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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보장경(雜寶藏經) 제6권

by 혜명(해인)스님 2020. 8. 29.

잡보장경(雜寶藏經) 6


73. 제석이 일을 물은 인연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마갈제국(摩竭提國)의 왕사성 남쪽에 있는 암바라림(庵婆羅林) 바라문촌의 북쪽 비제혜산(毘提醯山) 석굴 안에 계셨다.


그 때 제석은 부처님께서 거기 계신다는 말을 듣고 반사식기(?識企)라는 건달바(??) 왕자에게 말하였다.
마갈제국의 암바라숲 바라문촌의 북쪽에 있는 비제혜산에 부처님께서 계신다. 나는 지금 너희들과 함께 거기 가고 싶다.”


반사식기는 대답하였다.
, 그것은 매우 좋은 일입니다. 즐거이 듣겠습니다.”
그는 곧 유리 거문고를 끼고 제석을 따라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갔다.
그 때 여러 하늘들은 제석이 건달바 왕자와 함께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려 한다는 말을 듣고 제각기 장엄하게 하고는, 제석을 따라 하늘에서 사라져 곧 비제혜산으로 갔다.
그 때 그 산에는 광명이 환히 비치어 거기 가까이 사는 선인들은 모두 불빛이라고 생각하였다.


제석은 건달바 왕자에게 말하였다.
여기는 청정하여 모든 악을 멀리 떠난 아련야다. 편안히 좌선하라. 지금 부처님 곁에는 여러 높고 훌륭한 하늘들이 그 좌우를 꽉 막아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부처님을 뵈올 수 있겠는가?”


제석은 다시 건달바 왕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나를 위해 부처님께 가서 내 뜻을 전하고 문안 드려라.”
건달바 왕자는 분부를 받고 가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서 부처님의 거룩한 모습을 바라보며, 부처님께 들리도록 거문고를 타면서 게송을 읊었다.

욕심은 곧 집착을 내나니
코끼리가 진창에 빠져드는 것 같고
또 코끼리가 취하고 미쳐
갈고리로 막을 수 없는 것 같네.

비유하면 저 아라한들이
묘한 법을 사모하는 것처럼
또 내가 그녀의 색을 탐하여
아버지를 공경하고 예배하는 것처럼

귀하고 훌륭한 것을 내기 때문에
내 마음 더욱더 사랑하고 즐기네.

못 견디게 내 애욕은 자라나
더운 땀이 시원한 바람을 만난 것 같고
극히 목마를 때 찬물을 얻은 듯
너의 모습 참으로 즐길 만하구나.

아라한이 묘한 법을 즐기는 것처럼
병자가 좋은 약을 얻은 것처럼
주린 이가 좋은 음식 얻은 것처럼
빨리 그 시원함으로 내 더위를 없애자.
아직도 내 탐욕은 달리고 달리나니
내 마음 붙들어 떠나지 못하게 하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하다. 반사식기여, 지금 너의 그 노랫소리는 거문고 곡조와 어울리는구나. 너는 멀리서 그 노래를 지어 부르는구나.”


그는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옛날 건달바왕(??婆王) 진부루(珍浮樓)의 딸 수리바절사(修利婆折斯)라는 여자를 만났는데, 식건치(識騫稚)라는 마다라(摩多羅) 천자(天子)가 먼저 그 여자를 사랑하였지마는 저도 그 때 그 여자를 몹시 사랑하여 거기서 위의 게송을 읊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저는 부처님 앞에서 다시 이 게송을 읊은 것입니다.”


그 때 제석은 지금 부처님께서는 선정에서 깨어나 반사식기와 말씀하신다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다시 반사식기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내 이름을 말한 뒤에 땅에 엎드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병이나 괴로움이 없으시어 기거가 가뿐하시고 음식은 입에 맞으시며, 기력은 편안하시고 아무 나쁜 일이 없이 즐겁게 지내십니까?' 하고 문안드려라.”
그는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고, 제석이 시키는 대로 다시 부처님께 나아가 제석의 이름으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제석의 말로 문안드렸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제석과 여러 하늘들은 모두 편안한가?”
그는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석과 33천이 부처님을 뵙고자 하는데 허락하시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니라.”
제석과 33천들은 부처님의 허락을 받고, 곧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 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디 앉으리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이 자리에 앉아라.”
대중이 이렇게 많은데 이 굴이 너무 비좁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석굴을 보니, 놀랍게도 석굴은 아주 넓어졌다. 그것은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많이 수용하게 된 것이다.


제석은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그 앞에 앉아 아뢰었다.
저는 항상 부처님을 뵙고 법을 듣고자 하였습니다. 옛날 부처님께서 사위국에서 화광삼매(火光三昧)에 들어 계실 때, 사위의 시녀(侍女) 보사발제(?拔提)가 부처님을 향해 합장하였습니다. 저는 그 때 그 여자에게 말하였습니다.


'지금 부처님께서는 선정에 들어 계시기 때문에 나는 감히 어지럽힐 수가 없다. 너는 나를 위해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나를 일컫고 문안해 다오.'
그 여자는 저의 말로 부처님께 예배하고 문안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그 때 너희들의 말하는 소리를 듣고 곧 선정에서 일어났다.”
제석은 아뢰었다.
저는 옛날 노인에게 들으니, 여래·아라한·삼약삼불타께서 세상에 나타나시면 하늘 무리는 늘어나고 아수라 무리는 줄어든다고 하였습니다. 제가 지금 하늘에 나자 하늘 무리는 늘어나고 아수라 무리는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보니, 부처님 제자로서 하늘에 나는 이는 수명과 광명과 이름, 이 세 가지가 다 하늘보다 훌륭합니다.”


