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스러져 간 넋

<장수멸죄 호제동자 다라니경>에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사람들에게 병이 많고 단명한 이유와 그런 삶이 병을 없애고 
제 명대로 살 수 있는 길은 무엇입니까?" 
문수보살이 많은 대중을 대신해서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사람에게 병이 많고 제 명대로 살지 못하는 까닭은 유산(流産)이 그 근본 원인이니라.
세상에 살면서 지은 죄업 가운데 아무리 뉘우쳐도 씻기 어려운 다섯 가지가 있으니, 
첫째, 아버지를 죽인 죄 
둘째, 어머니를 죽인 죄 
셋째, 태아를 죽인 죄 
넷째, 부처님 몸에 피를 낸 죄 
다섯째, 대중의 화합을 깨뜨린 죄이니라." 
경전은 다시, 
"태아를 죽인 큰 죄를 지었더라도 부처님과 불법을 통해 지성으로 참회하고 
태아의 영혼을 위해 지성으로 천도공양을 하면 죄업이 소멸되고 
이고득락(離苦得樂)한다."고 하였습니다. 
죄악을 죄악으로 알지 못하고 날로 혼란이 깊어가는 이 시대에 업보를 조금이나마 
정화하고자 한다면 수자령의 천도를 위한 지극한 기도를 봉행해야 합니다. 
양수에서 성장하는 태아의 영을 수자령이라고 하는데, 
부모와 인연이 맺어졌지만 이 세상의 햇빛을 보지도 못하고 어둠 속으로 
스러져간 불쌍한 어린 영혼들을 말합니다. 
그리고 수자령의 천도를 위한 지장보살님을 수자지장이라고 합니다. 
오른손에는 아미타불을 모신 석장을 짚고 왼손으로는 동자를 안고 있는 
수자지장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은 불교설화에서 유래합니다. 
"이승과 저승 사이에 삼도(三途)의 강이 흐른다. 
이 강가 모래밭에는 부모자식의 인연이 두텁지 못해 어려서 죽은 갓난아이와 
햇빛도 보지 못하고 죽어간 핏덩이들이 모래밭에서 고사리 손을 모아 
탑을 쌓고 있다고 한다. 
부처님의 공덕을 빌어 삼도의 강을 건너서 고사리 손을 모아 돌 하나를 들고 
어머니를 부르면서 합장하고, 다시 하나의 돌을 들어 아버지를 생각하며 탑을 
쌓는다. 
그러나 하나의 탑이 완성되어 갈 때쯤이면 저승의 도깨비들이 나타나 
호통을 치며 쇠방망이로 탑을 부숴버린다. 
애써 쌓아올린 탑이 무너져 내리면 어린 영혼들은 그만 모래밭에 쓰러져 
서럽게 서럽게 울다 지쳐서 잠이 들어 버린다. 
이때 지장보살님이 눈물을 흘리며 나타나서 옷자락으로 어린 영혼을 감싸 안으면서 
'오늘부터는 나를 어머니라고 불러라'하면서 삼도의 강을 건네준다." 
가슴을 에이고 뼈를 깎는 듯 한 슬픈 이야기 입니다. 
저승의 어머니 지장보살님을 의지하여 부모의 죄업을 씻고 
어린 영혼을 천도하는 의례는 이로부터 시작한 것입니다. 
어둠에서 어둠속으로 스러져 간 어린 넋들의 천도를 발원하고 
우리 자신들의 죄업을 참회하기 위해서는 지극한 마음으로 기도를 올려야 합니다. 
올 한해는 여느 해 보다 낙태가 많았다고 합니다. 
말띠해라고 해서 그렇다지요? 
오늘은 그들 수자 영가를 위해 기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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