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보장경(雜寶藏經) 제9권
102. 가전연(迦?延)이 악생왕(惡生王)을 위해 여덟 가지 꿈을 풀이한 인연
옛날 악생왕이 잔인하고 사나운 행동으로 남을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없고 삿된 소견이 왕성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매우 가엾이 여겨 제자들을 보내어 여러 나라로 돌아다니면서 교화하게 하셨다.
가전연은 바로 그 악생왕국의 바라문 종족이다.
부처님께서는 곧 가전연을 본국으로 보내어 국왕과 백성들을 교화하게 하셨다.
그 때 존자 가전연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이내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 때 악생왕은 바른 도를 보지 못하고 삿된 도를 받들어 섬겼다. 그래서 언제나 이른 아침에는 사람을 만나지 않고, 먼저 하늘 신을 섬기는 사당에 절하였다.
그 때 가전연은 그 악생왕을 교화하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다른 사람으로 변하되, 마치 얼굴이 단정한 멀리서 온 사자처럼 꾸미고, 왕의 문 안에 들어가 왕을 뵐 때에야 본래 모양으로 돌아가 사문의 형상이 되었다.
왕은 특히 머리를 깎은 도사를 미워하였다. 그래서 왕은 매우 화를 내어 말하였다.
“너를 이제 죽이겠다.”
왕은 곧 사람을 시켜 가전연을 잡아다 죽이려 하였다.
가전연은 왕에게 아뢰었다.
“내가 무슨 허물이 있기에 죽이려고 합니까?”
왕은 말하였다.
“머리를 깎은 너희들을 보면 불길하다. 그래서 지금 너를 죽이려는 것이다.”
존자 가전연은 대답하였다.
“그 불길은 내게 있고 왕에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 하면, 왕은 비록 나를 보아도 아무 손해가 없지마는 내가 왕을 보면 왕은 나를 죽이려 합니다. 이것으로 미루어 '그 불길은 바로 내게 있다'고 말한 것입니다.”
왕은 본래 총명하므로 이 말을 듣고는 곧 그 뜻을 깨닫고 가전연을 놓아 주면서 나쁜 마음을 내지 않았다. 그리고 가만히 두 사람을 보내어 뒤를 따르게 하면서 그가 머무르는 곳과 먹는 음식은 어떤 것인가를 살피게 하였다.
그들은 가전연이 나무 밑에 앉아 빌어온 밥을 먹되, 밥을 얻었을 때에는 그들에게도 나누어 주고, 남은 것이 있으면 물속에 쏟아 버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이 돌아가자 왕은 물었다.
“존자가 머무르는 곳과 먹는 음식은 어떻던가?”
그들은 위에서 본 대로 자세히 왕에게 아뢰었다.
그 뒤에 왕은 존자 가전연을 청하여 거친 음식을 주고 사람들을 보내어 물었다.
“지금 그 음식이 마음에 맞는가?”
가전연은 대답하였다.
“음식의 본 뜻은 먼저 배를 채우는 데 있다.”
그 뒤에 다시 부드럽고 맛난 음식을 주고 또 사람을 보내어 물었다.
“마음에 드는가?”
존자는 또 대답하였다.
“음식의 본 뜻은 배를 채우는 데 있다.”
그 뒤에 왕은 존자에게 물었다.
“내가 음식을 주었을 때 거칠고 부드러운 것을 가리지 않고, 다만 '배를 채우는 데만 있다'고만 말하니, 그것은 무슨 뜻인가?”
존자 가전연은 대답하였다.
“몸과 입은, 비유하면 부엌에서는 전단(?檀)도 타고 더러운 똥도 타는 것처럼, 우리 몸과 입도 그러하여 음식에는 거칠고 부드러운 것 없이 배를 채우면 그만입니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 몸은 마치 수레와 같아
좋고 나쁜 것 가림이 없다.
향기로운 기름이나 냄새 나는 기름이나
조리(調利)하는 데에는 똑같으니.
왕은 그 말을 듣고 그의 큰 덕을 깊이 알았다.
그리고 거칠고 부드러운 음식을 바라문들에게 주어 보았다. 바라문들은 처음에 거친 음식을 받았을 때에는 모두 화를 내어 얼굴빛을 변하고 꾸짖다가 나중에 부드러운 음식을 줄 때에는 기뻐하고 찬탄하였다.
왕은 바라문들이 음식을 따라 기뻐하고 노여워하는 것을 보고는 가전연을 더욱 믿고 공경하였다.
그 때 존자의 외생녀(外生女)는 일찍부터 성 밖의 바라문 촌에 살고 있었는데, 좋은 머리털을 가지고 있었다.
안거 때가 되어 그는 지극한 마음으로 공양하기 위하여 자기 머리털을 팔아 5백 냥 금전을 받아 가전연을 청하여 여름 안거 동안 공양하였다. 그래서 존자 가전연은 여름 안거를 거기서 마치고 성 안으로 돌아왔다.
그 때 악생왕의 궁문 안에 갑자기 죽은 꿩 한 마리가 있었는데, 그것은 전륜왕이 먹던 꿩과 같았으므로 악생왕은 그것을 먹으려 하였다.
어떤 지혜로운 신하가 왕에게 아뢰었다.
“이 꿩을 그냥 드시지 마시고 먼저 시험해 보셔야 합니다.”
왕은 그 말을 따라 곧 사람을 시켜 그 고기 한 점을 베어 개에게 주었다. 개는 그 고기 맛을 탐하여 혀까지 한꺼번에 먹고는 그만 죽어 버렸다.
또 그 고기를 조금 베어 어떤 사람에게 시험해 보았다.
그 사람도 그 고기를 먹다가 그 맛을 탐하여 마침내 제 손까지 깨물어 먹고는 죽어 버렸다.
왕이 그것을 보고 매우 두려워하자 어떤 사람이 말하였다.
“이 고기는 전륜왕이나 번뇌가 없는 지혜를 가진 도인이라야 먹을 수 있는 것입니다.”
왕은 곧 사람을 시켜 그 고기로 맛난 음식을 만들어 존자 가전연에게 보내었다. 가전연은 그것을 먹었는데도 몸이 아주 편안하였다.
뒤에 왕은 사람을 보내어 살펴보게 하고는 가전연의 안색이 보통 때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을 듣고는 더욱 존경하였다. 그리고 저 외도의 바라문들을 업신여기고 천하게 여겼다.
왕은 가전연에게 물었다.
“존자는 이 여름에 어디서 안거를 지내시고 지금 오십니까?”
존자는 외생녀가 머리털을 팔아 돈을 얻어 스님들을 공양하였다는 말을 자세히 하였다.
