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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과 동행을/💕법문의도량

소를 타고 소를 찾는 자여

by 혜명(해인)스님 2018. 7. 13.

    옛날 소요스님이 계셨습니다.
    경율논 삼장을 통달한 대 강사였지만 경전을 아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생사해탈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어느 날 서산대사를 찾아가서 법을 가르쳐 주실 것을 청하였습니다.

    그런데 서산대사께서는 이를 승낙한 후, 그날부터 소요스님이 능통한 능엄경을 그것도 하루 다섯줄씩만 가르쳐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소요스님이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한심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생사해탈을 하기 위해서 찾아왔는데, 법은 가르쳐주지 않고 반년이 넘도록 자신이 학인들에게 가르쳤던 능엄경만 가르쳐주니 화가 날 지경 이였습니다.

    그러던 차에 하루는 서산 대사께서 무슨 책을 보시다가 소요스님이 오자 재빨리 책을 주머니 속에 넣으셨습니다. 그 후 누차 때와 콧물로 찌든 그 책을 보시다가 소요 스님만 들어오면 행여 볼세라 황급히 안주머니에 넣곤 하시니, 그 책에 대한 소요 스님의 관심은 차츰 더 깊어졌습니다.

    급기야는 서산대사께서 잠자는 틈을 타서 그 책을 보려고 하였으나 그 순간 서산대사께서 깜짝 놀라 일어나 책을 더 소중히 감추어 버리셨습니다.

    그 책을 보려야 볼 수가 없게 되자, 소요 스님은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서 서산 대사께 하직을 고했습니다. 그제야 서산대사께서는 자신의 생명처럼 소중히 여기던 때와 콧물에 찌든 그 작은 책을 주면서 "가려거든 이 책이나 가지고 가게. 그러나 내 화장은 자네가 할 걸세." 라고 하셨습니다.

    소요스님이 그 책을 받아 그 곳을 떠나서 한참 가다가 산령마루에서 쉬면서 궁금증에 못 이겨 꺼내어 펴보니, 다음과 같은 게송이 적혀 있었습니다.

    우습다 소 탄 자여

    소타고 소 찾누나.

    오고 감에 그림자 없으면

    물거품 다했다 하리

    이 송을 본 소요 스님은 그 자리에서 확연대오 하였습니다.
    그리고 보니 서산 대사의 은혜가 얼마나 크신 것인가를 알게 되어 가던 길을 뒤돌아 왔으나, 서산 대사께서는 이미 열반에 드신 후였습니다.

    그래서 서산대사님의 말씀대로 소요스님이 서산대사의 화장을 하셨다고 합니다.

    위의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바로 당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한 평생 사시면서 어떤 사람은 깨친 삶을, 어떤 이는 깨치지 못한 삶을 사시다가 죽게 됩니다.
    위에서 소는 성품을 말 합니다.
    이 글을 읽고 바로 깨치시기 바랍니다.

    또 다른 소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구레 천은사 삼일암 선방의 유명한 설화가 있습니다.
    이 삼일암 선방은 박성월이란 견성도인을 조실로 모시고 있었는데, 동안거 전날 이곳에 70세 노령 호은 노장이 올라와서 "중노릇 수십 년 동안 염불이나 강당 아니면 기도 도량만을 찾아 돌아다녔지 단 한 번도 참선은 해본 일이 없으니 이번에는 소승도 큰 절에 오르내리며 스님네들과 같이 참선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하고 간청 하였습니다.

    마누라까지 있는데다 술 잘 먹는 주태백이여서 입승은 물론 온 선방 대중이 반대하는데도 박성월 조실께서는 허락을 하고 이왕이면 아주 올라와서 공부를 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러자 이 분은 빌려 준 돈 문서며 쌀 문서를 지켜야하고 더구나 마누라 궁둥이를 떠날 수 없으니 올라 다니며 공부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이 말을 듣고 있던 전국에서 모여든 선승 50여 명은 모처럼 도인 박성철조실을 모시고 공부 한철 잘 해보겠다는 꿈이 깨졌다고 낙심들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조실의 허락이 떨어졌으니 할 수 없이 그 이튿날부터 같이 결제를 하고 공부를 하는데 시간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어떤 때는 낮에 오고 어떤 때는 수염에 고드름을 주렁주렁 단 채 새벽에 오기도 하였습니다.

