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불법과 동행을/💕불교자료실

잡보장경(雜寶藏經) 제4권

by 혜명(해인)스님 2020. 8. 29.

잡보장경(雜寶藏經) 제4권

40. 가난한 사람이 보리떡을 보시하여 갚음을 얻은 인연 

옛날 어떤 사람이 집이 가난하여 품을 팔아 보릿가루 여섯 되[升]를 얻었다.
그것을 가지고 집에 돌아와 처자를 먹이려 하였다.
돌아오는 도중에 마침 어떤 도인이 바리를 들고 지팡이를 짚고 걸식하러 다니는 것을 보았다.
'저 사문은 용모가 단정하고 위의가 조용하여 매우 공경할 만하구나. 한 끼를 보시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였다.

그 때 도인은 그의 생각을 알고 그를 따라 어떤 물가에 이르렀다. 가난한 사람이 도인에게 말하였다.
“내게 지금 보릿가루가 있어 보시하고자 하는데 혹 자시겠습니까?”
도인은 대답하였다.
“그렇게 합시다.”
그는 물가에다 옷을 펴고 도인을 앉힌 뒤에, 한 되 보릿가루를 물에 타서 한 덩이를 만들어 도인에게 주면서 이렇게 발원하였다.
'만일 이 도인이 깨끗이 계율을 가지고 도를 얻은 사람이라면, 나로 하여금 현재에 한 작은 나라의 왕이 되게 하소서.'
도인은 그 떡을 얻고 가난한 이에게 말하였다.
“어찌 이리 적은가? 어찌 이리 작은가?”
그는 이 도인은 많이 먹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다시 한 되를 물에 타서 한 덩이를 만들어 주면서 발원하였다.
'만일 이 도인이 깨끗이 계율을 가지고 도를 얻은 사람이라면, 나로 하여금 두 개의 작은 나라왕이 되게 하소서.'

도인이 다시 말하였다.
“어찌 이리 적은가? 어찌 이리 작은가?”
그 가난한 이는 생각하였다.
'아마 이 도인은 아주 많이 먹는 사람인 것 같다. 그만큼 떡을 주어도 적다고 불평하는구나. 그러나 나는 이미 청하였으니까 대어 주어야 한다.'
다시 두 되를 물에 타서 한 덩이를 만들어 주면서 발원하였다.
'만일 이 도인이 깨끗이 계율을 가지고 도를 얻은 사람이라면, 나로 하여금 현재에 네 개의 작은 나라를 거느리는 왕이 되게 하소서.'
도인은 다시 말하였다.
“어찌 이리 적은가? 어찌 이리 작은가?”
그래서 그는 나머지 두 되를 마저 덩이를 만들어 도인에게 주면서 발원하였다.
'지금 이 사문이 만일 깨끗이 계율을 가지는 도인이라면, 나로 하여금 바라내(波羅)의 국왕이 되어 네 개의 작은 나라를 거느리며, 또 도를 보는 자리를 얻게 하소서.'
도인은 그 떡을 받고도 그래도 적다고 불평하였다. 가난한 이는 도인에게 말하였다.
“우선 자십시오. 만일 그것으로도 부족하시다면, 내 옷을 벗어 음식과 바꾸어 와서라도 대어 드리겠습니다.”

도인은 떡을 먹었다. 그러나 한 되만 먹고 나머지는 주인에게 돌려주었다. 가난한 이는 물었다.
“존자가 아까는 떡이 너무 적다고 불평하시더니 지금은 왜 다 자시지 않습니까?”
도인이 대답하였다.

“그대가 처음에 내게 한 덩이 떡을 줄 때에는 바로 한 작은 나라의 왕이 되기를 원하였소. 그래서 나는 그대 마음의 원이 작다고 말한 것이오. 둘째 번의 떡덩이에서는 두 개의 작은 나라왕이 되기를 원하였소. 그래서 그대의 원이 작다고 말한 것이오. 셋째 번의 떡덩이에서는 네 개의 작은 나라왕이 되기를 원하였소. 그래서 나는 그대의 원이 작다고 말한 것이오.

그리고 넷째 번의 떡덩이에서는 바로 바라내의 국왕이 되어 네 개의 작은 나라를 거느리기를 원하였고, '나로 하여금 도를 보는 자리를 얻게 하라'고 하였소. 그래서 나는 그대 원이 작다고 한 것이지, 음식이 부족하여 적다고 불평한 것은 아니요.”
그 때 가난한 이는 의심이 생겼다.
'나로 하여금 현재의 다섯 나라의 왕이 되게 하는 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아마 거짓이리라.'
그러다가 다시 생각하였다.
'내 마음을 능히 아는 것을 보면 반드시 성인일 것이다. 이런 큰 복 밭은 나를 속이지 않을 것이다.'
도인은 그의 생각을 알고, 곧 바리를 던져 허공에 두고 그 뒤를 따라 날아 올라가서, 큰 몸으로 변하여 허공에 가득 찼다가 다시 작은 몸으로 화하자 마치 가는 티끌과 같았다. 한 몸으로써 한량없는 몸이 되기도 하고 한량없는 몸을 합하여 한 몸이 되기도 하였다.
또 몸 위에서는 물을 내고 몸 아래에서는 불을 내었다. 물을 땅처럼 밟기도 하고 땅을 물처럼 밟기도 하였다.

