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보장경(雜寶藏經) 제3권
27. 두 형제가 함께 집을 떠난 인연
옛날 세상에 어떤 형제 두 사람이 마음으로 불법을 즐겨 집을 떠나 도를 배웠다.
그 형은 부지런히 힘써 온갖 선한 법을 쌓으면서 아련야행(阿練若行)을 닦은 지 오래지 않아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
그리고 아우는 총명하고 학문이 박식하여 세 장경을 모두 외웠다.
뒤에 그 나라 재상은 그를 건축사(建築士)로 청하여 많은 재물을 주고 승방과 탑사(塔寺)를 잘 짓게 하였다.
그 때 삼장법사(三藏法師)는 그 재물을 받아 사람을 데리고 땅을 골라 탑사를 지었다. 그 절은 단엄하고 집들은 빛나고 아름다워, 그 구상과 솜씨가 절묘하였으므로, 재상은 그것을 보고 더욱 믿고 공경하여 무엇이나 모자람이 없이 주었다.
삼장 비구는 그의 마음이 좋은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제 이 절이 다 이루어졌으니 이 절에 스님들을 편안히 살게 하여야 한다. 그리고 재상에게 말하여 우리 형님을 청하게 하자.'
이렇게 생각하고 그는 그 재상에게 말하였다.
“내게 형님 한 분이 있어 저기 계시는데,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정성껏 노력하면서 아련야행을 닦고 있습니다. 시주님은 그를 청해 이 절에 머무르게 하여 주십시오.”
재상은 대답하였다.
“스승님의 청이시라면 보통 다른 비구라 하더라도 감히 거스르지 못하겠거늘, 하물며 스승님의 형으로서 아련야행을 닦는 분이겠습니까?”
그는 곧 사람을 보내어 간절히 청하였다. 그가 오자 재상은 그의 부지런히 수행하는 것을 보고 곱절이나 더 공양하였다.
그 뒤에 재상은 천만 냥 가치가 있는 훌륭한 비단천을 그 아련야 비구에게 주었다. 그러나 아련야 비구는 받으려 하지 않다가, 간곡히 또 억지로 준 뒤에야 그것을 받고는 '내 아우는 일을 경영하는 사람이니 재물이 필요하리라' 생각하고, 곧 그것을 아우에게 주었다.
그 뒤에 재상은 또 거친 천을 삼장에게 주었다. 삼장은 그것을 받고 매우 원망하였다.
그 뒤에 재상은 다시 천만 냥의 가치가 있는 훌륭한 비단천 한 필을 그 형 아련야에게 주었다. 형은 그것을 받아 또 아우에게 주었다. 아우는 그것을 보고 더욱 질투하여 그 천을 가지고 재상이 가장 사랑하는 딸에게 가서 말하였다.
“당신 아버지는 전에는 나를 아주 후하게 대하였는데, 지금 저 비구가 여기 와서 있게 된 뒤로는 무엇으로 당신 아버지를 혹하게 하였는지 모르나, 나를 몹시 박하게 대합니다. 이제 이 천을 줄 것이니, 당신은 이것을 가지고 재상 앞에 가서 이것을 마름질하여 옷을 만드십시오. 그러다가 만일 묻거든 대답하십시오. '아버님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련야가 나를 붙들고 이것을 내게 주었습니다.'라고. 그리하면 아버지는 반드시 화를 내어, 다시는 저 이와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여자는 삼장에게 말하였다.
“지금 우리 아버지가 저 비구를 후대하고 공경하기는 마치 눈동자를 사랑하는 것 같고, 또 명주(明珠:摩尼珠)를 사랑하는 것과 같은데, 어떻게 갑자기 비방하고 헐뜯겠습니까?”
삼장은 다시 말하였다.
“만일 당신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나는 당신과 영원히 절교하리다.”
그 여자는 또 말하였다.
“왜 갑자기 그러십니까? 좋을 대로 하지요.”
그 여자는 인정상 할 수 없이, 그 천을 받아 가지고 아버지 앞에 가서 그것을 마름질하여 옷을 지었다.
그 때 재상은 그것을 보고는 곧 알아차리고 생각하였다.
