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돈 없이 베푸는 일곱가지 (無財七施)보시-卍
이 보시에는 흔히 세 가지 형태의 보시가 있습니다. 《대지도론》 제 14에 보면 보시의 유형으로 법시(法施)·재시(財施)·무외시(無畏施)를 들고 있습니다. 여기서 법시란 진리를 모르고 무명 속에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재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하는 보시의 개념으로 물질적인 것을 남에게 베푸는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외시는 다른 사람에게 정신적 불안이나 공포를 주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보시입니다. 일반적으로 무엇을 베푼다고 할 때 거기에는 당연히 어떤 물질적인 것이 상정됩니다. 특히 물질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시하면 당연히 돈이나 물질을 떠나서 생각할 수 없지요. 하지만 불교에서는 물질을 가지지 않고도 7가지의 보시를 베풀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재물을 갖지 않고 베푸는 일곱 가지 보시'라는 뜻의 무재칠시(無財七施)입니다. 1. 안시(眼施) 부드럽고 편안한 눈빛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을 말합니다. 부드럽고 안온한 눈빛 하나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보시가 됩니다. 요즘처럼 서로가 서로를 이기고 극복해야할 경쟁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만나면 서로 첫눈에 강한 눈빛으로 상대를 제압하고자 날카롭게 반짝이는 눈빛으로 상대를 대합니다. 이런 눈빛은 사람들에게 경쟁심을 불러일으키고 불신을 심어주며 마음을 불안하게 합니다. 그럴 때 부드럽고 편안한 눈빛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보시가 되는 것입니다. 2. 화안열색시(和顔悅色施) 자비롭고 미소 띤 얼굴로 사람을 대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도 안시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흔히 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보고 늘 싸우는 표정이라고들 하지 않습니까? 성난 표정, 그리고 무심한 표정은 사회를 삭막하게 하고 서로 간에 말없는 긴장감을 조성합니다. 하지만 얼굴에 화기애애하고 기쁨으로 가득 찬 미소를 머금은 표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주위의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안겨주는 소중한 보시가 되는 것입니다. 3. 언사시(言辭施) 공손하고 아름다운 말로 사람들을 대하는 것을 말합니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 갚는다는 속담도 있잖아요. 우리는 늘 험악한 말들을 쉽게 합니다. 일상생활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인터넷 게시판이나 대화방 같은 곳에 가보면 정말 눈뜨고 못 볼 지경입니다. 이렇게 험악한 말이나 가시돗힌 말은 자칫 상대방과 언쟁을 일으키고 분쟁에 휘말리게 합니다. 언사시는 삼업(三業) 가운데 구업(口業)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우리가 몸으로 짓는 열 가지 업 가운데 입으로 짓는 업이 무려 네 개나 된다는 점을 상기해 봐도 우리의 언어생활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천수경에서도 첫 구가 바로 우리의 구업을 깨끗이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부드럽고 친절하며 예의바른 말 한 마디, 그것은 자신의 인격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그를 대하는 다른 사람에게는 따뜻한 보시행이 되는 것입니다. 4. 신시(身施) 예의 바르게 친절하게 사람들을 대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몸으로 베푸는 보시행으로 삼업 가운데 신업(身業)에 해당합니다. 사람을 만나면 공손한 자세로 반갑게 인사하고, 어른을 만나면 머리 숙여 인사할 줄 알고, 몸으로 남을 돕는 이런 행위들이 바로 몸으로 베푸는 보시행입니다. 이렇게 공손하고 예의바른 몸가짐은 우리 주위의 많은 사람들에게 훈훈한 마음을 안겨주는 보시행입니다. 5. 심시(心施) 착하고 어진 마음을 가지고 사람을 대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마음으로 이웃들에게 베푸는 보시행으로 삼업 가운데 심업(心業)에 해당합니다. 마음가짐을 늘 따뜻하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상대를 대한다면 우리 사회는 한 결 아름다운 사회가 될 것입니다. 이렇게 마음을 착하게 가지고 사람을 대하는 것도 하나의 소중한 보시행입니다. 6. 상좌시(床座施)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은 요즘 같은 때 얼마나 필요한 보시인지 모릅니다. 전철을 타거나 버스를 탓을 때 젊은이들이 노약들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고 눈을 감고 자는 척 하는 광경을 자주 봅니다. 하지만 노약자에게 또는 지치고 힘든 사람에게 자리 하나를 양보하는 것도 참으로 아름다운 보시행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7. 방사시(房舍施) 사람을 방에 재워주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은 요즘같이 부동산을 재산의 중요한 목록 가운데 하나로 생각하는 사회에서는 엄격히 말해서 무재시라고 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있는 집에 사람을 재워 준다고 했을 때 돈 드는 일이 아니므로 무외시로 분류했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옛날에는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으므로 밤길을 가다가 남의 집에 하룻밤 묵어가는 일이 많았을 것입니다. 요즘처럼 거리에 노숙자들이 많은 어려운 시절이라면 이것도 크고 아름다운 보시행이겠지요. 이상이 물질을 가지 않고도 남을 위해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보시행입니다. 어쩌면 요즘처럼 물질적으로 풍요한 사회에서는 이같이 무재칠시가 오히려 더 의미 있는 보시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를 아름답고 정이 넘치는 공간으로 만드는데 있어 이 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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