왕은 그 말을 듣고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 궁중에 머리털이 매우 아름다운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불과 몇 닢 안 되는 동전밖에 받지 못하였는데, 지금 그 여자의 머리털은 5백 냥의 금전을 받았다 하니, 그 여자는 머리털만 보통이 아닐 뿐 아니라 반드시 얼굴도 아름다울 것입니다.”
왕은 곧 그 여자 부모의 성명을 묻고는 사람을 보내어 거기 가서 그 여자를 직접 보게 하였는데, 그 자태의 뛰어남은 과연 그 추측과 같았다.
왕은 사자를 보내어 그를 맞아 부인으로 삼으려 하였다. 그런데 그 여자의 집에서는 많은 보물과 도시와 촌락을 요구하였다.
왕은 다시 생각하였다.
'그것을 주더라도 여자가 올 때에는 그것은 모두 내게 돌아온다.'
곧 승낙하고 그를 맞아들여 부인으로 삼기로 하였다. 처음으로 맞이하는 날에는 온 나라가 모두 기뻐하면서 경사라고 일컬었다.
그 뒤에 또 큰 사면령을 내려 방면하고, 그 부인 이름을 시바구사(尸婆具沙) 부인이라 짓고, 왕은 매우 아끼고 사랑하였다. 그 뒤에 태자를 낳았는데, 이름을 교바라(喬婆羅)라 하였다.
어느 때 왕은 자다가 꿈에 여덟 가지 일을 보았다.
첫째는 왕의 머리에 불이 붙었고, 둘째는 두 마리 뱀이 왕의 허리를 감았으며, 셋째는 가는 쇠그물이 왕의 몸을 감았고, 넷째는 두 마리 빨간 고기가 왕의 두 발을 삼켰으며, 다섯째는 네 마리 흰 따오기가 왕을 향해 날아왔고, 여섯째는 겨드랑이까지 빠지는 피의 진흙 속으로 다녔으며, 일곱째는 태백산에 올랐고, 여덟째는 황새가 머리 위를 스쳐 갔다.
왕은 꿈에서 깨어나 상서롭지 못하다 생각하고, 근심하고 슬퍼하다가 곧 바라문들에게 가서 물었다.
바라문들은 본래부터 왕을 꺼렸고 또 존자를 질투하였기 때문에 왕의 이 꿈 이야기를 듣고 말 하였다.
“대왕의 꿈은 매우 불길합니다. 만일 푸닥거리를 하지 않으면 그 화가 왕의 몸에 미칠 것입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는 실로 그렇다 생각하고 더욱 근심하고 번민하면서 그들에게 물었다.
“푸닥거리를 할 때에는 어떤 물건을 써야 하는가?”
바라문들은 말하였다.
“거기에 쓸 것은, 대왕이 매우 사랑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말해도 왕은 결코 그렇게 하시지 못할 것입니다.”
왕은 대답하였다.
“그 꿈이 하도 나빠 다만 그 재화가 내 몸에 미칠까 두려울 뿐이다. 내 몸 이외에 다른 것은 아까운 것이 없다. 부디 나를 위해 거기에 필요한 물건을 말하라.”
바라문들은 왕이 간절한 것을 보아 그 마음이 지극한 것을 알고, 왕에게 말하였다.
“그 꿈에 여덟 가지가 있으므로 여기에도 꼭 여덟 가지를 행해야 그 재앙을 막을 수 있습니다.”
첫째는 왕의 사랑하는 부인 시바구사를 죽여야 하고, 둘째는 왕의 사랑하는 태자 교바라를 죽여야 하며, 셋째는 재상인 대신을 죽여야 하고, 넷째는 왕의 소유인 오신(烏臣)을 죽여야 하고, 다섯째는 하루에 3천 리를 달리는 왕의 코끼리를 죽여야 하며, 여섯째는 하루에 3천 리를 달리는 왕의 낙타를 죽여야 하며, 일곱째는 왕의 그 좋은 말을 죽여야 하고, 여덟째는 까까머리 가전연을 죽여야 하는 것입니다.
금후 이레 동안 그 여덟 가지를 죽여 그 피를 모으고 그 가운데로 다니면 그 재앙을 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자기 목숨이 중했기 때문에 곧 허락하고, 궁중으로 돌아와 근심하고 번민하였다.
부인이 왕에게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왕은 부인에게 그 상서롭지 못한 꿈을 자세히 이야기하고, 또 바라문이 말한 꿈의 재앙을 막는 조건을 이야기하였다.
부인은 이 말을 듣고 아뢰었다.
“다만 대왕의 몸만 편안하여 재화가 없으시다면 첩의 천한 몸이야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그리고는 다시 아뢰었다.
“지금부터 이레 뒤에는 저는 죽음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러므로 제가 저 존자 가전연에게 가서 엿새 동안 재를 닦고 법을 듣는 것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왕은 말하였다.
“안 된다. 만일 네가 그에게 가서 그 사실을 말하여 그가 그런 줄을 안다면, 그는 나를 버리고 날아가 버릴 것이다.”
그러나 부인이 하도 간청하기 때문에 왕은 할 수 없어 마침내 가는 것을 허락하였다.
부인이 존자에게 가서 예배하고 문안드린 지 사흘이 지났다. 존자는 이상히 여겨 물었다.
“부인은 지금까지 여기 와서 밤을 지낸 일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왜 보통 때와 다릅니까?”
부인은 말하였다.
“왕의 악몽으로 인하여 지금부터 이레 뒤에는 우리들을 죽여 재화를 막을 것이니,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존자에게 법을 들으러 왔습니다.”
곧 존자에게 왕의 꿈을 이야기하였다.
존자 가전연은 말하였다.
“그 꿈은 매우 좋습니다. 장차 경사가 있을 것이니 걱정할 것 없습니다. 머리에 불이 붙었다는 것은 보주국(寶主國)에서 10만 냥 금의 가치가 있는 하늘관[天冠]을 가지고 와서 왕에 바칠 것이니, 그 꿈은 바로 그것입니다.”
부인은 만일 이레가 차면 왕에게 죽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그것이 늦게 올까 걱정이 되어 존자에게 물었다.
“그것은 언제 오겠습니까?”
“오늘 저녁 때 반드시 올 것입니다. 그리고 두 마리 뱀이 왕의 허리를 감았다는 것은 월지국왕(月支國王)이 10만 냥 금의 가치가 있는 칼 두 개를 바친다는 것이니, 그것은 밤이 되면 올 것입니다.
가는 쇠그물이 몸을 감았다는 것은 대진국왕(大秦國王)이 10만 냥 금의 가치가 있는 구슬 영락을 바친다는 것이니, 그것은 내일 새벽이면 올 것입니다.
빨간 고기가 발을 삼켰다는 것은 사자국왕이 10만 냥 금의 가치가 있는 비유리(毘琉璃) 보배 신을 바친다는 것이니, 그것은 내일 아침 때에 올 것입니다.
