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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보장경(雜寶藏經) 제10권

by 혜명(해인)스님 2020. 8. 29.

    잡보장경(雜寶藏經) 10

    원위 서역삼장 길가야·담요 공역

     

    116. 우타선왕의 인연 

     

    옛날 우타선왕(優陀羨王)이 로류성(盧留城)에 있었는데 총명하고 통달하여 큰 지혜가 있었다.

    그의 한 부인의 이름은 유상(有相)이었다. 얼굴만 뛰어났을 뿐 아니라, 또 덕행이 있어서 왕은 매우 사랑하고 정이 두터웠다.


    그 때 그 나라 법에는 왕이 된 사람은 스스로 거문고를 타지 않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부인은 자기에 대한 왕의 사랑을 믿고 왕에게 아뢰었다.
    원컨대 나를 위해 거문고를 타 주십시오. 나는 대왕을 위해 춤을 추겠습니다.”
    왕이 그 뜻을 받아들여 거문고를 당겨 타자, 부인은 손을 들고 춤을 추었다.
    왕은 본래부터 상을 잘 보았다. 그 부인의 춤추는 것을 보고 죽을상임을 알고, 곧 거문고를 치고 슬퍼하면서 길이 탄식하였다.


    부인은 왕에게 아뢰었다.
    나는 지금 대왕의 은혜와 사랑을 받아 감히 그윽한 방에서 왕에게 거문고를 타게 하고 일어나 춤을 추면서 함께 즐겼습니다. 그런데 무엇이 마땅치 않아 거문고를 놓고 탄식하십니까? 원컨대 왕은 숨기지 말고 말씀하여 주십시오.”


    왕은 대답하였다.
    내가 길이 탄식한 것은 그대가 들을 일이 아니다.”
    부인은 아뢰었다.
    나는 지금 정성껏 왕을 받들어 변함이 없습니다. 만일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 있으면 분부하여 주십시오.”


    이렇게 간청하여 마지않으므로 왕은 그제야 사실대로 대답하였다.
    내가 너에게 대해 어찌 다른 마음이 있을 수 있겠는가? 지금 네가 일어나 춤을 출 때 죽을상이 밖으로 나타났다. 너의 남은 목숨은 이레를 넘지 못할 것이다. 그 때문에 거문고를 놓고 탄식한 것이다.”


    부인은 이 말을 듣고, 매우 걱정되고 두려워 왕에게 아뢰었다.
    왕의 말씀과 같다면 목숨은 멀지 않습니다. 나는 저 돌집[石室] 비구니의 말을 들었습니다. '만일 믿는 마음으로 단 하루 동안이라도 출가하면 반드시 하늘에 나게 된다.'. 그러므로 나는 지금 출가하려 합니다. 원컨대 왕은 허락하여 주소서. 그렇게 하면 도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자 왕은 과중한 정과 사랑하는 마음을 걷잡을 수 없어 그 부인에게 말하였다.
    엿새 뒤에는 네가 출가하여 도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리라.”
    그리하여 엿새가 되자 어쩔 수 없이 그 부인에게 말하였다.
    너에게 착한 마음이 있어 굳이 출가하여, 만일 하늘에 나게 되거든 꼭 와서 나를 보라. 그렇게 하면 나는 네가 출가하는 것을 허락하리라.”


    이렇게 맹세하고 부인에게 허가하였다.
    그리하여 부인은 집을 나와 여덟 가지 계율을 받고, 바로 그 날 석밀장(石蜜漿)을 너무 많이 먹었기 때문에 뱃속이 맺히어 이레째 날 새벽이 되자 목숨을 마쳤다.


    부인은 그 좋은 인연으로 말미암아 천상에 나게 되어 곧 세 가지를 생각하였다.
    첫째는 나는 본래 어떤 몸이었던가 하는 것이고,

    둘째는 본래 어떤 복덕을 닦았는가 하는 것이고,

    셋째는 현재 이 몸은 틀림없이 하늘 몸이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본래의 인연과 왕의 맹세를 자세히 알고, 그 맹세를 위하여 왕에게로 내려갔다.


    그 때 광명이 왕궁에 두루 찼다. 왕은 물었다.
    지금 이 상서로운 광명은 누구인가? 바로 알려라.”
    그러자 하늘은 대답하였다.
    나는 왕의 부인 유상(有相)입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말하였다.
    여기 와 앉아라.”
    부인은 대답하였다.
    지금 나는 왕의 그 더러움을 보고 가까이할 수가 없습니다. 나는 이전에 맹세가 있었기 때문에 와서 뵙는 것입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곧 열리어 이렇게 말하였다.
    지금 저 하늘은 본래 내 아내다. 착한 마음이 있어 도에 들어가기를 구하여 하루 동안 집을 떠났다가 이내 목숨을 마치고는 그 공덕으로 말미암아 하늘에 나게 되었다. 그 신령스런 뜻은 높고 멀어 나를 더럽고 천하다 한다. 나는 지금 왜 출가하지 못하는가?


    나는 일찍이 하늘 손톱 하나가 염부제에 값한다고 들었다. 하물며 내 한 나라를 탐하고 아낄 것이 무엇인가?”


    이렇게 말하고 아들 왕군(王軍)을 세워 왕위를 물려주고는, 집을 떠나 도를 배워 아라한이 되었다.
    그 때 왕군왕은 나라를 맡아 다스린 뒤부터 참소하고 간사한 사람을 믿고 나라 일은 돌보지 않았다.

    우타선왕은 아들과 백성들을 가엾이 여겨, 가서 교화하고 권하여 선행을 닦게 하려 하였다.
    그 때 왕군왕은 아버지가 온다는 말을 듣고 한량없이 기뻐하여 길에 나가 맞이하려 하였다.


