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보장경(雜寶藏經) 제8권
95 .구시미국(拘尸彌國)의 재상 부부가 부처님께 악심을 품었는데 부처님께서 즉시 교화하여 수다원을 얻게 한 인연
부처님께서는 구시미국(拘尸彌國)에 계셨다.
그 때 어떤 재상 바라문은 사람됨이 사나워 도리로써 행동하지 않았고, 그 아내도 사특하고 아첨하기 남편과 다름이 없었다.
남편은 아내에게 말하였다.
“사문 구담이 이 나라에 있다. 만일 그가 오거든 문을 닫고 열어 주지 말라.”
어느 날 갑자기 부처님께서 그 집안에 가셨다. 바라문의 아내는 부처님을 보고도 잠자코 말을 하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 바라문은 어리석고 삿된 소견으로 삼보를 믿지 않는구나.”
아내는 이 말을 듣고 매우 화를 내어 제 손으로 영락을 끊고는 때 묻은 옷을 입고 땅에 앉아 있었다.
남편이 밖에서 돌아와 물었다.
“왜 그러느냐?”
아내는 대답하였다.
“사문 구담이 나를 욕하면서 말하기를 '너희들 바라문은 삿된 소견으로 불법을 믿지 않는구나.'라고 하였습니다.”
남편은 말하였다.
“우선 내일까지 기다리자.”
그들은 그 이튿날 문을 열어 놓고 부처님께서 오시기를 기다렸다.
다음날 부처님께서 그 집에 나타나시자, 바라문은 칼을 들고 부처님을 치려하였다. 그러나 맞지 않았다.
그는 부처님께서 허공에 계시는 것을 보고 스스로 부끄러워하여 온몸으로 땅에 엎드려 부처님께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내려오셔서 저의 참회를 받아 주소서.”
부처님께서 곧 내려오셔서 그의 참회를 받고, 그들을 위해 설법하시니, 그들은 모두 수다원을 얻었다.
그 때 비구들은 부처님께서 그런 나쁜 사람을 교화하여 항복 받으셨다는 말을 듣고 각기 이렇게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타나심은 참으로 놀랍고 장하신 일이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다. 옛날에도 그를 다루어 항복받았느니라.”
비구들은 아뢰었다.
“알 수 없습니다. 옛날에도 그를 다루어 항복 받으셨다는 그 일은 어떠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옛날 가시국에 악수(惡受)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법답지 못하여 백성들을 괴롭히고 무도하게 사람을 죽이며, 사방에서 오는 장사꾼들의 진기한 물건들을 모두 세(稅)로 빼앗으면서 그 값을 주지 않았다.
그러므로 국내에 보물은 아주 귀하게 되었다. 그래서 백성들은 서로 전해 그의 나쁜 이름이 흘러 퍼졌다.
그 때 앵무새의 왕이 숲 속에서 있다가 왕의 죄악을 말하는 길 가는 사람들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는 비록 새이지마는 그 이름을 알 수 있다. 나는 왕에게 가서 선한 도를 말하리라. 그가 만일 내 말을 들으면 반드시 이렇게 말하리라.
〈저 새의 왕도 착한 말을 하는데 하물며 사람의 왕이겠는가.〉
그리하여 그가 내 꾸짖음을 듣고 혹 고칠는지도 모른다.'
그는 곧 높이 날아 왕의 동산에 내려와 어떤 나무 위에 앉았다.
마침 왕의 부인이 동산으로 놀러 들어갔다. 그 때 앵무새는 날개를 치고 울면서 말하였다.
'지금 왕은 매우 사납고 무도하여 백성들을 해치며 그 독은 새와 짐승에게까지 미쳐 갑니다. 그리하여 사람과 짐승들은 기가 차서 꾸짖으며 원한을 맺고 슬퍼하는 소리가 온 천하에 두루 들립니다. 또 부인도 가혹하기 왕과 다름이 없다 하는데, 백성의 부모로서 그럴 수 있습니까?'
부인은 이 말을 듣고 불꽃처럼 화를 내며, '저 어떤 조그만 새가 주둥이를 놀려 나를 꾸짖는가?' 하고, 사람을 보내어 잡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앵무새는 놀라거나 두려워하지도 않고 그 사람 손에 잡혔다. 그리하여 부인은 그 새를 왕에게 넘겼다.
왕은 앵무새를 보고 말하였다.
'너는 왜 우리를 꾸짖는가?'
앵무새는 대답하였다.
'왕의 법답지 않음을 말하여 이익이 되게 하려 하였고, 꾸짖은 것은 아닙니다.'
왕은 또 물었다.
'어떤 법답지 않은 일이 있는가?'
'일곱 가지 비법이 있어서 왕의 몸을 위태롭게 합니다.'
'무엇무엇이 일곱인가?'
앵무새는 대답하였다.
'첫째는 여색에 빠지고 거칠어 곧고 바르기를 힘쓰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술을 즐겨 어지러이 취하여 나라 일을 돌보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장기와 바둑에 빠져 예의 교화를 닦지 않는 것이요,
넷째는 사냥을 다녀 살생하면서 조금도 인자한 마음이 없는 것이며,
다섯째는 나쁜 말 쓰기를 좋아하여 좋은 말이 조금도 없는 것이요,
여섯째는 부역을 시키고 벌을 주되 더욱 법칙을 어기는 것이며,
일곱째는 도리에 어긋나게 백성들의 재산을 빼앗는 것입니다.
이 일곱 가지 일은 왕의 몸을 위태롭게 하는 것입니다.
또 세 가지 일이 있어서 왕의 나라를 기울게 합니다.'
