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장(地藏)신앙의 이해 4,-제 6절 지장신앙의 신행과 실천,
지장신앙은 지장의 본원력을 믿는 신앙이며, 지장보살의 끝없는 구제력에 의지하는 신앙이다. 또한 망자를 천도하고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신앙이다. 그러나 지장신앙의 적극적 의미는, 우리 스스로가 지장을 닮아가는 신앙이며, 지장의 본원을 우리의 본원으로 받아들이고 스스로 지장이 되어가는 신앙이다. 그래서 지장 신앙의 핵심은 막연히 지장보살의 본원에 의지하는 타력신앙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장보살님의 본원을 따라 보살행을 실천하는데 있다. 이같은 원칙을 근본으로 생각하며 지장 신행의 구체적인 예를 살펴보자. 1. 칭명염불 지장보살의 본원력을 믿고 그 본원력에 의지하여 구제 받고자하는 신앙이다. 이처럼 지장의 본원력에 의지하는 신행의 형태가 바로 지장보살의 이름을 부르는 지장정근이다. 지장경에서는 지장보살의 구제력이 필요한 때에는 언제든지 지극한 마음으로 지장보살마하살의 이름을 부르고 생각하고 귀경하고 공양하면 그에 상응한 도움을 얻어 구제될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만일 어떤 유정이 갖가지 욕구로 근심과 고통이 절박하더라도 지극한 마음으로 지장보살마하살의 이름을 부르고 생각하고 외우면서 귀경하고 공양하면 구하는 모든 것을 법에 따라 얻게 되며 모든 근심과 고통을 떠나게 되며, 그 응하는 바에 따라 천상에 태어나며 열반의 길에 이르게 된다." 《대승대집지장십륜경》 지장신앙에서 칭명염불은 실제로는 불·보살의 가피를 입고자 하는 타력신앙의 형태 안에서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남녀노소·지위고하·수행의 깊고 낮음을 막론하고 한 마음으로 지장보살마하살의 이름을 부르는 중생은 누구나 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모두 해탈을 얻게 된다. 그러나 단순히 기복을 바라며 지장보살 정근만 한다고 해서 가피를 받는 것은 아니다. 확실한 믿음과 참되고 올바른 마음으로 기도를 해야 가피가 있다. "만일 잡되고 어지럽고 더러운 마음이면 비록 나의 이름을 부른다 하더라도 들었다고 하지 못할 것이요, 확실한 신해(信解)를 내지 못하고, 다만 세간의 선한 과보만을 얻게 되며, 광대하고 깊은 미묘한 이익을 얻지 못한다. 이와 같이 잡되고 어지럽고 더러운 마음은 그 닦아진 일체의 모든 선을 따라 모두 깊고 큰 이익을 얻을 수 없다." 《점찰선악업보경》 이처럼 칭명염불을 통해 크고 광대한 지장보살님의 가피를 얻기 위해서는 일심으로 기도를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지장보살의 수승하고 광대한 본원력을 생각하며 스스로 그 본원을 자기화 하려는 실천적 수행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마땅히 마음을 단단히 잡아매어, 나 지장보살마하살을 공양한 다음에 마땅히 이름을 부르거나 또는 묵묵히 외우고 생각하며 한 마음(一心)으로 나무 지장보살마하살이라고 아뢰야 한다."《점찰선악업보경》 2. 참회와 점찰법회 지장신앙의 발생이 말법시대의 위기감에서 출발했으므로 지장신앙은 참회를 강조한다. 또 지장신앙은 철저한 인과응보의 인과율에 근거한 신앙이므로 죄업을 참회하고 업장을 소멸하는 것이 신행에 중요한 요체가 된다. 일반적으로 참회는 계율과 관련하여 이를 어겼을 때 행하는 것이다. 인간은 선업을 쌓을 수 도 있고 악업을 쌓을 수 도 있다. 그리고 그 업은 몸(身)과 입(口)과 마음(意)이라는 삼업(三業)을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만일 악업을 지으면 그 업보로 인해서 해탈에 장애가 되므로 이를 청정하게 하기 위한 수행법이 참회이다. 그러나 지장신앙에서 행하는 참회는 말법시대의 근기가 약해진 중생들의 업장을 소멸하기 위해 마련된 대중적인 참회법이므로 보다 쉽게 구성되어 있다. 즉 점찰법회가 그것인데, 점찰법회는 목륜상(木輪相)을 이용하여 자신의 업보를 점쳐서 그 결과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참회하도록 하는 의식이다. 이같은 점찰법회는 말법 시대의 하근기 중생들에게 보다 쉬운 형태로 자신의 업보를 깨우치고 참회하도록 하기 위한 의식이다. 점찰법회는 자신의 업을 살펴서 악업을 참회하여 마음을 청정하게 함으로써 중생의 해탈을 도모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마땅히 알아라. 만일 오는 세상의 중생들이 생·노·병·사로부터 제도와 해탈을 구하려고 처음 배우고 발심하여 선정과 형상 없는 지혜를 닦아 익히려고 하는 자가 있으면, 그들은 의례 먼저 지난 세상에서 지었던 악업의 많고 적음과 그 가벼움과 무거움을 먼저 관하라. 