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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佛陀)와 불전(佛傳)-王舍城에서의 敎化

by 혜명(해인)스님 2018. 7. 3.


-王舍城에서의 敎化-
    1. 왕사성과 초기불교 교단

    라자가하(Rājagaha, 王舍城)는 붓다 당시 인도의 사대강국(四大强國) 중의 하나인 마가다(Magadha, 摩揭陀)국의 수도(首都)였습니다. 라자가하는 당시로서는 가장 번성했던 도시였는데, 두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옛 도시는 기릿바자(Giribbaja, 山圍域)로 널리 알려졌던 언덕 위의 요새, 즉 산성(山城)이었습니다. 이 산성은 매우 오래되었으며, 능숙한 건축가였던 마하고빈다(Mahāgovinda)왕이 설계하고 세운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신도시는 산 기슭의 평지에 빔비사라(Bimbisāra)왕이 세웠습니다. 신(新), 구(舊) 도시 모두 기릿바자(Giribbaja)로 불렸습니다. 그 이유는 주위에 빤다바(Pandava, 白善山), 깃자꾸따(Gijjhakūtā, 靈鷲山), 베바라(Vebhāra, 負重山), 이시기리(Isigili, 仙人掘山), 베뿔라(Vepulla, 廣普山) 등 다섯 개의 산으로 둘러 쌓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라자가하는 붓다의 활동과 매우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붓다께서 처음 출가하여 90마일 거리의 아노마(Anomā) 강을 건너 걸어서 라자가하를 방문했습니다. 빔비사라왕은 거리에서 탁발하는 싯다르타를 발견하고, 그가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출가했는지를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빔비사라왕은 나중에 그가 목적을 이루면 라자가하를 다시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싯다르타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래서 붓다는 깨달음을 이룬 뒤, 자띨라(Jatila, 結髮外道)를 개종시키고, 가야(Gayā)에서 라자가하로 와서 1년 동안 머물렀습니다.

    빔비사라왕과 그의 백성들은 붓다를 열렬히 환영했으며, 왕은 붓다와 제자들을 왕궁으로 초대하여 융숭하게 대접했습니다. 붓다께서 왕실 구역 안으로 들어오던 날 삭까(Sakka)는 어린 아이로 변신하여 붓다를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면서 대열을 이끌었다고 합니다. 이 첫 번째 방문 때, 빔비사라 왕은 벨루와나(Veluvana, 竹林)를 붓다와 승단에 기증하였습니다. 나중에는 사리뿟따(Sāriputta, 舍利弗)와 목갈라나(Moggallāna, 目犍連)도 라자가하에서 붓다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또한 수많은 가장(家長)들이 승단에 합류했는데, 사람들은 붓다가 자신들의 가정을 파괴한다고 비난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비난은 채 일주일도 넘기기 못하였습니다.

    붓다는 라자가하에서 첫 번째 왓사(vassa, 安居)를 보내고, 겨울과 그 이듬해 여름까지 라자가하에서 머물렀습니다. 사람들은 어느 곳에서나 스님들을 뵙기를 원했고, 자신들의 괴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붓다를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붓다는 먼저 닥키나기리(Dakkhināgiri)에 갔으며, 이어서 까삘라왓투(Kapilavatthu, 迦毘羅衛城)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붓다방사(Buddhavamsa, 佛種性史)의 주석서에 의하면, 붓다는 세 번째, 네 번째, 열일곱 번째, 스무 번째의 안거를 라자가하에서 보냈다고 합니다. 붓다는 20년 동안 라자가하를 중심으로 그의 가르침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나서 사왓티(Sāvatthī, 舍衛城)를 자신의 본거지로 삼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종종 라자가하를 방문하여 머물었습니다. 많은 율의 규정들도 라자가하에서 제정되었습니다. 붓다는 입멸 직전 마지막으로 라자가하를 방문했습니다. 그때 아자따삿뚜(Ajātasattu, 阿闍世王)는 밧지족(Vajjian)을 공격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자신의 성공 여부를 알기 위해 대신 왓사까라(Vassakāra)를 깃자꾸따(Gijjhakūta, 靈鷲山)에 계시던 붓다께 보냈습니다.

    붓다께서 열반하신 뒤, 마하깟사빠(Mahākassapa, 大迦葉)와 여러 스님들에 의해 제1차 결집을 위한 만남의 장소로써 그들의 본부로 라자가하를 선정했습니다. 제1차 결집은 삿따빤니구하(Sattapanniguhā, 七葉窟)에서 행해졌는데, 아자따삿뚜왕은 진심으로 후원해 주었습니다. 또한 왕은 자신의 몫으로 차지했던 붓다의 사리를 봉안하기 위해 라자가하에 탑을 세웠습니다.