왕은 다시 물었다.
'세 가지 일이란 무엇인가?'
앵무새는 대답하였다.
'첫째는 사특하고 아첨하는 나쁜 사람들을 친하는 것이요,
둘째는 어진 이를 붙이지 않아 그 충고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며,
셋째는 남의 나라 치기를 좋아하여 백성들을 기르지 않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 일을 버리지 않으면 나라가 무너지기는 아침이 아니면 저녁일 것입니다.
대개 왕이 되면 온 나라가 우러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왕은 다리와 같이 만민을 제도하여야 하고, 저울과 같이 친소(親疎)에 평등하여야 하며, 길과 같이 성현의 자취에 어긋나지 않아야 하는 것입니다.
또 왕은 해와 같이 온 세상을 두루 비춰 주어야 하고, 달과 같이 모든 것에 맑고 시원한 것을 주어야 하며, 부모와 같이 백성들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야 하고, 또 하늘과 같이 일체를 덮어 주어야 하며, 땅과 같이 만물을 싣고 길러야 하고, 또 불과 같이 만민을 위해 나쁘고 근심되는 것을 태워야 하며, 물과 같이 사방을 윤택하게 해야 하고, 또 과거의 전륜성왕처럼 열 가지 선한 도로 중생을 교화해야 하는 것입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매우 부끄러워하였다.
'앵무새의 말은 매우 정성스럽고 간곡하다. 나는 사람의 왕으로서 소행이 무도하였다. 그러나 이제 그 가르침을 따라 스승으로 받들어 섬기면서 바른 행을 닦으리라.'
그리하여 온 나라에 교화가 퍼지자 왕의 나쁜 이름이 없어지고 부인과 신하들은 모두 충성하고 공경하며 모든 백성들은 다 기뻐하였다.
마치 소들이 물을 건널 때 길잡이가 바르면 따르는 것도 다 바른 것과 같았다.
그 때의 앵무새는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가시국왕 악수는 바로 지금의 재상이며, 그 때의 부인은 바로 지금의 재상 부인이니라.”
96. 부처님의 아우 난타(難陀)가 부처님의 핍박을 받고 집을 떠나 도를 얻은 인연
부처님께서 가비라위국(迦比羅衛國)에 계시면서 성 안에 들어가 걸식을 하시다가 난타(難陀)의 집에 이르셨다.
마침 난타는 아내와 함께 있었는데 아내는 얼굴에 화장하면서 눈썹 사이에 향을 바르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문 안에 계신다는 말을 듣고 난타는 밖에 나와 보려 하였다. 그 아내는 약속하였다.
“나가서 부처님을 뵙고 내 이마의 화장이 마르기 전에 들어오십시오.”
난타는 곧 나가 부처님께 예배하고 발우를 받아 집에 들어가 밥을 담아 바쳤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그것을 받지 않으셨다. 부처님을 지나서 아난에게 주었다. 아난도 그것을 받지 않고 말하였다.
“너는 누구에게서 그 발우를 받았는가? 주인에게 돌려드려라.”
이에 그는 발우를 받들고 부처님을 쫓아 니구루정사(尼拘屢精舍)로 갔다. 부처님께서는 곧 이발사에게 명령하여 난타의 머리를 깎으라고 하셨다. 그러나 난타는 듣지 않고 주먹을 쥐면서 화를 내어 이발사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이 가비라(迦毘羅)의 모든 사람들의 머리를 다 깎으려는가?”
부처님께서는 이발사에게 물으셨다.
“왜 그 머리를 깎지 않느냐?”
이발사는 대답하였다.
“무서워서 못 깎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아난과 함께 몸소 난타 곁으로 가셨다. 난타는 두렵기 때문에 감히 머리를 깎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머리를 깎았지마는 늘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였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늘 그를 데리고 다니시기 때문에 그는 돌아갈 수가 없었다.
그 뒤 어느 날 그는 방을 지키는 당번이 되어 못내 기뻐하면서 생각하였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좋은 기회를 얻었다. 부처님과 스님들이 모두 떠난 뒤에 나는 집으로 돌아가자.'
부처님께서 성으로 들어가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물을 길어 저 물병을 채워 두고 돌아가라.”
그는 곧 물을 길었다. 한 병을 채우면 다른 병이 쓰러졌다. 이리하여 얼마를 지났으나 그 병을 모두 채울 수가 없었다. 그는 생각하였다.
'한꺼번에 다 채울 수가 없다. 비구들이 돌아오면 제각기 긷게 하고 지금은 병을 집안에 넣어 두고 돌아가자.'
그는 방문을 닫으려 하였다.
한 짝을 닫으면 한 짝이 열리고 한 문을 닫고 나면 한 문이 다시 열렸다. 그는 다시 생각하였다.
'한꺼번에 다 닫을 수가 없다. 우선 버려두고 가자. 비구들의 옷이나 물건을 잃어버리더라도 내게 재산이 많으니 보상하기에 넉넉하다.'
그리하여 그는 곧 승방을 나가다가 가만히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 반드시 이 길로 오실 것이다. 나는 저 다른 길로 가자.'
부처님께서 그 마음을 아시고 다른 길로 오셨다. 그는 멀리서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큰 나무 뒤에 숨었다. 나무신이 나무를 들어 허공에 두자 그는 드러난 데에 서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난타를 데리고 절에 돌아가 난타에게 물으셨다.
“너는 부인을 사모하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진실로 사모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또 그를 데리고 아나파나산(阿那波那山) 위에 올라가 다시 물으셨다.
