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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과 동행을/💕법문의도량

태워야 할 것

by 혜명(해인)스님 2018. 7. 9.

    옛날에 한 비구니 스님이 사가라국에 포교하러 가는 길에 한 바라문을 만났습니다. 그 바라문은 다섯 가지 열로 몸을 달구고 있었는데, 이마에서 땀이 줄줄 흘러 가슴과 옆구리가 온통 젖어 있었습니다. 또 머리카락은 바싹 타고 입술도 말라 갈라졌는데, 사방에 놓인 불은 쇠라도 녹일 지경이었습니다. 근처에는 한 그루 나무도 없었고, 때는 한여름이라 그 바라문의 몸은 말라 비틀어져 있었습니다. 게다가 남루한 옷을 입고 하루 종일 열로 몸을 달구는 고행을 하고 있었기에 사람들은 그를 '남루한 옷을 입고 불을 쬐는 고행자'라고 불렀습니다. 비구니 스님은 그 모습을 보고 바라문에게 말했습니다. "태워야 할 것은 태우지 않고, 태우지 않아야 할 것을 도리어 태우고 있으니 정말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구려!" 바라문은 그 말에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도대체 태워야 할 것이 뭐란 말이오?" "마땅히 태워야 할 것은 바로 당신의 그 분노하는 마음이오. 그 마음을 태워버리면 진정 태운다고 할 수 있을 것이오. 이것은 소가 수레를 끄는 것과 같아 수레가 움직이지 않으면 마땅히 소를 때려야지 수레를 때려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요. 몸은 수레에, 그리고 마음은 소에 해당되니 마땅히 마음을 다스리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오. 그렇지 않고 몸만 괴롭히는 것은 부질없는 짓으로, 도를 이루는 데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하오." <대장엄론경>에 있는 말씀입니다. 어렸을 적 시골에서 크신 분들은 소가 끄는 수레를 타 보셨을 것입니다. 소달구지라고 불렸지요. 그 달구지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고, 달구지를 아무리 때려본들 달구지가 나아가겠습니까? 달구지가 나아가게 하려면 앞에서 끄는 소를 때려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성이 난다고 해서 이 육신에 고통을 준다 한들 그 성남이 없어질까요? 내 몸을 태워 공양 올리는 소신공양을 한다 하더라도 내 마음이 쉬지 않는 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이 육신은 내 마음의 행동작용으로 나타날 뿐 육신 스스로는 아무것도 하질 못합니다. 저 달구지가 소가 끌지 않는다면 움직이지 않듯이 말입니다. 요즘 부처님 말씀에 나오는 저 바라문처럼 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아니 하라고 해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수많은 법문을, 글을 접했기에 이론상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생활에서는 누가 나에게 싫은 소리를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성냄이 일어나 되받아 치기 일쑤입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법문을, 글을 보았으되 마음의 눈이 아닌, 육신의 눈으로 보아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눈 공부만 했지 마음공부를 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눈이 아닌 마음입니다. 태워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음을 내는 그 마음을 태워버려야 하겠지요. 그 마음만 태워 없애 버린다면 우리는 항상 편안할 것입니다. 이 글을 보시면 꼭 천 마디의 염불을 하시라는 부탁의 말씀드립니다. 관세음보살이건 지장보살이건 석가모니불이건 불자님들 입에서 쉽게 나올 수 있는 것을 택해서 하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불교는 앎의 종교가 아닌 지혜의 종교입니다. 기도 잘 하고 계시죠? 예, 라고 하시는 분들이 그립습니다. 나무 구고구난 관세음보살 오늘도 좋은날 만드소서. 성불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