네 마리 흰 따오기가 왔다는 것은, 발기국왕(跋耆國王)이 황금 보배 수레를 바친다는 것이니, 그것은 내일 점심때에 올 것입니다.
피의 진흙 속이란 안식국왕(安息國王)이 10만 냥 금의 가치가 있는 사슴털옷을 바친다는 것이니, 그것은 내일 점심 중참 때에 올 것입니다.
태백산에 올랐다는 것은 광야국왕(曠野國王)이 큰 코끼리를 바친다는 것이니, 그것은 내일 저녁 무렵에 올 것입니다.
황새가 머리 위를 스쳤다는 것은 왕과 부인 사이에 남모르는 사사로운 일이 있다는 것이니, 그 일은 내일 있을 줄 알아야 합니다.”
과연 그 존자의 말과 같이 그 때가 되자 여러 나라에서 바치는 물건이 모두 도착하였다.
그리하여 왕은 매우 기뻐하였다.
시바구사 부인은 본래 하늘관을 쓰고 있었는데 보주국에서 바친 하늘관을 겹쳐 써 보았다. 왕은 장난으로 시바구사 부인이 쓴 하늘관 하나를 벗겨 금만(金?) 부인의 머리에 씌웠다. 그러자 시바구사 부인은 화를 내며 말하였다.
“만일 나쁜 일이 있었다면 내가 먼저 당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하늘 관을 얻으니 그에게 씌우십니까?” 그리고는 타락[酪] 그릇을 왕의 머리에 던지자 왕의 머리가 더러워졌다.
왕은 매우 화를 내어 칼을 뽑아 부인을 치려하였다.
부인은 왕이 두려워 방안으로 달려 들어가 방문을 걸었다. 그래서 왕은 들어가지 못하였다.
그 때 왕은 깨달았다.
'존자가 남모르는 사사로운 일이 있을 것이라고 해몽한 것이 바로 이것이구나.'
왕은 곧 부인과 함께 존자 가전연에게 가서 위의 사실을 자세히 이야기한 뒤에 말하였다.
“법이 아닌 삿되고 악한 말을 믿고, 하마터면 존자님과 처자 대신 등,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해치는 큰 죄악을 지을 뻔 하였습니다. 이제 존자님의 진실한 말을 듣고 어둡던 눈이 뜨이어 바른 도를 보고 나쁜 일에서 떠나게 되었습니다.”
곧 존자를 청하여 공경하고 받들어 공양하였다. 그리고 모든 바라문들을 멀리 국경 밖으로 쫓아 버렸다.
왕은 존자에게 물었다.
“어떤 인연이 있어 그와 같이 여러 나라에서 각각 그런 보물을 내게 보내었습니까?”
존자는 대답하였다.
“먼 옛날 91겁 전에 비바시라는 부처님이 계셨습니다. 그 부처님 때에 반두(槃頭)라는 나라가 있었습니다.
그 나라의 왕태자는 부처님을 믿고 정진하였습니다. 그는 부처님께 나아가 공양하고 예배한 뒤에 곧 자기가 가진 하늘관과 보배 칼·영락·큰 코끼리·보배 수레, 흠바라 옷 따위를 그 부처님께 바쳤습니다. 그 복으로 말미암아 나는 곳마다 높고 귀하여 가지고 싶은 보물이 구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르렀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삼보에 대하여 깊이 공경하고 믿는 마음이 생겼다. 그리하여 예배하고 궁중으로 돌아갔다.
103. 황금 고양이의 인연
옛날 악생왕이 동산에 나가 놀다가 동산 안의 집 위에서 황금 고양이 한 마리가 동북쪽에서 나와 서남쪽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왕은 곧 사람을 보내어 땅을 파다가, 석 섬들이의 구리쇠 독을 하나 얻었는데, 거기에는 금전이 가득 차 있었다.
좀 더 깊이 파다가 또 독 하나를 얻었다. 이렇게 하여 세 개의 독을 얻었는데, 모두 석 섬 들이였다.
또 곁으로 파다가 거기서도 구리쇠 독을 얻었다. 쉬지 않고 자꾸 파서 5리에 이르는 동안 모두 구리쇠 독을 얻었는데 거기에도 금전이 가득 차 있었다.
악생왕은 매우 이상히 여겨 곧 존자 가전연에게 가서 그 돈을 얻은 내력을 자세히 이야기하고는 말하였다.
“나는 이것을 쓰려고 하는데 장차 내게나 백성들에게 어떤 재화가 없겠습니까?”
존자는 대답하였다.
“그것은 왕이 전생에 지은 인(因)으로 말미암아 얻은 복의 갚음입니다. 그저 쓰십시오. 탈이 없을 것입니다.”
왕은 다시 물었다.
“알 수 없습니다. 과거의 그 인이 어떠합니까?”
존자는 대답하였다.
“자세히 들으십시오. 먼 옛날 91겁 전 비바시부처님의 끼친 법이 있을 때였습니다.
여러 비구들이 네거리에 높고 큰 자리를 만들고 그 위에 발우를 얹어 두고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세상에 누가 이 든든한 창고 안에 돈을 넣겠는가? 이 창고에 넣은 돈은 물도 띄울 수 없고 불도 태울 수 없으며, 왕도 빼앗을 수 없고 도둑도 겁탈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때 어떤 가난한 사람이 마침 나무를 팔아 돈 세 전을 얻은 것이 있었는데, 그는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여 곧 그 돈을 모두 발우에 넣고 성심으로 발원하였습니다.
그리고 집을 향해 5리 쯤 걸어오면서 걸음마다 기뻐하고, 집 문에 이르러서는 보시한 그곳을 향해 진심으로 발원하고는 집에 들어갔습니다.”
존자는 이어 말하였다.
“그 때의 그 가난한 사람이 바로 지금의 왕입니다. 왕은 과거에 세 전을 보시한 인연으로 말미암아 세상마다 존귀하여 그런 세 개의 돈 항아리를 얻었으며, 5리 동안 걸음걸음마다 기뻐한 인연으로 항상 5리 안에 그런 돈이 있게 된 것입니다.”
왕은 전생의 인연을 듣고 기뻐하면서 떠나갔다.
104. 악생왕이 오백 개의 발우를 얻은 인연
옛날 악생왕이 울선연성(鬱禪延城)에 살 때 문지기가 이른 아침에 성문을 열었더니, 문 밖에 갑자기 5백 대 수레가 있었고, 그 수레에는 각각 보배 발우가 실려 있었는데, 거기에는 금좁쌀이 가득가득 담겨 있었다. 발우에는 모두 인(因)을 찍어 봉하고, 글이 쓰여 있었는데, 이 발우를 악생왕에게 주노라'라고 되어 있었다.