“네 부인은 아름다운가?”
“예, 아름답습니다.”
그 산에 어떤 늙은 애꾸눈의 원숭이가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또 물으셨다.
“네 부인 손타리(孫陀利)의 아름다운 얼굴이 저 원숭이에 견주어 어떠한가?”
난타는 괴로워하면서 생각하였다.
'내 아내의 아름다움은 사람 중에서 짝할 이가 드문데, 부처님께서는 지금 왜 내 아내를 저 원숭이에 견주실까?'
부처님께서는 다시 그를 데리고 도리천으로 올라가 그와 함께 여러 천궁을 돌아다니시면서 여러 천자들이 여러 천녀들과 함께 서로 즐기는 것을 보여 주셨다.
그 중의 어떤 궁중에는 5백 천녀만이 있고 천자가 없는 것을 보고, 그는 부처님께 돌아와 이유를 물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가서 직접 물어 보라.”
난타는 거기 가서 물었다.
“다른 여러 궁전에는 모두 천자가 있는데 왜 여기만 천자가 없는가?”
천녀들은 대답하였다.
“염부제에 사는 부처님 아우 난타는 부처님의 핍박으로 집을 나갔습니다. 그는 집을 나간 인연으로 목숨을 마치고는 이 천궁에 나서 우리 천자가 될 것입니다.”
난타는 대답하였다.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
난타는 곧 거기서 살고 싶어 하였다. 그러자 천녀들은 말하였다.
“우리는 하늘이요, 당신은 지금 사람입니다. 돌아가서 인간의 수명을 마치고 여기 와서 나면 그 때에는 살 수 있습니다.”
그는 부처님께 돌아와 위의 사실을 자세히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네 아내의 아름다움이 저 천녀들과 어떠한가?”
난타는 아뢰었다.
“저 천녀들에게 비하면 제 아내는 애꾸눈 원숭이와 같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난타를 데리고 염부제로 돌아오셨다.
난타는 하늘에 나기 위해 더욱 정성껏 계율을 가졌다.
그 때 아난은 그를 위해 게송을 읊었다.
마치 숫양이 싸울 때에
앞으로 나아갔다가 다시 물러나는 것처럼
네가 계율을 가지려 하는
그 일도 그와 같구나.
부처님께서는 다시 난타를 데리고 지옥으로 가셨다. 여러 끓는 가마들에다 사람을 삶는데, 한 가마솥에는 물만 끓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괴상히 여겨 부처님께 그 이유를 여쭈었더니,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네가 가서 직접 물어 보라.”
난타는 곧 가서 옥졸에게 물었다.
“다른 여러 가마솥에서는 사람을 삶으면서 죄를 다스리는데, 왜 이 가마솥만은 사람을 삶지 않고 비어 있는가?”
옥졸은 대하였다.
“염부제 안에 부처님의 아우로서 난타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집을 떠난 공덕으로 장차 하늘에 나겠지마는 탐욕 때문에 도를 파한 인연으로 하늘 수명을 마치고는 이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그래서 지금 나는 이 가마솥을 달구면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난타는 두려워하면서 옥졸이 붙들까 겁이 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원컨대 저를 보호하고 염부제로 데리고 가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난타여, 너는 정성껏 계율을 가져 너의 하늘 복을 닦아라.”
난타는 대답하였다.
“하늘에 나지 않아도 좋습니다. 오직 이 지옥에 떨어지지 않기를 원할 뿐입니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이레 동안에 그는 아라한이 되었다.
비구들은 찬탄하였다.
“세존께서 세상에 나오심은 참으로 장하고 놀라우신 일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라 과거에도 그러하였느니라.”
“과거에도 그러하였다는 그 사실은 어떠합니까? 저희들을 위하여 말씀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옛날 가시국에는 만면(滿面)이라는 왕이 있었고, 비제희국(比提希國)에는 얼굴이 뛰어나게 아름다운 어떤 음녀가 있었다.
그 때 두 나라는 항상 서로 원망하고 미워하였다.
가시국의 왕 곁에 어떤 간사한 신하가 있었다. 그는 저 나라에 있는 음녀는 아름답기 세상에 드물다고 찬탄하였다. 왕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혹하여 사자를 보내어 청하였으나 그 나라에서 주지 않았다. 왕은 다시 사자를 보내어 말하였다.
'4, 5일 동안 잠깐 만나고 곧 돌려보내리다.'
그 때 그 나라 왕은 음녀에게 분부하였다.
'너는 아름다운 자태와 온갖 기능을 모두 다 갖추었으므로 가시국왕은 너에게 혹하여 잠깐 동안도 떠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곧 가게 하였다. 그리고 4, 5일이 지난 뒤에 다시 불렀다.
'큰 제사를 지내고자 하는데 그 여자가 있어야 하겠소. 잠깐 놓아 돌려보내 주면 뒤에 다시 보내리다.'
가시국왕은 곧 돌려보내 주었다. 제사가 끝난 뒤에 다시 사자를 보내어 청하였을 때, 저쪽에서는 '내일 보내겠소.' 하고 답을 하였다. 그러나 그 이튿날이 되어도 보내 주지 않았다.
이렇게 거짓말로 여러 날을 지내자, 왕은 사모하는 마음이 더욱 간절하여 단 몇 사람만 데리고 가보려 하였다. 여러 신하들은 가지 말기를 권하고 충고하였지마는 왕은 그것을 듣지 않았다.
그 때 선인산에 사는 어떤 원숭이 왕은 총명하고 널리 통해 아는 것이 많았다. 마침 아내가 죽어 어떤 암컷을 차지하였다. 여러 원숭이들은 모두 화를 내어 꾸짖었다.