그 때 구비야보(具毘耶寶)의 딸이 도리천에 났다. 그는 본래 부처님 제자로 제석의 아들이었고 이름은 거혹(渠或) 천자였다.
또 세 사람의 비구는 부처님 앞에서 범행(梵行)을 닦았지마는 마음이 욕심을 떠나지 못하였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건달바(?) 집에 태어나 날마다 세 때로 여러 하늘들을 위하여 심부름하였다.


거혹 천자는, 세 사람이 심부름하는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내 마음은 기쁘지 않고 차마 볼 수 없다. 내가 전생에 인간에 있을 때 저 세 사람은 항상 우리 집에 와서 내 공양을 받았는데, 지금은 여러 하늘들의 심부름꾼이 되었으니 나는 차마 볼 수 없다. 저 세 하늘은 본래 부처님의 성문 제자들이다. 내가 본래 인간에 있을 때 저들은 내게서 공경과 공양과 의복과 음식을 받았는데, 지금은 하천하게 되었구나.'


그리하여 그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부처님의 입에서 법을 듣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았는데, 어찌하여 이런 비루한 곳에 나게 되었는가? 전에는 내가 너희들을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였지마는 다른 부처님에게서 법을 듣고는 보시를 행하고 믿었기 때문에 지금은 제석의 아들이 되어 큰 위덕이 있고 세력이 자재(自在)롭다. 여러 하늘들은 나를 거혹이라 부른다.
너희들은 부처님의 훌륭한 법을 얻고도 왜 부지런히 수행하지 않고 이런 천한 곳에 났는가? 나는 이런 나쁜 일은 차마 볼 수가 없다. 어찌하여 꼭 같은 법 안에서 이런 하천한 사람이 생겼는가? 여기는 부처님의 제자로서는 나지 않아야 할 곳이다.”


거혹 천자는 이렇게 조롱하였다. 그 세 사람은 매우 부끄러워하고 자신이 싫어져 합장하고 거혹에게 말하였다.
천자의 말과 같다면 그것은 실로 우리들의 허물입니다. 이제 그런 나쁜 욕심은 끊어 버리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곧 부지런히 노력하여 선정과 지혜를 닦았다.
그들은 곧 구담(瞿曇)의 법을 생각하면서 욕심의 근심됨을 보고 곧 번뇌를 끊었다. 마치 큰 코끼리가 굴레를 끊는 것처럼 그들의 탐욕을 끊는 것도 그와 같았다.


제석과 상나천(商那天)과 세상을 보호하는 사천왕(四天王)과 또 다른 여러 하늘들이 모두 와서 그 자리에 앉았는데, 탐욕을 끊은 그들은 여러 하늘 앞에서 허공으로 날아 올라갔다.
제석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 세 사람은 어떤 법을 얻었기에 능히 저런 여러 가지 신변을 부리며 부처님을 와서 뵙습니까? 저들이 얻은 바를 듣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저 사람은 이미 그곳을 버리고 범천 세계에 났느니라.”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를 위하여 범천에 나는 법을 말씀하여 주소서.”
착하다. 어진 제석이여, 의심되는 것을 분별하여 묻는구나.”
그 때 부처님께서는 생각하셨다.
'제석은 아첨이나 거짓이 없다. 진실로 의심되는 바를 묻고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그리하여 말씀하셨다.
만일 네가 물으면 나는 분별하여 설명하리라.”
제석은 여쭈었다.
어떤 결사(結使)가 사람과 하늘··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마후라가들을 결박합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탐욕과 질투의 두 결사가 사람과 하늘·아수라·건달바의 일체 무리들을 결박한다. 그들은 모두 탐욕과 질투 때문에 스스로 결박하는 것이다.”


진실로 그러합니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탐욕과 질투의 인연은 능히 일체를 결박합니다. 저는 지금 부처님께 그 이치를 듣고 의심 그물이 곧 없어졌습니다.”
제석은 큰 기쁨이 생겼다. 그리하여 다시 다른 이치를 여쭈었다.
탐욕과 질투는 무엇으로 인해 생깁니까? 어떤 인연으로 탐욕과 질투가 생기게 되며, 어떤 인연으로 그것은 사라지게 됩니까?”
교시가(?尸迦), 탐욕과 질투는 미움과 사랑으로 인해 생기고 미움과 사랑이 인연이 된다. 미움과 사랑이 있으면 반드시 탐욕과 질투가 있고, 미움과 사랑이 없으면 탐욕과 질투는 곧 사라지느니라.”
진실로 그러합니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저는 지금 부처님께 그 이치를 듣고 의심 그물이 없어졌습니다.”


제석은 큰 기쁨이 생겼다. 그리하여 다시 다른 이치를 여쭈었다.
사랑과 미움은 무슨 인연으로 생기며, 무슨 인연으로 사라집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사랑과 미움은 욕심에서 생기고, 욕심이 없으면 그것은 사라지느니라.”
진실로 그러합니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저는 지금 부처님께 그 이치를 듣고 의심 그물이 없어졌습니다.”