이렇게 열여덟 가지 신통을 나타내고는 가난한 이에게 말하였다.
“즐겨 큰 원을 내고 조금도 의심하지 말라.”
이렇게 말하고 그는 곧 몸을 숨기고 떠났다.
그 때 그 가난한 사람은 바라내성으로 향하여 가다가 도중에서 어떤 재상을 만났다.
재상은 그를 만나자 그 형상을 자세히 보고는 말하였다.
“너는 아무개의 아들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왜 그처럼 남루하게 되었는가?”
“어려서 부모를 잃은 뒤에 집이 망하고, 돌보아 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곤궁하여 이처럼 남루하게 되었습니다.”
재상은 곧 바라내 왕에게 아뢰었다.

“왕의 친하신 아무개의 아들이 지금 문 밖에 있는데 매우 곤궁합니다.”
왕은 곧 분부하여 그를 데리고 앞에 오게 하여, 자세한 사정을 묻고 그 친한 이임을 알았다. 그래서 왕은 말하였다.
“즐겨 나를 친근히 하고 부디 멀리 떠나지 말라.”
이레 뒤에 왕은 병으로 목숨을 마쳤다. 신하들은 서로 의논하였다.
“왕에게는 뒤를 이을 이가 없고, 오직 빈궁한 아들이 있을 뿐이다. 저 이는 왕과 친하다.
우리 함께 추대하여 바라내의 왕을 삼아 네 나라를 거느리게 하자.”
그러나 그는 그 뒤에 사나워졌다.
전날의 그 도인은 왕의 궁전 앞의 허공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말하였다.
“너는 옛날 발원하여 도를 보는 자리를 얻기를 구하더니, 지금은 어찌하여 온갖 악을 지으면서 본래와 다른가?”
그는 다시 왕을 위하여 갖가지 법을 연설하였다. 왕은 그 법을 듣고는 먼저 지은 악을 뉘우쳤다.
그리고 허물을 고치고 부끄러워하면서 알뜰히 도를 행하여 수다원(須?洹)을 얻었다.

41. 가난한 여자가 두 냥을 보시하고 갚음을 얻은 인연 

옛날 주암산(晝闇山)에 여러 성현들과 숨어 사는 스님들이 많았다. 
여러 나라에서 그 산의 명성을 듣고 거기에 공양하는 이가 많았는데 그 가운데 어떤 장자가 여러 권속들과 함께 공양을 가지고 가려 하였다.

어떤 빈궁한 거지 여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여러 장자들이 산으로 공양을 보내는 것은 반드시 어떤 모임을 가지려는 것이다.
나는 가서 걸식을 해야겠다.'
그리고는 산으로 향하여 갔다.
산에 이르러 아까 그 장자가 갖가지 음식을 차려 여러 스님들을 공양하는 것을 보고 혼자 가만히 생각하였다.

'저 사람은 전생의 복을 닦아 오늘에 부귀한데, 지금 다시 공덕을 지으면 장차 더욱 훌륭하게 될 것이다. 나는 전생에 복을 짓지 못하여 금생에 빈곤하다. 만일 지금 복을 짓지 않으면 미래에는 더욱 빈곤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눈물을 흘리면서 울다가 또 생각하였다.
'나는 전에 똥 속에서 돈 두 냥을 주워 항상 아끼면서 구걸이 뜻같이 되지 않을 때에는 이것으로 음식과 바꾸어 스스로 살아가리라고 생각한 일이 있다. 지금 그것을 여러 스님들에게 보시하자. 하루 이틀쯤 음식을 얻지 못하더라도 죽지는 않을 테니까.'
그리하여 스님들의 공양이 끝나는 것을 엿보아 그 돈 두 냥을 보시하였다.
그 때 스님들 법에는 어떤 사람이 보시하면 유나(維那)가 앞에 서서 축원을 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때에는 상좌(上座)가 유나의 축원을 허락하지 않고 자기가 스스로 축원하였으므로, 여러 하좌(下坐)들은 매우 못마땅한 마음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거지 여자의 돈 두 냥을 얻어, 상좌가 가벼이 그를 위하여 스스로 축원하는데, 보통 돈을 보면 어떻게 그렇지 않겠는가?'

그 때 상좌는 곧 자기가 먹을 밥의 반을 갈라 두었다가 그 여자에게 주었다. 사람들은 상좌가 여자에게 밥을 많이 주는 것을 보고, 그들도 그 여자에게 밥을 많이 주었다.
그 때 여자는 묵직한 양의 음식을 얻어 가지고 매우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나는 마침 보시하여 지금 그 갚음을 얻었다.”
그는 그 음식을 가지고 도로 산을 내려가다가 어떤 나무 밑에 이르러 누워 잤다.
마침 그 때 왕의 큰 부인이 죽은 지 이레가 되었다. 왕은 사자를 보내어 온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누가 복덕이 있어서 왕의 부인이 될 만한지 찾게 하였다.

관상쟁이는 점을 치고 말하였다.
“저 누런 구름 밑에는 반드시 현인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자는 그를 데리고 그 나무 밑에 가서 여자를 보았다. 얼굴빛은 윤택하여 복덕의 상이 있고, 나무는 구부려 그 위에 그늘을 지어 빛이 이르지 않도록 하였다.
관상쟁이는 말하였다.
“이 여자의 복덕은 부인이 될 만합니다.”
사자는 그녀를 향탕(香湯)에 목욕시키고, 그녀에게 부인의 의복을 주니,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아 몸에 꼭 맞았다.

1천 수레와 1만 기병이 좌우를 호위하여, 그녀를 데리고 왕궁에 이르렀다. 왕은 그녀를 보고 매우 기뻐하고 공경하며 존중하였다.
이렇게 며칠을 지내다가 여자는 가만히 생각하였다.
'내가 이런 부와 복의 인연을 얻은 것은 그 돈을 보시하였기 때문이다. 지금 저 스님들은 내게 크고 무거운 은혜가 있다.'
그 여자는 왕에게 아뢰었다.
“저는 전에 몹시 빈천하였는데 왕에게 뽑히어 지금은 사람답게 살게 되었습니다. 제게 저 스님들의 은혜를 갚게 하여 주소서.”