    그 때 여러 간사한 신하들은 쫓겨날까 두려워하여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은 지금 머리에 하늘 관을 쓰시고 사자자리에 앉아 계십니다. 사자자리에는 두 번 앉는 법이 없습니다. 만일 부왕을 맞아 왕위에 도로 앉게 하시면 반드시 왕을 죽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왕은 부왕을 해치셔야 합니다.”


    그러자 왕군왕은 마음으로 놀라고 걱정하여 더욱 의혹이 생겼다.

    그러나 신하들이 쉬지 않고 간하므로, 왕은 드디어 악한 마음을 내어 전타라(?陀羅)를 품꾼으로 사서 그 아버지를 죽이러 보내었다. 전타라는 분부를 받고 부왕에게 나아가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 아뢰었다.


    저는 옛날부터 부왕의 은혜로운 대우를 받아 조금도 반역할 마음이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심부름으로 왔는데, 만일 해치지 않으면 반드시 제가 벌을 받을 것입니다.”


    부왕은 대답하였다.
    내가 지금 여기 온 것은 너의 왕을 교화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어찌 내 몸을 아껴 너를 벌 받게 하겠는가?”


    부왕은 곧 목을 여나믄 발[十餘丈]이나 빼고는 전타라에게 말하였다


     네 마음대로 베어라.”
    그러나 전타라가 아무리 힘을 다해 베어도 칼이 들어가지 않았다.
    부왕은 그를 가엾이 여겨 신력(神力)을 빌려 주고 말하였다.
    너는 지금 나를 위해 네 왕에게 가서 말하라. 너는 지금 아버지를 죽이고 또 아라한을 죽였으니, 두 가지 역죄(逆罪)를 지었다. 만일 잘 참회하면 죄가 가볍게 될 것이다.”


    그 때 전타라는 이미 분부를 받은지라, 다시 칼을 들어 부왕의 머리를 베어 가지고 그 나라로 돌아갔다. 왕군왕은 아버지의 머리를 보자 얼굴빛이 변하지 않았으므로 아버지는 도를 얻어 왕위를 탐하지 않았음을 알고는, 후회하는 마음이 생겨 괴로워하고 슬피 울면서 까무러쳤다가 한참만에야 깨어났다. 그리하여 전타라에게서 부왕이 한 말을 들었다.


    전타라는 부왕의 명령을 그 왕에게 아뢰었다.
    너는 아버지를 죽이고 다시 아라한을 해쳤으니 두 가지 역죄를 잘 참회하라.”
    왕은 이 말을 듣자 더욱 애가 끓어 이렇게 말하였다.
    지금 우리 부왕은 아라한의 도를 얻었는데 어찌 나라를 탐하겠는가? 그런데 나로 하여금 아버지를 죽이게 하였구나.”


    간사한 신하들은 왕의 해침을 받을까 두려워하여 왕에게 아뢰었다.
    이 세상에 무슨 아라한이 있겠습니까? 왕은 공연한 말을 믿고 스스로 괴로워하시는 것입니다.”


    왕은 대답하였다.
    지금 우리 아버지 머리가 죽은 지 오래지마는 안색이 변하지 않았다. 도를 얻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럴 수가 있겠는가?
    또 우리 아버지 때의 대신이던 바질사(?우파질사(優波?)들도 모두 집을 떠나 아라한의 도를 얻어 갖가지 신변을 나타내던 일은 우리가 다 본 바이다. 그리고 여기서 열반하여 그 뼈를 거두어 탑을 만든 것은 지금 현재와 같은데 어떻게 없다고 하겠는가?”


    간사한 신하들은 대답하였다.
    세상의 환주술(幻呪術)이나 또 약의 힘으로도 신변을 보일 수 있습니다. 그 두 신하들은 아라한의 유가 아닙니다. 며칠 뒤에는 그 증험을 왕에게 보여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그들은 탑에다 두 구멍을 뚫고는, 거기에 고양이 한 마리씩을 넣어 길렀다.
    그리고 질사여, 나오라고 부르면 고양이가 나와서 고기를 먹고, “도로 들어가라고 말하면, 고양이는 도로 구멍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가르치자 고양이는 곧 훈련되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은 지금 그 질사들을 보시고 싶습니까? 원컨대 같이 가서 보소서.”
    왕은 곧 수레를 명하여 타고 탑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 때 그 신하들은 말하였다.
    질사여, 나오라.”
    고양이는 곧 구멍에서 나왔다. 다시 말하였다.
    도로 들어가라.”
    그러자 고양이는 곧 구멍으로 들어갔다.


    왕은 그것을 보고, 마침내 의혹하는 마음이 성하여져서 모든 것을 뜻대로 맡기고 죄와 복을 믿지 않았다.
    어느 때 왕은 군사를 거느리고 나가 놀다가 돌아오는 길에 어느 고요한 곳에서 단정히 앉아 선정에 들어 있는 가전연을 보았다. 왕은 문득 나쁜 마음이 생겨 손으로 흙을 쥐어 가전연에게 뿌리면서 좌우에게 말하였다.


    너희들도 나를 위해 각기 흙을 쥐고 저 가전연에게 뿌려라.”

    그리하여 흙무더기가 존자를 덮었다.
    삼보를 믿는 어떤 대신이 뒤에서 오다가 이 사실을 보고는 매우 괴로워하여 존자를 위해 그 흙을 헤쳐 주면서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나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거든 이 흙을 헤쳐라.”
    그 때 존자는 유리보배 굴 안에 앉아 있었는데, 신령스런 위의는 윤택하고 고와서 흙으로 더러워진 빛이 없었다. 대신은 매우 기뻐하여 땅에 엎드려 그 발에 예배하고 존자에게 아뢰었다.