제석은 큰 기쁨이 생겼다. 그리하여 다시 다른 이치를 여쭈었다.
욕심은 무슨 인()으로 생기고 무슨 연()으로 자라며,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욕심은 각()으로 인해 생기고, 각관(覺觀)으로 반연해 자란다. ()이 있으면 욕심이 있고, 각관(覺觀)이 없으면 욕심은 곧 사라지느니라.”
진실로 그러합니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저는 지금 부처님께 그 이치를 듣고 의심 그물이 없어졌습니다.”


제석은 큰 기쁨이 생겼다. 그리하여 다시 다른 이치를 여쭈었다.
각관은 무엇을 인해 생기고 무슨 연으로 자라며,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습니까?”
각관은 들뜸에서 생기고 들뜸을 연하여 자란다. 들뜸이 없으면 각관이 사라지느니라.”
진실로 그러합니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저는 지금 부처님께 그 이치를 듣고 의심 그물이 없어졌습니다.”


제석은 큰 기쁨이 생겼다. 그리하여 다시 다른 이치를 여쭈었다.
들뜸은 무엇을 인연하여 나서 자라며, 어떻게 하면 그것을 없앨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교시가여, 들뜸을 없애려면 8정도(正道)를 닦아야 한다. , 바른 소견[正見바른 업[正業바른 말[正語바른 생활[正命바른 방편[正方便바른 뜻[正思惟바른 생각[正念바른 선정[正定]이니라.”
제석은 이 말씀을 듣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진실로 그러합니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진실로 들뜸은 8정도로 말미암아 사라집니다. 저는 지금 부처님께 그 이치를 듣고 의심 그물이 없어졌습니다.”
제석은 기뻐하였다. 그리하여 다시 다른 이치를 여쭈었다.
들뜸을 없애려고 하면 8정도를 닦아야 하겠습니다. 비구는 어떤 법으로 인하여 그 8정도를 더욱 자라게 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거기에는 세 가지 법이 있다. 첫째는 하고자 하는 마음[]이요, 둘째는 바른 노력[正懃]이며, 셋째는 마음 껴잡기[攝心]를 많이 익히는 것이다.”


제석은 말하였다.
진실로 그러합니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저는 그 이치를 듣고 의심 그물이 없어졌습니다.”
비구가 수행할 그 정도(正道)는 이 세 가지 법으로 인하여 더욱 자라게 할 수 있다는 이 말을 듣고 다시 여쭈었다.
비구가 들뜸을 없애려면 몇 가지 법을 배워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세 가지 법을 배워야 하나니, 즉 보다 왕성한 계율의 마음과 보다 왕성한 선정의 마음과 보다 왕성한 지혜의 마음을 배워야 하느니라.”
제석은 이 말씀을 듣고 말하였다.
진실로 그러합니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저는 그 이치를 듣고 의심 그물이 없어졌습니다.”
그리고는 뛰고 기뻐하였다. 그리하여 다시 다른 뜻을 여쭈었다.
들뜸을 없애려면 몇 가지 이치를 알아야 합니까? 저는 듣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여섯 가지 이치를 알아야 한다. , 첫째로는 눈으로 빛깔을 보는 것과 둘째는 귀로 소리를 듣는 것과 셋째는 코로 냄새를 맡는 것과 넷째는 혀로 맛을 보는 것과 다섯째는 몸으로 닿임을 아는 것과 여섯째는 뜻으로 여러 가지 법을 분별하는 것이니라.”
제석은 이 말씀을 듣고 말하였다.
진실로 그러합니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저는 그 이치를 듣고 의심 그물이 없어졌습니다.”
그리고는 기뻐 뛰었다. 그리하여 다시 다른 이치를 여쭈었다.
일체 중생들이 탐하는 것과 하고 싶어 하는 것과 향하는 곳과 나아가는 곳은 다 꼭 같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일체 중생이 탐하는 것과 하고 싶어하는 것과 향하는 곳과 나아가는 곳은 꼭 같지 않다.

중생은 한량이 없고 세계 또한 한량이 없어 그 하고 싶어하는 것과 향해 나아가는 곳은 각기 달라 같지 않고, 제각기 제 소견을 가지고 있느니라.”
제석은 이 말씀을 듣고 말하였다.
진실로 그러합니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저는 그 이치를 듣고 의심 그물이 없어졌습니다.”
그리고는 기뻐 뛰었다. 그리하여 다시 다른 이치를 여쭈었다.
모든 사문과 바라문들은 모두 꼭 같은 마지막과 번뇌 없음과 마지막 범행(梵行)을 얻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사문과 바라문들은 모두 꼭 같은 마지막과 번뇌 없음과 마지막 범행을 얻지 못한다. 그러나 만일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 위없이 끊고 애욕의 결박에서 벗어나게 되어 바르게 해탈하면, 그들은 모두 꼭 같은 마지막과 번뇌 없음과 마지막 범행을 얻을 수 있느니라.”