왕은 말하였다.
“그대 마음대로 하오.”
부인은 음식과 보물을 수레에 싣고 산으로 가서 스님들에게 보시하였다. 그러나 그 상좌는 일어나지 않고 유나스님을 보내어 축원하면서 자기는 나와 축원하지 않았다.
왕의 부인은 말하였다.
“제가 옛날 두 돈을 보시하였을 때에는 저를 위해 축원하더니, 지금은 수레에 보배를 실었는데도 왜 저를 위해 축원하시지 않습니까?”
또 여러 젊은 비구들도 모두 말하였다.
“저 상좌는 전에 가난한 여자가 두 돈을 보시할 때에는 그녀를 위해 축원하더니, 지금은 왕이 부인이 수레에 보물을 싣고 왔어도 축원하지 않는구나. 늙어 망령들었는가?”
그 때 상좌는 왕의 부인을 위하여 바른 법을 연설하고는 말하였다.
“부인이여, '전에 두 돈을 보시할 때에는 저를 위해 축원하더니, 지금은 수레에 보물을 실었어도 축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내게 불평하십니까?

 우리 불법에서는 보물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오직 착한 마음을 귀하게 여길 뿐입니다. 부인이 전에 두 돈을 보시할 때에는 착한 마음으로 가득하였는데, 지금 보물을 보시함에 내노라
고 뽐내는구려. 그래서 나는 지금 당신을 위해 축원하지 않는 것이요.
또 젊은 도인들도 내게 불평하지 마시오. 당신들은 집을 떠난 뜻을 깊이 알아야 하오.”
여러 젊은 도인들은 각기 부끄러워하고 모두 수다원의 도를 얻었고, 왕의 부인도 법을 듣고는 부끄러워하고 기뻐하면서 또 수다원의 도를 얻었다.
그리고 법을 듣고는 예배하고 떠났다.

42. 건타위국의 화가(畵家) 계나(?那)가 음식을 보시하여 갚음을 얻은 인연

옛날 건타위국(乾陀衛國)에 한 화가가 있었는데, 이름을 계나(?那)라 하였다.
그는 3년 동안 객지에서 품팔이하여 30냥 금을 벌어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다른 사람이 반차우슬(般遮于瑟:五歲會) 여는 것을 보고 유나(維那)에게 물었다.
“하루 동안 회를 열려면 얼마나 듭니까?”
유나는 대답하였다.
“30냥 금을 쓰면 하루 동안 회를 열 수 있습니다.”
그는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는 전생에 복업을 짓지 못하였기 때문에 지금 이 갚음을 받아 품팔이로 살아간다. 지금 복밭을 만났는데 어떻게 복을 심지 않겠는가?'
그는 유나에게 말하였다.
“청컨대 이 제자를 위하여 추(椎)를 쳐서 스님들을 모아 주십시오. 저는 지금 회를 베풀고자 합니다.”
그 회를 마치고 그는 기뻐하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이르자 그 부인이 물었다.
“3년 동안 품 판 돈은 어디 있습니까?”
그는 대답하였다.
“내가 얻은 재물을 지금 모두 튼튼한 창고 안에 넣어 두었소.”
“그 튼튼한 창고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저 스님들 속에 있소.”
부인은 그를 꾸짖고 곧 친정 친척들을 모아 그 남편을 법관에게 끌고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 모자는 빈궁하여 고생이 심하니, 옷도 없고 밥도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남편은 얻은 재물을 다른 데 쓰고 집에는 가지고 오지 않습니다. 그 이유를 문책하여 주십시오.”

그 때 법관은 그 남편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하였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이 몸은 번갯불과 같아서 오래 비추지 못하고 또 아침 이슬과 같아서 잠깐 사이에 사라집니다. 그 때문에 두려워하여 스스로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는 전생에 복업을 짓지 못하였기 때문에 지금 곤궁하여 의식이 궁핍하다'고. 그래서 저 불가라성(弗迦羅城)에서 반차회(般遮會)를 여는 것을 보고 그 스님들이 매우 청정하였기 때문에 기뻐하고 공경하며 믿는 마음이 우러나서 유나에게 물었습니다.
'얼마나 들면 하루 음식을 이바지할 수 있습니까?'

유나는 대답하였습니다.
'30냥이면 하루 공양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3년 동안 번 돈을 곧 유나에게 주어 스님들을 위해 하루 음식을 짓게 하였습니다.”
법관은 그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고, 또 그를 가엾이 여겨 곧 자기 옷과 영락을 벗어 주고, 또 말과 수레를 주고, 다시 한 부락을 떼어 상으로 봉해 주었다. 그 꽃갚음[華報]이 이러하였고 열매 갚음[果報]은 뒤에 있을 것이다.

43. 계이라(?吏羅) 부부가 몸을 팔아 보시회를 열고 그 갚음을 얻은 인연

옛날 계이라(?吏羅)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들 부부는 매우 빈궁하여 할 수 없이 품팔이로써 겨우 살아갔다.
그는 다른 장자들이 모두 절에 가서 큰 보시회(布施會)를 베푸는 것을 보고 집에 돌아와 그 부인과 함께 자면서, 부인의 팔을 베고 누워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는 전생에 복을 짓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렇게 빈궁하다. 그런데 저 장자 같은 이는 전생에도 복을 지었고 지금도 복을 짓는다. 나는 지금도 복이 없다. 장래 세상에는 더욱 괴로울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울자 눈물이 부인의 팔에 떨어졌다. 부인이 물었다.
“왜 눈물을 떨구십니까?”
그는 대답하였다.
“남을 보니 복을 닦아 언제나 즐거운데, 나는 빈천하여 복을 닦을 수 없구료. 그래서 눈물을 떨구는 것이요.”
“눈물을 흘리면 무엇 합니까? 내 몸을 팔아서 그 재물로 복을 지으십시오.”
“당신을 판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가겠소?”
“만일 살아가지 못할 것이 두려워 나를 내어 놓지 못 하시겠으면, 우리 다 같이 몸을 팔아 공덕을 닦읍시다.”

