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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참선수행의 방법-1) 관법(觀法)①호흡에 대한 관②몸에 대한 관찰

by 혜명(해인)스님 2019. 6. 23.


9.참선수행의 방법-1) 관법(觀法)

    현재 조계종단의 선원에서는 관법수행의 단계를 채택하지 않고 곧 바로 화두에 들어간다.
    혹 어떤 사람은 화두 들기 전에 관법수행을 채택하는 것을 두고 조계종의 전통 선법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수식관, 부정관, 인연관, 불타관, 자비관, 사념처관 등의 관법은 재가불자가 일상생활 속에서 참선수행을 닦아갈 수 있는 매우 유익한 수행법이며 예로부터 참선 중에 나타나는 장애를 극복하는 대치법으로 익혀 오던 방편이다.

    관법수행에는 다섯 문이 있으니, 첫째는 수식관(數息觀)이요, 둘째는 부정관(不淨觀)이며, 셋째는 자비관(慈悲觀)이요, 넷째는 인연관(因緣觀)이며, 다섯째는 불타관(佛陀觀)이다. 수식. 부정. 인연. 등 이 세문에는 안팎의 경계가 있고 불타관. 자비관은 바깥 경계를 반연한다.

    이 다섯 문은 중생들의 병을 따르는 것이다. 즉 마음에 번뇌가 많은 사람에게는 수식관을 가르치고, 탐욕심(貪慾心)이 많은 이에게는 부정관을 가르치고, 화(瞋心)를 잘 내는 사람에게는 자비관을 가르치고, 집착심(執着心)이 많은 사람에게는 인연관을 가르치고, 마음이 흐릿한 사람에게는 염불(佛陀觀)을 가르친다."
    <오문선경요용법>

    옛부터 참선수행의 5방편 문으로 장애에 따른 처방법으로 즐겨 사용되 오던 관법들이 있다.
    이들 오방편 중에서 수식관은 수식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호흡에 대한 관을 통해 궁극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안반수의경에 의거하여 소개하겠다. 부정관은 사념처관 중에 몸에 대한 관찰에 포함되는 내용이므로 몸에 대한 관찰 속에서 이야기 될 것이다.

    자비관은 지혜와 자비를 증득하고자 하는 불교수행자들이 즐겨 익혀야할 수행법이며 가장 쉽게 실천하면서 가장 쉽게 공덕의 결과를 맛볼 수 있는 수행법이 될 것이다. 인연관은 법에 대한 관찰에서 다루어질 것이다. 다만 불타관은 염불수행에서 다루어지므로 생략하였다.

    ①호흡에 대한 관
    호흡관은 수식관이라 하여 참선수행의 가장 기초적인 행법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종단의 통상적인 방법에서 탈피해서 부처님 당시의 호흡관에 근거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호흡관은 사념처관의 신념처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독립적인 행법으로 아나파나삿티(anapanasati)라 한다.

    아나파나삿티는 번역하면 입출식념이라는 뜻으로 들숨과 날숨에 마음을 모으는 방법으로 안반수의라고도 한다. 이에 대해서는 <입출식념경>을 비롯하여 아함경의 여러 곳에서 보이고 있으며 사념처관에 관한 경전인 <대념처경>에서도 이야기 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 불교가 전래될 때 가장 초기에 번역된 경전 중의 하나인 <안반수의경>에 매우 자세하게 소개되고 있다.