부처님 말씀과 같이 위없이 끊고 사랑의 결박에서 벗어나 바르게 해탈하게 되면, 그들은 모두 꼭 같은 마지막과 번뇌 없음과 마지막 범행을 얻게 될 것입니다. 저는 이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그 이치를 이해하고 그 법을 알게 되어 의심의 저쪽 언덕을 건너고 온갖 소견의 독한 화살을 뽑아 나[]라는 소견을 버리고 마음이 물러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 법을 말씀하실 때 제석과 84천의 여러 하늘들은 티끌과 때를 멀리 떠나 법안이 깨끗하게 되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교시가여, 너는 혹 과거에 저 사문이나 바라문에게 이런 이치를 물은 적이 있는가?”
세존이시여, 저는 기억합니다. 저는 옛날 여러 하늘들과 함께 선법당에 모였을 때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실 것인지' 하늘들에게 물은 적이 있습니다.
그 하늘들은 제각기 '아직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지 않으실 것이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여러 하늘들은 그 말을 듣고 모두 흩어졌습니다.
그 뒤에 큰 위엄과 덕이 있는 하늘들이 복이 다해 목숨을 마쳤습니다. 그 때 저는 그것을 보고 두려워하여, 어떤 사문과 바라문이 한적한 곳에 있는 것을 보고 곧 거기 갔더니, 그들은 저에게 '너는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나는 제석이다' 하고, 그들에게 예배하지 않았더니, 그들이 도로 저에게 예배하였고, 저는 그들에게 묻지 않았는데, 그들이 저에게 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의 무지함을 알았으므로 그들에게 귀의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지금부터 부처님께 귀의하여 부처님 제자가 되겠습니다.”
그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전에 언제나 의심을 가져
마음이 항상 만족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지혜로운 사람을 구해
내가 가진 의심을 풀려 하였다.

그래서 부처님을 두루 찾다가
저 한적한 여러 곳에서
사문과 바라문들을 보고
저이가 부처님이라 생각하였다.

나는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예배하고 공경하고 문안하고는
어떤 것이 바른 도를 닦는 것인가?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러나 그 여러 사문들은
도와 도 아님을 알지 못했네.
그러다가 나는 이제 부처님을 뵙고
의심 그물이 모두 다 끊어졌네.
지금 이 세상에 부처님 나셨나니

그는 이 세상의 큰 논사(論師)
원수의 악마를 부수어 항복받고
번뇌를 모두 없앤 훌륭한 이네.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나오심은
가장 드문 일로서 짝할 이 없어
어떤 하늘도 범()의 무리도
그 부처님과 같은 이 없네.

세존이시여, 저는 수다원을 얻었습니다. 바가바(婆伽婆), 저는 수다원을 얻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다, 교시가여. 네가 만일 방일하지 않으면 반드시 수다원을 얻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너는 어디서 그런 무너지지 않는 믿음을 얻었는가?”
제석은 아뢰었다.
저는 부처님 곁에서 그 믿음을 얻었습니다. 또 저는 여기서 하늘의 수명을 얻을 것입니다. 원컨대 이 일을 기억하시고 이해하여 주소서.”
제석은 이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인간의 고귀한 집에 태어나 온갖 일을 두루 갖추게 되고, 거기서 다시 속세를 버리고 집을 떠나 거룩한 길로 향해 나아가서, 만일 열반을 얻으면 매우 좋고, 열반을 얻지 못하면 정거천(淨居天)에 나리라.'”


그 때 제석은 여러 하늘을 모아 말하였다.
나는 하루 세

때로 범천을 공양하였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그것을 그만두고 하루 세 때로 부처님을 공양하리라.”
그 때 제석은 반사식기(?識企) 건달바(?) 왕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내게 은혜가 매우 중하다. 네가 능히 부처님을 깨웠기 때문에 나로 하여금 그 깊은 법을 보고 듣게 하였다. 내가 천상에 돌아가면 진부루의 딸 수리바절사를 너의 아내로 주고, 또 그 아버지를 대신하여 너를 건달바의 왕이 되게 하리라.”


그리하여 제석은 하늘 무리들을 거느리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는 물러나 고요한 곳에 이르러 모두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하고, 세 번 일컫고 천상으로 돌아갔다.
제석이 떠난 지 오래지 않아 범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제석이 이미 떠났다. 이제 내가 부처님께 가리라.'
마치 장사가 팔을 굽혔다 펴는 것 같은 사이에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범천의 광명이 비제혜산(毘提醯山)을 두루 비췄다.
그 때 범천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런 이치를 나타내시어
많은 이익을 주셨구나.
사지(舍脂)의 그 땅인
마가바(磨伽婆)
둘러싼 이는 모두 어진 이

능히 어려운 것을 잘 물었나니
사사바(娑婆).

그는 제석의 물음을 거듭 말하고 곧 천상으로 돌아갔다.
부처님께서는 이른 아침에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제 범천왕이 내게 와서 위의 게송을 읊고 곧 천상으로 돌아갔느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비구들은 기뻐하면서 부처님 발에 경례하고 떠났다.