그래서 문지기는 왕에게 아뢰었다.
“성문 밖에 보배 발우가 있는데, 그 발우에 글이 쓰여 있기를, '왕에게 준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상합니다.
지금 그것을 가져야 합니까?”
왕은 가만히 생각하였다.
'저 보물이 갑자기 온 것은 혹
불길한 일이 아닌가? 만일 내가 저것을 가진다면 장차 우리 집이나 나라에 재화가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고는 존자 가전연에게 나아가 물었다.
“오늘 새벽에 성문을 열었더니 갑자기 보배 발우가 나타났는데, 거기에 인이 찍혀 있고, '악생왕에게 준다'는 글이 쓰여 있었습니다. 그 길흉을 알 수 없는데, 그것을 가져야 합니까?”
존자는 대답하였다.
“그것은 왕이 전생에 지은 복의 갚음입니다. 그저 의심 말고 가지십시오.”
왕은 다시 물었다.
“내가 과거에 어떤 공덕을 닦았기에 이런 과보가 왔습니까?”
존자는 대답하였다.
“옛날 91겁 전에 선인산에 어떤 벽지불이 있었습니다. 그는 비를 만나 발이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사기 발우를 깨뜨렸습니다. 그래서 곧 옹기집으로 가서 사기 발우를 구걸하였습니다. 옹기장이는 못내 기뻐하면서 곧 다섯 개 발우에 물을 가득 담아 그에게 주었습니다.
그가 얻은 발우를 공중에 던지고, 몸을 솟구어 허공에 올라가 열여덟 가지 변화를 보이니, 모두들 한량없이 기뻐하였습니다.
그 때의 옹기장이는 바로 지금의 왕이요, 그 부인은 바로 저 시바구사 부인이며, 아이는 교바라 태자요, 옹기를 산 이는 재상 부로규(富盧?)이며, 그 때 그 옹기를 산 이의 부인은 바로 지금의 저 재상 부인입니다.”
왕은 다시 물었다.
“알 수 없습니다. 지금 저 발우들은 저절로 생긴 것입니까? 어디서 온 곳이 있습니까?”
존자는 대답하였다.
“저 발우들은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니요, 항하(恒河)의 용궁에서 온 것입니다. 이제 그 내력을 말하면, 옛날 라마왕(羅摩王)의 장인 되는 바라문이 저 항하 곁에서 청정한 행을 닦고 있었습니다. 그 때 라마왕은 날마다 보배 발우에 음식을 담아 그 장인에게 보내 주었습니다.
그런데 바라문 법에는 그릇을 두 번 쓰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바라문은 음식을 먹고는, 발우를 항하에 버렸습니다. 장님인 용은 그 보배 발우를 주워 금좁쌀을 가득 담아 궁중에 두었습니다.
이렇게 버린 발우가 날마다 자꾸 많아졌는데 그래서 5백 수레의 발우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장님인 용이 목숨을 마친 뒤에 그 발우들을 관리할 아들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천제(天帝)가 왕이 옛날에 발우를 보시한 인연을 알고 지금 왕에게 낸 것입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그 보배 발우를 가져다 복을 짓되, 두루 보시를 향하고 삼보를 공양하였다.
그 인연으로 후생에는 좋은 곳에 났다.
105. 비마천(毘摩天)에게 청하여 큰 부자 되기를 바란 인연
옛날 두 형제가 있었는데 집이 매우 빈곤하였다.
형은 날마다 아침 저녁으로 비마천(毘摩天)에게 정성껏 예배하면서 큰 부자 되기를 바랐다.
그리하여 그 아우를 들에 보내어 밭을 갈고 씨를 뿌리게 하였다. 이렇게 오랫동안 구하고 청하였다.
그 때 비마천은 아우로 변하여 형의 곁에 갔다. 형은 화를 내어 말하였다.
“왜 농사일을 하지 않고 무엇하러 여기 왔느냐?”
아우는 대답하였다.
“형님은 절에서 밤낮 기도하면서 큰 부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나도 오늘 형님을 본받아 재계(齋戒)하고 발원하여 큰 부자가 되기를 바라고 싶습니다.”
형은 말하였다.
“너는 밭도 갈지 않고 종자도 뿌리지 않으면서 풍족한 재물을 어떻게 얻을 수 있겠는가?”
아우는 대답하였다.
“참으로 종자를 뿌려야 수확을 얻습니까?”
형은 대답하지 못하였다.
이에 비마천은 도로 하늘 형상으로 돌아가 그 형에게 말하였다.
“지금 내 힘으로써 너를 도울 수가 있다. 오늘까지 보시를 행하였더라면 지금은 부자였을 것이다. 그런데 너는 과거에 보시를 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빈궁하게 되었다. 지금 아무리 밤낮 정성으로 내게 많은 재물을 구하더라도 그것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마치 암바라(菴婆羅)나무에서 열매를 구하려 할 때 겨울이라면 아무리 백천(百千)의 하늘신을 받들어 섬기더라도 그 열매를 얻을 수 없는 것처럼 너도 그와 같아서 전생에 인을 닦지 않았으므로 아무리 내게 큰 부자 되기를 구하여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열매가 익으면 구하지 않아도 스스로 얻어지는 것이다.”
그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복의 업은 익은 열매 같나니
신에게 제사하여 얻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계율의 수레를 탄 뒤에야
저 천상에 이를 수 있고
선정의 지혜는 꺼지는 등불 같아
하염없는 그곳에 이르게 되네.
106. 귀자(鬼子)의 어머니가 아들을 잃은 인연
귀자(鬼子)의 어머니는 늙은 귀신의 왕 반사가(般?迦)의 아내로서 1만 명의 아들을 두었는데, 모두 큰 역사의 힘이 있었다. 제일 작은 아들은 이름이 빈가라(嬪伽羅)였다.
귀자의 어머니는 흉악하고 요사하며 사나워 사람의 아이들을 잡아먹었으므로 사람들은 걱정하여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그 아들 빈가라를 붙들어다 발우 밑에 숨겨 두었다.
그래서 귀자의 어머니는 천하를 두루 다니면서 이레 동안 찾았으나 찾지 못하고 근심하고 번민하였다.
어떤 이가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일체를 아는 지혜를 가지셨다.”
그 말을 듣고 부처님께 나아가 아이 있는 곳을 물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만 명 아들 중에서 겨우 한 아들을 잃었는데, 왜 고민하고 근심하면서 찾아다니느냐? 세상 사람들은 아들 하나나 혹은 셋이나 다섯을 두었는데 너는 그들을 잡아먹지 않았느냐?”
귀자의 어머니는 아뢰었다.