    지금 왕은 무도하여 이런 죄악을 짓지마는, 선악에는 반드시 갚음이 있는데 어떻게 재앙이 없겠습니까?” 


     존자는 대답하였다
    지금부터 이레 뒤에는 하늘이 흙을 내려 성 안을 채우고 흙산을 쌓아 왕과 백성들을 모두 덮어 죽일 것이다.”


    대신은 그 말을 듣고 걱정하고 괴로워하면서 왕에게 아뢰고 또 스스로 꾀를 내어 땅속 길을 만들어 성 밖으로 나갔다.


    이레가 되자 하늘에서는 향과 꽃과 보물과 옷을 내려 그 성 안 사람들은 모두 기뻐하였다. 그러자 간사한 신하들은 왕에게 아뢰었다.


    지금 이 상서는 모두 왕의 덕 때문입니다. 그러나 무지한 사람들이 도리어 비방하여 흙을 내린다고 말하였는데 이런 보물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속여 흐린 적이 지금까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나쁜 인연을 지은 뒤에 좋은 상서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 사람들은 모두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그 때 성의 네 문은 나쁜 인연의 힘으로 쇠 빗장이 모두 내려왔기 때문에 사람들은 도망하거나 숨을 길이 없었다.


    그 때 하늘이 곧 흙을 내려 성을 채우고 산을 쌓았다. 그러나 그 대신과 함께 마음을 같이한 이들은 땅속 길로 나가 존자가 있는 곳으로 가서 아뢰었다.


    생각하면, 하늘에서 흙을 내려 산을 만들어 하루 동안에 이 성을 뒤덮었습니다. 그리하여 임금과 신하들이 모두 죽었습니다. 전생에 어떤 인연이 있었기에 지금 이런 고통을 같이 받습니까?”


    그 때 존자는 대신에게 말하였다.
    자세히 들어라. 너를 위해 말하리라. 먼 옛날 여러 겁 전에 그 나라의 어떤 장자의 딸이 이른 아침에 다락 위를 소제하다가 똥을 쓸어 비구 머리에 떨어뜨렸다. 그러나 그는 참회할 줄도 몰랐는데, 마침 훌륭한 남편을 얻게 되었다.


    그래서 여러 여자들은 그 여자에게 물었다.
    '너는 무슨 인연으로 그런 좋은 배필을 얻었는가?'
    그 여자는 대답하였다.
    '다른 일이 없고, 내가 다락을 쓸어 비구 머리에 뿌렸는데, 그 때문에 좋은 남편을 만났다.'
    여러 여자들은 그 말을 듣고 모두 말하였다.


    '만일 그 말과 같다면, 우리도 흙을 모아 비구 머리에 뿌려서 그 업의 인연으로 모두 저런 갚음을 받자.'
    이렇게 말하고 공덕천(功德天)과 함께 화씨성(花氏城)으로 향하였다.”
    옛날부터 로류성(盧留城)과 저 성은 서로 번갈아 성하고 쇠하였으니, 이 성이 망하면 저 성이 번성하였다. 그로 말미암아 존자들은 화씨성을 향하여 갔다. 호음성(好音聲) 장자는 그 성의 우두머리로서 존자를 공양하였다.


    장자는 원래 부자였지마는 존자가 그 집에 이르자 넘치는 재보가 전보다 더 많았다.
    존자 가전연은 그 집으로 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호음성 장자는 무슨 인연으로 음성이 아름다우며 또 큰 부자로서 한량없는 재보가 넘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먼 옛날 어떤 장자가 날마다 사람을 보내어 5백 명의 벽지불을 청해 자기 집에서 공양하였다.


    그 심부름꾼은 늘 개를 데리고 갔었는데, 한 번은 마침 그가 다른 일이 있어 청하러 가지 못하였다. 개는 때를 맞추어 혼자 승방으로 가서 스님들을 향해 짖었다. 그 때 벽지불들은 이렇게 말하였다.


    '속세의 일이 많아 주인이 청하기를 잊어버리자, 저 개가 와서 짖어 우리를 부르는 것이다.'
    그들이 서로 이끌고 장자의 집으로 가니, 장자는 매우 기뻐하여 법답게 공양하였다.
    그 때의 장자는 바로 내 몸이요, 심부름꾼은 바로 아나율(阿那律)이며, 개는 바로 호음 장자니라.
    그 때문에 호음 장자는 나는 세상마다 음성이 아름답고, 또 재보가 많으니라.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복 밭에 정성껏 공양하여야 하느니라.”


    117. 라후라의 인연  

    나는 일찍이 들었다.
    부처님께서 처음으로 집을 떠나는 밤에 부처님의 아들 라후라(羅羅)가 비로소 어머니 태에 들었다.


    실달보살(悉達菩薩:부처님)6년 동안 고행하여 보리수 밑에서 네 악마를 항복받고 온갖 가림덮개[陰蓋]를 없애고 활연히 깨달아 위없는 도를 이루었다.


    그리하여 10()4무소외(無所畏)를 두루 갖추고, 18불공법(不共法)을 성취하고, 4변재(辯才)를 갖추어 모든 길에서 저 언덕에 이르게 되고, 여러 부처의 법을 밝게 알아 모든 성문과 연각에서 뛰어났다.