'이 음탕한 놈아, 그것은 우리의 공동 소유인데 왜 너 혼자만 차지하는가?'
그래서 원숭이 왕은 암컷을 데리고 가시국을 달아나 왕에게 의지하였다. 여러 원숭이들은 모두 그 뒤를 쫓아와 성 안에 들어와서는 집을 부수고 담을 헐어 어찌할 수가 없었다.
가시국 왕은 원숭이 왕에게 말하였다.
'너는 왜 그 암컷을 저 여러 원숭이들에게 돌려주지 않는가?'
원숭이왕은 말하였다.
'나는 아내가 죽고 다시 아내가 없는데, 왕은 지금 왜 나를 돌려보내려 합니까?'
'지금 너희 원숭이들이 우리나라를 부수고 어지럽게 하는데, 어떻게 돌아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일(음행)이 좋지 않습니까?'
'좋지 않다.'
이렇게 좋지 않다고 왕이 재삼 말하기 때문에 원숭이 왕은 말하였다.
'왕은 지금 궁중에 8만 4천의 부인을 두고도 그것을 사랑하지 않고, 적국에 있는 음녀를 쫓아가려 하십니다. 나는 지금 아내가 없어 이 하나를 가졌는데 왕은 좋지 않다고 말하십니다. 모든 백성들은 당신을 바라보고 살아가는데 왕은 어떻게 한 음녀를 위하여 저들을 버리십니까?
대왕은 아셔야 합니다. 대개 음욕이란 즐거움은 적고 괴로움이 많은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미련한 사람이 바람을 거슬러 횃불을 잡고 놓지 않다가 마침내 데이는 것과 같습니다.
애욕은 더럽기 저 똥 무더기 같지마는 외형이 좋은 엷은 가죽에 덮이어 있습니다.
또 그것은 똥에 빠진 독사처럼 은혜를 모릅니다.
그것은 원수와 같아서 거짓으로 사람에 붙어 친하고, 그것은 빚과 같아서 반드시 돌려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또 그것은 뒷간에 난 꽃처럼 미워할 만하고, 그것은 옴과 같아서 불을 향해 긁으면 더욱 심하며, 그것은 개가 마른 뼈를 씹을 때 침이 한데 모이면 맛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입술과 이가 모두 부서져도 만족할 줄을 모르는 것과 같고, 그것은 목마른 사람이 짠 물을 마시는 것과 같아서 갈증은 더욱 심하며, 그것은 뭇 새들이 다투어 쫓는 썩은 고기와 같고, 그것은 고기와 짐승이 맛을 탐하여 죽게 되는 것처럼 그 재화는 매우 큰 것입니다.'
그 때의 원숭이 왕은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그 왕은 바로 지금의 난타이며, 그 음녀는 지금의 손타리이니라.
그 때 나는 저 난타를 애욕의 수렁에서 건져 내었고, 지금은 그를 생사의 고통에서 건져 내었느니라.”
97. 큰 역사가 광야의 도적떼를 교화한 인연
그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에 계셨다.
왕사성과 비사리국(毘舍離國) 중간에 5백 명의 도적떼가 있었다.
빈바사라왕(頻婆娑羅王)은 인자하고 너그러워 은혜로운 법으로 세상을 다스리고 생물의 목숨을 해치지 않았다. 그래서 곧 광고를 내었다.
“만일 누구나 저 5백 명 도적 떼들에게 가서 그들을 교화하여 도둑질하지 않게 하면 벼슬로 상을 주리라.”
어떤 역사가 와서 왕의 모집에 응하고, 그 광야에 가서 도적 떼들을 교화하여 다시는 도둑질하지 않게 하였다.
그들이 이미 항복하자 그는 큰 성을 만들고 그들을 그 안에 두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와 그에게 붙어 마침내 큰 나라를 이루었다. 그 나라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는 저 큰 역사가 양육해 주는 은혜를 입고 모두 모였다.”
그리고 다시 약속하였다.
“지금부터 우리가 새로 아내를 맞이할 때에는 먼저 저 역사에게 바치자.”
그들은 곧 역사에게 가서 말하였다.
“우리들은 새로 아내를 맞이하는 이는 먼저 그 아내를 역사님께 바치자고 약속하였습니다. 그것은 두 가지 일 때문이니, 첫째는 역사님과 같은 좋은 아들을 얻기 위해서요, 둘째는 역사님의 은혜를 갚기 위해서입니다.”
역사는 대답하였다.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들이 간청하였기 때문에 곧 그들의 뜻을 따라 그 법을 행하였다.
여러 날을 지나 어떤 여자는 그 일을 좋지 않게 생각하고 여러 사람들 앞에 발가벗고 서서 소변을 보았다.
사람들은 모두 꾸짖었다.
“너는 부끄러움도 없느냐. 어떻게 여자로서 여러 사람들 앞에 서서 소변을 보는가?”
그러자 그 여자는 대답하였다.
“여자가 여자들 앞에서 옷을 벗고 소변을 보는데 무엇이 부끄러우냐? 이 나라에는 모두 여자뿐이요, 오직 저 역사만이 남자다. 만일 그의 앞이라면 부끄러워해야 하겠지마는 너희들 앞인데 무엇이 부끄럽겠는가?”
그 때부터 사람들은 서로 전해 말하였다.
“그 여자 말이 바로 도리이다.”
사리불과 목련은 함께 5백 제자를 데리고 그 광야를 지나갔다.