“만일 지금 제가 빈가라만 찾으면 다시는 세상 사람들의 아들을 해치지 않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곧 귀자의 어머니에게 발우 밑에 있는 빈가라를 보여 주셨다. 그는 신력을 다하였으나 들어 낼 수가 없어 도로 부처님께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만일 네가 지금 삼귀오계(三歸五戒)를 받고 목숨을 마칠 때까지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면 네 아들을 돌려주리라.”
귀자의 어머니는 부처님의 분부대로 삼귀오계를 받들어 가졌다.
부처님께서는 그 아들을 돌려주면서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부터 계율을 잘 받들어 가져라. 너는 가섭부처님 때 갈니왕(??王)의 일곱째 딸로서 굳게 공덕을 지었지마는, 계율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귀신의 형상을 받은 것이다.”
107. 하늘을 제사하는 주인의 인연
옛날 어떤 바라문은 마실천(摩室天)을 섬기면서 밤낮으로 받들었다.
하늘이 그에게 물었다.
“너는 무엇을 구하는가?”
바라문은 대답하였다.
“나는 지금 이 하늘을 제사하는 주인이 되기를 원합니다.”
하늘은 말하였다.
“저기 여러 마리 소가 있다. 너는 저기 가서 제일 앞에서 걸어가는 놈에게 물어 보라.”
그는 하늘이 시키는 대로 그 소에게 가서 물었다.
“너는 지금 괴로우냐. 즐거우냐?”
소는 대답하였다.
“매우 괴롭습니다. 가시에 찔려 두 갈빗대는 뒤틀리고 등은 부서졌건마는 무거운 수레를 끌면서 쉴 사이가 없습니다.”
그는 다시 물었다.
“너는 어떤 인연으로 그 소의 형상을 받았느냐?”
소는 대답하였다.
“저는 저 하늘을 제사하는 주인으로서 마음대로 하늘에 제사하는 제물을 썼으므로 목숨을 마치고는 소가 되어 이런 고통을 받습니다.”
그는 이 말을 듣고 하늘에게 돌아갔다. 하늘은 물었다.
“너는 지금도 하늘을 제사하는 주인이 되고 싶은가?”
바라문은 말하였다.
“내가 그 일을 보니 참으로 그것은 되고 싶지 않습니다.”
하늘은 말하였다.
“사람은 선악을 행하여 스스로 그 갚음을 받느니라.”
바라문은 회개하고 온갖 선을 행하였다.
108. 나무의 신에 제사한 인연
옛날 어떤 늙은이가 있었는데 그 집은 큰 부자였다.
그 늙은이는 고기가 먹고 싶어 거짓 방편으로 밭머리의 나무를 가리키면서 여러 아들에게 말하였다.
“지금 우리 집이 이처럼 부자가 된 것은 저 나무 신의 은총을 입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오늘 양떼 중에서 한 마리를 잡아 제사를 지내야 한다.”
그래서 아들들은 아버지 분부를 받고 곧 양을 잡아 그 나무에 제사하고 나무 밑에다 하늘에 제사하는 사당을 세웠다.
그 뒤 아버지는 목숨을 마치고는 그가 행한 업에 쫓기어 도로 자기 집 양 떼 속에 태어났다.
그 때 마침 여러 아들들은 나무 신에 제사하려고 양 한 마리를 고르다가 그 아버지를 잡아 죽이려 하였다. 그 양은 “아하하” 하고 웃으면서 말하였다.
“그 나무에 무슨 신령이 있겠는가? 나는 과거에 고기가 먹고 싶어 거짓으로 너희들로 하여금 제사를 지내게 하고 너희들과 함께 고기를 먹었는데, 이제 그 재앙을 나만 먼저 받는구나.”
때마침 어떤 아라한이 걸식하러 왔다가 그들의 죽은 아버지가 양의 몸을 받은 것을 보고, 그 아들들에게 도의 눈을 빌려 주고 관찰해 보게 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그것이 바로 아버지인 것을 알고 마음으로 괴로워하여 곧 그 나무 신을 부숴 버리고, 허물을 뉘우치고 복을 닦으면서 다시는 생물을 죽이지 않았다.
109. 여자가 음욕을 싫어해 집을 나온 인연
옛날 얼굴이 뛰어나게 아름다운 어떤 여자가 집을 나와 외도 법 안에서 도를 닦고 있었다.
그 때 어떤 사람이 그 여자에게 물었다.
“그처럼 아름다운 얼굴로 세속에 있어야 마땅한데 왜 집을 떠났는가?”
그 여자는 대답하였다.
“나는 지금은 아름답지 않습니다. 다만 젊어서부터 음욕을 싫어하여 일부러 집을 나왔습니다. 내가 집에 있을 때에는 얼굴이 아름다웠기 때문에 일찍 시집가서 일찍 아들을 낳았습니다. 아이는 차츰 건장해졌는데, 단정하기가 비할 데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차츰 여위어 가면서 마치 병자처럼 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아이에게 병의 이유를 물었으나 아이는 말하려 하지 않다가, 내가 자꾸 물으므로 할 수 없이 내게 대답하였습니다.
'내가 바로 말하지 않는 것은 목숨이 온전하지 못할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바로 말하려면 참으로 뻔뻔스러운 일입니다.'
아이는 이어 말하였습니다.
'나는 어머니와 가만히 정을 통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병이 된 것입니다.'
나는 아들에게 말하였다.
'옛날부터 어디 그런 일이 있겠는가?'
그리고 다시 생각하였다.
'만일 내가 들어 주지 않으면 저 아이는 혹 죽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지금 도리에 어긋나더라도 아이의 목숨을 살려야겠다.'
그리하여 아이를 불러 그 뜻을 따르려 하였습니다.
아이가 침상에 오르자 곧 땅이 꺼지면서 아이는 산 채로 땅 속으로 빠져 들어갔습니다.
나는 놀라고 두려워 손으로 아이를 붙들다가 아이의 머리털을 잡았기 때문에 그 털은 지금도 내 품 안에 있습니다. 이 일에 통절히 느낀 바 있어 나는 집을 떠난 것입니다.”
110. 불효한 아들이 고통을 받은 인연
옛날 가묵국(迦國)의 구타선촌(鳩陀扇村)에 어떤 노모가 있었는데, 그에게는 아들 하나만이 있었다. 아들은 어머니의 뜻을 거스르고 어기어 자비와 효도를 닦지 않고 어머니에게 화를 내어 어머니를 향해 손을 들어 한 번 내리치고는 그 날로 집을 나갔다. 그는 마침 길에서 도적을 만나 한쪽 팔을 베이었다.
그 불효한 죄가 현재의 갚음으로 이내 나타나 그 고통이 이러하거늘, 뒷날 지옥에서 받는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111. 난타왕(難陀王)이 나가사나(那伽斯那)와 변론한 인연
옛날 난타왕(難陀王)은 총명하고 널리 통해 익숙하지 않은 일이 없었다.