    처음으로 성도한 밤에 라후라가 태어났다. 온 궁중의 궁녀들은 모두 창피하게 여겨 크게 걱정하고 번민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괴상한 큰 죄악이다. 야수타라(耶輸陀羅)는 옳고 그름을 생각하지 않고 경솔한 짓으로 스스로 삼갈 줄 몰라 우리 온 궁중을 모두 더럽혔다. 실달보살이 집을 떠난 지 이미 오래인데, 이제 갑자기 아이를 낳았으니, 이것은 큰 치욕이다.”


    그 때 전광(電光)이라는 석씨의 여자가 있었는데, 그녀는 바로 야수타라 이모의 딸이다.
    그는 화를 내어 가슴을 치면서 야수타라를 꾸짖어 말하였다.


    너는 존장(尊長)의 친족으로서 왜 스스로 업신여기느냐? 실달 태자는 집을 떠나 도를 배운 지 이미 6년이 지났는데 이 아이를 낳았으니, 이것은 도저히 때가 맞지 않는다. 누구를 보았느냐? 너는 부끄럼도 없이 우리 종족을 욕되게 하였다. 종족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쁜 이름을 면하지 못한다. 실달보살은 큰 공덕이 있고 좋은 이름이 널리 퍼졌는데, 너는 왜 그를 아끼지 않고 이제 욕되게 하느냐?”


    그 때 정반왕은 누각 위에 있다가 대지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면서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보살이 죽었다고 생각하고는, 근심 화살이 가슴을 찔러 심히 괴로워하면서 말하였다.


    '내 아들의 계율 향기는 사방에 가득 찼고, 상호는 장엄하여 연화만(蓮花?)과 같았다. 그런데 오늘 죽는 날에 그것은 모두 말라 버렸다.


    계율의 깊고 든든한 뿌리와 부끄러움의 가지와 잎사귀며, 명예의 향기와 큰 자비의 두터운 그늘로서, 내 아들은 큰 나무와 같았는데, 이제 죽음의 코끼리에게 짓밟혔구나.


    내 아들은, 크기는 금산과 같아서 온갖 보배로 장엄한 금산의 왕으로 상호가 장엄한 그 몸은 이제 무상(無常)의 금강저(金剛杵)에 모두 부서졌구나.


    마치 큰 바다에 온갖 보배가 가득 찼을 때 저 마갈어가 바닷물을 휘젓는 것처럼, 내 아들의 큰 바다도 그와 같아서 죽음의 마갈어의 침노를 받았구나.


    보름달이 뭇 별들에게 둘러싸인 것처럼, 내 아들도 그와 같이 한량없는 공덕과 장엄한 상호가 지금 무상의 라후라에게 먹히었구나.


    우리 종족은 대장부에서 로월(盧越진정(眞淨) 등 이런 왕이 서로 이어 오늘에 이르렀는데, 장차 우리 종족이 끊어지지 않겠는가?


    특히 내 아들이 전륜성왕이 되거나 혹은 불도를 이루기를 바랐는데, 과연 지금 죽었을까?
    만일 내 아들을 잃는다면 나는 반드시 근심 끝에 쇠약하여 목숨을 보전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내 아들이 출가하여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다니면서 감로법(甘露法)을 널리 연설하기를 바랐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갖가지 일을 보지 못하게 되었구나.'
    그는 아들을 생각하고 이와 같이 갖가지로 근심하였다.
    그 때 궁중에서 소리를 높여 크게 우는 소리가 들렸다. 왕은 더욱 놀라고 두려워하면서 태자가 죽었다 생각하고, 앞으로 달려가는 하녀에게 물었다.


    저것은 곡성이냐? 내 아들이 죽지는 않았는가?”


    하녀는 아뢰었다.
    태자님은 죽지 않고, 야수타라가 지금 아들을 낳았기 때문에 온 궁중이 창피하다 하여 우는 것입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더욱 걱정하고 괴로워하면서 소리 내어 울고 부르짖으며 외쳤다.


    괴상한 일이다. 아주 더럽고 욕된 일이다. 내 아들이 집을 떠난 지 이미 6년이 지났는데 이제 아이를 낳다니. 그 때 그 나라 법에는 북을 한 번 치면 모든 군사가 모이고, 99천 석씨들이 모두 모이게 되어 있었다. 그들은 모두 모여 야수타라를 불렀다.


    야수타라는 희고 깨끗한 옷을 입고 아이를 품에 앉고 있으면서 전연 놀라거나 두려워함이 없이 친족들 속에 서 있었다.


    지팡이를 든 어느 석씨가 안색을 고치고 화를 내어 야수타라를 꾸짖었다.
    이 더러운 것아, 너무도 창피한 일이다. 우리 종족을 욕되게 해 놓고 무슨 낯짝으로 우리 앞에 섰느냐?”
    비뉴천(毘紐天)이라는 석씨가 있었는데 그는 야수타라의 외삼촌이다. 그는 야수타라에게 말하였다.


    더럽고 어리석기 너보다 더할 이가 없을 것이다. 외삼촌에게 사실대로 말하라. 너는 어떤 놈 한테서 그 아이를 얻었느냐?”


    그러나 야수타라는 조금도 부끄럼이 없이 정직하게 말하였다.
    집을 떠난 종족 실달에게서 이 아이를 얻었습니다.”
    정반왕은 이 말을 듣고 화를 내면서 말하였다.


    그 아이를 생각하지 않고 딴 말을 하는구나. 참이거나 거짓이거나 여러 석씨들은 다 안다. 내 아들 실달은 본래 집에 있을 때부터 5()이 있다는 말을 귀로도 듣지 않았는데, 하물며 욕심이 있어 아이를 낳았겠느냐? 그 따위 말은 실로 야비하고 무례하다. 누구에게서 아이를 얻어 가지고 우리를 욕되게 하는가? 그것은 진실로 거짓이요 정직한 법이 아니다. 내 아들 실달은 옛날 집에 있을 때 어떤 보물이나 맛난 음식에도 조금도 집착하지 않았다. 그런데 하물며 지금 고행하면서 하루에 마미(麻米) 하나를 먹고 있을 때이겠느냐?”