    이 경에 의해 안반수의는 수식에서부터 상수, 지, 관, 환, 정에 이르는 6사와 4성제로 이어지면서 열반에 이를 수 있다고 밝히고 있으며 초기불교의 수행법의 총체인 37조도품을 완성하는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안반수의는 수식관이라는 협소한 영역에서 벗어나 호흡관을 통해 궁극적인 깨달음에 이를 수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현실적인 행법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 앞에서 불교의 호흡법은 자연스러운 호흡법이라고 했다. 그러나 초보자들의 경우 평상시에 그렇게 잘 쉬던 숨도 막상 앉아서 관하려고 하면 숨쉬기가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껴져 자연스러운 호흡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심호흡을 몇 번 한다. 숨 쉬는 게 한결 편해질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일단 숨이 골라지면 들숨과 날숨을 따라 관하는데, 이때에도 초보자들은 집중이 잘 안되어 생각이 이리저리 굴러가거나 졸리기 쉽다. 따라서 숨을 들어마시고 내쉬면서 하나, 다시 들어마시고 내쉬면서 둘 하면서 열까지 센다. 수를 세다가 또 집중하지 못하고 놓치고는 딴 생각하기 일쑤다.

    그러면 즉시 알아차리고 하나부터 다시 세어나간다.
    이렇게 열까지 세어지고 집중이 되었다 싶으면 수는 헤아리지 말고 다만 호흡과정만을 관하도록 한다. 들고 나는 숨을 한 지점(주로 코끝)에서 계속 집중하면서 들어오고 나가는 숨이 차가운지, 따뜻한지, 긴지, 짧은지, 급한지, 완만한지, 거친지, 미세한지 등을 관하다보면 보면 어느새 몸과 마음이 고요해지고 집중되는 느낌이 확 온다. 그러다가 내가 사라지는 느낌, 우주와 하나가 된 느낌, 숨을 쉬는지 안 쉬는지 모르게 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이때 숨이 끊어지는 경험을 하기도 하는데 이때에도 숨을 쉬어야지 하고 생각을 붙여 숨을 쉬려고 하지 말고 그냥 관하면 된다. 실제로 호흡이 끊기는 것이 아니고 의식하지 못할 만큼 미세해지기 때문이다. 또는 코로 숨을 쉰다는 느낌이 안들이고 피부로 숨을 쉬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호흡관은 산란심을 잠재우고 고요하고 깊은 삼매로 이끄는 힘이 있다.

    우리는 잠시라도 숨을 쉬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도 실제로 그것을 의식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앞에서 수행은 언제나 깨어있음이라고 했다. 그 출발은 호흡에 깨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호흡을 하다보면 호흡은 내가 아니다. 몸은 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참 나는? 하는 물음에 이를 수 있다.
    이러한 호흡관은 지와 관은 함께 닦고 가장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수행법으로 모든 수행법의 기초가 되면서 생사해탈의 열쇠를 쥐고 있는 관문이기도 하다. 그뿐 아니라 심신이 경쾌해지고 수면이 단축되며 정신 집중력이 강해지고 삼매력을 키우는 터전이 굳어진다. <증일아함경 제17 안반품>에는 나운비구가 호흡관을 통해 삼매에 이르는 과정이 잘 나타나 있다.

    한 나무 밑에 앉아 몸을 바르게 하고, 마음을 바르게 잡고, 결가부좌하였다. 다른 생각이 없이 마음을 코끝에 두고 긴 숨이 나가면 숨이 길다고 알고, 들어오는 숨이 길면 또한 숨이 길다고 알고, 나가는 숨이 짧으면 또한 숨이 짧다고 알고, 들어오는 숨이 짧으면 숨이 짧다고 알고, 나가는 숨이 차면 또한 숨이 차다고 알고, 들어오는 숨이 차면 또한 숨이 차다는 것을 알고, 나가는 숨이 따뜻하면 또한 숨이 따뜻하다고 알고, 들어오는 숨이 따뜻하면 숨이 따뜻하다는 것을 알았다.

    때로는 숨이 있으면 있다고 안다. 때로는 숨이 없으면 또한 없다고 안다.
    만약 숨이 마음으로부터 나가면 또한 마음으로부터 나간다고 알고, 만약 숨이 마음으로부터 들어오면 또한 마음으로부터 들어온다고 알았다.