만일 악업이 많고 두터운 자가 있으면 곧 선정과 지혜를 배워 얻지 못하니, 당연히 먼저 참회의 법을 닦아야 한다."《점찰선악업보경》 이상의 인용문에서 나타나듯이 해탈을 얻기 위해서는 선정과 지혜를 닦아야 하지만 그 선행조건으로 참회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므로 지장신앙이 맹목적인 지장의 본원력에 의지하는 타력신앙만이 아님을 여기서 확인 할 수 있다. 곧 지혜와 선정을 닦아야 해탈하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 그 전제조건으로 참회를 주장한다. 그러므로 지장행자는 참회를 통해서 지장보살이 구제해 줄 것이라는 타력적 의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스스로가 자신의 업장을 소멸하는 과정을 밟게 된다. 3. 회향(回向) - 스스로 지장이 되는 과정 회향(回向)은 자신의 공덕을 다른 사람을 위해 돌리는 것을 말한다. 지장보살은 자신이 갖춘 무량한 공덕을 고통 받는 중생들을 위해 회향하고 있다. 지장행자의 수행은 지장보살님을 닮아가는 것이다. 스스로 지장보살님을 자신의 스승으로 받아들이고 지장보살님이 모든 중생을 위해 자신의 공덕을 회향했듯 우리들도 기도와 정진과 수행을 통해 지은 공덕을 이웃과 다른 사람들을 위해 회향해야 한다. 그것이 지장신앙을 올바로 받드는 길이다. 《지장보살본원경》에는 회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씀하고 계신다. "지장이여, 미래세 가운데에 만일 또 착한 남자와 착한 여인이 불법 가운데에 보시·공양하거나 탑사를 보수하고 경전을 잘 꾸며 선근(善根)을 심는다면, 또는 한 터럭 한 티끌, 한 모래알, 한 물방울만큼의 착한 일을 다만 능히 법계에 회향하면 이 사람은 그 공덕으로 백 천생 가운데 으뜸가는 묘한 즐거움을 얻는다. 그러나 단지 자기 집 권속이나 자신의 이익에만 회향하면 이와 같은 과보는 곧 삼생의 즐거움을 얻는데 그칠 뿐이다. 하나를 베풀면 만 가지 과보를 얻는다. 그러므로 지장이여, 보시의 인연 그 일은 이와 같다." 《지장보살본원경》 제 7절 지장신앙의 의례와 기능 지장신앙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의례는 주로 망자의 천도를 기원하는 의례로써 시왕경에 의거한 49재와 예수재가 있으며 이와는 별도로 지장경에서 직접적으로 의거한 지장재일이 있다. 1. 지장재일 지장재일은 불교의 중요한 10재일 가운데 하나로 관음재일과 함께 우리나라 불자들이 가장 많이 지키고 있는 재일이다. 지장재일을 비롯한 십재일은 팔관재에서 유래한 것으로 그 경전적 근거는 지장경에서 비롯되고 있다. "만일 오는 세상의 중생이 월 초하루·초여드레·열 나흘·열닷새·열여드레·스무 사흘·스무 나흘·스무 여드레·스무 아흐레 내지 그믐, 이 모든 날에 모든 죄를 모아서 그 무겁고 가벼움을 정하고, 이 십재일에 불·보살과 모든 현인과 성인의 상 앞에서 이 지장경을 한 번 읽으면, 동서남북 백유순 안에서는 모든 재앙이 없을 것이고, 마땅히 집에 머물면 어른이든 아이든 현재 미래 백천세 가운데 영원히 '악한 것이 원인이 되어 태어나는 곳'을 떠날 것이다. 그리고 십재일 마다 이 경을 한 번씩 읽으면, 가령 현세에 이 집에 머문다고 할지라도 모든 횡액과 병이 없고 입을 것과 먹을 것이 풍부할 것이다." 《지장보살본원경》 이처럼 지장본원경에는 지장재일뿐 아니라 10재일을 지킬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 지장경에 따르면 위에서 보았듯이 10재일이 모두 지장신앙과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과 같이 관음재일, 약사재일과 같은 명칭이 붙어 있지 않다. 결국 이들 10재일은 모두 지장신앙과 관련된 재일이었으나 후대로 오면서 각 날짜마다 해당 불·보살이 정해지고, 지장보살은 십재일 가운데 하루만 배당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지장재일은 날짜 면에서 줄어들었지만 그 의미에 있어서는 결코 퇴색되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서 10재일 가운데 다른 대부분의 재일들은 오늘날 잘 지켜지지 않고 있지만 관음재일과 지장재일만은 면면히 내려오면서 아직도 대부분의 사찰에서는 이날 기도법회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2. 예수재 예수재(豫修齋)는 말 그대로 '미리 닦는 재'로써 생전에 사후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불사를 행하는 것으로 다른 말로 역수(逆修)라고도 한다. 사후 중생의 천도를 위해 행하는 의식이 사십구재라고 한다면 예수재(豫修齋)는 살아 있는 동안에 스스로 자기 자신의 재를 미리 지내서 죽은 뒤에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것을 말한다. 