    그런 비방을 듣고 정반왕은 더욱 화를 내어 여러 석씨들에게 물었다.
    지금 저것을 어떻게 괴롭고 독하게 죽이면 좋을까?”
    어떤 석씨는 말하였다.
    내 생각 같아서는 불구덩이를 만들고, 저 모자(母子)를 그 속에 던져 조금도 남는 것이 없게 하였으면 합니다.”


    여러 사람도 모두 그것이 가장 좋다 하고, 곧 불구덩이를 파고 그 안에 거타라(?陀羅) 나무를 쌓아 불을 붙이고는 야수타라를 끌고 그 곁으로 갔다.


    야수타라는 그 불구덩이를 보고서야 비로소 놀라고 두려워하였다. 마치 들 사슴이 혼자 동산에 있을 때 아무 데도 의지할 곳이 없는 것처럼, 야수타라는 스스로 꾸짖되, 아무 죄도 없는데 이런 화를 받는다 하고, 여러 석씨들을 둘러보았으나 아무도 자기를 구원할 이가 없었다.


    그래서 야수타라는 아기를 안고 길이 탄식하고는, 보살을 생각하면서 '당신은 자비가 있어 일체 중생을 가엾이 여기십니다. 그러므로 모든 하늘과 귀신들도 모두 당신을 공경합니다.


    지금 우리 모자는 복이 엷어 아무 죄도 없이 고통을 받는데, 보살은 왜 생각하지 않으며, 왜 우리 모자를 오늘의 이 액운에서 구하시지 않습니까? 어떤 하늘 선신도 우리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옛날 보살이 여러 석씨들 가운데 계실 때에는 마치 보름달이 뭇 별 가운데 있는 것과 같았는데, 지금은 다시 볼 수 없습니다.' 하고, 곧 부처님 계신 곳을 향하여 일심으로 경례하였다. 그리고 다시 여러 석씨들에게 절하고는 불을 향해 합장하고 진실한 말을 하였다.


    이 아이는 진실로 남에게서 생긴 것이 아니다. 6년 동안 내 태 안에 있은 사실이 진실이요 거짓이 아니라면 마침내 이 불은 우리 모자를 태워 죽이지 않고 스스로 꺼질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곧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자 그 불구덩이는 못으로 변하고 자기 몸은 연꽃 위에 있음을 보았다.


    그녀는 조금도 두려움이 없이 온화하고 즐거운 안색으로 여러 석씨들을 향해 합장하고 말하였다.


    만일 내 말이 거짓이었더라면 곧 타 죽었을 것입니다. 이 아이는 진실로 보살의 아들입니다. 나는 진실한 말로 불의 화를 면하였습니다.”


    어떤 석씨는 말하였다.
    그 형상을 보면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로 미루어 보아 그것이 진실인 것을 알 수 있다.”


    또 어떤 석씨는 말하였다.
    불구덩이가 맑은 못으로 변하였다. 그것을 증험하여 그의 허물이 없음을 알겠다.”


    그 때 여러 석씨들은 야수타라를 데리고 궁중으로 돌아가, 더욱 공경하고 찬탄하였다. 그리고 그녀를 위해 유모를 구하여 아들을 받들어 섬기게 하였는데 처음 낳은 때와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할아버지 정반왕은 손자를 매우 사랑하고 소중히 여겨 라후라가 보이지 않으면 밥을 먹지 않았다. 그리고 보살 생각이 날 때에는 라후라를 안고 그 시름을 잊었다.


    간략히 이 사실을 말하면, 6년이 지난 뒤에 정반왕은 부처님을 간절히 사모하여 사람을 보내어 부처님을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가엾이 여겨 본국으로 돌아가셨다. 석씨 궁전에 이르시자 부처님께서는 1250 비구로 변하셨다. 그들은 모두 부처님 몸과 같았고, 빛나는 모양도 다름이 없었다.


    야수타라는 라후라에게 말하였다.
    어느 분이 너의 아버지시냐? 그 곁으로 가라.”
    그 때 라후라는 부처님께 나아가 예배하고, 부처님의 왼쪽 발 곁에 섰다. 부처님께서는 곧 한량이 없는 겁 동안 닦은 공덕으로 된, 바퀴 모양이 있는 손으로 라후라의 정수리를 어루만지셨다.


    그 때 여러 석씨들은 모두 이렇게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지금도 사사로이 사랑하는 마음이 있구나.”
    부처님께서는 여러 석씨들의 마음 속 생각을 아시고,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왕의 권속이나
    또 낳은 아들을
    치우치게 사랑하는 마음이 없고
    다만 손으로 정수리를 만졌다.
    나는 갖가지 번뇌 다하여
    사랑과 미움이 아주 다 없어졌다.
    너희들은 의심을 가지지 말라.

    아들에 대하여 망설이고 있다고.
    이 애도 장차 집을 떠나게 하여
    거듭 나의 법 아들로 만들 것이니
    그의 공덕을 간단히 말하면
    이 애는 집을 떠나 참 도를 배워
    반드시 아라한을 이룰 것이다.


    118. 늙은 바라문이 아첨과 거짓을 물은 인연


    모든 교활과 거짓과 간사와 홀림은 그 겉모양은 곧은 듯 하지마는 속에는 간악과 속임을 품고 있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참과 거짓을 잘 분별하여야 하느니라.


