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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과 동행을/💕법문의도량

행자시절 회상

by 혜명(해인)스님 2018. 7. 13.

    내가 행자로 입산해서 수행에 들어갔을 때는 나라의 살림살이가 매우 어렵고 살기가 힘들 때 이였다.
    생존하기가 어려웠던 시기였다.
    못 먹어 허기져 죽는 사람들도 있던 시절이었다.

    노장스님 들은 다 떨어진 누더기를 깁고 기워 입었으나 밖으로 풍긴 멋은 대단하였다.
    나는 내 어린 눈에 보인 큰 스님들의 그 고고한 멋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지금 젊은 날 발심 했던 그 풋풋하고 긴장된 초발심을 잊지 않으려고 오늘도 좌복위에 앉아 내 마음의 흐름을 관하고 있다.

    나무아미타불을 부르고 부르다가 마침내 심연으로부터 올라오는 환희심이 가슴에 차오르는 경험을 할 때는 누구에게 말 못하고 혼자서 기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승려의 본연의 길을 굳건히 걷고자 동료끼리 서로를 격려하였고 단 한 순간도 잠들지 못하게 하는 그 서슬 푸른 초발심을 낸 시기는 그 어려웠던 행자 시절이었다.

    산 새벽 청량한 공기가 쏴-아 코로 스며든 채 염불을 하며 도량석을 할 때의 환희로움이란 그 가슴 가득 번져 오던 환희가 행자시절 초발심의 시초였다.

    불이 활활 타는 부엌에서 부지깽이로 목탁치고,
    양재기를 엎어놓고 종치는 법을 배우며,
    김치, 간장 달랑 놓고 밥을 먹어도 꿀맛 같은 때가 엊그제 같은 감상을 80 격에 접어든 지금 나는 즐거움으로 회상해보고 있다.

    잠을 이기지 못해 곤욕을 치러야 했다.
    꼭두새벽에 일어나 잠이 채 깨지도 않은 상태에서 공양간에 들어가 문턱에 걸려 넘어지고, 손을 베기가 몇 번 이었던가!! 설거지 후 손을 관리 할 겨룰이 없어 손등이 쩍쩍 갈라져 따갑고 간지러워 손바닥으로 꼭꼭 누르면 시원하면서 누르끄럼 한 피가 올라와도 계속 눌렸던 모습이 지금 내 눈에 선 - 하다.

    노장스님들은 석유기름 아낀다고 늦게까지 초롱불을 못 켜게 해서 마음 맞은 다른 행자와 이불을 뒤집어쓰고 밤늦도록 어떻게 수행의 길을 가야할지 ! 이야기 하다 보면 새벽 종소리가 울리고, 신심이 활활 타던 때 이었다.

    청소하고,
    공양 준비하고,
    심부름하고,
    예불하며 경 공부하는 구도의 길을 반복하고 있었다.

    사미계를 받는 날 !
    아 ! 부처님 제자 됨을 서약하는 목숨을 내 놓고 정진의 길을 가겠다는 장엄하디 장엄한 자리가 아니었던가!! 참으로 죽을힘을 다해 버티고 버티었다.

    출가 전에 익힌 것들을 모두 털어내고 깊이깊이 하심한 시기였다.
    참 사람이 무엇인지 깨우치던 시기 !
    출가의 길에 가장 복된 시절 !
    깨끗하고 고고한 모습으로 살겠다고 그 천진난만한 어린것이 지금 생각해도 총명함과 생기를 담고 있었던 것 같다.

    마음 씀씀이마다, 행동 하나하나가 물욕과 떠나 있었다.
    밖으로는 공이요.
    마음 안은 텅ㅡ 빈 마음이었다.
    앞으로 커서 땀 흘리지 않고 사는 불한당(不汗黨)이 되지 않겠다고 생각했고 열심히 정진하여 사물을 바르게 보고 바르게 행동하려고 애써 살아온 그 바탕이 행자시절에 다 쌓아 놓은 경험인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한 평생 애 썼으나 그때 행자 시절에 키워온 마음이 내가 살아온 삶의 밑바탕이 된 것 같다.

    오늘 노장이 된 지금 내가 깨달아 세상이 내게 준 것보다 세상에 더 많은 회향을 해야 되겠다고 감상에 젖어본다.

    그리고 그 어린 행자시절 난 고고하게 살겠다고 다짐 다짐 했던 그런 마음이 지금도 나를 지탱하는 힘이었음을 느낀다.

    땀 흘리지 않고 성공 할 수 없다.
    어떨 땐 어린 행자때 생각에 못 미쳐 늘 쑥스럽고 고마운 마음으로 산다.
    참으로 오래 고독하게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순간순간 지나가면서 나의 행자시절을 지냄으로써 얼마 되지 않은 지식, 지혜, 상식, 경험, 창조, 돈- 실로 서투른 판단과 행동을 가지고 용케도 살아왔다.

    이것이 다 행자 시절에 혹독한 훈련의 덕택으로 생각되어 더욱 값진 감상으로 회상해 본다.


    불기 2553년 9 월 1 일.

    백운산 금선사 보산 법광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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