'저 비구는 아주 나쁜 사람이다. 내게 천을 얻어 저는 쓰지 않고 도로 이 어린 계집애를 유혹하는구나.'
그래서 그 뒤에 아련야가 왔지만, 그는 나가서 맞이하지도 않고 얼굴빛도 달랐다.
그 때 그 비구는 재상이 그렇게 하는 것을 보고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반드시 어떤 사람이 나를 비방하여 저이를 저렇게 만든 것이다.'
그는 곧 공중에 올라가 열여덟 가지 신변을 나타내었다. 재상은 그것을 보고는 매우 공경하여 조복하고는 곧 그 아내와 함께 그 발에 예배하여 참회하였으니, 공경하는 정이 보통 때보다 더욱 짙었다. 그리고 삼장과 그 딸을 모두 나라 밖으로 쫓아내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때의 삼장은 바로 이 몸으로서 남을 비방하였기 때문에 한량없는 겁 동안 큰 고통을 받았고, 지금에 와서도 저 손타리(孫他利)의 비방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여자는 그 때 성현을 비방하였기 때문에 현재에도 쫓겨나 곤궁한 거지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 사람들은 모든 일에 있어서 밝게 살펴야 하고, 함부로 비방하여 형벌을 부르지 않아야 하느니라.”
28. 구가리(仇伽離)가 사리불 등을 비방한 인연
옛날 존자 사리불과 목련은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어떤 옹기장이 집에 이르러 큰 비를 만나 그 집에서 잤다.
마침 그 집에는 어떤 소치는 여자가 옹기 가마 뒤의 으슥한 곳에 먼저 와 있었는데, 이 성문들도 선정에 들지 않았을 때에는 범부와 다르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알거나 보지 못하였다.
그 여자는 사리불과 목련의 그 아름다운 용모를 보고, 마음속으로 혹하여 그만 더러운 것을 흘렸다.
존자 사리불과 목련은 그 옹기가마에서 나왔다.
구가리(仇伽離)는 사람의 상을 잘 보기 때문에 사람의 얼굴빛만 보고도 음행을 하였는지 하지 않았는지를 분별하였다.
그는 그 소치는 여자가 뒤에서 나오는데, 그 얼굴빛에서 음행한 것을 보았지만, 그것이 그 여자가 스스로 혹해서 더러운 것을 흘린 줄을 알지 못하였다. 그래서 곧 여러 비구들에게 비방하여 말하기를 “존자 사리불과 목련은 소치는 여자와 음행하였다”고 하며, 이와 같은 사실을 자세히 말하였다.
그 때 비구들은 그에게 '존자 사리불과 목련을 비방하지 말라'고 세 번이나 충고하였으나, 구가리는 화를 내고 질투하여 그 분이 더욱 더하였다.
그 때 어떤 장자가 있어 이름을 바가(婆伽)라 하였다. 존자 사리불과 목련은 그를 위해 설법하여 그는 아나함을 얻어서 목숨을 마치고 범천에 나서 이름을 바가범(婆伽梵)이라 하였다.
그 때 그 바가범은 멀리 하늘 위에서 구가리가 존자 사리불과 목련을 비방하는 줄을 알고 곧 내려와 구가리 방으로 갔다. 구가리는 물었다.
“너는 누구냐?”
그는 대답하였다.
“나는 바가범이다.”
“무슨 일로 왔는가?”
“나는 하늘귀[天耳]로써 네가 존자 사리불과 목련을 비방하는 말을 들었다. 너는 존자들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고 말하지 말라.”
이렇게 세 번 충고하고 충고하기를 그치지 않았으나, 구가리는 도리어 이렇게 말하였다.
“너 바가범이여, 너는 아나함을 얻었다고 말하는가? 아나함이란 돌아오지 않는다[不還]는 뜻이다. 그런데 너는 왜 내 곁에 왔는가? 만일 그렇다면 부처님의 말도 거짓이다.”
바가범은 말하였다.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욕계(欲界)에 돌아와 태어나지 않음을 말하는 것이다.”
그 때 구가리 몸에는 갑자기 종기가 생겼는데, 머리에서 발끝에까지 크고 작기가 콩만큼씩 하였다.