역사는 그것을 알고 두 존자와 5백 제자들을 청하여 편안히 쉬게 하고 의복과 음식을 이바지하였다.
사흘 뒤에 그 나라 사람들이 모두 모여 모임을 열고는 술을 마시고 잔뜩 취하여 그 역사의 집을 에워싸고 불을 질렀다. 역사는 물었다.
“왜 이렇게 타는가?”
그들은 대답하였다.
“처음으로 시집오는 여자는 모두 너를 거친다. 우리도 사람인데 그 일을 참을 수가 없다.
그래서 너를 태워 죽이려는 것이다.”
역사는 대답하였다.
“나는 처음에 듣지 않았는데 너희들이 억지로 그렇게 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듣지 않고 그를 태워 죽이려 하였다.
그는 목숨이 끊어지려 할 때 서원을 세웠다.
'나는 사리불과 목련을 공양한 공덕의 인연으로 이 광야에 나되, 힘센 귀신이 되어 이 사람들을 죽이리라.'
이렇게 말하고 곧 숨이 졌다.
그리고 그는 그 광야에서 귀신으로 바꿔 나서 큰 독기를 뿜어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어떤 지혜로운 사람이 그 광야에 가서 그 귀신을 찾아 말하였다.
“너는 지금 한량없이 사람을 죽여 그 고기를 다 먹지 못하고 그저 썩히기만 하는구나.
원컨대 우리를 용서하고 저 소나 말을 죽여라. 그렇게 하면 하루에 한 사람씩을 너에게 대어 주리라.”
그리하여 그 나라 사람들은 모두 제비를 뽑아 하루에 한 사람씩 죽음을 당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발수타라(拔須陀羅)라는 장자에게 그 차례가 갔다. 그는 한 사내아이를 낳았다. 복덕이 있고 얼굴이 단정하였는데 그 귀신에게 먹히게 되었다. 장자는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세상에 나셔서 괴로워하는 모든 중생들을 구제하여 주십니다.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제 아들을 오늘의 이 액난에서 건져 주소서.'
그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에 계시다가 그 장자의 마음을 아시고 곧 광야로 가서 그 귀신의 궁전 안에 앉아 계셨다. 귀신은 부처님을 와서 보고 매우 화를 내어 부처님께 말하였다.
“사문이여, 나가라.”
부처님께서 곧 나오셨다. 귀신이 막 궁전 안에 들어가면 부처님도 도로 들어가셨다. 이렇게 세 번 되풀이하다가 네 번째에는 부처님께서 나가지 않으셨다.
귀신은 이렇게 말하였다.
“만일 나가지 않으면 네 마음을 미치게 하고, 네 다리를 잡아 황하 복판에 던져 버릴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이 세상에서 어떤 하늘이나 악마나 법으로도 내 다리를 잡아 그렇게 하는 자를 보지 못했다.”
귀신은 말하였다.
“그렇다면 나로 하여금 네 가지 일을 묻게 하라. 나는 말하리라.
첫째는 무엇이 급한 물결을 잘 건너가는가? 둘째는 무엇이 큰 바다를 잘 건너가는가? 셋째는 무엇이 모든 고통을 잘 없애는가? 넷째는 무엇이 깨끗함을 잘 얻는가?”
부처님께서는 곧 대답하셨다.
“믿음이 급한 물결을 잘 건너고, 방일하지 않는 것이 큰 바다를 잘 건너며, 정신이 고통을 잘 없애고, 지혜가 깨끗함을 얻느니라.”
그는 이 말을 듣고 곧 부처님께 귀의하여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
그리고 손에서 그 아이를 내어 부처님 발우 안에 두고 아이 이름을 광야수(曠野手)라 지었다.
아이가 점점 자라나자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니 그는 아나함의 도를 얻었다.
비구들은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심은 참으로 놀라우신 일입니다. 그 광야의 그런 나쁜 귀신을 항복받아 우바새(優婆塞)를 만들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라 과거에도 그러하였느니라. 과거에 가시국과 비제혜국 중간에 큰 광야가 있었고, 거기에 사타로(沙盧)라는 악귀가 있어 길을 끊었기 때문에 아무도 거기를 지나가지 못하였다.
사자(師子)라는 상인 우두머리가 5백 명 상인을 데리고 그 길을 지나가려 하였으나 사람들이 두려워하여 지나갈 수가 없었다. 우두머리는 말하였다.
'부디 두려워하지 말고 그저 내 뒤를 따르라.'
이에 앞으로 나아가 그 귀신이 있는 곳에 이르러 귀신에게 말하였다.
'너는 내 이름을 듣지 못하였는가?'
귀신은 대답하였다.
'나는 네 이름을 알기 때문에 싸우러 온 것이다.'
'너는 무엇이 능한가?'
그는 곧 활을 잡아 귀신을 쏘되 5백 발을 쏘았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귀신의 뱃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활과 칼 따위의 무기를 썼으나 그것들도 모두 귀신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앞으로 나아가 주먹으로 치면 주먹도 그 뱃속으로 들어가고, 오른손으로 때리면 오른손이 그 몸에 붙고, 오른발로 차면 오른발이 그 몸에 붙으며, 왼발로 차면 왼발이 붙고, 머리로 치면 머리가 붙었다.
귀신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너는 손과 발과 또 머리를 써도
모든 것은 다 내 몸에 붙거늘
다른 사람의 어떤 물건이 붙지 않으랴.
우두머리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지금 내 손과 발과 또 머리와
모든 재물과 무기들은 붙어도
오직 정진만은 너에게 붙지 않나니.
