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보(業報)는 있으나 작자(作者:주인공)는 없다.”라는 법구는 『잡아함경』 「제일의공경(第一義空經)」에서 발견된다.
즉, “눈(보는 것, 작자, 주체)은 생길 때에도 오는 곳이 없고, 멸할 때에도 가는 곳이 없다, 이와 같이 눈은 진실이 아니면서 생기고 생겼다가는 (곧) 다 멸하나니 업보는 있지만 지은 자는 없다”라는 내용의 마지막 구절이다.
이는 근(根), 경(境), 식(識)의 삼사화합의 인연에 따라 촉(觸), 수(受)가 연이으나 따로 보고 듣는 ‘작자’라는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모든 유위법 세계의 형성된 것들은 찰나 생 찰나 멸하는 연기법으로 얽혀 있을 뿐이다, 라는 것으로 이해된다.
간단하게 말하면, ‘무엇인가’를 볼 때 내 눈 속에 ‘무엇인가’를 보는 작자(주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장미꽃’이라는 마음속에 들어와 있는 한 이미지는 밖에 ‘장미꽃’이 있고 내 몸속에 ‘장미꽃’을 보는 작자(주체)가 있어서 ‘장미꽃’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고 ‘대상’과 ‘눈’, ‘식’이 인연 따라 화합했을 때 생겨났다가 인연 따라 사라질 뿐인 것이다.
이는 경전의 타이틀이 「제일의공경」이듯이 ‘공(空)’에 대한 설명인 것이다. 이를 두고, “죄업이라는 행위는 있었으나 그때 지었던 죄의 굴레를 지금까지 짊어지고 가야 할 작자가 지금 어디에도 없으므로, 과거에 지은 죄를 두고 죄책감에 사로잡힐 필요가 없다” 는 해괴한 비약적 논리는 본의와 어긋나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죄라는 것은 본래 실체가 없으며 인연 따라 찰나 생멸하는 것이고 작자도 없으므로 죄의식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고도 한다.
그러나, 『천수경』의 ‘죄무자성종심기 (罪無自性從心起)’는 ‘심약멸시죄역망(心若滅時罪逆忘)’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죄라는 것은 ‘생각(유위법)’의 영역이므로 생각이 사라지면 죄가 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생각이 영원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모든 행위는 의도된 행위건 무의식적 행위이건 결국 그 행위에 따른 과보를 받는다. 인과응보이고 자작자수(自作自受)이다.
독극물을 마시면 아무리 부정해도 죽고, 청정수를 마시면 갈증이 해소된다.
세친은 『대승성업론』에서 “업은 비록 백 겁이 지나더라도 끝내 잃어버리거나 무너짐이 없나니 여러 가지 인연이 합해 만나는 때 반드시 과(果)를 갚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위법의 표현인 현상계에는 상대적 선도 있고 악도 있다.
오온이 찰나생 찰나멸하는 가짜 나라고 해도 찰나생 찰나멸로 연속된다.
오래전부터 주장해온 바이지만, 동일성은 없다 할지라도 연속성은 있다.
그러므로 삼계육도에 존재하는 한 업보(業報)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존재의 숙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