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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佛陀)와 불전(佛傳)

by 혜명(해인)스님 2018. 7. 4.


-불타(佛陀)와 불전(佛傳)-1. 들어가는 말-
    이번 호부터 "붓다의 생애와 사상"에 대하여 자세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불교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붓다의 생애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불교계에서는 출가 · 재가를 막론하고, 붓다의 생애를 너무나 가볍게 여기거나 거의 무시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재가 불자들은 붓다의 생애에 대하여 체계적으로 공부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한국불교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인 기복적인 신앙과 잘못된 신앙 형태들은 붓다의 생애와 사상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야기된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므로 붓다의 생애와 사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자신의 인격향상과 올바른 불교관 정립은 물론 잘못된 불교 신앙을 바로 잡는 데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500여 년 간 인류의 스승으로서 많은 사람들을 깨우쳐 주었고, 불교의 개조(開祖)로서 받들어져 온 고따마 붓다(Gotama Buddha)께서 실제로 어떠한 생애를 보냈으며, 또 그의 가르침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하여 가능한 한 정확히 알아야만 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불교 공부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알려진 붓다의 생애 속에는 신화적(神話的) · 전설적(傳說的)인 요소가 너무나 많습니다. 그리고 붓다께서 가르쳤다는 교설(敎說) 속에도 후세 사람들의 가필(加筆)과 윤색(潤色)이 매우 많습니다. 그래서 여기서는 이러한 후대의 요소들을 되도록 배제(排除)하고,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인물로서의 붓다의 생애와 그 가르침을 가능한 한 사실에 가깝게 접근하고자 합니다.

    사실 이러한 접근 방법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유럽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실시해 온 연구 방법론입니다. 주로 서구의 불교 학자들은 신화와 전설로서의 붓다가 아닌 역사적 인간으로서의 붓다의 모습을 사실 그대로 드러내고자 시도하였으며, 지금도 이러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이기영(李箕永) 박사가 처음으로 이러한 접근 방법으로 붓다의 생애를 다루었습니다.

    그 책이 바로 이기영 지음, <석가> 세계대사상전집 서울: 지문각, 1965)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한국의 불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높게 평가 받지도 못한 것 같습니다. 이 책이 출판될 당시(1965)에는 아직 학문적으로 이러한 접근 방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만일 이 책이 한국의 불자들에게 많이 읽혀졌더라면 한국불교는 지금보다는 좀더 나아졌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당시의 상황보다는 많이 나아졌습니다. 이제는 초기불교에 대한 이해와 아울러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붓다의 생애에 대하여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신화와 전설로 가득 찬 불전문학(佛傳文學)에 기록된 것을 역사적 사실로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붓다의 생애와 사상"이라는 연속 강좌를 마련하게 되었음을 밝혀둡니다.