이 예수재는 바로 《지장보살본원경》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만일 어떤 남자나 여인이 살아있을 때에 선인(善因)을 닦지 않고 여러 가지 죄를 많이 지었다면, 목숨을 마친 뒤에 그의 멀고 가까운 권속들이 그를 위하여 복되고 이로운 일을 지어주면 온갖 거룩한 일의 칠분의 일은 망자가 얻고 나머지 육분의 공덕은 산 사람 스스로에게 이익이 된다. 이와 같은 까닭으로 미래와 현재의 선남선녀들이 이 말을 꾸준히 듣고 스스로 닦으면 그 공덕을 몫에 따라 얻게 된다."《지장보살본원경》 여기서 '살아 있을 때의 선인(善因)'이란 일상적인 선행을 말하기도 하지만 바로 '예수재'와 같은 의례를 지칭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유념할 것은 예수재가 바로 자신의 사후 왕생극락을 위해서 본인 스스로 행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볼 때 예수재는 현생의 삶에 매몰되지 않고 사후의 세계와 윤회의 세계를 믿는다는 전제하에서 출발한다. 그러므로 현실의 삶에 집착해서 탐욕과 죄업을 지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생에서 잘 살다가 죽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수재를 봉행하는 이상 그 사람은 자신의 삶을 인과윤회라는 긴 과정으로 보게 되며 그렇게 되면 현세의 삶에 매몰되어 악업을 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예수재를 통해서 불자들은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고 현재 자신의 삶을 점검하고 새롭게 선업을 닦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같은 견해를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시왕경에 나타난 예수재에 관한 내용이다. 시왕경에 보면 예수재를 한 달에 두 차례 행하도록 한다고 되어 있다. 이는 곧 일상적인 수행의 한 과정으로 예수재가 봉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 달 두 번 공양올림은 늘상 하는 의식이니 한 때라도 빠뜨리면 그 공덕이 적어져서 중음신도 못 피한 채 명부추달 냉엄하리"《불설예수시왕생칠경》 요즘은 윤달이 드는 해에 즉, 4년에 한 번씩 예수재를 행하고 있지만 초기에는 한 달에 두 번씩 예수재를 '늘상 하는 의식'으로 행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미루어 보면 예수재는 단순히 사후의 극락왕생을 위한 재의 차원은 넘어 일상적인 수행과 참회의 의미가 깊었음을 알 수 있다. 3. 사십구재 망자를 위해 행하는 정기적인 의례가 지장재일이라면 망자의 사후에 행하는 대표적인 의례가 사십구재이다. 이는 불자들이 부모나 가족 친지가 사망했을 때 망자의 영가를 천도하는 의식이다. 지장보살은 육도중생 가운데서도 특히 지옥중생의 구제자로 신봉되어 이른바 유명교주로 불린다. 그래서 망자가 가 있는 유명의 세계를 교화하시는 지장보살님에게 망자의 천도를 기원하며 49재를 지내는 것이다. 사십구재는 《지장보살본원경 》'도리천궁신통품'에 그 경전적 전거를 찾을 수 있다. "염부제에서 악을 지은 중생은 처음 죽어서 사십구일이 경과한 뒤에 그를 위하여 공덕을 지어 지옥 고난에서 구해주는 계사(繼嗣-대를 잇는 자식)가 없거나 또 살아 있을 때 먼저 지어 놓은 복(先因)이 없으면 마땅히 본래 지은 죄업으로 인하여 지옥벌을 받게 된다."《지장보살본원경》 "만일 곧 다시 몸이 죽은 후에 49일 안에 널리 여러 가지 좋은 일을 지어주면, 능히 저 중생으로 하여금 영원히 악취에서 떠나서 태어나게 하며, 인간이나 천상에 태어날 수 있으며, 뛰어나게 기묘한 즐거움을 받게 하며, 현재의 권속들도 이익이 한량없다."《지장보살본원경》'이익존망품' 이같이 망자와 현세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것은 곧 현세인에게 망자를 위해 재를 지낼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이는 곧 죽은 부모를 위해 재를 지내는 효의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장보살의 전생인 광목녀나 바라문의 딸은 모두 지옥에 빠진 어머니를 구제하려는 효심으로 재를 올리고 공양을 올렸다. 그리고 어머니를 구제한 뒤 큰 서원을 세우고 지장보살이 되었다. 곧 지장보살 본원의 출발은 효 사상에서 시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사후에 49재를 지내서 망자를 천도하는 것은 결국 효 사상이 근저에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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