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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과 동행을/💕법문의도량

마음에 뿌린 씨앗

by 혜명(해인)스님 2018. 7. 9.

    "모든 죄악을 짓지 말고 모든 선을 다 행하라 (제악막작(諸惡莫作) 중선봉행(衆善奉行)." 아함경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불교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향산거사 백낙천에게 조과도림 선사는 이 경구로써 대답을 대신했다고 합니다. "착한 일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다 행하고 나쁜 일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짓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어찌 보면 진부하기도 하고 누구나 다 아는 시시한 소리로도 들릴 것입니다. 그러나 가만히 되짚어보면 이것만큼 실천하기 어려운 것도 없습니다. 스스로 작은 잘못을 짓는 일에는 관대해지고 작은 선행을 쌓는 일에는 무관심해지는 것이 우리네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왜 착한 일은 다 해야 하고 나쁜 일은 티끌만큼도 하지 말라고 하는 걸까요? 불교사상 가운데 하나인 윤회사상과 인과사상은 그 이유에 대해 답해 주고 있습니다. 인과라는 것은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요즘 인과에 대해 간혹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라는 회의적인 생각, 혹은 나쁜 사람들도 잘만 살더라는 인과의 도리를 부정하고 무시하는 생각들입니다. 실제로 주변을 돌아보면 그렇게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 마음속을 들여다보면 보이는 것과 다릅니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좋은 일을 하고 나면 누구라도 가슴이 뿌듯해집니다. 뭔가 부자가 된 듯한 느낌도 들고요. 반대로 나쁜 일을 하고 나면 공연히 조급해지고 또 다른 욕심으로 마음자리가 쉴 틈이 없어집니다. 품행이 바르지 않은 사람이 떵떵거리면서 잘 사는 것이 부럽기도 하겠지만 그들의 마음 속에 담긴 일그러진 얼굴까지 염두에 둔다면 인과의 도리를 부정하진 못할 겁니다. 인과란 보이는 결과로도 나타나지만 그 이전에 마음속에 먼저 결실을 맺기 마련입니다. 선업이 드리우는 자비의 빛, 그것만큼 보배롭고 소중한 수확이 어디 있겠습니까. 윤회 사상은 이 인과사상과 맞닿아 있습니다. 윤회라는 것은 말 그대로 바퀴가 돌듯이 돌고 도는 것입니다. 한 생이 끝나면 다른 옷을 갈아입고 새로운 생을 시작해야 하고, 그 다음엔 또 다른 생을 이어갑니다. 이렇게 전생과 현세 그리고 내세로 모든 생명은 거듭거듭 돌고 돌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무작정 윤회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인연과 인과 즉, 업에 따라 윤회를 합니다. 선업을 많이 지은 이는 자연 좋은 곳으로 태어나게 되고 악업을 많이 지은 이는 나쁜 곳으로 태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누가 꼭 심판을 내려서라기보다는 자신이 그렇게 선택하는 것입니다. 한평생 나쁜 마음과 나쁜 삶을 살아온 사람이 새삼스럽게 죽음을 맞아 좋은 생각을 어떻게 낼 수 있겠습니까? 업이란 그렇게 스스로의 마음속에 씨앗을 뿌리는 행위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죄악을 짓지 말고 모든 선을 다 행하라"는 가르침은 내일을, 그리고 나아가서는 죽음과 그 너머의 삶까지를 준비하는 첫걸음입니다. 나무 구고구난 관세음보살 오늘도 좋은날 만드소서. 성불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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