    옛날 어떤 바라문이 나이 늙어 젊은 아내를 맞이하였다. 아내는 남편이 늙은 것을 꺼리어 쉬지 않고 딴 남자와 정을 통하였다. 음욕에 맛을 붙여 남편을 속이고 연회를 베풀어 젊은 바라문들을 청하였다. 그러나 남편은 아내의 간음하는 버릇을 알기 때문에 연회를 계속하는 것을 즐겨하지 않았다. 아내는 갖가지 꾀를 써서 남편을 호리었다.


    늙은 바라문의 전처 아들이 불 속에 떨어졌다.

    그 때 젊은 아내는 눈으로 보고도 아이를 붙들지 않고 떨어지게 하였다.


    바라문은 말하였다.
    아이가 지금 불에 떨어지는데 왜 붙들지 않았는가?”


    아내는 대답하였다.
    나는 젊어서부터 나의 남편만 가까이하고, 일찍이 다른 남자를 붙든 일이 없었는데, 어떻게 갑자기 이 사내아이를 붙들라고 하십니까?”


    바라문은 그 말을 듣고 그렇겠다. 생각하고, 아내를 믿는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그 집에 큰 연회를 열고 바라문들을 모았다. 그러자 아내는 여러 사람들과 정을 통하였다.


    바라문은 이 사실을 알자 분하고 원통하여 보물을 모아 옷에 싸 가지고는 아내를 버리고 집을 떠났다. 집을 떠나 멀리 가는 도중에 어떤 바라문을 만나 동행하게 되었다. 해가 저물어 어느 집에서 같이 자고, 이튿날 아침에 다시 길을 떠났다.


    주인집을 떠나 차츰 길이 멀어지려 할 때에 그 바라문은 늙은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어제 밤 자던 집에서 풀잎 하나가 내 옷에 붙어 왔습니다. 나는 젊을 때부터 남의 물건을 침노하지 않았는데, 지금 이 잎이 내게 붙어 왔으니, 나는 매우 부끄럽습니다. 이것을 그 주인에게 돌려주고 오겠습니다. 당신은 여기서 기다리십시오.”


    늙은 바라문은 이 말을 듣고, 그를 깊이 믿어 더욱 사랑하고 존경하면서 기다리기를 승낙하였다.
    그 바라문은 거짓으로 그 풀잎을 주인에게 돌려주려고 떠났다. 얼마 가지 않아 어떤 산골짜기에 들어가 드러누웠다가 한참 만에 돌아와 말하였다.


    그 풀잎을 주인에게 돌려주었습니다.”
    늙은 바라문은 그렇게 믿고 더욱 사랑하고 존경하였다.
    늙은 바라문은 마침내 대소변이 보고 싶었다. 대소변을 보고 그것을 씻으려고, 보물을 그에게 맡겼다. 그는 그 보물을 가지고 곧 달아났다. 늙은 바라문은 자기 보물을 도둑맞은 것을 보고, 그 사람을 원망하고 탄식하였다. 그리고 스스로 슬퍼하고 근심하고 고민하면서 다시 길을 떠났다.


    조금 가다가 어떤 나무 밑에 쉬고 있을 때, 황새 한 마리가 입에 풀을 물고 여러 새들에게 말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는 서로 가엾이 여기면서 한 곳에 모여 같이 살자.”
    여러 새들은 그 말을 믿고 모두 모여 왔다.
    그 때 황새는 여러 새들이 모두 밖에 나간 틈을 엿보아 그들의 둥우리로 가서 알을 쪼아 즙을 마시고 그 새끼들을 잡아먹었다. 그리고는 새들이 올 때가 되자 다시 풀을 물고 있었다. 새들이 돌아와 그 사실을 보고 모두 그를 꾸짖었으나 황새는 버티며 말하였다.


    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 때 여러 새들은 그것이 거짓임을 알고, 모두 그를 버리고 떠났다.
    그 나무 밑에서 조금 있다가 집을 떠난 어떤 외도를 만났다. 누더기 옷을 입고 조용하고 천천히 걸으면서 말하였다.


    가거라 가거라, 중생들아.”
    바라문은 물었다.
    왜 나란히 걸어가면서 입으로 가거라 가거라고 외치는가?”
    외도는 대답하였다.
    나는 집을 떠난 사람으로서 일체 중생을 가엾이 여기기 때문에 저 개미 따위를 해칠까 두려워하여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자 늙은 바라문은 그 외도가 입으로 그렇게 하는 말을 듣고, 돈독히 믿는 마음이 생겨 그를 따라 그 집으로 갔다. 날이 저물어 그는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나는 고요히 내 마음을 닦아야겠습니다. 당신은 딴 방에 가서 누워 주무십시오.”


    그 때 바라문은 도를 닦는다는 말을 듣고 마음으로 매우 기뻐하였다.
    그러나 밤중이 지나자 풍류를 잡히어 노래하고 춤추는 소리만이 들렸다. 바라문은 곧 나가 보아 그것이 집을 떠난 외도의 방임을 알았고, 땅 밑에서 여자가 나와 그와 정을 통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여자가 춤을 추면 그 외도는 거문고를 타고 외도가 춤을 추면 그 여자가 거문고를 탔다.


    바라문은 이것을 보고 스스로 생각하였다.
    '천하 만물은 사람이나 짐승이나 할 것 없이 하나도 믿을 것이 없구나.'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남의 남자를 붙들지 않기
    그 주인에게 풀잎을 돌려주기
    황새가 거짓으로 풀을 머금기
    외도가 벌레 다칠까 두려워하기

    이러한 모든 아첨하고 거짓된 말
    그것들 아무 것도 믿을 것 없네.