    마하방사(Mahāvamsa, 大史)에 의하면, 약간 후대에 마하깟사빠(대가섭)의 제안에 따라 아자따삿뚜왕은 라자가하의 일곱 장소에 분산하여 보관해 오던 붓다의 사리 중 라마가마(Rāmagāma)에 봉안된 것을 제외하고 모두 거두어 한 곳에 모아 대탑(大塔, Mahāthūpa)를 세웠습니다. 후세의 아소까(Asoka)왕이 세운 사찰과 탑에 봉안된 사리는 모두 대탑에서 꺼낸 것입니다.

    라자가하는 붓다 재세시 육대(六大) 도시 가운데 하나였으며, 중요한 무역로가 통과하는 교통의 중심지였습니다. 당시의 육대 도시는 라자가하를 포함하여 짬빠(Campa, 앙가의 수도), 사왓티(Sāvatthī, 꼬살라의 수도), 사께따(Sāketa, 고살라의 도시), 꼬삼비(Kosambi, 밤사의 수도), 바라나시(Bārānasī, 까시의 수도) 등입니다.

    붓다께서 입멸했을 때, 라자가하에는 열 여덟 개의 큰 사원이 있었습니다. 그 후 따뽀다(Tapodā)와 삿삐니(Sappinī) 강의 범람으로 도시는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붓다 생존시 라자가하에는 인구가 1억 8천만 명이었는데, 도시 안에 9천만 명이 살았고, 도시 밖에 9천만 명이 살았습니다. 그러나 위생 시설은 별로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라자가하의 회계원과 아나타삔디까(Anathapindika, 給孤獨)는 서로 자기들의 여동생과 바꾸어 결혼했습니다. 아나타삔디까는 결혼을 위해 라자가하로 가는 도중에 처음으로 붓다를 만났습니다. 붓다 입멸 후 곧바로 라자가하는 그 중요성과 번영을 모두 잃어버리고 쇠퇴하였습니다. 시수나가(Sisunāga)왕은 수도를 베살리(Vesāli)로 옮겼으며, 깔라소까(Kālāsoka)왕은 다시 빠딸리뿟따(Pataliputta)로 천도(遷都)하였습니다. 빠딸리뿟따는 이미 붓다 당시에 전략상 중요한 장소로 여겨졌던 곳입니다. 중국의 현장(玄奘) 스님이 라자가하를 방문했을 때는 바라문들이 라자가하를 차지하고 있었고, 도시 전체가 매우 황폐화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2. 빔비사라왕과의 만남

    붓다는 깟사빠 삼형제를 교화한 다음, 가야시사(Gayāsīsa, 象頭山)를 출발하여 라자가하에 도착했습니다. 붓다는 깟사빠 삼형제를 비룻한 천 명의 제자들과 함께 랏티와눗야나(Latthivanuyyāna, 杖林)의 수빠띳타 쩨띠야(Supatittha cetiya)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마가다국의 세니야 빔비사라(Seniya Bimbisāra)왕은 세존께서 천 명의 비구들과 함께 라자가하에 도착하여 수빠띳따 쩨띠야에 머물고 계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빔비사라왕은 마가다국의 12만 명의 바라문과 장자들을 거느리고 세존을 찾아뵈었습니다. 왕은 세존께 공손히 절하고 한쪽에 앉았습니다.

    그때 왕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저 위대한 사문이 우루벨라 깟사빠(Uruvela Kassapa, 優樓頻螺迦葉)를 모시고 청정한 수행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우루벨라 깟사빠가 저 위대한 사문을 모시고 청정한 수행을 하는 것일까?’ 라는 의문을 갖고 있었습니다. 세존께서는 그들의 마음을 아시고 우루벨라 깟사빠에게 게송으로 “어찌하여 불에 제사 지내던 일을 그만두게 되었는가?”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우루벨라 깟사빠는 “제사를 지내는 일에도 즐겁지 않게 되었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어깨에 상의를 걸치고 세존의 발에 머리를 대는 예를 갖추고 아뢰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저의 스승이시며, 저는 세존의 제자입니다.”라고 반복하여 아뢰었습니다. 그리하여 12만 명의 바라문과 장자들은 ‘우루벨라 깟사빠가 저 위대한 사문을 모시고 수행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들의 마음을 아시고, “보시를 실천하고 계율을 준수하면 하늘에 나게 된다. 여러 애욕에는 환란과 공허함과 번뇌가 있다. 애욕에서 벗어나면 큰 공덕이 드러난다.”라는 요지의 법문을 설했습니다. 이어서 세존께서는 본래 진실한 고집멸도의 가르침을 설했습니다.

    그러자 때 없는 흰 천이 잘 염색되듯이, 빔비사라 왕을 비롯한 11만 명의 바라문과 장자들은 그 자리에서 먼지와 때를 멀리 여윈 법안을 얻었습니다. 곧 ‘모여서 이루어진 것은 모두 소멸한다’고 깨달았던 것입니다.