만일 정진을 쉬지 않으면
너와의 싸움도 그만두지 않을 것이요,
내가 지금 이 정진을 쉬지 않으면
마침내 너를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그 때 그 귀신은 말하였다.
'지금 너를 위하여 저 5백 상인들을 모두 놓아 주어 가게 하리라.'
그 때의 사자는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사타로는 지금의 저 광야의 귀신이니라.”
98. 재상이 법을 듣고 욕심을 떠난 인연
부처님께서는 왕사성에 계셨다.
빈바사라왕에게 큰 재상이 있었다. 그는 왕과 함께 자주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욕심 떠나는 설법[離欲法]을 듣고, 그 뒤로는 그 부인에게 가지 않았다. 부인은 나쁜 마음을 품고 독약을 구하여 음식에 넣어 부처님을 청하여 드리려 하였다. 남편은 부인이 나쁜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을 알고 부인에게 그 음식을 청하자, 부인은 그것을 주지 않고 다른 음식을 주었다.
부처님께서 오시자 남편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 음식은 자시지 마소서.”
부처님께서 물으셨다.
“왜 먹지 말라고 하는가?”
“독이 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세상에는 세 가지 독보다 더한 독은 없지마는 나는 그것을 벌써 없앴거늘 어떤 조그만 독이 나를 해칠 수 있겠는가?”
부처님께서 그 음식을 자셨으나 조금도 이상이 없었다.
그 때 재상의 부인은 믿는 마음을 내었다.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해 설법하시어 그들 부부는 모두 수다원을 얻었다.
비구들이 모두 처음 보는 일이라고 찬탄하자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라 과거 세상에서도 그를 교화하였느니라.
옛날 가시국왕에게 비도혜(比圖醯)라는 지혜로운 신하가 있었다. 그는 항상 도법으로 국왕을 돕고 또 여러 신하들도 모두 선한 법을 닦게 하였다.
그 때 명상(明相)이라는 용왕이 비도혜에게 자주 오가면서 그 법의 말을 들어 받들고는, 아내에게 가는 걸음이 드물어졌다. 용의 아내는 성을 내어 이렇게 말하였다.
'저 비도혜의 심장을 얻어 불에 제사하고 그 피를 마셔야 살겠다.'
그 때 그 용왕과 그의 아내와 자주 오가면서 친히 지내는 야차 귀신이 있었다. 그는 용왕 아내의 말을 듣고 대답하였다.
'내가 얻을 수 있다.'
그리하여 용의 아내 곁에 있던 여의주를 가지고 가서 이제 상인이 되어 가시국왕에게로 갔다. 그는 왕과 함께 저포(樗蒲) 놀이를 하였다. 그는 여의주를 걸고 왕은 그 나라의 창고를 걸고, 또 비도혜를 한몫으로 하여 여의주에 맞섰는데 야차가 이겼다. 그러나 야차는 그 나라의 창고는 취하지 않고 다만 비도혜만 요구하고서는 여의주를 왕에게 주었다.
왕은 비도혜에게 물었다.
'그대는 가고 싶은가?'
그는 대답하였다.
'가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야차는 비도혜를 데리고 갔다. 비도혜는 야차에게 물었다.
'나를 찾아온 것은 무슨 뜻이었는가?'
야차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간절히 묻기를 그치지 않으므로 마침내 말하였다.
'용왕의 부인이 당신의 심장을 취하여 불에 제사하고 당신의 피를 취하여 마시고자 합니다.'
비도혜는 말하였다.
'만일 그대가 나를 죽여 심장과 피를 가지고 간다면 모든 사람의 심장과 피는 다 똑같은 것인데,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 어떻게 알겠는가? 너는 나를 죽이지 말고 데리고 가라. 그가 내 심장을 필요로 한다면 그 대신 나는 내 지혜를 줄 것이요, 그가 내 피를 필요로 한다면 그 대신 나는 내 법을 줄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야차는 생각하였다.
'이 분은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이다.'
그리하여 그를 데리고 용왕에게로 가자 용왕은 그를 보고 매우 기뻐하였다.
비도혜는 그들을 위해 설법하였다. 용왕 부부와 그 권속들은 모두 공경하고 믿는 마음을 내어 5계(戒)를 받았고, 또 야차 무리들도 5계를 받았다.
그 때 염부제 안에 있는 용과 야차들은 모두 많은 보물을 가지고 와서 비도혜에게 주었고, 비도혜는 그것을 왕에게 바치고, 또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염부제의 사람과 용과 귀신들은 모두 5계를 받고 열 가지 선행을 닦았느니라.
그 때의 비도혜는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명상 용왕은 지금의 선견(善見) 재상이며, 용왕의 아내는 바로 지금의 재상 부인이요, 왕은 저 사리불이며, 야차는 바로 지금의 목련이니라.”
99. 니건자(尼乾子)들이 불구덩이에 몸을 던졌다가 부처님께 제도된 인연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에 계셨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삿된 소견을 가진 외도의 여섯 스승과 그 권속들을 교화하고 항복받아 그들을 모두 무너져 흩어지게 하였다. 그리하여 5백 명 니건자들은 서로 말하였다.
“우리 무리들은 완전히 패해 모두 흩어졌다. 차라리 불에 타 죽어 빨리 뒷세상으로 가는 것만 못하다.”
이렇게 말하고, 섶을 모아 불을 질러 타 죽으려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매우 가엾이 여겨 그들의 고통을 뽑아 없애려고 그 불을 붙지 않게 하시고, 그들 곁에서 화광삼매에 드셨다. 그들은 그 큰 불덩이를 보고 마음으로 기뻐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는 구태여 불을 지를 필요가 없다. 모두 저 속에 몸을 던지자.”