74. 아야교진여(阿若憍陳如) 등을 제도한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시면서 설법하시어 아야교진여를 제도하실 때, 석제환인과 빈바사라왕(頻婆莎羅王)은 각기 84천 무리를 데리고 와서 모두 도를 얻었다.
비구들은 이상히 여겨 여쭈었다.
어떻게 그 많은 사람이 모두 세 가지 나쁜 길에서 구제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만이 아니다. 옛날에도 나는 그들을 구제하였느니라.”
비구들은 아뢰었다.
옛날에 구제하신 그 일은 어떠하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옛날 여러 상인들이 바다에 들어가 보배를 캐어 돌아오는 도중에 큰 광야에서 뱀 한 마리를 만났는데, 그 몸의 높이는 6구루사(拘樓舍)로 상인들의 주위를 빙 두르고 있어서 드나들 곳이 없었다.
그 때 상인들은 너무 놀라고 두려워 외쳤다.
'천신과 지신이시여, 자비가 있으면 우리들을 구제하여 주십시오.'
어떤 흰 코끼리가 사자와 짝이 되었는데, 그 사자가 뛰어가서 뱀의 대가리를 부수어 상인들을 그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하였다.


그 때 뱀은 입으로 독기를 뿜어 사자와 흰 코끼리를 해쳤으나 아직 목숨은 끊어지지 않았다. 상인은 그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우리를 구제하여 주었다. 소원이 무엇인가?'
그들은 대답하였다.
'오직 부처가 되어 모든 사람들을 구제하려 한다.'
상인들은 말하였다.
'만일 너희들이 부처가 되면 우리가 제일 먼저 그 법을 듣고 도를 얻기를 원한다.' 사자와 흰 코끼리는 목숨을 마치고, 상인들은 그들을 화장하여 그 뼈로 탑을 세웠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알고 싶은가? 그 때의 사자는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흰 코끼리는 저 사리불이며, 장사 주인들은 교진여와 제석과 빈바사라왕이요, 그 때의 여러 상인들은 지금의 저 도를 얻은 하늘들이니라.”


75.차마(差摩)가 눈을 앓다가 삼보에 귀의하여 눈이 깨끗하게 된 인연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석씨(釋氏) 동산에 계셨다.
그 때 차두성(車頭城) 안에 차마(差摩)라는 석씨 종족이 있었다. 그는 부처님을 깨끗이 믿고 법과 스님들을 깨끗이 믿어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과 스님들께 귀의하였다. 또 한결같이 부처님을 향하였고, 한결같이 법과 스님들을 향하였다.


부처님에 대하여 의심이 없고 법과 스님들에 대하여 의심이 없었다. 그리고 괴로움의 진리에 대하여 의심이 없고, 괴로움의 원인과 사라짐과 사라지는 길에 대하여 의심이 없었다.
그리하여 도를 보는 자리에 이르러 도의 결과를 얻어 마치 수다원이 일을 알고 보는 것처럼, 그도 모두 알고 보아 삼보리(三菩提)에 있어서 기한을 지내지 않고 결정코 그것을 얻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차마는 눈병을 앓았기 때문에 갖가지 빛깔이 있지마는 그것을 볼 수 없었다. 그는 항상 부처님을 생각하였다.


'눈을 주는 자에게 귀의합니다. 밝음을 주는 이, 어둠을 없애는 이, 횃불을 잡는 이에게 귀의하며, 바가바(婆伽婆)께 귀의하고, 선서(善逝)께 귀의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사람 귀보다 뛰어난 깨끗한 하늘 귀[天耳]로 그 음성을 듣고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가서 글귀로써 차마를 옹호하여 그를 구제하고 지키고 돌보아 재앙을 없애 주고, 또 네 무리를 위해 이익을 주어 편하고 즐겁게 살도록 하라.”
그 때 부처님께서는 차마를 위하여 눈을 깨끗이 하는 수다라(修多羅)'다절타(多折他) 시리(施利) 미리(彌利) 기리(棄利) 혜혜다(醯醯多)'를 말씀하시고, 이 눈을 깨끗이 하는 주문으로 차마의 눈을 깨끗이 하여 그 눈의 막()을 없애게 하셨다.


바람 눈병이나 더위 눈병, 추위 눈병이나 혹은 등분(等分) 눈병이라도, 타지 않고 지지지 않으며, 곪지 않고 아프지 않으며, 가렵지 않고 눈물이 흐르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계율의 알맹이요 고행의 알맹이며, 시선의 알맹이요 하늘의 알맹이며, 약의 알맹이요 주문의 알맹이며, 인연의 알맹이요 괴로움의 알맹이며, 그 원인의 알맹이요 사라지는 알맹이며, 길의 알맹이요 아라한의 알맹이며, 벽지불의 알맹이요 보살의 알맹이다.
이와 같이 차마의 이름을 일컫고 다른 사람도 그와 같이 그 이름을 일컬으면 눈이 깨끗하게 될 것이요, 눈이 깨끗하게 된 뒤에는 어둠이 없어지고 그 막이 없어질 것이다.
바람 눈병이나 더위 눈병, 추위 눈병이나 혹은 등분 눈병이라도 타지 않고 지지지 않으며, 곪지 않고 아프지 않으며, 가렵지 않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이다.
아난이여, 이런 글귀는 과거 여섯 부처님도 말씀하셨고, 지금 일곱째인 나도 말하며, 사천왕과 제석도 말하고, 범천왕과 범천의 무리들도 모두 따라 기뻐하는 것이다.


