런 복 이야기는 다 현재를 합리화하는 이야기입니다.
전생에 복을 많이 짓지 못해서 이번 생에 여자가 됐다는 말은 여자를 차별하는 걸 합리화하는 데서 나온 말이에요. 하느님이 남자 갈비뼈를 빼서 여자를 만들었다는 것도 여자를 차별하는 이야기입니다.
전생에 죄를 많이 지어서 장애인이 되었다는 것도 장애인을 차별하는 얘기입니다. 장애인이 된 게 전생의 죄나 하느님의 벌하고 무슨 관계가 있고, 여성으로 태어난 것이 전생에 지은 죄와 무슨 관계가 있겠어요?
‘전생에 복을 많이 지어서 이번 생에 왕이 됐다.’
‘전생에 죄를 많이 지어서 이번 생에 종이 됐다.’
이런 건 다 이 세상에서 종과 왕의 차별을 합리화시키기 위해서 나온 논리예요. 불교의 가르침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이걸 불교라고 생각해서 믿는 사람들이 지금 많아요.
이런 건 남성 중심 사회, 권력 중심 사회, 돈 많이 가진 사람 중심 사회를 합리화하고 세뇌시키는 잘못된 철학, 믿음, 종교예요. 부처님은 이런 걸 확 해체시켜버린 분입니다.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브라만이라고 성스러운 게 아니고, 천민이라고 부정한 것도 아니다. 남자라고 신성한 것도 아니고, 여자라고 부정한 것도 아니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그런데 과거에 그렇게 세뇌된 내용에 자꾸 본인이 사로잡히면 어떻게 될까요? 즉문즉설을 하다 보면 이런 얘기하는 사람이 있어요.
‘저는 첫 번째 남편이 죽고, 두 번째 남편과는 이혼하고, 세 번째 남편하고 결혼했어요. 제가 참 남편 복이 없습니다.’
그러면 저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아니에요, 당신은 남편 복이 있습니다. 얼마나 남편 복이 있으면 결혼을 세 번이나 하겠어요? 저 같은 사람은 한 번도 못 해봤잖아요.’ (웃음)
세 번 결혼한 것에 대해 왜 열등의식을 가져요?
‘너는 결혼 한 번밖에 못 해봤지? 난 세 번이나 해봤다’ 이렇게 자랑스럽게 생각하면 안 되나요? 질문자도 마찬가지예요.
‘너희는 평생 한 부모만 모시고 살았지? 나는 세 부모를 모시고 살았다’
이렇게 자랑스러워하면 안 되나요? 재물이며 다른 것은 많으면 좋다고 하면서 왜 부모는 많으면 안 좋아요? 이 모두가 잘못된 생각입니다. 많은 게 좋은 것도 아니고, 적은 게 좋은 것도 아니에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있으면 있어서 문제라고 하고, 없으면 없어서 문제라고 하고, 많으면 많아서 문제라고 하고, 적으면 적어서 문제라고 해요. 그걸 지금 탓해서 뭘 어쩌겠어요? 이미 다 지나간 일이잖아요.
내가 이 남자 저 남자를 오가며 결혼을 여러 번 한 것은 욕망에 끌려다닌 것이니까 문제가 될 수 있어요. 그러나 결혼했는데 남자가 죽고, 그런 뒤에 결혼한 남자가 또 죽고, 세 번째로 결혼한 남자도 또 죽었다고 하면 그건 상대의 명대로 살다 죽은 것이기 때문에 나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그럴 때 ‘다른 사람은 평생 한 남자하고만 살아보는데 나는 그래도 복을 많이 지었는지 여러 명과 살아보네.’ 이렇게 관점을 확 바꿔버리면 안 되나요? 내가 싫거나 좋다고 이리저리 상대를 바꾸면 그건 욕망이지만, 상대가 죽어버리면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에요?
아침에 눈 떠 보고 안 죽었으면 ‘감사합니다, 부처님’ 이러고 살아보세요. 그러면 문제 될 게 하나도 없어요.
이렇게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그렇게 해도 도저히 관계가 개선되지 않고 못 살겠으면 결혼 생활을 그만두면 되잖아요. 요즘 시대에 그게 뭐가 문제예요?
자기를 자꾸 불쌍하게 만들지 마세요.
부처가 될 성품을 가진 사람으로 태어났는데, 왜 이 천하에서 당당하게 살아가지 못하고 자꾸 자기를 불쌍하게 만들어요? 시험관에서 태어났으면 어떻고, 엄마가 혼자서 낳은 아이면 어때요? 그게 뭐가 문제예요?
여자가 혼자서 애를 낳은 경우 중에 예수님같이 훌륭한 사람도 있고, 고주몽 같이 나라 하나를 세운 사람도 있는데요. 어머니가 병원에서 나를 낳은 뒤 가버린 게 뭐 어때요? 그게 뭐가 문제예요? 오히려 낳아준 어머니한테 감사해야죠. 안 낳아줬으면 세상 구경을 못 했을 거잖아요.
“어떤 마음으로 수행을 하면 좋을까요?”
“살아있어서 감사합니다, 이 사실만 명심하고 살면 돼요. 앞으로 어떤 일을 당하고 어떤 일이 생겨도 ‘아이고, 그래도 살았잖아!’ 이렇게 생각하고 당당하게 살아가시면 좋겠습니다.”
수행이라는 것은 특별한 교리를 외우거나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게 아닙니다. 일상에서 마음이 부정적으로 일어날 때 그 마음을 긍정적으로 바꿔서 편안하고 자유롭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수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