이에 두 부부는 서로 이끌고 어떤 부잣집에 가서 말하였다.
“지금 우리 부부의 이 천한 몸을 사주십시오.”
주인이 물었다.
“얼마나 받으려는가?”
“열 냥을 받고자 합니다.”
“이제 너희들에게 돈을 줄 것이니, 이레 만에 갚지 못하면 너의 부부를 종으로 삼을 것이다.”
이렇게 약속하였다.
그들은 돈을 가지고 그 절에 가서 보시회를 열었다. 그들은 함께 쌀을 찧으면서 서로 격려하여 말하였다.
“지금 우리는 힘을 내어 이 복업을 짓는다. 뒷날 남의 집에 매이면 어찌 우리 뜻대로 되겠는가?”
이에 그들은 밤낮으로 부지런히 힘써 대회 거리를 준비하고 엿새째가 되어 곧 회를 베풀게 되었다.
마침 그 때 국왕이 와서 회를 베풀려고 날짜를 다투자, 스님들이 모두 말하였다.
“저 가난한 이를 받았기 때문에 결코 변경할 수가 없습니다.”
국왕은 이 말을 듣고 말하였다.
“저이는 어떤 소인으로서 감히 나와 대회 날짜를 다투는가?”
그는 곧 사람을 보내어 계이라에게 말하였다.
“너는 내 날짜를 피하라.”
계이라는 대답하였다.
“절대 양보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세 번 되풀이하였으나 그 말은 처음과 같았다. 왕은 이상히 여겨 몸소 그 승방에 가서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왜 뒷날로 미루지 않고 나와 날짜를 다투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우리는 오직 오늘 하루만 자유롭고, 이후에는 남의 집에 매이게 되어 다시는 회를 베풀 수 없기 때문입니다.”
“왜 할 수 없는가?”
그들은 말하였다.
“생각하니 우리는 전생에 복을 짓지 못하여 지금 이렇게 곤궁합니다. 그러므로 만일 지금 복을 짓지 않으면 아마 뒷날은 더욱 괴로워질 것입니다. 그래서 생각하던 끝에 몸을 팔아 돈과 바꾸고 그것으로 공덕을 지어 이 고통을 끊으려 하였습니다. 만일 이레 뒤에 그 돈을 갚지 않으면 우리는 그의 종이 됩니다. 오늘이 엿새인데 내일 이면 이레가 찹니다. 그 때문에 죽음으로써 날짜를 다투는 것입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가엾은 생각이 들고 처음 보는 일이라고 찬탄하면서
“너야말로 참으로 빈궁의 괴로움을 깨달은 사람이다. 나약한 몸으로 굳건한 몸과 바꾸었고, 나약한 재물로 굳건한 재물과 바꾸었으며, 나약한 목숨으로 굳건한 목숨과 바꾸었구나.”
하고, 그의 대회를 허락하였다. 그리고 왕은 또 자기와 부인의 옷과 영락을 벗어 계이라 부부에게 주고, 다시 열 개 촌락을 떼어 복을 지은 봉(封)으로 주었다.

대개 지극한 마음으로 복덕을 닦는 이가 현재에 얻는 꽃갚음도 그와 같거늘, 하물며 장래에 얻는 열매갚음이겠는가?
이로써 볼 때에 모든 세상 사람으로서 괴로움을 면하고자 한다면, 부지런히 복을 닦아야 하겠거늘, 어찌 함부로 게으르고 방일하겠는가?

44. 사미가 개미를 구제하고 수명이 길게 된 인연

옛날 어떤 아라한 도인이 한 사미를 길렀다. 그는 그 사미가 이레 뒤에는 반드시 목숨을 마칠 것을 알고, 그에게 말미를 주어 집에 돌려보내면서 이레가 되거든 돌아오라고 분부하였다.
사미는 스승을 하직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개미들이 물을 따라 떠내려가면서 곧 죽게 된 것을 보았다. 그는 자비심이 생겨 가사를 벗어 거기에 흙을 담아 물을 막고, 개미를 집어 마른 땅에 올려놓아 개미들이 모두 살게 하였다.

이레가 되어 그는 스승에게로 돌아갔다. 스승은 이상히 여기고 선정에 들어 관찰하다가, 그가 다른 복은 없는데 그렇게 된 것은 개미를 구제한 인연임을 알았다.
그래서 사미는 이레 만에 죽지 않고 수명을 늘리게 되었다.

45. 건타국왕이 묵은 절 탑을 중수하고 목숨을 늘린 인연

 옛날 건타위국에 어떤 왕이 있었다.
어떤 뛰어난 관상쟁이가 왕의 상을 보니, 왕은 이레 뒤에는 반드시 목숨을 마치게 되어 있었다.
왕은 사냥을 나갔다가 다 허물어진 어떤 묵은 탑을 보고 곧 신하들과 함께 그것을 수리하였다.
그리고 기뻐하면서 궁으로 돌아왔는데, 이레가 지나도 아무 일이 없었다.
관상쟁이는 이레가 지난 것을 보고 이상이 여겨 왕에게 물었다.
“어떤 공덕을 지었습니까?”
왕은 대답하였다.
“아무 공덕도 지은 것이 없다. 다만 어떤 부서진 탑을 진흙으로 수리한 것 뿐이다.”
탑을 수리하는 공덕도 이와 같은 것이다.