    게다가 수염에 달린 고드름은 녹아 물이 되어 바닥에 뚝뚝 떨어지는데 앉은 채로 드렁드렁 코를 골며 자기 일쑤였습니다. 이렇게 반 살림이 지난 어느 날, 수덕사에 계셨던 이혜암 스님(이 때는 공부하는 수좌로 다니실 때 이었다.)이 6년 전에 혜월선사 회상에서 들었던 법문이 생각나서 성월 조실께 다음과 같이 여쭈워 보았습니다.

    "어떤 수좌가 혜월선사께 "소를 타고 소를 찾는데 그것이 어떤 도리입니까 ? 하고 묻자, 혜월선사께서 그런 소리나 외워가지고 다닌다며 수좌를 꾸짖으셨습니다. 혜월선사께서 잘하신 것입니까 ?" 성월 조실께서 말씀 하셨습니다.

    "혜월선사가 그래 가지고 어떻게 학인들의 눈을 뜨게 하겠는가?
    "그러면 조실스님 같으면 그 때 무엇이라 하겠습니까?"
    "그 젊은 수좌가 혜월선사께 물은 것과 똑 같이 그대가 내게 물어보라."
    혜암스님이 가사장삼을 입고 큰 절을 세 번 드린 후에 성월 조실께 여쭈었습니다.

    "소를 타고 소를 찾는데 그것이 무슨 도리입니까?"
    "그대가 소를 타고 소를 찾는다하니, 찾는 소는 그만두고 그 탄소나 이리 데리고 오너라."
    묻던 혜암스님은 말이 막혀 멍하니 앉아있는데, 참선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겨우 비철 동안 참선이라고 한 이 70세 고령 호은노장이 옆에서 듣고 있다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며 큰 소리를 쳤습니다.

    "대중스님네는 다 몰라도 나 혼자만은 알았습니다."
    그때 대중들이 어지럼병이 지랄병이 된다더니, 저 노장이 술만 먹으면 미치더니 이제는 술 먹지 않아도 미친다고 비웃었습니다.

    성월 조실께서 그러지들 말라고 하고 그 노장을 조실 방으로 부르셨습니다.
    그리고는 불조의 공안에 대해 차근차근 물으니, 하나도 막힘없이 다 대답을 하여 결국은 인가를 하셨습니다.

    이 광경을 지켜 본 혜암스님은 눈앞이 캄캄하여 사흘 동안 먹는 밥알이 모래알을 씹는 것 같았다고 하여 박추담스님은 꼬박 10일 동안 앉아 단식정진을 하다가 아래윗니가 모두 솟아 내려않고 거의 죽게 되어 혜암스님이 백리 길을 다니면서 약을 구해 살렸다고 합니다.

    당시 참선은 내로라하던 50명의 선승들은 비웃었던 그 노장이 성월조실의 인가를 받아 법을 이어받고 흐느껴 울며 "만약에 조실스님께서 나를 붙들어 주지 않았다면 영겁을 무명 속에 헤맬 뻔 하였습니다." 라고 하는 것을 보고 넋을 잃었다고 합니다.

    그 노장은 바로 내려가서 부인에게 한 살림 차려 따로 살도록 마련해 주고, 해제가 되기도 전에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금강산 석왕사의 조실로 초청되어 갔습니다.

    선 공부는 이렇게 시간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바로 드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본연님이시여 오늘은 선문 중에서 자주 이야기 되어 온 소에 대하여 두 가지를 말해 왔습니다.

    소를 타고 소를 찾는다니 찾는 소는 그만 두고 탄 소나 이리 데리고 오라." 라고 하면 무엇이라고 대답 하시겠습니까 ?"

    * 답 : 그 소가 차지하고 남은 땅이 있거든 가르쳐 주시오.
    그러면 그 땅으로 끌어 오리다.
    (불자를 조용히 흔들고서 법좌를 내리다) 대원 법문집 참조.


    불기 2553 년 8 월 14 일.

    백운산 금선사 보산 법광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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