그는 자기가 아는 것은 당할 이가 없으리라 생각하고, 신하들에게 물었다.
“혹 어떤 지혜롭고 총명한 사람이 있어서 의심되는 일을 물어 나를 당할 이가 있는가?”
그 때 어떤 신하는 일찍부터 한 늙은 비구를 집에서 공양하였다.
그 비구는 계행은 청정하였으나 널리 배우지 못하였는데 그가 왕과 변론하기로 하여 왕이 그에게 물었다.
“대개 도를 얻는 사람은 집에 있어서 도를 얻는가, 출가를 하여서 도를 얻는가?”
비구는 대답하였다.
“두 군데서 다 도를 얻을 수 있습니다.”
왕은 다시 물었다.
“만일 두 군데서 다 도를 얻는다면 무엇하러 출가를 하는가?”
비구가 그만 잠자코 무어라고 대답할 줄을 모르니, 난타왕은 더욱 교만해졌다. 그러자 신하들이 왕에게 아뢰었다.
“나가사나(那伽斯那)는 총명하여 지혜가 뛰어난데 지금 산에 있습니다.”
그 때 왕은 그를 시험하기 위하여 곧 사람을 시켜 병에 맑은 소(?)를 가득 채워 보내면서 생각하였다.
'내 지혜가 원만한데 누가 능히 나보다 나을 것인가?'
나가사나는 소(?)를 받고는 그 뜻을 알아차리고 어떤 제자로 하여금 바늘 5백 개를 묶어 그 타락에 꽂게 하였다.
그러나 타락은 넘치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것을 곧 왕에게 돌려보내었다.
왕은 그것을 받자 그 뜻을 알고 사자를 보내어 나가사나를 청하였다. 나가사나는 왕의 명을 받고 떠났다.
나가사나는 제자들을 거느리고 갔는데, 몸이 장대하여 그들 중에서도 특히 뛰어났었다.
왕은 마음이 호탕하고 교만해져서 거짓으로 사냥을 핑계하고 나가 길에서 만났다. 왕은 나가사나의 아름답고 장대한 몸을 보자, 곧 손가락으로 멀리 다른 길을 가리키고 가면서 끝내 말하지 않고 침묵으로 누르려 하였는데, 여러 장자들은 아무도 그런 줄을 몰랐다.
그 때 나가사나는 자기 손가락으로 자기 가슴을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나만이 혼자 안다.”
난타왕은 나가사나를 궁중으로 맞아들일 때 조그만 집을 두드려 지게문을 아주 낮게 만들고, 나가사나가 몸을 구부리고 엎드려 들어오게 하려 하였다. 그러나 나가사나는 자기를 빠뜨리려고 하는 것임을 알고, 곧 스스로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왕은 그 굽힘을 받지 못하였다.
그 때 왕은 음식을 베풀면서 거친 음식 몇 가지를 내어 놓았다. 나가사나는 네댓 숟갈 먹고는 넉넉하다고 말하였다.
뒤에 또 맛난 음식을 내어 놓자 그제야 다시 먹었다.
왕은 물었다.
“아까 만족하다고 하였는데 지금 왜 다시 먹습니까?”
사나는 대답하였다.
“나는 아까는 거친 음식에는 만족하였지마는 맛난 음식에는 만족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말하였다.
“지금 왕의 궁전 위에 가득 차도록 사람을 모이게 하십시오.”
왕은 곧 사람들을 불러 두루 가득 채워 다시 들일 곳이 없었다. 왕이 뒤에 와서 궁전에 오르려 하자, 사람들은 모두 두려워하여 엎드렸기 때문에 그 안이 자꾸 넓어져 많은 사람들을 들이게 되었다.
그 때 사나는 왕에게 말하였다.
“추한 음식은 백성과 같고 맛난 음식은 왕과 같습니다. 백성으로서 왕을 보고 누가 그 길을 피하지 않겠습니까?”
왕은 물었다.
“출가하는 것과 집에 있는 것과 어느 편이 도를 얻겠습니까?”
사나는 대답하였다.
“둘 다 도를 얻습니다.”
“만일 둘 다 도를 얻는다면 무엇하러 출가를 하겠습니까?”
사나는 대답하였다.
“비유하면 여기서 3천여 리의 길을 가는데, 젊고 건강한 사람을 시키되 말을 타고 양식을 싣고 무기를 들게 하였다면 빨리 도착할 수 있겠습니까?”
“있습니다.”
“만일 노인을 시키되 여윈 말을 타고 또 양식이 없다면 도착할 수 있겠습니까?”
“양식을 가지고도 도착하지 못할까 걱정인데, 하물며 양식이 없는 것이겠습니까?”
사나는 말하였다.
“출가하여 도를 얻는 일은 마치 저 젊은이와 같고 집에 있으면서 도를 얻는 것은 저 늙은이와 같습니다.”
왕은 다시 물었다.
“나는 지금 내 몸 안의 일을 묻고 싶습니다. 나의 항상 되고 항상 되지 않음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입니까?”
사나는 왕에게 반문하였다.
“왕의 궁중에 있는 암바라나무의 열매는 답니까, 씁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내 궁중에는 그 나무가 전연 없는데 어찌하여 내게 단 것, 쓴 것을 묻습니까?”
사나는 말하였다.
“나도 이제 그렇습니다. 모든 5음(陰)에는 이미 나[我]라고 할 만한 것이 없는데 어찌하여 내게 항상 됨과 항상 되지 않음을 묻습니까?”
왕은 다시 물었다.
“모든 지옥에서 칼로 사람 몸을 쪼개어 여러 군데 흩어져 있어도 그 목숨은 존재한다 하는데 사실 그렇습니까?”
사나는 대답하였다.
“비유하면 여인과 같나니, 여인이 떡과 고기와 오이와 나물을 먹으면 그 음식을 모두 소화하지만, 아기를 배어 가라라(歌羅羅) 쯤 되었을 때에는 오히려 그 크기가 마치 가는 티끌 만한데, 어떻게 그것은 점점 더 커지고, 소화되지 않습니까?”
“그것은 업의 힘입니다.”
사나는 대답하였다.
“그 지옥에서도 그 업의 힘으로 말미암아 목숨 뿌리는 존재하게 되는 것입니까?”
왕은 다시 물었다.
“해가 하늘에 있어서 그 몸은 하나인데, 왜 여름에는 아주 덥고, 겨울에는 아주 추우며, 여름에는 해가 길고, 겨울에는 해가 짧습니까?”
사나는 대답하였다.