46. 비구가 절벽의 구멍을 막아 목숨을 늘린 인연

 옛날 한 비구가 죽을 때가 되었다.
마침 어떤 외도 바라문이 그 상을 보니, 이레 뒤에는 그 비구가 반드시 목숨을 마치게 되어 있었다.
그 때 그 비구는 승방에 들어갔다가 벽에 구멍이 난 것을 보고, 곧 진흙을 뭉쳐 구멍을 막았다.
그 복으로 말미암아 그 수명을 늘려 이레를 지나게 되었다.
바라문은 그것을 보고 이상히 여겨 물었다.
“당신은 어떤 복을 닦았습니까?”
“나는 아무 복도 닦은 것이 없소. 다만 어제 승방에 들어갔다가 벽에 구멍이 난 것을 보고 수리하였을 뿐이요.”
바라문은 찬탄하면서 말하였다.
“승가의 복밭은 가장 깊고 무거워, 능히 죽을 비구도 그 수명을 늘리게 하는구나.”

47. 장자의 아들이 부처님을 뵙고 수명을 늘려 주기를 구한 인연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에 어떤 장자의 아들이 있었는데 나이 5, 6세가 되었다.
어떤 관상쟁이가 그의 상을 보니 복덕을 두루 갖추었으나 오직 수명이 짧았다. 장자는 그를 데리고 여섯 명의 외도 스승에게 가서 수명을 늘려 주기를 구하였는데, 그 여섯 스승들이 수명을 늘리는 법을 주지 못하자, 화를 내면서 다시 부처님께 데리고 가서 아뢰었다.
“이 아이의 명이 짧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수명을 늘려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명을 늘려 줄 수 있는 그런 법은 없느니라.”
“원컨대 방편을 가르쳐 주소서.”
부처님께서 가르쳐 주셨다.
“너는 저 성문 아래 가서 나오는 사람들을 보거든 예배하고, 들어오는 이에게도 예배하라.”
그 때 어떤 귀신이 바라문의 몸으로 변하여 성으로 들어가려 하였다. 아이가 그를 향해 예배하자 귀신이 축원하였다.

“너를 장수하게 하리라.”
그 귀신은 바로 그 아이를 죽일 귀신이었다.
그러나 귀신의 법에는 두 가지 말을 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이미 장수하기를 허락한지라 죽일 수가 없었다.
그는 이와 같이 겸손하고 참으며 공경하여 수명을 늘릴 수가 있었다.

48. 장자의 아들이 품팔이로 회를 베풀어 현재의 갚음을 얻은 인연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어떤 장자의 아들은 일찍이 부모를 잃고, 외롭고 궁하여 헤매면서 품팔이로 살아갔다.
그는 어떤 사람에게서 도리천상은 아주 즐겁다는 말을 듣고, 또 다른 사람에게서 부처님과 스님을 공양하면 반드시 거기 가서 난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 물었다.
“얼마나 들면 부처님과 스님께 공양할 수 있겠는가?”
그 사람은 대답하였다.
“금 30냥을 쓰면 보시회를 베풀 수 있다.”
그는 곧 저자로 가서 품 팔 곳을 구하였는데, 저잣거리에 어떤 큰 부자 장자가 있어 그를 쓰기로 하였다.
장자는 물었다.
“너는 지금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저는 무슨 일이나 다 할 수 있습니다. 3년 동안 일하면 얼마나 찾겠습니까?”
“금 30냥은 찾을 것이다.”
장자는 그가 무슨 일이나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곧 그를 썼다.
그는 사람됨이 단정하고 정직하여 금·은·동·철 등 갖가지 점방에서 보통 때보다 곱절이나 이익을 얻게 하였다.

연한이 차자, 그는 장자에게서 품삯을 받았다. 장자는 물었다.
“너는 지금 그 돈으로 무슨 일을 하려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저는 부처님과 스님들을 공양하려 합니다.”
장자는 말하였다.
“나는 이제 너를 도와주리라. 갖가지 그릇과 쌀과 국수를 너에게 줄 것이니, 음식을 만들어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여라.”
그는 곧 승방으로 가서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을 시켜 그 청을 받게 하셨다. 그리하여 부처님께서는 당신 방에 계시고 스님들만 장자 아들의 청을 받기로 하였다.
마침 그날은 명절날이 되어 여러 사람들은 갖가지 음식을 스님에게 보내었다.
그래서 스님들은 모두 배불리 먹은 뒤 장자의 집으로 갔다.
그 때 장자의 아들은 손수 음식을 돌렸다. 상좌(上座)가 조금만 놓으라 하자, 차례로 모두 조금만 놓으라 하여 아랫줄에 이르렀다.
그 때 장자의 아들은 울고 번민하면서 생각하였다.
'3년 동안 고생하여 이 음식을 베푼 것은 여러 스님이 잘 자시기를 바랐던 것인데, 이제 스님들이 드시지 않는구나. 내가 천상에 나기를 구하였지만 끝내 거기 가서 나지 못하겠구나.'
그리고 그는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스님들이 저의 공양을 먹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저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조금 먹던가?”
“예, 모두 조금씩 먹었습니다.”
“먹지 않더라도 네 소원은 반드시 이뤄지겠거늘, 하물며 조금 먹었는데 어찌 이뤄지지 않겠느냐?”
그는 기뻐하면서 돌아가서 음식을 먹었다. 여러 스님들도 음식을 마치고 모두 돌아갔다.
그 때 5백 상인들이 바다에 들어갔다가 돌아와서 성에 들어가 음식을 찾았다. 그러나 마침 세상에는 흉년이 들어 아무도 주는 이가 없었다.

