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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과 동행을/💕법문의도량

배를 탄 일도 없고, 풍랑을 만난 일도 없습니다.

by 이初心 2023. 6. 11.


    배를 탄 일도 없고, 풍랑을 만난 일도 없습니다.

    우리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필요한 것 중에 하나는 진심(嗔心) 즉, 화 나는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것입니다.

    중국 송나라 시대 주자의 스승인 정호, 정이 두 형제가 하루는 배를 타고 가다 풍랑을 만나서 죽음 직전에 이릅니다. 사람이 큰 풍랑을 만난 상황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아수라장, 아비규환입니다. 사람들이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면서 아우성을 치는데, 그때 두 형제는 가만히 앉자 있었습니다.

    한참 뒤, 배가 다행히 언덕에 닿아 걸어 나오면서 형제간에 대화를 합니다. 형이 동생에게 “아까 배를 타고 오다가 풍랑을 만났을 때 몸은 우리가 움직이지 않았지만, 마음은 어떠했느냐?”고 물었어요.

    그러니까 동생이 “마음은 좀 불안했다”고 합니다.
    이것은 불안한 마음을 다스린 겁니다.
    치심(治心)이라고 할 수도 있고, 수심(修心)이라 해도 됩니다.
    그래서 그런 마음을 고요히 하려고 애를 썼다는 거죠.

    그때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마지막에 어떤 스님 한 분이 다 떨어진 누더기 옷을 입고 배에서 내리는 거예요. 그러니까 붙들고 물었습니다. “아까 배를 타고 오다가 풍랑을 만났을 때 스님 마음이 어떠했습니까?” 그 스님이 대답하시기를 “내 마음은 배를 탄 일도 없고, 풍랑을 만난 일도 없습니다.”

    사실 선가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 형태로든지 말을 하면 이미 어긋난 것이지만 어쨌거나 말로써 이 정도 표현한 것만 해도 대단한 것입니다. 이런 경지는 그 마음을 다스리는 것을 떠나서 무심(無心)의 경지를 말합니다.

    오늘 제가 이야기한 것처럼 “배를 탄 일도 없고, 풍랑을 만난 일도 없습니다” 이렇게 말한 내용은 기억이 안 될 수가 없어요. 근데 깊이 그 뜻을 알아듣는다면, 정명도, 정이천 그 형제의 경지에서는 알아들을 만한 말이에요. 그런 경지가 갖추어지면 얼마나 참 마음이 편하겠어요. 얼마나 자유스럽겠어요.

    그래서 오늘 이후에는 혹시 불자님들이 절에 갔을 때, 좀 마음 상한 일이 있었다든지, 혹은 친구 집에 갔을 때 초청받아 갔는데 푸대접받아서 욕하고 싸우고 나올 때, 그때 이렇게 걸어가다 보면 다들 한마디씩 합니다. 다시는 그 집에 안 간다든지, 사람을 초청해 놓고 그럴 수가 있느냐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그중 한 사람은 아무 말 않고 걸어가고 있습니다.
    옆의 사람이 “당신은 아까 그 집 가서 그렇게 욕먹고도 아무렇지도 않습니까?” 하고 묻습니다. 그러면 대개 그때 그 주인이 속상한 일이 있었나 보다 하고, 그럴 사람이 아닌데 그런 거 보면 무슨 일 있어서 그러니까 하고 우리가 이해합시다. 이렇게만 이야기해도 대단해요.

    그런데 그때, 오늘 법문 들었으면 그런 정도 가지고 안 됩니다.
    “그 집 간 일도 없고, 욕먹은 일도 없다.” 고 해야 됩니다.

    -정락 스님-

    *명도 정호(程顥, 1032-1085): 동생 정이와 함께 이정자(二程子)라고 불림. 그의 시호를 따라 정명도(程明道)라고도 불림.

    *이천 정이(程頣, 1033-1107): 정명도 선생의 아우. 이천(伊川)지방을 한때 다스렸기 때문에 정이천(程伊川)으로 잘 알려져 있음.

    출처: 사이버에서

배를 탄 일도 없고, 풍랑을 만난 일도 없습니다.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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