아난이여, 하늘이나 사람·악마··사문이나 바라문이 이 글귀를 세 번 말하면, 그 눈의 가림이나 어둠··곪음·눈푸름이나 혹은 눈물이 흐르는 따위의 병으로서, 그 병을 하늘이 내었거나, ·약사·아수라·구반다(究槃茶아귀·비사(毘舍)가 내었거나, 혹은 독기·나쁜 주문·벌레·비타라(毘陀羅) 주문·나쁜 별이나 혹은 여러 별들이 내었더라도 그것은 모두 나을 것이다.”
아난은 곧 그 집으로 가서 차마를 위하여 그 주문을 세 번 외웠다. 그 눈은 본래와 같이 깨끗하게 되어 모든 빛깔을 보게 되었다.


또 그 주문으로 사람의 성명을 일컫자, 차마에게서와 같이 어둠이 없어지고, 막과 바람·더위·추위 및 등분이 없어져 타지 않고 지지지 않으며, 곪지 않고 아프지 않으며, 가렵지 않고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바가바께 귀의하며 타아가타(陀阿伽陀아라가(阿羅呵삼먁삼불타(?三佛陀)께 귀의합니다.”
보살은 이 신비로운 주문의 글귀로써 모든 중생들을 잘 성취하게 하였다.
여러 범천들은 모두 따라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사바하[娑呵].”


76. 일곱 가지 보시의 인연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일곱 가지 보시가 있으니, 그것은 재물의 손해가 없이 큰 과보를 얻는다.
첫째는 눈의 보시니, 언제나 좋은 눈으로 부모·스승·사문·바라문을 대하고, 나쁜 눈으로 대하지 않는 것을 눈의 보시라 한다. 그는 몸을 버리더라도 몸을 받아 청정한 문을 얻고, 미래에 부처가 되어서는 하늘눈[天眼]이나 부처눈[佛眼]을 얻을 것이니, 이것을 첫째 과보라 하느니라.


둘째는 화한 얼굴과 즐거운 낯빛의 보시이니, 부모·스승·사문·바라문에게 찌푸린 얼굴로 대하지 않는 것이다. 그는 몸을 버리더라도 다시 몸을 받아 단정한 얼굴을 얻고, 미래에 부처가 되어서는 순금색의 몸이 된다. 이것을 둘째 과보라 하느니라.


셋째는 말씨의 보시이니, 부모·스승·사문·바라문에 대하여 부드러운 말을 쓰고 추악한 말을 쓰지 않는 것이다. 그는 몸을 버리더라도 다시 몸을 받아 변재를 얻고, 그가 하는 말은 남이 믿고 받아 주며, 미래에 부처가 되어서는 네 가지 변재를 얻는다. 이것을 셋째 과보라 하느니라.
넷째는 몸의 보시이니, 부모·스승·사문·바라문을 보면 일어나 맞이하여 예배하는 것이다. 이것을 몸의 보시라 한다. 그는 몸을 버리더라도 다시 단정하고 장대하며 남의 공경을 받는 몸을 얻고, 미래에 부처가 되어서는 몸이 니구타(尼拘陀) 나무와 같아서 그 정수리를 보는 이가 없을 것이니, 이것을 넷째 과보라 하느니라.


다섯째는 마음의 보시이니, 위에 말한 바와 같은 일로써 공양하더라도 마음이 화하고 착하지 못하면 보시라고 할 수 없다. 착하고 화한 마음으로 정성껏 공양하는 것이 마음의 보시이다. 그는 몸을 버리더라도 다시 몸을 받아 밝고 분명한 마음을 얻어 어리석지 않고, 미래에 부처가 되어서 일체를 낱낱이 아는 지혜를 얻을 것이니, 이것을 다섯째 과보라 하느니라.


여섯째는 자리의 보시이니, 만일 부모·스승·사문·바라문을 보면 자리를 펴 앉게 하고, 나아가서는 자기가 앉은 자리에 앉게 하는 것이다. 그는 몸을 버리더라도 다시 몸을 받아 항상 일곱 가지 보배로 된 존귀한 자리를 얻을 것이요, 미래에 부처가 되어서는 사자법좌(師子法座)를 얻을 것이다. 이것을 여섯째 과보라 하느니라.


일곱째는 방이나 집의 보시이니, 부모·스승·사문·바라문으로 하여금 집안에서 다니고 서며 앉고 눕게 하는 것이다. 이것을 방이나 집의 보시라 한다. 그는 몸을 버리더라도 다시 몸을 받아 저절로 궁전이나 집을 얻고 미래에 부처가 되어서도 온갖 선실(禪室)을 얻을 것이니, 이것을 일곱째 과보라 하느니라.
이 일곱 가지 보시는 재물의 손해가 없이 큰 과보를 얻느니라.”


77. 가보왕국(迦步王國)에 가뭄이 들었을 때 부처님을 목욕시켜 비를 얻은 인연


비록 조그마한 선()이라도 좋은 복밭에 심으면 뒤에는 반드시 갚음을 얻을 것이다.
먼 옛날 한량없고 가없는 아승기 겁 전에 가보(迦步)라는 왕이 있어 염부제 안의 84천 나라를 거느리고 있었다. 그 왕에게는 2만 부인이 있었지마는 자식이 없어 여러 해 동안 신에게 기도하였다.
큰 부인이 태자를 낳아 이름을 전단(?)이라 하였다. 그는 전륜왕이 되어 4천하를 거느리고 있었지마는 악을 싫어하여 집을 떠나 바른 깨달음을 이루게 되었다.
그 때 그 나라의 상쟁이들은 모두 말하였다.
“12년 동안 큰 가뭄이 들 것인데, 어떤 방법으로 이 재앙을 물리치겠는가?”
그들은 서로 의논하였다.