    2. 붓다의 호칭(呼稱)과 불전(佛傳)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고따마 붓다를 가리킬 때, 일본의 불교 학자들은 대부분 '석존(釋尊)'이라고 부릅니다. 예로부터 중국 · 한국 · 일본에서는 관례적으로 '석가족(釋迦族)의 존자(尊者)'라는 의미로 '석존(釋尊)'이란 존칭을 널리 사용해 왔습니다. 이 말은 원래 중국에서 '석가모니 세존(釋迦牟尼 世尊)' (혹은 釋迦牟尼尊) 또는 '석가세존(釋迦世尊)' (혹은 釋迦尊)이라고 하던 것을 줄여 쓴 말입니다. 중국이나 한국에서는 '석가(釋迦)'라고 하는 호칭도 사용되고 있지만, 이것은 엄밀히 말해서 붓다가 출생한 종족의 이름이지 자신의 이름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예로부터 관용적으로 쓰여진 익숙해진 호칭입니다. 그런데 "불타를 말할 때에는 반드시 석가모니, 또는 석존이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석존의 호칭으로서 가장 일반적인 것은 '붓다(Buddha)'입니다. 이것은 인도 · 동남아시아 및 서양의 여러 나라에서 널리 채용되고 있는 호칭입니다. 중국에서는 '불(佛)', '불타(佛陀)'로 음사(音寫)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4) '붓다'라는 말은 불교의 전용어가 되었지만, 본래는 보통명사이며 자이나교(Jaina)에서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붓다란 '깨달은 사람(覺者)'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불교에서는 석존 이외에 또 다른 붓다의 존재를 인정합니다. 이미 초기불교에서도 석존 이전에 여섯 명의 붓다가 존재하였다고 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존을 고타마(Gotama)라고 하는 그의 족성(族姓)에 따라 고타마 붓다(Gotama Buddha)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팔리어 경전에 얼마 되지는 않지만 그 용례가 있어 흔히 남방불교에서 사용되고 있는 호칭입니다. 서양의 많은 학자들도 이 명칭을 쓰고 있으며, 근래에는 일본의 학자들도 즐겨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기영 박사는 그의 저서 <석가>라는 책에서 붓다란 말은 불교의 이상적 존재를 가리키는 보통명사로서 고유명사가 아니기 때문에 불교의 개조(開祖) 개인을 지칭할 때에는 '고따마 붓다'란 호칭을 쓰거나 '석가모니(釋迦牟尼)'란 존칭을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석가모니는 원래의 인도음 샤캬무니(Sakyamuni)를 한자로 음사한 것인데, '샤캬(釋迦)'란 고따마 붓다가 탄생한 종족의 이름이고, '무니(牟尼)'란 '거룩한 분'(聖者)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샤캬무니'라고 하면 샤캬족 출신의 성자란 뜻이 되므로 고유명사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붓다'라는 호칭을 선호합니다만 여기에서는 특별한 구별 없이 '붓다(佛陀)', '석존(釋尊)', '세존(世尊)', '석가모니(釋迦牟尼)' 등의 호칭을 두루 사용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경우에 따라 여러 호칭들은 서로 다른 뉘앙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붓다'라는 호칭이 낮춤말처럼 들릴지 모르나, 이 단어 속에는 이미 깨달은 자라는 뜻과 존경의 의미가 담겨져 있는 높임말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붓다의 전기에 관한 자료는 매우 많습니다. 불교경전 중에서 부처님의 생애를 주제로 한 것을 일반적으로 '불전(佛傳)', '불전경전(佛傳經典)', '불전문학(佛傳文學)'이라고 합니다. 불전은 산스끄리뜨어, 팔리어, 한역(漢譯), 티베트어 역본(譯本) 등 오래된 불전만 하더라도 20여 종에 이릅니다. 그 중 중요한 것으로는 산스끄리뜨어로 씌어진 <마하바스뚜(Mahavastu, 大事)>, <랄리따비스따라(Lalitavistara)>와 불교시인 아쉬바고사(Asvaghosa, 馬鳴; A.D. 2세기경)에 의해서 카비야체(體)라는 아름다운 미문(美文)들로 씌어진 <붓다짜리따(Buddhacarita, 佛所行讚)>, <자따까(Jataka, 本生潭)>의 서문에 해당되는 인연품(因緣品), 한역으로는 <보요경(普曜經)>, <방광대장엄경(方廣大莊嚴經)>. <과거현재인과경(過去現在因果經)>,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들은 모두 붓다가 입멸한 후 수 백년이 지난 뒤 성립한 것이고, 더구나 불타로서의 석존의 위대함을 찬탄하는 입장에서 씌어진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는 여러 가지 창작과 가탁(假託)이 부가되어 비역사적·신화적인 요소가 대단히 많습니다. 따라서 붓다를 역사적 존재로서 파악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불전문학의 원천이 되었던 것, 다시 말해서 초기불교 성전인 <율장(律藏)>과 <아함경(阿含經)> 가운데 전해지고 있는 붓다의 전기적인 기술을 중심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초기성전의 기술은 불전을 작성하기 위한 목적에서 설하여진 것이 아니라 교단 규칙의 제정이나 중요한 설법과 관련하여 붓다의 사적(事蹟)을 단편적으로 말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다루어지고 있는 사적 역시 창작이나 신화적 요소가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오늘날 인간 붓다의 생애 전모를 있는 그대로 묘사해 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야겠지만, 초기성전이 전하는 바에 의해서 역사적 사실에 가깝다고 생각되는 붓다의 단서는 어느 정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3. 붓다의 전기(傳記)를 대하는 태도