어떤 사람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저 장자의 아들이 오늘 회를 열었으니 반드시 거기에는 음식이 있을 것입니다.”
장자의 아들은 상인들이 있다는 말을 듣고 기뻐하여 5백 상인들에게 음식을 주어 모두 충족하게 하고 그들을 따르는 사람들도 모두 배불리 먹였다.
제일 아래 상인이 만 냥의 가치가 있는 구슬 하나를 풀어 그에게 주었다. 그리하여 5백 상인이 저마다 구슬 하나씩과 발우 하나씩을 주었지마는 그 장자의 아들은 감히 받지 않고, 부처님께 달려가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이 바로 이 세계에서 받는 갚음[華報]이니 가지더라도 괴로움이 없을 것이요, 뒷날에는 반드시 천상에 날 것이니 두려워할 것이 아니니라.”
그리고 그의 주인 장자는 아들이 없고 외딸이 있었는데, 곧 그 아이에게 딸을 아내로 주었다. 이리하여 드디어 가업이 번창하여 사위성 안에서 제일이 되었다.
장자가 목숨을 마치자, 바사닉왕은 그 아이가 총명하고 지혜가 있다는 말을 듣고, 장자의 가업을 모두 그 아이에게 주었다.
그의 이 세계에서 받는 갚음은 이와 같았고, 과보(果報)는 뒤에 있을 것이다.

49. 불나(弗那)가 부처님께 한 발우의 밥을 드리고 현재의 갚음을 얻은 인연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범지(梵志:바라문) 다섯 형제가 있었다. 첫째 이름은 야사(耶奢)요, 둘째 이름은 무구(無垢)며, 셋째 이름은 교범바제(?梵波提)요, 넷째 이름은 소타이(蘇馱夷)로, 이 네 형제는 산에 들어가 도를 배워 5신통(神通)을 얻었다.
맨 끝의 아우는 이름이 불나(弗那)였는데, 그는 부처님께서 걸식하시는 것을 보고, 희고 깨끗한 밥을 발우에 가득 담아 부처님께 드렸다.

그 때 불나는 농사를 업으로 삼고 있었는데, 그는 밭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그 뒤 어느 날 그는 밭에 나가 보았다. 밭 가운데 난 모종이 모두 금벼[金禾]로 변하였는데, 길이가 모두 두어 자나 되었고, 다 베고 나면 처음처럼 도로 나오곤 하였다.
그 나라 왕도 그 말을 듣고 와서 베었으나 다 벨 수 없었다.
그 때 형들은 생각하였다.
'우리 아우 불나는 지금 어떻게 살아가는가? 구차하지는 않을까?'
그들은 모두 가서 그 아우의 복이 왕보다 나은 것을 보고 아우에게 말하였다.
“네가 전에는 가난하였는데, 어떻게 갑자기 이런 부자가 되었느냐?”
아우는 대답하였다.

“나는 구담(瞿曇)에게 한 발우의 밥을 드리고 이런 갚음을 받았습니다.”
네 형은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또 아우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우리를 위해 환희단(歡喜團)을 만들어 다오. 우리 넷은 각각 하나씩 가지고 구담에게 공양하여 하늘에 나기를 발원하리라. 그 법을 듣지 않으면 해탈할 수 없다.”
그리하여 그들은 각각 환희단을 가지고 부처님께 나아갔다. 큰 형이 하나를 집어 부처님 발우에 놓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행은 덧없으니.”
또 둘째가 환희단을 집어 부처님 발우에 놓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이 곧 나고 죽는 법이다.”
셋째가 또 환희단을 부처님 발우에 놓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고 죽음이 아주 사라지면.”
또 넷째가 환희단을 부처님 발우에 놓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열반이 즐거움 되느니라.”
그들은 곧 집으로 돌아가 고요한 곳으로 가서 서로 물었다.
“너는 어떤 말씀을 들었는가?”
맏형은 말하였다.
“나는 '모든 행은 덧없으니'라고 들었다.”
다음 형은 말하였다.
“나는 '그것이 곧 나고 죽는 법이다'라고 들었다.”
그 다음 형은 말하였다.
“나는 '나고 죽음이 아주 사라지면'이라고 들었다.”
넷째는 말하였다.
“나는 '열반이 즐거움 되느니라'라고 들었다.”
네 형제들은 각각 그 게송을 생각하고 아나함을 얻었다. 그리하여 모두 부처님께 나아가 중이 되기를 구하여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

50. 대애도(大愛道)가 금실로 짠 옷을 부처님께 드린 일과 또 천주사(穿珠師)의 인연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대애도(大愛道)는 부처님을 위하여 금실로 짠 옷을 가지고 가서 부처님께 올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을 스님들에게 보시하시오.”
대애도는 말하셨다.
“저는 부처님을 젖을 먹여 길렀습니다. 내 손으로 옷을 만들어 일부러 와서 부처님께 바치는 것은 부처님께서 나를 위해 이것을 받아 주시기를 바라서인데, 어찌하여 스님들에게 주라고 말씀하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모님으로 하여금 큰 공덕을 얻게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왜냐 하면, 중들의 복밭은 가없이 넓고 크기 때문에 권하는 것입니다. 만일 내 말대로 한다면 그것은 이미 내게 공양한 것입니다.”
그 때 대애도는 그 옷을 가지고 중들에게로 가서 윗자리에서부터 돌렸으나 아무도 감히 받는 이가 없었다. 차례가 미륵에게 이르자 미륵은 곧 그것을 받아 입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미륵의 몸에는 32상(相)이 있었고, 몸빛은 자마 금빛이었다.