우리가 지금 금항아리를 만들어 저자에 두고, 거기에 향수를 가득 채워 부처님을 목욕시키고, 뒤에 그 향수를 사방에 널리 펴 탑을 세우면, 저 재앙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곧 부처님을 청하여 향수에 목욕시키고, 그 향수를 84천 보배 병에 갈라 넣어 84천 나라에 나누어 주고, 모두 탑을 세워 공양하여 복을 짓게 하였다.
그리하여 탑을 만들어 복을 지은 인연으로 하늘에서 큰비가 내려 오곡(五穀)이 풍성하고 인민이 안락하였다.


그 때 어떤 사람이 그 탑을 보고 마음으로 기뻐하여 한 줌 꽃을 그 탑 위에 흩고 매우 좋은 과보를 얻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천안(天眼)으로 먼 옛날을 관찰하여 보니, 전단부처님의 향수 탑에서 교화를 받은 이는 모두 오랜 뒤에 부처가 되어 열반에 들었었다.
그리고 한 줌 꽃을 보시한 사람은 바로 이 몸으로, 나는 옛날 그런 인연이 있었기 때문에 그 뒤에 스스로 부처가 된 것이다.
그러므로 수행하는 사람은 정성된 마음으로 온갖 공덕을 짓되, 조그만 선이라도 업신여기는 생각을 내지 않아야 하느니라.”


78. 장자가 사리불과 마하라(摩訶羅)를 청한 인연


옛날 사위성 안에 큰 장자가 있었다. 그 집은 큰 부자로서 재보가 한량없었다. 그래서 차례로 사문을 집으로 청하여 공양하였다.
그 때 차례는 사리불과 마하라(摩訶羅)였다. 그들이 장자의 집에 가자, 장자는 그들을 보고 매우 기뻐하였다.

마침 그날 바다에 들어갔던 장자의 상인들은 많은 보배를 얻어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고, 또 국왕은 촌락을 떼어 장자에게 봉해 주었으며, 그 부인은 아기를 배어 아들을 낳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경사가 한꺼번에 모여들었다.


사리불 등은 그 집에 들어가 장자의 공양을 받았다. 공양이 끝나자 장자는 물을 돌리고, 존자 앞에다 조그만 자리를 펴고 앉았다. 사리불은 축원하였다.


오늘은 좋은 때에 좋은 갚음을 받아 재물의 이익과 즐거운 일이 모두 모여 마음이 기쁘고 즐거울 것이니, 신심(信心)을 내어 부처님을 늘 생각하면, 오늘처럼 뒤에도 그럴 것이다.”
그 때 장자는 이 축원을 듣고 매우 기뻐하여 훌륭하고 묘한 천 두 필을 사리불에게 보시하고 마하라에게는 주지 않았다. 그래서 마하라는 절로 돌아왔으나, 섭섭하고 슬픈 마음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사리불이 그 보시를 얻은 것은 그 축원이 장자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나도 그 축원을 구해야 하겠다.'
그리하여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아까 그 축원을 내게 주십시오.”
사리불은 대답하였다.
그 축원은 항상 쓸 것이 아닙니다. 쓸 때가 있고 쓰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마하라는 간절히 청하였다.
그것을 꼭 내게 주십시오.”
사리불은 그 뜻을 차마 거절할 수 없어 그 축원을 주었다.
그는 축원을 받아 읽고 외워 아주 익히 통하였다. 그리하여 생각하였다.
'언제 또 내 차례가 되어 상좌로서 이 축원을 외우게 될 것인가?'
마침 차례가 되어 그는 장자 집에 가서 상좌가 되었다.
그 때 그 장자 집 상인들은 바다에 들어갔다가 보배를 잃어버렸다. 게다가 장자의 부인도 관가의 일에 걸렸고, 또 아이도 죽었다. 그런데 마하라는 그 축원 그대로 말하였다.
뒤에도 항상 그러하리라.”

그 때 장자는 그 말을 듣고 매우 화를 내어 그를 때리면서 문 밖으로 쫓아버렸다.
그는 매를 맞고 괴로워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왕의 깨밭에 들어갔다가 깨를 밟아 모종이 모두 부러졌다. 깨밭지기는 화를 내어 채찍으로 그를 때려 그는 심한 괴로움과 욕을 보았다.
그는 거듭 매를 맞고 깨밭지기에게 물었다.
내게 무슨 허물이 있기에 그처럼 때리는가?”
깨밭지기는 그가 깨를 밟은 상황을 자세히 말하고, 그 이유를 보여 주었다.
그는 다시 걸어 몇 리를 가기 전에 어떤 사람이 보리를 베어 쌓아 둔 보리 무더기를 만났다.
그 때 그 고장 풍속에는 그 무더기를 오른쪽으로 돌면 음식을 차려 놓고 풍년을 빌지마는, 만일 왼쪽으로 돌면 불길하다고 되어 있었다.