“수미산에는 아래위에 두 길이 있습니다. 여름에는 해가 윗길을 다니므로 길이 멀고 걸음이 느리며 금산을 비추기 때문에 해가 길고 또 매우 덥습니다. 그리고 겨울에는 해가 아랫길을 다니므로 길도 가깝고 걸음도 빠르며 큰 바닷물을 비추기 때문에 해가 짧고 또 매우 춥습니다.”
112. 불효한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죽이려다가 도리어 남편을 죽인 인연
옛날 어떤 며느리가 성질이 사납고 거칠어 예법을 따르지 않았고, 하는 말은 항상 시어머니와 어긋났다.
시어머니의 꾸중을 들을 때마다 늘 불평을 품고 원망하는 마음이 더욱 왕성하여 가만히 시어머니를 죽이려 하였다.
그 뒤에 한 꾀를 쓰되, 남편을 시켜 시어머니를 죽이게 하였다. 남편은 어리석어 아내의 말을 듣고, 어머니를 데리고 광야로 가서 손발을 묶고 죽이려 하였다.
그 심한 죄역(罪逆)은 하늘에까지 사무쳐 구름과 안개가 사방에서 모여들면서 벼락을 내려 그 아들을 쳐 죽였다.
어머니가 집에 돌아가자 아내는 문을 열면서 남편인 줄 생각하고 곧 물었습니까?
“죽였습니까?”
시어머니는 대답하였다.
“죽였다.”
그 이튿날이 되어 여자는 비로소 남편이 죽은 것을 알았다.
불효한 죄의 현재 갚음[現報]이 이와 같거늘, 뒤에 지옥에 들어가면 한량없는 괴로움을 받을 것이다.
113. 바라내왕이 무덤 사이에서 부르는 소리를 들은 인연
대개 어떤 일이라도 구할 만한 것은 방법을 쓰면 얻을 수 있고, 구하지 않아야 할 것은 아무리 억지로 하여도 될 수 없는 것이다. 비유하면 모래를 눌러 기름을 짜고 얼음을 저어 타락 웃물을 얻으려고 하는 것처럼 이미 얻을 수 없는 것은 한갓 괴롭기만 할 것이다.
옛날 바라내국에 범예(梵譽)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항상 밤중에 무덤에서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아, 왕이여, 아, 왕이여.”
이렇게 하룻밤에 세 번씩 그 소리를 들었다. 왕은 오랫동안 끊이지 않는 그 이상한 소리를 듣고 매우 놀라고 두려워하여 여러 바라문들과 태사(太史)와 점쟁이들을 모으고 의논하였다. “나는 항상 밤에 무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듣지마는, 나는 너무 겁이 나서 감히 대답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말하였다.
“그 무덤에는 반드시 요망한 물건이 있어 그런 소리를 내는 것일 것입니다. 지금 담이 큰 사자를 보내어 그 무덤을 가 보게 하십시오.”
왕은 곧 사람을 모집하였다.
“만일 누구든지 밤에 저 무덤에 가는 사람이 있으면 5백 금전의 상을 주리라.”
아버지가 없는 어떤 고독한 사람은 집이 매우 가난하였으나 큰 담력이 있었다. 그는 곧 응모하여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쓰고, 손에는 칼과 막대기를 들고, 밤에 그 무덤으로 가서 왕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꾸짖으면서 말하였다.
“너는 누구냐?”
그는 대답하였다.
“나는 패이복장(貝耳伏藏)이다.”
그리고는 이어 말하였다.
“너는 건장한 장부이구나.
나는 밤마다 왕을 부르는데 만일 그 왕이 내게 대답하였더라면 나는 그 창고에 가려고 하였었다.
그러나 왕은 겁을 내어 한 번도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내일 이른 아침에 일곱 사람들을 데리고 너의 집에 갈 것이다.”
그는 물었다.
“내일 올 때 나는 어떻게 맞이하여야 하는가?”
패이는 대답하였다.
“너는 집안을 물 뿌려 쓸고, 더러운 것을 치우고, 향과 꽃으로 장식하여 아주 깨끗하게 한 뒤에 포(蒲)와 복숭아·미숫가루·장·타락 웃물·우유로 만든 죽을 여덟 그릇 담아라.
그리고 여덟 도인의 머리를 지팡이로 치되, 먼저 그 상좌의 머리를 치면서, '뿔[角]을 넣어라' 하고, 이렇게 차례로 그 뿔을 모두 몰아넣어라.”
그는 이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가 왕으로부터 5백 금전을 청해 가지고 그것으로 음식을 차리고 기다리려 하였다.
왕은 물었다.
“그 소리를 내는 것은 어떤 물건인가?”
그는 거짓으로 대답하였다.
“그것은 귀신이었습니다.”
그는 패이의 말을 듣고 가만히 기뻐하면서 이발사를 청하여 스스로 장엄하고, 이튿날이 되어 음식을 갖추어 차렸다.
여덟 도인이 와서 마치자, 그가 상좌의 머리를 쳐서 뿔을 몰아넣게 하였더니, 그것은 곧 한 동이의 금전으로 변하였다. 이렇게 차례로 몰아넣어 금 여덟 동이가 되었다.
그 때 이발사는 문구멍으로 그가 보물 얻는 것을 보고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도 저 법을 알았다. 저이를 본받아 시험해 보리라.'
그 뒤에 그는 앞에서와 같이 준비한 뒤에 여덟 도인을 청하였다. 그들이 음식을 마치자 상좌의 머리를 치고는 먼저 사람처럼 보물덩이 얻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 도인은 머리가 부서져 피가 흥건히 흘러 젖어 자리를 더럽혔다. 그래도 독촉하여 뿔을 넣게 하자, 그는 너무 황급하여 그만 똥을 쌌다. 이렇게 차례로 일곱 사람들은 모두 막대기를 맞고 땅에 뒹굴었다.
그 중의 어떤 사람은 기운이 왕성하여 곧 그의 손을 붙들고 밖으로 뛰어나와 소리를 높여 크게 외쳤다.
“아무 주인이 우리를 해치려 한다.”
그래서 왕은 사람을 보내어 가서 보고 그 주인을 붙잡고 와서 그 사정을 자세히 물었다.
그 때 이발사는 위의 사실을 자세히 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사람을 보내어 그 품팔이 집에 가서 금보물을 보고 바로 빼앗으려 하자, 그 보물들은 독사로 변하였다가 또 불덩이로 변하였다.
왕은 그에게 말하였다.
“이것은 너의 복이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도 모두 이와 같다.”
왕은 정진하면서 여덟 가지 계율[八戒]을 받들어 가지고 좋은 과보를 얻었다.
그리하여 차츰 8정(正)을 행하여 무루과(無漏果)를 얻었다.