    이때에 나운은 이와 같이 사유하고 욕심이 곧 해탈을 얻어 다시 악함이 없으며 깨닫고 관찰함에 기쁨과 평안함을 얻는 초선에서 놀며, 깨닫고 관찰함에 스스로 기뻐하여 일심으로 깨달음이 없고 관찰함이 없는 삼매의 기쁨인 이선에서 놀며, 다시 기쁨조차 없고 오로지 몸의 즐거움을 알고 성현의 가호를 구하는 것으로 기뻐하는 삼선에서 놀며, 저 고락의 길이 멸하여 다시 금심이 없고 고가 없고 낙이 없고 생각이 청정한 사선에서 놀아 삼매 속에서 마음이 청정하여 더러움이 없었다.
    <증일아함경 제17 안반품>

    ②몸에 대한 관찰
    몸에 대한 관찰은 먼저 몸은 지수화풍 사대로 이루어져 있음을 관한다. 뼈대와 살은 지대요, 피와 체액등은 수대요, 온기는 화대요, 호흡 및 기의 흐름은 풍대라 이렇게 사대로 이루져 있다가 죽으면 각기 흩어져 버리는 것이어서, 나라거나 내 것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특히 세속적 욕심과 몸에 대한 집착이 많은 사람은 부정관과 백골관을 통해 몸의 실상을 알고 집착을 떠나게 된다.(이하 내용은 대념처경을 인용한 것임)

    *부정관
    수행자들이여, 수행자는 이 몸을 '위로는 머리끝에서 아래로는 발바닥까지 여러 가지 깨끗하지 못한 물질로 가득 차, 피부 주머니에 담겨져 있는 것으로 구별하면서, 이와 같이 생각한다. '이 몸에는 머리털, 몸털, 손톱, 치아, 피부, 살, 힘줄, 뼈, 골수, 콩팥, 염통, 간, 늑막, 지라, 허파, 창자, 창자 내용물, 위, 위 내용물, 똥, 담즙, 가래, 고름, 피, 땀, 지방, 눈물, 기름, 침, 콧물, 관절액, 오줌 등이 있다'고 관하라.

    이와 같이 안으로 몸에서 몸을 관하면서 주하고, 밖으로 몸에서 몸을 관하면서 주하며, 안팎으로 몸에서 몸을 관하면서 주한다. 또 몸에서 생겨나는 현상을 관하면서 주하고, 몸에서 멸해가는 현상을 관하면서 주하며, 몸에서 생했다가 멸해가는 현상을 관하면서 주한다. 그래서 관찰의 정도와 이해의 정도에 따라 "이것이 몸이다."라고 그 자각이 확립된다. 그는 초연하게 주하고, 세상의 어느 것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수행자들이여, 이와 같이 수행자는 몸에서 몸을 관하면서 주한다.

    *백골관
    수행자들이여, 수행자는 마치 공동묘지에 버려진 시체가 죽은 후 하루, 이틀 또는 사흘이 지나서 부풀고 검푸러지고 썩어가고 있는 것을 보고, 이 몸을 주시하되, '이 몸도 이와 같은 현상(法, chamma)에 의해 이와 같이 되어서, 그것을 벗어나지 못하리라.'고 생각한다.

    수행자들이여, 수행자는 마치 공동묘지에 버려진 시체가 까마귀에게 먹혀지고, 매에게 먹혀지고, 독수리에게 먹혀지고, 표범에게 먹혀지고, 늑대에게 먹혀지고, 다른 여러 가지 살아 있는 것들에 의해 먹혀지는 것을 보고, 이 몸을 주시하되 '이 몸도 이와 같은 현상에 의해 이와 같이 되어서, 그것을 벗어나지 못하리라'고 생각한다.

    수행자들이여, 수행자는 마치 공동묘지에 버려진 시체가 피와 살에 묻어 있는 채로 힘줄에 얽히어 해골로 변해 있음을 보고, 이 몸을 주시하되 '이 몸도 이와 같은 현상에 의해 이와 같이 되어서, 그것을 벗어나지 못하리라' 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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