    지금까지 우리는 불전 혹은 불전문학에 기록된 내용으로써 붓다를 이해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헌들을 통해서는 역사적인 붓다의 생애 혹은 인간적인 측면에서의 붓다를 올바로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문헌에 나타난 부처님의 일대기는 너무나 신격화(神格化)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아쉬바고사(馬鳴)에 의해 씌어진 장편 서사시(敍事詩) <불소행찬(佛所行讚)>이 그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아쉬바고사는 인도 카니쉬카(Kanisika)왕과 동시대의 인물로서 대략 1세기 후반에서 2세기 초반까지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며, 불교시인(佛敎詩人)으로 널리 알려져 있던 인물입니다. 이 책은 역사적인 인물로서의 붓다의 모습보다도 신격화된 부처님의 덕[佛德]을 찬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문헌을 통해서 접하게 되는 부처님은 우리와 너무나 동떨어진 인물입니다. 그의 능력은 감히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스리랑카 출신 불교 학자인 칼루파하나(David J. Kalupahana)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 바 있습니다. "과거의 여러 종교 지도자의 경우가 그러하듯이, 붓다의 생애에 관한 이야기도 온갖 형태의 신화와 전설들로 점철되어 왔다. 신화와 전설을 역사적인 실제 사건과 구분한다는 것은 단순히 어려운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열렬한 광신도들의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문제이다. 신화를 해석하는 사람은 신화란 독실한 신도의 소박한 상상의 산물이라고 주장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광신도의 저항이 정당화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좀더 냉정하고 신중하게 분석해 보면, 신화란 극적인 설명이 요구되는 실제의 역사적 사건들이나 복잡한 인물 성격과 관련하여 감정이나 정신상의 사태들을 상징화한 것임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위에서 지적한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우리는 역사적 인물로서의 붓다의 생애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부처님의 생애에 있어서 신화와 전설의 부분을 삭제한다고 해서 부처님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적인 붓다의 모습을 통해 진실로 인류의 스승으로서의 참모습을 발견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붓다의 생애를 공부하는 목적은 그러한 붓다의 생애를 거울삼아 우리들 자신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입니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에 유의하여 역사적 인물로서의 고따마 붓다의 생애와 사상을 재조명해 보고자 합니다.

    첫째, 우리는 근대 학문의 원전비평(原典批評)의 방법을 채택할 것입니다. 우리는 종교의 성전(聖典)이라 할지라도 역사적 소산(所産)임을 인정하고, 그것은 사상의 발전에 기초하여 성립한 것임을 생각할 때, 후대의 전적(典籍)보다도 오래된 전적에 의지할 것입니다. 그리고 오래된 전적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부분에 의거할 것입니다.

    둘째, 우리는 고고학적(考古學的) 자료에 의거하여 확실한 증거를 찾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성전 중의 가장 오래된 부분에는 비교적 신화적 요소나 붓다의 초인화(超人化), 신격화(神格化)는 적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혀 신화적인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문헌에 근거하는 한, 신화적이지 않은 석존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묘사(描寫)를 꿰뚫고, 역사적 면모를 그려내기 위해서는 확실한 증거, 즉 고고학적 자료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셋째, 우리는 불교경전 중의 가장 오래된 것과 그와 거의 동시대의 다른 종교의 성전과를 비교해서 그 사상의 같고 다름을 밝히는 것이 역사적 인간으로서의 붓다의 교설이 지니는 의의(意義)를 밝히는 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넷째, 우리는 남방계의 불전(佛傳)에 의거하여 붓다의 생애를 조명할 것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부처님의 생애를 다루고 있는 불전경전(佛傳經典)은 남방에 전해진 것(南傳)과 북방에 전해진 것(北傳)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부처님의 생애를 표현하는 방법에도 남전과 북전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남방의 불전에는 부처님의 생애를 ①탄생, ②깨달음을 이루다(成道), ③최초의 설법(初轉法輪), ④열반에 들다 라는 네 가지 사건(四大佛事)을 중심으로 설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와는 달리 북방의 불전에서는 ①도솔천에서 내려오시다(下天), ②마야부인의 태내에 들다(托胎), ③탄생(降誕), ④출가(出家), ⑤마귀 파순과 싸워 이기시다(降魔), ⑥깨달음을 여시다(成道), ⑦처음으로 설법하시다(初轉法輪), ⑧열반에 들다(涅槃)의 여덟 가지로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여기에 더 상세히 하여 청년 시대, 결혼, 규방 생활, 고행, 깨달음의 자리에 있다 라고 하는 네 가지 항목이 더 추가되어 12 항목으로 된 것도 있습니다.

    이와 같이 북전의 불전에는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여 가정 생활을 거쳐 출가하고 고행해서 마왕을 항복 받고 성도하기까지의 과정이 비교적 상세히 묘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주로 남전의 불전에 의거하여 붓다의 생애를 조명해 나갈 것입니다.

    마성/ 팔리문헌연구 소장
    이 글은 설법연구원에서 발행하는 說法文案 (2003년 4월호), pp.11-19에 게재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