남을 본받으려 하여 여덟 가지 계율을 받들어 가지더라도 마음에 진실한 믿음이 없어 이익과 즐거움을 바라서 구하면 좋은 결과는 벌써 없어지고, 도리어 재앙만 받는 것은 저 어리석은 사람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
114. 늙은 비구가 네 가지 결과를 얻은 인연
불법은 너그럽고 넓어 그 구제는 가이없다.
지극한 마음으로 도를 구하면 얻지 못할 결과가 없느니라. 그러므로 심지어는 장난으로 한 것도 그 복은 헛되지 않다.
옛날 어떤 비구는 나이가 많아 정신이 혼미하면서도 여러 젊은 비구들의 갖가지 설법과 또 4과(果)의 설명을 듣고 마음으로 부러워하고 숭상하여 그 젊은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총명하고 지혜롭구나. 원컨대 4과를 내게 다오.”
젊은 비구들은 비웃으면서 말하였다.
“우리에게는 4과가 있습니다. 좋은 음식을 주어야 그것을 드리겠습니다.”
늙은 비구는 이 말을 듣고 마음속에 기쁨이 솟아나, 곧 흠바(欽婆)를 끌러 요구를 들어 주고, 다시 갖가지 맛난 음식을 차리고 젊은 비구들을 청하여 4과를 구걸하였다.
젊은 비구들은 그 음식을 먹고, 늙은 비구를 손가락으로 어루만지면서 희롱하여 말하였다.
“대덕님, 당신은 이 집 한쪽 모퉁이에 앉으십시오. 당신에게 그 과(果)를 드리겠습니다.”
늙은 비구는 이 말을 듣고 기뻐하여 그 말대로 앉았다. 젊은 비구들은 곧 가죽 공으로 머리를 치면서 말하였다.
“이것은 수다원과(須陀洹果)입니다.”
늙은 비구는 이 말을 듣고 생각을 잡아매어 산란하지 않다가 곧 첫째 과[初果]를 얻었다.
젊은 비구들은 다시 희롱하여 말하였다.
“당신은 이제 수다원과를 얻었지마는 아직도 일곱 번 나고 일곱 번 죽어야 합니다. 다시 다른 모퉁이에 옮겨 앉으십시오. 다음에는 사다함과(斯陀含果)를 드리겠습니다.”
그 때 늙은 비구는 이미 첫째 과를 얻었기 때문에 마음이 더욱 왕성하여져, 곧 다른 자리로 옮겨 앉았다. 젊은 비구들은 다시 가죽 공으로 머리를 치면서 말하였다.
“당신에게 둘째 과[二果]를 드립니다.”
늙은 비구는 더욱 생각을 오로지하여 둘째 과를 증득하였다.
젊은 비구들은 다시 희롱하여 말하였다.
“당신은 이제 사다함과를 얻었지마는 아직도 나고 죽음으로 오가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다시 다른 자리로 옮겨 앉으십시오. 우리는 당신에게 아나함과(阿那含果)를 드리겠습니다.”
늙은 비구는 그 말대로 옮겨 앉았다. 젊은 비구들은 다시 가죽 공으로 머리를 치면서 말하였다.
“우리는 지금 당신에게 셋째 과[三果]를 드립니다.”
그 때 늙은 비구는 이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더욱 지극한 마음이 생겨 곧 아나함의 과를 얻었다.
젊은 비구들은 다시 희롱하여 말하였다.
“당신은 지금 돌아오지 않는 결과를 얻었지마는 아직도 색계(色界)와 무색계(無色界)에서 번뇌가 있는 몸을 받아 덧없이 무너지고 변할 것입니다. 그 고통을 생각하여 다시 다른 자리로 옮겨 앉으십시오. 다음에는 아라한과(阿羅漢果)를 드리겠습니다.”
그 때 늙은 비구는 그 말대로 옮겨 앉았다. 젊은 비구들은 다시 가죽 공으로 머리를 치면서 말하였다.
“우리는 지금 당신에게 넷째 과[四果]를 드립니다.”
그 때 늙은 비구는 한마음으로 생각하다가 곧 아라한이 되었다.
그는 이 4과를 얻고는 매우 기뻐하여 온갖 음식과 갖가지 향과 꽃을 차리고 젊은 비구들을 청하여 그 은덕을 갚았다. 젊은 비구들과 더불어 도품(道品)의 번뇌 없는 공덕을 논할 때에, 젊은 비구들이 말이 막히자 늙은 비구가 그것을 대답하고는 말하였다.
“나는 이미 아라한의 결과를 증득하여 마쳤다.”
젊은 비구들은 그 말을 듣고 모두 먼저 희롱한 죄를 뉘우쳐 사과하였다.
그러므로 수행하는 사람은 마땅히 선을 생각하여야 한다. 희롱조차도 진실한 갚음을 얻거늘 하물며 지극한 마음이겠는가?
115. 여자가 지극한 정성으로 도를 얻은 인연
만일 사람이 도를 구하려면 반드시 정성이 있어야 한다. 정성이 서로 감응하면 능히 도를 얻을 수 있느니라.옛날 총명하고 지혜로운 어떤 여자가 삼보를 깊이 믿어 항상 승차(僧次)에 따라 한 비구를 집에 청하여 공양하였다.
그 때 그 비구가 차례가 되어 그 집에 이르렀다. 그는 나이 늙고 근기가 둔하여 조금도 아는 것이 없었다. 그 여자가 재식(齋食)을 마치고 그 늙은 비구에게 설법하여 주기를 청하면서 혼자 자리를 펴고 눈을 감고 잠자코 있었다.
그러자 그 늙은 비구는 자기가 무식하여 설법할 줄 모르는 줄을 스스로 알고, 그가 눈을 감은 때를 엿보아 그를 버리고 절로 달아났다.
그러나 그 여자는 지극한 마음으로 하염이 있는 법은 덧없고 괴롭고 공하여 자유롭게 되지 못하는 것임을 생각하고, 깊이 관찰하다가 곧 첫째 결과를 얻었다.
그 여자는 이미 결과를 얻고는, 그 늙은 비구를 찾아 은혜를 갚으려 하였다. 늙은 비구는 자기의 무식으로 그 여자를 버리고 달아난 것을 알고 더욱 부끄러워하여 다시 그 여자를 피해 달아나 숨었다. 그러나 그 여자가 쉬지 않고 괴로이 찾아서야 비로소 스스로 나타났다.
그 때 그 여자는 그 동안에 도의 결과를 얻은 내력을 자세히 이야기하고 일부러 공양을 가져와 그 큰 은혜를 갚았다.
그 때 그 늙은 비구는 매우 부끄러워하고 스스로 꾸짖고는 이내 도의 결과를 얻었다.
그러므로 수행하는 사람은 마음이 지극하여야 한다. 만일 마음만 지극하면 구하는 것을 반드시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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