미륵이 성에 들어가자 여러 사람들은 다투어 구경하였지만 아무도 밥을 주는 이가 없었다.
그 때 어떤 천주사(穿珠師)는 아무도 그에게 밥을 주는 이가 없는 것을 보고, 곧 미륵 앞에 나아가 꿇어앉아 청하여 집으로 데리고 가서 밥을 주었다.
미륵이 식사를 마치자, 천주사는 조그만 자리를 미륵 앞에 펴 놓고 앉아 설법을 들으려 하였다.
미륵은 네 가지 변재의 힘이 있었다. 그래서 그를 위해 갖가지 묘법을 설하였다.
그 때 천주사는 설법 듣기를 즐겨 조금도 싫증을 내지 않았다.
예전에 어떤 장자가 딸을 시집보내려고 천주사를 시켜 한 보배 구슬을 뚫게 하고 돈 10만 냥을 주었었다.

마침 그 때 그 장자는 사람을 보내어 구슬을 찾으러 왔다. 그러나 천주사는 법을 듣기에 정신이 없어 구슬 뚫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대답하였다.
“잠깐만 더 기다리시오.”
그 사람은 또 찾으러 왔다. 이렇게 세 번이나 오갔지마는 그래도 찾아가지 못하였다. 그 장자는 화를 내어 돈과 구슬을 모두 도로 빼앗아 갔다.
천주사의 아내는 성을 내어 그 남편에게 말하였다.
“이제는 일이 없게 되었습니다. 잠깐 동안 구슬을 뚫으면 10만 냥의 이익을 얻을 것인데, 왜 저 도인의 말만 듣고 있습니까?”
천주사는 그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매우 한탄하였다.
그 때 미륵은 그가 매우 한탄하는 것을 알고 그에게 물었다.
“그대는 나를 따라 절에 갈 수 있는가?”
“갈 수 있습니다.”
그는 미륵을 따라 승방에 가서 상좌 비구에게 물었다.
“어떤 사람이 금 10만 근을 얻는 것과 기쁜 마음으로 설법을 듣는 것과 어느 것이 낫습니까?”
교진여는 말하였다.

“설령 어떤 사람이 금 10만 근을 얻더라도 다른 사람이 계율을 가지는 이에게 한 발우의 밥을 주는 것보다 못하거늘, 하물며 믿는 마음으로 잠깐 동안이나마 법을 듣는 것이겠는가?
그것은 저것보다 백천만 곱이나 훌륭하니라.”
그래서 다시 둘째 상좌에게 묻자, 둘째 상좌는 대답하였다.
“설령 어떤 사람이 10만 수레의 금을 얻더라도 계율을 가지는 이에게 한 발우의 밥을 주는 것보다 못하거늘, 하물며 기뻐하는 마음으로 법을 듣는 것이겠는가?”
조금 있다가 또 셋째 상좌에게 물었다. 셋째 상좌는 대답하였다.
“설령 어떤 사람이 10만 집의 금을 얻더라도 계율을 가지는 이에게 한 발우의 밥을 주는 것보다 못하거늘, 하물며 법을 듣는 것이겠는가?”
또 넷째 상좌에게 묻자, 넷째 상좌는 대답하였다.
“설령 10만 나라의 금을 얻더라도 계율을 가지는 이에게 한 발우의 밥을 주는 것보다 못하거늘, 하물며 법을 듣는 것이겠는가? 그것은 백천만 갑절이나 나으니라.”

이렇게 차례로 물어 아나율에게 이르자, 아나율은 말하였다.
“어떤 사람이 사천하에 가득 찬 금을 얻더라도 계율을 가지는 이에게 한 발우의 밥을 주는 것보다 못하거늘, 하물며 법을 듣는 것이겠는가?”
미륵이 물었다.
“존자는 '비구에게 한 발우의 밥을 주는 것이 사천하에 가득한 금을 얻는 것보다 낫다'고 하였는데, 어째서 그러합니까?”
존자는 대답하였다.
“내 자신이 징험한 바입니다. 생각하면 과거 91겁 전에 어떤 왕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두 아들을 두었는데, 첫째는 이름이 리타(利)요, 둘째는 이름이 아리타(阿利)였습니다. 장자는 항상 그들에게 말하였습니다.
'높은 이도 떨어지며 향상된 듯한 것도 다하는 것이다. 대개 남[生]이 있으면 죽음이 있고 모이면 흩어지는 것이다.'

장자는 병으로 목숨을 마치려 할 때 아들에게 분부하였습니다.
'부디 갈라져 살지 말라. 마치 실 한 가닥은 코끼리를 잡아매지 못하지만, 실을 많이 모으면 코끼리도 끊지 못하는 것처럼 형제가 한데 사는 것도 많은 실과 같으니라.'
장자는 이렇게 아들에게 훈계하고 목숨을 마쳤습니다.

그들은 아버지의 유훈이기 때문에 형제가 같이 살면서 서로 공경하고 화목하였습니다. 뒤에 그 아우가 장가들어 생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우의 아내는 남편이 못마땅해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당신은 저이의 종과 같습니다. 재물을 쓰는 것과 손님을 대접하는 것은 모두 당신 형님이 맡아 하고, 당신은 그저 옷과 밥을 얻을 뿐이니, 종이 아니고야 어찌 그렇겠습니까?'