    그 때 나라 안에 집이 아주 부자인 한 장자가 있어 진귀한 보물이 많았다.

    그런데 어느 날 밤에 재물들을 많이 잃어버렸다.


    그 때 왕은 이런 사실을 듣고 장자에게 물었다.
    누가 와서 가져가 잃어버리게 되었는가?”
    장자는 아뢰었다.
    처음에는 간악하고 난잡함이 없이 함께 왕래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한 바라문이 오랫동안 함께 출입했는데 몸을 청결하게 하여 세상의 물건들을 범하지 않고 풀 잎사귀로 옷을 만들어 입고는 오히려 주인에게 돌려주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다시 이상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바라문을 잡고 물었다.
    그 때 장자가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저 사람의 정결한 행실은 세상에 비길 데가 없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하루아침에 구속하려 합니까? 차라리 재물을 잃어버려도 좋으니, 놓아 주었으면 합니다.”


    왕은 대답하였다.
    나는 예전에 이와 같은 비유를 들은 적이 있으니, 밖으로는 거짓으로 청정한 듯 하지 안으로는 간악함을 품은 것이라 했다. 너는 근심하지 말고 내가 사실을 조사하는 대로 따라라.”


    이렇게 말하고, 즉시 조사하여 추궁하니, 변명할 말이 궁하고 이치상 막히자 사실대로 엎드려 자수하였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자는 거울처럼 세상에 처하여 진실과 거짓을 잘 분별하여 세상을 인도하는 스승이 되어야 하느니라.


    119. 바라문의 아내가 시어머니를 죽이려 한 인연

     

    옛날 어떤 바라문이 있었다. 그의 아내는 한창 젊어 얼굴은 곱고 아름다우며, 정욕은 깊고 무거워 그 뜻은 음탕한 데만 있었다. 그러나 시어머니가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가만히 간악한 꾀를 내어 시어머니를 해치려 하였다. 거짓으로 효양하여 남편의 마음을 미혹시키면서 아침 저녁으로 정성껏 이바지하여 조금도 모자람이 없었다.


    남편은 기뻐하여 아내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지금 어머니를 공양하는 것은 효도하는 며느리가 할 일이오. 우리 어머니가 늘그막에 의지할 곳은 당신 힘뿐이오.”


    아내는 대답하였다.
    지금 제가 이 세상에서 받드는 공양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만일 하늘의 공양을 받는다면 제 소원은 만족할 것입니다. 혹 하늘에 날 어떤 묘한 법이 없습니까?”


    남편은 대답하였다.
    바라문 법에 바위에서 떨어지거나 불 속으로 들어가거나 다섯 가지 뜨거움으로 몸을 지지는 등 이런 일을 행하면 곧 천상에 난다고 하였소.”


    아내는 말하였다.
    만일 그런 법이 있다면 시어머님은 하늘에 나서 자연의 공양을 받으실 일이지 무엇 하러 애써서 세상 공양을 받겠습니까?”


    이렇게 말하자 남편은 그 말을 믿고, 곧 들밭에 큰 불구덩이를 파고는 나무 섶을 많이 쌓아 아주 사납게 불을 붙였다. 그리고 그 위에 큰 연회를 베풀고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는 친족들을 불러 모았다. 바라문들은 모두 거기 모여 음악과 노래로 종일토록 즐겼다.


    손님들은 모두 흩어지고 어머니만 혼자 남았다. 부부는 어머니를 데리고 불구덩이 있는 곳으로 가서 어머니를 불구덩에 밀어 넣고는 돌아보지도 않고 달아났다.


    그 때 그 불구덩이 안에 마침 조그만 발판이 있었다.

    어머니는 그 발판 위에 걸려 마침내 불에는 떨어지지 않았다.
    어머니는 곧 그 구덩이에서 나왔다. 날이 이미 어두웠으므로 올 때의 자취를 더듬어 집으로 향하였다. 숲 속을 지나게 되었는데, 사방이 깜깜하였다. 호랑이와 나찰 귀신들이 두려워 노모는 낮은 나무를 더위잡고 올라가 그 두려움을 피하고 있었다.


    그 때 마침 도적들이 많은 재보를 훔쳐 와서 떼를 지어 그 나무 밑에서 쉬고 있었다. 그는 겁이 나서 꼼짝도 않고 있다가, 나오는 기침을 누를 수 없어 그만 나무 위에서 기침을 하였다.


    도적들은 그 기침 소리를 듣자 저것은 악귀라 생각하고, 그 재보를 버린 채 모두 흩어져 달아났다. 새벽녘이 되어 노모는 아무 두려움 없이 태연히 나무에서 내려왔다. 거기서 그 보물들을 가지 향기로운 영락과 온갖 구슬과 금팔찌와 귀고리 등 여러 가지 진귀한 물건을 가득 지고 집로 돌아갔다.


    그들 부부는 어머니를 보고 깜짝 놀라면서 저것은 기시귀(起尸鬼)라 생각하고 감히 가까이 가지 못하였다.
    어머니는 그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죽어 하늘에 나서 이런 재보를 많이 얻었다.”
    그리고 그 며느리에게 말하였다.
    이 향기로운 영락과 구슬·금팔찌·귀고리 등은 네 부모와 고모부·이모부·자매들이 가지고 와서 너에게 준 것이다. 나는 늙고 약하기 때문에 많이 가지고 오지 못하였다. 그리고 '너에게 말하여 오게 하면 얼마든지 주리라'라고 하였다.”


    며느리는 이 말을 듣고 못내 기뻐하면서 시어머니가 한 법처럼 불구덩이에 몸을 던지고자 하여 그 남편에게 아뢰었다.