그리하여 그들은 그 불덩이 곁으로 갔다. 몸이 갑자기 맑고 시원해지면서 매우 유쾌하고 즐거워졌다. 그들은 그 불 속에 계시는 부처님을 뵙고 더욱 기뻐하면서 출가하기를 청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비구들이여.”
그러자 그들의 수염과 머리털은 이미 떨어졌고 법복은 몸에 입혀져 있었다.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해 설법하시니 그들은 모두 아라한이 되었다.
비구들은 말하였다.
“참으로 놀랍구나. 세존께서는 저 니건자들을 스스로 타 죽는 고통에서 건져 주시고, 또 아라한이 되게 하셨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다. 옛날 사위국의 5백 명 상인들은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캐기로 하였다. 그래서 비사거(比舍?)라는 우두머리 상인은 여러 상인들을 데리고 바람을 따라 나가 보물이 있는 곳에 이르러 보물을 캐어 배에 실었다.
상인들은 보물에 탐이 생겨 보물을 너무 무겁게 배에 실었다.
그래서 비사거는 여러 상인들에게 말하였다.
'보물을 너무 무겁게 싣지 말라. 너희들의 목숨을 잃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상인들은 그 말을 듣지 않고 차라리 보물과 함께 죽을지언정 버릴 수는 없다고 하였다.
우두머리는 곧 그 배의 보물을 모두 물속에 던지고 여러 상인들을 자기 배에 태웠다. 여러 보물 배들은 모두 바다 속에 침몰하였다. 바다신은 그 우두머리가 보물을 버려 상인들을 구하는 것을 보고 마음으로 기뻐하여 그 우두머리가 버린 보물들을 가지고 날아와 그의 앞에 있다가 바다에서 나오자 우두머리에게 돌려주었다.
여러 상인들은 말하였다.
'우리는 왜 그 보물 있는 데서 목숨을 버리지 않고 이런 고통을 당하는가?' 비사거는 그들을 매우 가엾이 여겨 그가 얻은 보물을 모두 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집을 떠난 외도들의 법을 닦아 5신통을 얻었다.
상인들은 말하였다.
'저런 큰 선비는 재보를 탐하지 않고 스스로 그 뜻을 닦았기 때문에 큰 이익을 얻었다.
우리도 저이를 본받아야 한다.'
그리고 모두 그 보물을 버리고 선인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 법을 닦아 익혀 모두 5신통을 얻었느니라.
비구들이여 그 때의 비사거는 바로 지금의 이 내 몸이요, 5백 상인들은 바로 지금의 저 니건자들이다.”
100. 오백 마리 흰 기러기가 법을 듣고 하늘에 난 인연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에 계셨다.
그 때 반차라국에서 5백 마리 흰 기러기를 바사닉 왕에게 바쳤다.
왕은 그것을 기원정사에 보내었다.
여러 스님들의 밥 때에는 사람들이 와서 밥을 빌었다. 그 기러기도 스님들이 모인 것을 보고 그 앞에 와서 섰다.
부처님께서는 한 음성으로 설법하시지마는 중생들은 각기 제 기틀을 따라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 때 기러기들도 부처님 말씀을 이해하여 설법을 듣고는 모두 기뻐하여 우는 소리를 서로 받으면서 못으로 돌아갔다.
그 뒤에 날개가 길게 자라 다른 곳으로 날아갔는데 사냥꾼이 그물로 덮어 모두 죽게 되었다.
그물에 걸렸을 때 한 마리가 소리를 치자 여러 마리가 모두 받았으니 그것은 설법을 들을 때의 그 소리였다.
그들은 착한 마음으로 말미암아 죽어서 도리천에 났다.
하늘에 났을 때에는 세 가지를 생각한다. 첫째는 나는 본래 어디서 왔는가? 이고, 둘째는 다음에는 어디서 날 것인가이고, 셋째는 전생에 어떤 업을 지었기에 이 하늘에 나게 되었는가이다.
그 기러기들은 생각하여 보았다.
'우리는 전생의 인(因)을 살펴보았지마는 다른 선행은 없고, 오직 부처님에게서 법을 들은 것뿐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5백 천자들은 부처님 앞에 내려왔다.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해 설법하시니 그들은 모두 수다원을 얻었다.
바사닉왕이 마침 부처님께 나아갔다. 전에는 항상 5백 마리 기러기가 부처님 앞에 늘어서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 날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기 있던 그 기러기들은 모두 어디로 갔습니까?”
“기러기들을 보고 싶은가?”
“보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 기러기들은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가 사냥꾼에게 잡혀 목숨을 마치고 하늘에 났소. 지금 이 좋은 하늘관을 쓰고 얼굴이 뛰어나게 단정한 5백 천자들이 바로 그들인데, 지금 법을 듣고 모두 수다원을 얻었소.”
왕은 아뢰었다.
“이 기러기들은 어떤 업의 인연으로 축생에 떨어졌다가 목숨을 마치고는 천상에 났으며, 또 지금 도를 얻었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옛날 가섭부처님 때 5백 명 여자들이 모두 계를 받았으나 마음을 좋게 가지지 못해 그 받은 계율을 깨뜨렸고, 그 계율을 범하였기 때문에 축생에 떨어져 이 기러기가 되었소.
그러나 그 계율을 받았기 때문에 나를 만나 법을 듣고 도를 얻었소. 그리고 기러기 몸으로 있으면서 법을 들은 인연으로 천상에 난 것이오.”
