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모 하아리티

부처님 당시 대솔국이라는 나라에 한 여인이 있었는데 
그녀는 수많은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 
그들을 보통 이상으로 귀여워하고 사랑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남의 어린 아기를 훔쳐다가 잡아먹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러한 그녀 때문에 비통에 잠긴 부모들이 한둘이 아니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원망하고 비난을 하였으나 그 여인의 남편이 세도가 당당한 
나라의 대신이었기 때문에 피해를 당한 부모들은 보복할 수가 없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마침 이곳에 들렸을 때 아난다가 부처님께 말했습니다.
"거리에 나갔더니 많은 사람들이 슬픔에 처해 있고 울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 까닭을 물었더니 아기를 빼앗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한 집이 하나 둘이 아닌 듯합니다."
부처님은 한동안 조용히 앉아 묵상을 하시더니 이윽고 눈을 뜨고 말씀 하셨습니다.
"그 여인은 보통의 여인이 아니다. '하아리티'가 인간 세상에 환생한 것이다.
하아리티는 남의 아기를 잡아먹기 좋아하는데, 이를 막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아리티란 귀자모신(鬼子母神), 대야차신(大夜叉神)이라고 하는데 인도
고대 신화의 여인으로, 자식이 1만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아난다가 부처님께 다시 여쭙기를,
"세존께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실 수 있습니까?"
"물론 할 수 있지."
"어떻게 하면 됩니까?"
"그 여인의 막내둥이를 아무도 모르게 데려와 정사 안에 감추어 두어라."
제자들은 하아리티가 집에 없는 틈을 노려 그녀의 막내를 데려다 숨겨
놓았습니다. 하아리티가 남의 아기를 훔쳐 집에 돌아와 보니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막내아들이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아들을 찾았으나 보이자 않자 미친 사람처럼 집을 뛰쳐나와 울며불며 아기를
찾아 헤맸습니다. 그러나 어는 곳에서도 아기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들을 잃은 하아리티는 며칠 동안 미친 사람 모양으로 헛소리를 하며
밥을 먹지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러한 하아리티를 만나기 위해
거리로 나갔습니다.
부처님은 하아리티에게 슬피 우는 사정을 물었습니다.
"제가 집을 비운 사이에 아기를 잃었습니다."
"왜 집을 비웠는가? 아기를 잃어버린 그때 그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부처님의 이 한마디 물음에 흡혈귀와도 같고 냉혈동물과도 같은 하아리티는
입을 다물고 말았습니다. 부처님이 하아리티의 깊은 속을 한 치의 틀림도
없이 찔렀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이 물은 '그때', 그녀는 다른 사람의 자식을
훔치고 있었기 때문에 뭐라고 변명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녀는 그때서야
지금까지 스스로 행해온 자신의 지중한 죄업을 깨닫게 되어 그 과보를
받고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비로소 자기 소행을 깨우친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땅에 엎드려 부처님께 절하며 참회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그대는 그대의 자식을 사랑하는가?"
"네, 사랑하고말고요. 잠시도 곁에서 떨어지고 싶지 않습니다."
"그대는 자신의 자식을 사랑하면서 왜 남의 자식을 훔치는가? 그대에게
자식을 잃은 그들도 자식을 사랑한다. 그들이 자식을 잃고 그대처럼 울고
있음을 알고 있는가? 그런데도 그대는 남의 자식을 잡아먹고 있으니 그 
죄의 과보와 죄의 두려움을 그대는 모르는가? 참회하지 않으면 그대의 
자식들도 남김없이 너의 곁에서 떠나 잃을 날이 올 것이니라."
"세존이시여, 저를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그리고 저를 도와주시옵소서."
하아리티는 진정으로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사랑하는 자식을 잃은 슬픔과,
스스로 지은 죄로 닥쳐올 과보와 공포, 그리고 실로 형언키 어려운 
심정에서 간절히 빌었습니다.
"네가 저지른 일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아는가?"
"네, 알았습니다."
"너의 아들이 돌아오기를 바라는가? 돌아오면 기뻐하겠는가?"
"네, 세존이시여 아들이 돌아온다면 그 보다 더 기쁜 일이 또 있겠습니까?"
"그대가 오늘까지 행한 잘못을 진심으로 참회하고 다시는 그렇게
악독한 짓을 하지 않는다면 자식이 돌아오도록 하리라."
"참회합니다. 참회합니다."
"뉘우친 뜻을 무엇으로 증명하겠는가?"
"아들이 돌아온다면 앞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르겠습니다."
"진정인가?"  "네"
"앞으로는 결코 살생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훔쳐서도,,, 음탕한 욕정에
이끌려서도,,, 거짓말을 말하며 술을 마셔서도 안 된다.
또 지금까지 지은 죄의 보상을 하여야 한다."
"네, 알겠습니다."
부처님은 비로소 그녀의 막내인 '피얀카아라'를 돌려주었습니다.
잃었던 아들을 만난 하아리티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까지 저지른 죄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가슴깊이 느꼈습니다.
그리고 깊이 뉘우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녀는 이미 하아리티가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자식을 잃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한 사람의
하아리티로 인해 고통을 겪었던 그 많은 사람들이 고통에서 벗어나
기쁜 나날을 맞게 된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이처럼 하아리티와 같은 악마도 스스로 뉘우쳐 반성케
하였고 깨달음에 이르도록 인도하셨습니다.
하아리티는 그날로부터 자기의 죄업을 씻기 위해 한없는 결심과 뼈아픈
각오로 남의 자식도 친자식처럼 아끼는 애자모(愛慈母)가 되었다고 합니다.
오늘날에도 빈번히 발생하는 어린이 납치사건, 인간의 죄악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 것 같습니다. 어린이를 유괴하여 금품을 요구하고 심지어는
죽여서 암매장하는 일, 어린이를 납치하여 껌팔이를 시켜 
돈을 갈취하는 일등,,, 내 아이가 귀하고 소중하다면 남의 아이도 그럴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