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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과 동행을/💕법문의도량

도로써 돈을 써라.​

by 혜명(해인)스님 2021. 11. 25.



도로써 돈을 써라.​

      기껏 살아야 백년도 못 사는 인생.
      어찌 재물과 사람에 얽매여 허덕일 것인가?
      오로지 우리는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주어진 환경은 무엇인가?
      이 또한 '나의 업'이다.​

      그러므로 지금 바로 이 자리에서 과거에 맺은 업을 원만하게 풀고 좋은 인연을 새롭게 만든다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그리고 힘닿는데 까지 남을 도우면서 살아야 하고 수시로 마음자리를 갈고 닦아 영혼을 진화시켜야 한다. 죽은 다음 함께 갈 것 또한 이것뿐이기 때문이다.​

      옛날 큰 부자가 죽으면서 특이한 유언을 남겼다.
      "내가 죽어 시신을 장지로 옮길 때, 반드시 두 손이 관 밖으로 나가도록 하여라."
      유언에 따라 가족들이 상여를 메고 갈 때 두 손을 관 밖으로 내놓아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도록 하였다.

      관 밖으로 내민 두 손.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사람들아, 보아라. 나는 돈도 많고 집도 크고 식솔들도 많지만, 오늘 이때에 당하여 나 홀로 간다. 부귀영화가 얼마나 허망한 것이더냐?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 평생 모은 재산도 한 푼 가져갈 수 없음이니."​

      이렇게 관 밖으로 두 손을 내놓도록 한 까닭은 인생은 올 때도 빈손, 갈 때도 빈손임을 깨우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돈보다 더 소중한 무엇을 찾아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무언으로 깨우치고자 했던 것이다.​

      돈보다 더 소중한 것! 그것은 도이다.
      돌고 도는 돈이 아니라,
      언제나 나와 함께 하는 도인 것이다.​
      도와 돈은 서로 반대편에 서 있다.
      이 두 가지 중에서 돈은 돌고 돈다.

      돌고 도는 돈이기에 돈에 집착하면 집착할수록 윤회의 수레바퀴는 더욱 세차게 돌아간다. 돈에 얽매이면 '나'의 고통과 윤회는 그칠 날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돌지 않는 도, 변하지 않는 도, 항상 고요하여 동요되지 않는 도와 합치면 괴로움은 물론 윤회의 수레바퀴도 구르기를 멈추게 된다.​

      그렇다고 하여 무조건 돈을 적대시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바로 그 돈 속에 도가 있기 때문이다.
      도는 어느 곳에나 있다. 돈 속에도 있다.
      돈 속에 도가 있으므로 도로써 돈을 쓰면 돈을 쓰는 자체가 온통 도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도로써 쓰는 돈. 부처님은 이렇게 돈을 쓰는 것을 보시라고 하셨다.
      부처님께서 일러주신 여섯 가지 해탈법-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반야로 분류되는 육바라밀 중에서 첫 번째에 위치한 덕목은 바로 보시바라밀이다.​

      보시바라밀은 '보시로써 바라밀 한다.'는 말이다.
      보시로써 피안의 세계로 건너가는 지름길을 삼는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보시를 잘하면 능히 해탈대도를 이룰 수 있고, 진정한 평화와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제 보시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보시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재시이다. 물질로써 가난한 사람, 배고픈 사람, 헐벗은 사람에게 베풀어주는 것이다. 물론 노동을 통해 도와주는 것도 이 재물보시에 포함된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맹상군이라는 제후가 살고 있었다.
      권세도 높고 재물도 많은 맹상군은 어느 해 생일날, 호화판의 잔치를 베풀었다.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음식을 차렸고, 아름다운 풍악소리에 맞추어 미희들은 춤을 추었으며, 손님들이 가져온 선물들은 몇 개의 방에 차고도 남았다. 맹상군은 유쾌하여 술잔을 높이 들고 말했다.

      "좋다. 정말 좋구나.
      이렇게 좋은 날,
      나를 슬프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나를 슬프게 할 자가 있다면 후한 상을 내리리라."

      그때 눈먼 장님 한 사람이 앵금을 들고 맹상군 앞으로 다가섰다.

      "비록 재주는 없으나 제가 대감의 눈에서 눈물이 나오도록 해보겠습니다."
      "좋다. 한번 해보아라. 재주껏 나를 슬프게 만들어 보아라."​

      장님은 앵금을 타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천상의 소리처럼 아름다운 선율로 연주하다가 좀 지나자 지옥의 고통 섞인 소리를 만들어 내었고, 연이어 애간장을 녹이는 듯, 창자를 끊는 듯 한 연주를 계속하였다. 모두가 앵금의 소리에 넋을 잃을 즈음, 장님은 기가 막힌 음성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나니
      세상의 모든 일 뜬구름과 같구나.
      무덤을 만들고 사람들이 흩어진 후
      적적한 산속에 달은 황혼이어라​.

      노래가 끝나는 순간 장님이 앵금을 세게 퉁기자 줄이 탁 끊어졌고, 앵금줄이 끊어지는 소리가 남과 동시에 맹상군은 통곡을 했다. 그리고는 무엇인가 좋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날 이후 맹상군은 자기 집에 큰 식당을 만들어놓고, 아침마다 국밥을 끓여 3천 명에게 식사를 제공했다. 그 국밥은 누구든지 와서 먹을 수 있었으며, 3천 명의 식객이 먹는 소리는 20리 밖에까지 들렸다고 한다. 장님의 노랫소리에 인생의 실체를 깨달은 맹상군은 자신의 재물을 풀었다. 굶주린 이들을 위해 매일같이 3천 그릇의 국밥을 만들었던 것이다.​

      비록 우리가 맹상군처럼은 못할지라도 베푸는 일에는 익숙해져야 한다.
      베풀 것이 있을 때 베풀어야 한다.
      '돈을 많이 모은 다음 좋은 일을 하겠다.'고 하면서 미룰 일이 아니다.
      조금 있으면 조금 있는 대로 보시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보시를 하는 그 마음 자체가 바로 도심이요,
      우리를 잘 살게 만들어주는 선공덕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가진 재물로써 능력껏 베풀어 보자.
      가진 것을 베풀 때 인색한 마음은 저절로 사라진다.
      탐하는 마음과 더불어 인색한 마음이 사라지므로 정신은 맑아지고, 재물로써 남을 살렸으니 마음 가득 환희가 넘치게 된다. 이렇게 될 때 우리 앞에 그릇되게 뚫려 있던 탐욕의 길, 투쟁의 길, 삿된 길들은 저절로 사라지게 되고, 지옥, 아귀 등의 추한 세계도 자취를 감추게 되는 것이다.​

      부디 도로써 돈을 써보라.
      틀림없이 좋은 일이 다가오고 좋은 세상이 열리게 된다.​

      -일타스님 -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로다 중에서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