    늙으신 시어머님은 불구덩이에 몸을 던졌기 때문에 이런 재보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힘이 약하여 많이 지고 오지 못하였다니 내가 가면 반드시 많이 얻어 올 수 있을 것입니다.”


    남편은 그 말대로 불구덩이를 만들었다. 아내는 거기에 몸을 던져 몸이 타서 아주 죽고 말았다.
    그 때 여러 하늘들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대개 사람은 높은 이에게
    부디 나쁜 생각 내지 말지니
    며느리가 시어머니 해치려다가
    도리어 제 몸 태워 죽는 것 같으리.


    120. 까마귀가 올빼미의 원수를 갚은 인연

     

    옛날에 까마귀와 올빼미가 있었는데 그들은 서로 미워하는 원수 사이였다.
    까마귀는, 올빼미가 보지 못하는 것을 알고 낮을 기다려 올빼미 떼를 밟아 죽여 그 고기를 먹었고, 올빼미는 밤이 되면 까마귀의 눈이 어두움을 알고 까마귀 떼를 쪼아 창자를 내어 먹었다.


    이렇게 낮과 밤을 두려워하면서 그칠 새가 없었다.
    그 때 까마귀 떼 가운데 한 지혜로운 까마귀가 여러 까마귀들에게 말하였다.
    서로 원망하고 미워하면 구제할 길이 없고, 끝끝내 서로 죽이면 양쪽이 다 보전할 수 없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저 올빼미들을 아주 없애 버려야 우리는 즐거이 살 수 있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마침내 우리가 패하게 될 것이다.”


    까마귀들은 말하였다.
    네 말과 같다. 어떤 방편을 써야 저 올빼미들을 모두 죽일 수 있겠는가?”
    지혜로운 까마귀는 말하였다.
    네 말과 같다. 어떤 방편을 써야 저 올빼미들을 모두 죽일 수 있겠는가?”
    지혜로운 까마귀가 말하였다.


    모두 그 말대로 하였다. 지혜로운 까마귀는 가엾은 꼴을 하고, 올빼미들이 사는 굴 밖에 가서 슬피 울었다. 올빼미는 그 소리를 듣고 나와 말하였다.


    너는 지금 왜 머리가 부서지고 털이 빠진 채로 여기 와서 슬피 울면서 괴로워하는가, 무슨 할 말이 있는가?”


    까마귀가 말하였다.
    여러 까마귀들이 나를 미워하기 때문에 나는 살 수가 없다. 그래서 여기 와서 몸을 던져 저 원수들을 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 때 올빼미는 가엾게 여겨 그를 기르려고 하였다. 그러자 여러 올빼미들은 말하였다.
    그는 우리 원수다. 가까이 할 수 없다. 무엇 때문에 원수를 기르려고 하는가?”


    그러자 올빼미가 말하였다.
    그는 지금 매우 곤고하여 우리에게 와서 몸을 의지하려 한다. 그 고단한 신세를 어떻게 하겠는가?”


    드디어 그를 기르면서 남는 고기를 주어 먹였다.
    얼마 지나 까마귀는 털이 회복되었다. 까마귀는 거짓으로 기뻐하면서 가만히 꾀를 내었다. 마른 나뭇가지와 풀을 물고 와서 올빼미 굴에 쌓으면서 무슨 은혜를 갚는 체하였다.


    그러자 올빼미는 물었다.
    무엇하러 그러는가?”
    까마귀는 대답하였다.
    굴 속은 순전히 찬 돌뿐이다. 그러므로 이것으로써 추운 바람을 막으려는 것이다.”


    올빼미는 그러려니 생각하고 잠자코 있었다.

    그래서 까마귀는 굴을 지키면서 거짓으로 심부름꾼이 되었다.
    그 때 마침 심한 눈이 내려 추위가 대단하였다. 올빼미들은 모두 굴 속으로 모여들었다.
    까마귀는 그 기회를 만나 기뻐하면서 소치는 사람의 불을 몰고 와서 굴 속에 불을 질렀다.
    그래서 올빼미들은 한꺼번에 모두 타 죽고 말았다.
    그 때 여러 하늘들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혐의가 있는 사이에서는
    그를 너무 믿지 말라.
    까마귀가 거짓으로 착한 체하여
    올빼미들을 태워 죽인 것 같으리.


    121. 여종이 염소와 싸운 인연

     

    옛날 어떤 여종이 있었다.
    그는 성질이 얌전하고 청렴하여 항상 주인을 위하여 보리와 콩을 관리하였다.
    그 때 그 집에 있는 숫양이 빈틈을 엿보아 보리와 콩을 먹어 한말쯤이나 축을 내었다.


    그래서 주인에게 꾸중을 들었다.
    그는 주인이 자기를 믿지 않는 것은 모두 저 양이 먹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였다. 그 때문에 그는 양을 미워하여 막대기로 양을 쳤다. 그러면 양도성을 내어 그 여종을 들이받았다. 이렇게 하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느 날 여종은 빈 손에 불을 가지고 있었다. 양은 그 손에 막대기가 없는 것을 보고, 곧 쫓아와 여종을 들이받았다. 여종은 황급하여 가졌던 불을 양 잔등에 던졌다. 양은 뜨거움을 못 견뎌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그래서 그 불은 마을 사람들을 태우고 또 산과 들에까지 번져 갔다.


    그 때 그 산에는 5백 마리 원숭이가 있었는데, 불어오는 불길을 피할 수가 없어 한꺼번에 타 죽고 말았다.
    여러 하늘들은 그것을 보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성내어 서로 싸우는
    그 사이에는 머물지 말라.
    숫양과 여종이 싸우는 바람에
    마을 사람들과 원숭이가 죽었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