아내는 자주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그 때 부부는 마음에 변화가 생겨 형에게 갈라져 살기를 청하였습니다. 형은 아우에게 말하였습니다.
'너는 아버지의 임종 때의 말을 생각하지 않느냐?'
그러나 아우는 마음을 고치지 않고 자꾸 갈라져 살기를 청하였습니다. 형은 아우의 뜻을 보고 곧 갈라져 살기로 하되, 모든 소유를 모두 반으로 나누었습니다.
아우 내외는 나이가 젊기 때문에 방탕하게 놀아 낭비가 심하였습니다. 그래서 얼마 지나지 못하고 빈궁하게 되어 그 형에게 와서 구걸하였습니다. 그 때 그 형은 그에게 돈 10만 냥을 주었습니다.
아우는 그것을 얻어간 지 오래지 않아 다 써 버리고 또 와서 청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여섯 번까지는 10만 냥씩 주었다가, 일곱 번째에는 형은 아우를 꾸짖었습니다.
'너는 아버지의 임종 때 말을 생각하지 않고 갈라져 살기를 청하였는데, 애를 써서 생활하지 못하고 자꾸 와서 물건을 청하는구나. 이제 너에게 10만 냥을 줄 터인데, 네가 생활을 잘하지 않고, 또 와서 청하더라도 다시는 주지 않을 것이다.'

이런 괴로운 말을 듣고 그 내외는 애써 생활하여 점점 부자가 되었고, 그 형은 재물을 잃고 차츰 빈궁하게 되어 아우에게 가서 구걸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우는 형에게 밥도 주지 않으면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형은 항상 부자이리라고 생각하였는데, 가난할 때도 있습니까? 나는 옛날 형에게 구걸한 적이 있었는데 몹시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지금 왜 저에게 와서 청하는 것입니까?'
형은 이 말을 듣고 매우 근심하고 번민하면서 생각하였습니다.
'한 배에서 난 형제도 오히려 이러하거늘, 하물며 남이겠는가?'
그는 그만 생사가 싫어져 집에는 돌아가지 않고 산에 들어가 도를 공부하되, 부지런히 고행하여 벽지불이 되었습니다.
뒤에 그 아우도 점점 빈궁하게 되고 또 세상의 흉년을 만나 나무를 팔면서 살아갔습니다.

그 때 벽지불은 성에 들어가 걸식하였으나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빈 발우로 도로 성을 나왔습니다. 그 나무꾼은 벽지불이 빈 발우로 성을 나오는 것을 보고, 곧 나무를 팔아 얻은 핏[稗]가루를 주려고 벽지불에게 말하였습니다.
'존자시여, 이 거친 음식을 드시겠습니까?'
그는 대답하였다.
'좋고 나쁜 것을 가리지 않고 그저 먹어 몸을 지탱하겠노라.'
그래서 나무꾼은 그것을 주었습니다. 벽지불은 그것을 받아먹고는 허공에 날아올라 열여덟 가지 신변을 보인 뒤에 본 자리로 내려왔습니다. 뒤에 나무꾼은 나무하러 가다가 길에서 토끼 한 마리를 보고 지팡이로 쳤습니다. 그것은 죽은 사람으로 변하여 갑자기 일어나 나무꾼의 목을 껴안았습니다. 그는 온갖 방편으로 그것을 떼려 하였으나 뗄 수가 없어 옷을 벗어 주고 사람을 시켜 하였지마는 또한 뗄 수 없었습니다.
끝내 날이 어두워 그것을 업고 집으로 항하였습니다.

집에 이르자 그 시체는 스스로 풀리면서 땅에 떨어져 순금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 때 나무꾼은 그 금 사람의 머리를 베었는데, 머리는 도로 났습니다. 그 손과 다리를 베자 손과 다리는 다시 나서 잠깐 동안에 금머리와 금손이 그 집에 가득 차서 큰 무더기로 쌓였습니다.
이웃 사람들은 관청에 알렸습니다.
'저이는 빈궁한 사람인데, 그 집에 저절로 저런 금무더기가 쌓였습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사람을 보내어 살펴보게 하였습니다. 그 사람은 그 집에 갔으나 순전히 문드러지고 냄새나는 죽은 사람의 손과 머리밖에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주인이 스스로 금머리를 들고 왕에게 바치자, 그것은 바로 순금이었습니다.

왕은 매우 기뻐하면서 '이이는 복 받은 사람이다' 하고, 큰 마을을 봉(封)해 주었습니다. 그는 거기서 목숨을 마치고는 둘째 하늘에 나서 제석천이 되었다가 인간에 내려와서는 전륜성왕이 되었습니다. 이리하여 91겁 동안을 끊이지 않고, 하늘 왕과 인간의 왕이 되었고, 지금은 최후의 몸으로 석가 종족에 났는데, 처음 나는 날에는 40리 안의 묻힌 창고에서 보배가 저절로 솟아났습니다. 그 뒤에 그가 점점 자라나자, 부모는 그 형 석마남(釋摩男)을 치우치게 사랑하였습니다.
아나율의 어머니가 여러 아이들을 시험하려고 사람을 보내어 '밥이 없다'고 말하자, 아나율은 '빈 그릇만 가지고 오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빈 그릇을 그에게 주었더니, 빈 그릇에는 온갖 맛난 음식이 저절로 찼습니다.
비록 4천하의 금으로 젖을 사서 먹이더라도 한 겁 동안도 모자라겠거늘, 하물며 91겁 동안 언제나 즐거움을 받는 것이겠습니까? 그러므로 내가 지금 이 저절로 된 음식을 받는 것은, 전생에 그 한 발우의 밥을 보시하였기 때문에 이 갚음을 받는 것입니다.
위로 여러 부처님과 아래로 범천에 이르기까지 깨끗한 계율을 가지는 이만을 모두 지계자(持戒者)라 합니다.”
그 때 천주사는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