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살림살이는 흐르는 물과 같다.

불자들에게 있어서 삶의 근원적인 목적은 성불이다. 
그렇지만 세상 속에서 살아가다 보면 삶의 수단인 돈을 벌거나 권력을 잡는 
것을 인생의 목적처럼 착각하게 된다. 그래서 성불한다는 생각은 잊어버리고 
지엽적인 것들만 추구한다.
그러나 진실로 극락세계에 나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늘 부처님을 생각하고 
인생의 목적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생의 참된 목적인 부처님 세계로 자기 삶을 
이끌어 가는 것은 마치 시냇물 한 방울이 저마다 바다를 향해 곧바로 나아가는 것과 같다.
맑은 시냇물로 흐르든, 
아니면 더러운 하수구로 흘러가든, 
잠시 지하수로 고여 있든 상관없이 모든 물은 흐르고 흘러 바다로 향한다. 
흐르는 물이 바다로 향하듯, 
사람들도 저마다 자신의 특정한 상황 속에 갇혀져 있지만 그 마음의 밑바닥에는 
부처님 세계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본성이 갖추어져 있다. 
다만 그것이 잘 드러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순조롭게 목적지에 이르는 것도 
아니다. 한 방울의 물이 커다란 강에까지 무사히 흘러왔다고 해도 반드시 
바다로 갈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흘러가던 도중에 댐에 갇히거나 수원지의 물이 되어 일반 가정집에 들어가기도 
한다. 그곳에서 사용된 후 하수구로 버려져서 또다시 예전에 있었던 강으로 가는 
경우도 있고, 그러다 또 갇혀서 재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한 방울의 물이 어떤 때는 맑은 물이 되었다가 어떤 때는 하수구의 오염된 
물이 되기도 하며, 어떤 때는 주전자나 우물에 갇혀 있는 상태로 오래 전전하기도 
하면서 쉽게 바다에 이르지 못한다. 이것이 중생들이 '육도윤회'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갇혀 있는데 익숙해지다 보면 자신이 본래 가야할 곳을 잊고 
지금 갇혀있는 상태를 본래의 자기라고 착각하고 고집하게 된다. 
둥근 컵 속에 있는 물은 원래 자유 자재한데 지금 일시적으로 갇혀 
둥근 모양을 하고 있다. 이 물은 네모난 컵에 담으면 네모난 컵 모양의 물이 된다. 
이 물을 주전자에 담으면 주전자처럼 물의 모양이 바뀐다. 
물은 본래의 모양이 없는데 컵에 담기고 주전자에 갇히다보니 특정한 모양을 가지게 된다.
본래 부처인 우리도 본래 따로 모양이 없다. 
다만 우리가 살아가며 지은 '업'때문에 각각의 모양을 이루는 것이다. 
그리고는 어리석게도 그 '업'을 자기라고 착각하고 있다. 
그리고는 이렇게 생각한다. 
'너와 나는 다르다. 
너와 나는 따로따로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두 개의 컵 속에 담겨져 있는 물들이 서로 다르다고 다투는 꼴이다. 
또한 그 속의 물들이 마치 영원히 그 속에 갇혀있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두 개의 컵 속의 물들은 분명 합쳐질 수 있다. 
그렇듯이 깨달음을 얻어 본래 면목을 찾아 부처의 세계에 이르고 보면 
모두가 한 몸일 뿐이다. 
즉, 만 개의 강줄기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듯이, 
우리가 모두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면 너와 내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갇혀 있는 상태를 벗어 던질 때 너와 나의 구분이 없는 세계, 
즉 자유와 행복이 넘쳐나는 세계에 도달하게 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환상에 사로잡혀 이 행복의 바다를 떠나 황량한 사막으로 
자꾸 기어 들어가려 한다.
계절이 바뀌어 강남으로 날아가려는 제비를 붙잡아 따뜻한 방에서 
몇 년 정도 키우면 제비는 가야할 강남이란 곳은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제가 본래 텃새인 줄 알게 된다. 
중생들이 바로 이 제비와 똑같은 상태다. 
오랫동안 육도를 윤회하다가 부처의 세계로 가야하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엄두도 못 내고 있는 것이다.
-법륜스님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