마하라는 그 무더기를 왼쪽으로 돌았다. 주인은 화를 내어 또 몽둥이로 그를 때렸다. 그는 물었다.
내게 무슨 죄가 있기에 함부로 몽둥이로 때리는가?”
주인은 대답하였다.
너는 왜 보리 무더기를 오른쪽으로 돌면서 '많이 들어오라'고 축원하지 않는가? 우리 법을 어겼기 때문에 너를 때려 그 이유를 보인 것이다.”
그는 또 얼마를 가다가 어떤 장사 지내는 것을 만나 무덤 구덩이를 오른쪽으로 돌면서 아까 보리 무더기에서와 같이 축원하였다.
많이 들어오라, 많이 들어오라.”
상주는 화를 내어 그를 때리면서 말하였다.
너는 죽은 사람을 보았으면 가엾이 여겨 지금부터 다시는 이러지 말라고 말해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런데 왜 도리어 '많이 들어오라, 많이 들어오라'라고 말하는가?”
마하라는 말하였다.
지금부터는 당신 말대로 하겠습니다.”
또 얼마를 가다가 그는 어떤 결혼하는 것을 보고 저 상주가 가르친 말 그대로 하였다.
지금부터는 다시 이러지 말라.”
결혼하는 사람은 화를 내어 또 매를 때려 머리가 부서지게까지 되었다.
그는 매를 맞고 미친 듯 달려 얼마를 가다가 어떤 기러기잡이를 만났다. 그는 놀라고 두려웠기 때문에 그의 그물에 부딪쳤다. 그래서 기러기들이 모두 놀라 흩어졌다. 사냥꾼은 화를 내어 막대기로 때렸다.


그 때 마하라는 매를 맞고 몹시 피로해 사냥꾼에게 말하였다.
나는 곧은 길로 걸어가다가 여러 번 미끄러져 정신이 어지럽고 걸음이 경솔하여 당신 그물에 부딪쳤습니다. 너그러이 생각하고 놓아 주어 이 길을 가도록 하십시오.”
사냥꾼은 대답하였다.
너는 차분하지 못하고 허둥거렸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왜 천천히 기어가지 않는가?”
그는 다시 출발해 사냥꾼의 말대로 기어가다가 도중에 빨래하는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은 그가 엎드려 기어오는 것을 보자 옷을 훔칠 것이라 생각하고, 또 그를 잡아 막대기로 때렸다. 마하라는 곤란을 만나 다급해지자 위의 사실을 자세히 말하고 놓여나게 되었다.
그는 기원(祇洹)으로 가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전날의 사리불의 축원을 외웠다가 큰 봉변을 당했다. 매를 맞아 몸이 부서지고 거의 목숨을 잃을 뻔하였다.”
비구들은 그를 데리고 부처님께 나아가 그가 매를 맞은 유래를 자세히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마하라는 지금만 그런 일이 있은 것이 아니다. 옛날 어떤 국왕의 딸이 병에 걸리자 태사(太史)가 점을 치고는, '무덤 사이로 가서 병을 제거하라'고 하였다.
그 때 그 왕녀는 시종을 데리고 무덤 사이로 갔는데, 길을 가던 어떤 두 상인이 왕녀의 시종이 엄한 것을 보고 겁을 내어 무덤 사이로 달아났다. 그 한 사람은 왕녀의 시종들에게 귀와 코를 베이었고, 또 한 사람은 놀라고 두려워 급히 시체들 속에 엎드려 거짓으로 죽은 체하였다.
그 때 왕녀는 금시 죽어 아직 살이 문드러지지 않은 시체를 골라서 그 위에 앉아 목욕을 함으로써 앓고 있는 병을 고치고자 하였다. 그래서 사람을 보내어 살펴보다가 마침 그 상인을 만나 손을 대어 보니, 그 몸이 아직 따뜻하였다. 그래서 금시 죽은 것이라 생각하고 겨자가루를 몸에 바르고는 그 위에서 목욕하였다.


겨자가루의 매운 기운이 상인의 코에 들어갔다. 상인은 아무리 참으려 하였으나 견딜 수가 없어 그만 크게 재채기를 하고 벌떡 일어났다.
그 때 시종들은 그를 송장 귀신이라 생각하고, 어떤 재앙이나 주지 않을까 하여 문을 닫고 버티었다. 왕녀도 급히 붙들고 놓지 않았다.
그 때 상인은 사실대로 말하였다.
'나는 실은 귀신이 아닙니다.'
그러자 왕녀는 그를 데리고 성으로 가서 성문을 열라 하고, 그 사실을 자세히 아뢰었다.
그러나 부왕은 그 말을 듣고도 믿지 않고, 무장을 한 채 성문을 열고 나가 보고는 비로소 귀신이 아님을 알았다.
그 때 그 부왕은 '여자의 몸은 두 번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하고, 딸을 아내로 주었다.
상인은 매우 기뻐하였고, 그 경사는 한량이 없었다.”


부처님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그 때 왕녀를 얻은 그 상인은 바로 저 사리불이요, 귀와 코를 베인 이는 바로 저 마하라이다. 그는 오늘만이 아니라 전생의 인연도 그와 같았느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지금부터 설법하고, 축원하려 하거든 부디 그 적당한 때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보시와 계율과 인욕과 정진과 선정과 지혜를 닦아 익히고, 근심하고 슬퍼하며 기뻐하고 즐기는 것도, 그 때의 적당하고 적당하지 않음을 알아 함부로 말하지 않아야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