    이때 빔비사라왕은 붓다께 왕자 시절에 자신이 세운 다섯 가지 소원을 모두 이루었다고 고백했습니다. 다섯 가지 소원이란 첫째는 왕위에 오르는 것이고, 둘째는 자기 영토에 평등하시며 바르고 원만하게 깨달으신 세존께서 오셨으면 하는 것이고, 셋째는 세존을 모셔 봤으면 하는 것이고, 넷째는 그 세존께서 자기에게 법을 설해 주셨으면 하는 것이고, 다섯째는 세존의 법을 명료하게 이해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빔비사라왕이 붓다를 친견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다섯 가지 소원을 모두 이루게 되었던 것입니다.

    빔비사라왕은 붓다를 찬탄한 뒤, 자신을 재가 신자로 받아 줄 것을 간청했습니다. 그는 생명이 다할 때까지 붓다께 귀의하겠다고 맹세하였습니다. 그리고 왕은 세존과 비구 승단을 내일 왕궁으로 초대하여 공양을 올리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붓다는 침묵으로 승낙하였습니다.

    다음 날 세존께서는 가사를 두르고 발우를 든 채, 예전에 결발외도였던 천 명의 비구들과 함께 라자가하로 들어갔습니다. 그 장면은 참으로 거룩하고 감동적입니다. [율장(律藏)] 「대품(大品)」에는 다음과 같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때 천신들의 왕 삭까(Sakka)가 동자의 모습으로 변한 뒤, 세존이 지도자이신 비구 승단의 선두에 나아가 게송을 읊었다.

    “세존께서는 이미 극복했고 해탈하셨네.
    세존을 통해 과거 결발외도들도
    이미 극복했고 해탈하였네.
    금(金)의 고리와 같이 아름다우신 세존께서는
    그들과 함께 라자가하로 들어가시네.

    세존께서는 이미 벗어났고 해탈하셨네.
    세존을 통해 과거 결발외도들도
    이미 벗어났고 해탈하였네.
    금의 고리와 같이 아름다운신 세존께서는
    그들과 함께 라자가하로 들어가시네.

    세존께서는 이미 건너셨고 해탈하셨네.
    세존을 통해 과거 결발외도들도
    이미 건넜고 해탈하였네.
    금의 고리와 같이 아름다우신 세존께서는
    그들과 함께 라자가하로 들어가시네.

    세존께서는 이미 멈추셨고 해탈하셨네.
    세존을 통해 과거 결발외도들도
    이미 멈추었고 해탈하였네.
    금의 고리와 같이 아름다우신 세존께서는
    그들과 함께 라자가하로 들어가시네.

    열 가지에 거주하고 열 가지 힘이 있고
    열 가지 법을 알고 열 가지를 갖추신 세존께서는
    천 명의 사람들에 둘러싸여
    라자가하로 들어가시네.

    사람들은 천신들의 왕 삭까를 보고 말했다.

    “아! 저 동자는 너무도 수려하다. 아! 저 동자는 너무도 아름답다. 아! 저 동자는 너무도 매혹적이다. 저 동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이 말을 듣고 천신들의 왕 삭까는 그 사람들에게 게송으로 말했다.

    확고부동하고 모든 것을 극복했으며
    청정하고 세상에 짝할 이 없으며
    아라한이고 선서(善逝)이신 세존의 시자(侍者)이다.

    세존께서는 빔비사라왕의 거처에 이르러 비구 승단과 함께 준비된 자리에 않으셨다. 왕은 세존을 비롯한 비구 승단을 위해 손수 시중들고 봉사했다. 세존께서 식사를 끝내고 그릇에서 손을 거두시니 왕은 한쪽에 앉았다.

    왕은 생각했다.

    ‘세존께서는 어떤 장소에서 지내셔야 할까? 마을에서 너무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고, 오고가기에 편하며, 이런저런 목적을 지닌 사람들이 찾아뵙기 좋고, 낮에는 지나치게 붐비지 않고 밤에는 소음이 없고 인적이 드물고, 혼자 지내기에 좋고 좌선하기에 적절한 곳, 바로 그런 곳에 머물러야 하실 텐데.’

    왕은 다시 생각했다.

    ‘그렇다. 우리에게는 벨루 숲이 있다. 마을에서 너무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고, 오고 가기에 편리하고, 이런저런 목적을 지닌 사람들이 찾아뵙기 좋고, 낮에는 지나치게 붐비지 않고 밤에는 소음이 없고, 인적이 드물고, 혼자 지내기에 좋고 좌선하기에 적절한 곳이다. 나는 벨루 숲을 세존이 지도자이신 비구 승단에게 승원(僧園)으로 사용하도록 바쳐야겠다.’

    그리하여 왕은 왕금으로 만든 병을 세존께 올리면서 말했다.

    “세존이시여, 벨루 숲을 세존이 지도자이신 비구 승단에 승원으로 사용하도록 바치고자 합니다.”

    세존께서는 승원을 받으셨다. 그리고 다시 빔비사라 왕에게 법을 설하신 뒤 왕이 그것을 받들고 기뻐하는 것을 보시고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셨다.

    세존께서는 이 인연으로 법을 설하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나는 승원을 받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