101. 제바달다가 호재(護財)라는 술 취한 코끼리를 놓아 부처님을 해치려 한 인연
부처님께서는 왕사성에 계셨다.
그 때 제바달다는 호재(護財)라는 술 취한 코끼리를 놓아 부처님을 해치려 하였다.
그래서 5백 아라한들은 모두 허공으로 날아갔으나 오직 아난만은 부처님 뒤에 남아 있었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오른손을 드시었다. 흰 호재 코끼리는 5백 마리 사자를 보고 두려워하여 곧 항복하였다. 그러자 5백 비구들은 모두 부처님을 버리고 달아났는데, 오직 아난만은 부처님 뒤에 남아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이런 일은 지금만이 아니라 과거에도 그러하였느니라. 옛날 가시국에 5백 마리 기러기가 짝이 되어 살고 있었다.
그 때 그 기러기들 왕의 이름은 뢰타(賴)요, 뢰타에게는 소마(素摩)라는 신하가 있었다.
그 때 기러기 왕은 사냥꾼에게 잡히게 되었다. 5백 마리 기러기 떼들은 모두 그를 버리고 달아났지마는 오직 소마만은 그를 버리지 않고 따라다녔다. 그리고 사냥꾼에게 말하였다.
'우리 왕을 놓아 주십시오. 지금 내가 내 몸으로 대신 하겠습니다.'
그러나 사냥꾼은 듣지 않고 마침내 기러기 왕을 범마요왕(梵摩曜王)에게 바쳤다.
왕은 기러기 왕에게 물었다.
'편안한가?'
기러기 왕은 대답하였다.
'왕의 큰 은혜를 입어 왕의 맑은 물을 마시고 또 좋은 풀을 먹고 생명을 보전하면서 언제나 편안하게 이 나라에서 살아갑니다. 원컨대 대왕은 저 모든 기러기들을 놓아 주어 두려움이 없게 하여 주십시오.'
그 때 5백 마리 기러기들은 왕의 궁전 위의 허공에서 소리를 쳤다.
왕은 물었다.
'저것은 어떤 기러기인가?'
기러기 왕은 대답하였다.
'저것들은 내 권속입니다.'
왕은 그들에게 두려움이 없게 하려고 나라에 영을 내려 기러기를 죽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기러기 왕은 왕에게 아뢰었다.
'부디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십시오. 세상은 덧없는 것입니다. 비유하면 사방의 산, 즉 끝없이 높은 동방의 큰 산이 갑자기 들어오고, 남방·서방·북방의 산도 또 그와 같이 와서 이 세상을 갈아 부술 때에는 일체 중생과 사람과 귀신들이 모두 없어지지마는 그것을 피할 수 없고, 믿을 데가 없으며, 구제할 수도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 때를 당해서 무엇을 믿고 힘입겠습니까? 오직 이런 것을 생각하고 부디 사랑하는 마음으로 일체 중생을 두루 기르고, 바른 법을 닦고 행하여 온갖 공덕을 지으십시오.
대왕이여, 아셔야 합니다. 어떠한 부귀도 사방에서 오는, 쇠하고 멸하는 법에 꺾이고 부서져 허무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또 어떠한 건강도, 사방에서 오는 온갖 병 때문에 부서지고 멸하는 것입니다. 어떠한 젊음도 사방에서 오는 쇠약의 산 때문에 부서지는 것입니다. 또 어떠한 생명도 사방에서 오는 죽음의 큰 산 때문에 무너지고 멸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네 산은 일체가 다 가진 것으로서, 어떤 하늘이나 용이나 사람이나 귀신 등의 생명을 가진 무리는 그것을 면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항상 사랑하는 마음을 닦고 정성껏 바른 법을 행하십시오. 만일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죽을 때에도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후회하지 않기 때문에 좋은 곳에서 나서 반드시 성현을 만날 것이요, 성현을 만나게 되면 생사를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왕은 소마에게 물었다.
'너는 왜 잠자코 있는가?'
소마는 대답하였다.
'지금 기러기 왕과 사람의 왕이 같이 말씀하고 계신데, 만일 거기 끼어들어 말하면 그것은 예의가 아니어서 위에 대하여 공경하고 정성된 마음이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왕은 말하였다.
'이는 실로 희유한 일이로다. 너는 기러기 몸으로서 능히 그러한 충신의 절개를 지키는구나. 그것은 사람으로서도 미치지 못할 바이다.
그리고 네 목숨으로 기러기 왕을 대신하려 하였고, 또 겸손하여 말에 참여치 않으니, 너희들과 같은 군신의 의리는 참으로 세상에 드문 것이다.'
왕은 곧 금아(金?)를 그들의 머리에 씌워 주고, 또 좋은 비단으로 기러기 왕의 머리에 매어 보내면서 말하였다.
'너는 아까 나를 위해 좋은 법을 말하였기 때문에 곧 놓아 주는 것이다.'
그 때의 기러기 왕은 바로 내 몸이요,
소마는 바로 아난이며,
사람의 왕은 아버지 정반왕이요,
그 사냥꾼은 바로 제바달다이니라.”
'🙏불법과 동행을 > 💕불교자료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잡보장경(雜寶藏經) 제6권 (0) | 2020.08.29 |
---|---|
잡보장경(雜寶藏經) 제7권 (0) | 2020.08.29 |
잡보장경(雜寶藏經) 제9권 (0) | 2020.08.29 |
잡보장경(雜寶藏經) 제10권 (0) | 2020.08.29 |
지장(地藏)신앙의 이해 1-제 1절 왜 지장 신앙의 실천인가? (0) | 2020.0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