그는 부처님께 나아가 여쭈었다.
“어찌하여 사리불과 목련은 소치는 여자와 음행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다시 나무라셨다.
“너는 사리불과 목련을 비방하지 말라.”
그는 부처님의 이 말을 듣고 더욱 화를 내었다. 그러자 그 악성 종기가 자꾸 커져 벚[]만큼 되었다.
그가 또 그 일로 부처님께 거듭 아뢰자, 부처님께서 다시 나무라셨다.
“그 일을 말하지 말라.”
그러자 그 종기가 더욱 커져 박만해지면서 온몸이 몹시 뜨거워졌다.
그는 찬 못물에 들어갔으나, 얼음 못물이 매우 뜨겁게 끓으면서 종기가 모두 터졌다. 그리고 그는 죽어 큰 아비지옥에 떨어졌다.
그 때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인연으로 사리불과 목련은 그런 비방을 받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나간 겁에 사리불과 목련은 아직 범부로 있었다. 그들은 어떤 벽지불이 옹기장이 집의 가마 속에서 나오고, 그 뒤에 소치는 여자가 따라 나오는 것을 보고 비방하였다.
'저 비구는 틀림없이 저 여자와 정을 통하였다.'
그들은 그 인연으로 말미암아 삼악도에 떨어져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고, 지금은 성현이 되었지만 이전의 인연이 다하지 않아 아직도 비방을 받는 것이다.
알아야 한다. 성문들은 중생들을 위하여 큰 선지식이 되지 못한다. 왜 그러냐 하면, 만일 저 사리불이나 목련이 저 구가리를 위하여 조그만 신통이라도 나타내었더라면 구가리는 반드시 지옥을 면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신통을 나타내지 않았기 때문에 저 구가리로 하여금 지옥에 떨어지게 한 것이 이와 같았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살이란 저 구류손(鳩留孫)부처 때의 정광(定光)이라는 선인과 같은 사람이다. 그는 5백 명 선인들과 함께 숲 속의 풀 굴속에 살고 있었다.
그 때 어떤 부인이 지나다가 거기서 우연히 비를 만났는데, 바람이 몹시 찼지만 비를 피할 곳을 찾을 도리가 없었다. 그는 곧 정광 선인 처소에서 하룻밤을 같이 쉬고 그 이튿날 떠났다. 여러 선인들은 그것을 보고 비방하였다.
'저 정광 선인은 틀림없이 저 여자와 부정한 짓을 행하였다.'
그 때 정광은 비구들의 마음을 알고, 그 비방으로 말미암아 그들이 지옥에 떨어질까 두려워하여, 곧 다라(多羅) 나무 높이의 허공에 올라 열여덟 가지 신변을 나타내었다. 선인들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몸이 4지(指)만큼 땅에서 떨어져도 음욕이 없거늘 하물며 정광은 허공에 올라가는 큰 신변이 있는데, 어떻게 음행이 있겠는가? 우리는 왜 저 청정한 사람을 비방하였던가?'
그 때 그 5백 선인들은 온몸을 땅에 던지고 몸을 굽혀 참회하였다. 그 인연으로 말미암아 중한 죄를 면하게 되었다.
알아야 한다. 보살은 큰 방편이 있으므로 그는 진실로 중생들의 선지식이 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그 때의 그 정광 선인은 바로 지금의 저 미륵이요, 5백 선인은 바로 지금의 저 장로 5백 비구들이니라.”
29. 용왕(龍王)의 게송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셨다. 제바달다가 부처님께 나아가 욕을 하며 꾸짖었다. 아난이 그것을 듣고 매우 화를 내어 제바달다를 몰아내면서 그에게 말하였다.
“만일 그대가 다시 오면 나는 그대에게 큰 고통을 줄 것이다.”
여러 비구들이 그것을 보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희유하나이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항상 제바달다에 대하여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가지시는데, 저 제바달다는 한결같이 부처님께 나쁜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난은 화를 내어 곧 그를 쫓아내어 가게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다. 지나간 세상에도 그러하였느니라.
옛날 가시국에 두 용왕 형제가 있었다. 첫째 이름은 대달(大達)이요, 둘째 이름은 우바대달(優婆大達)이었다. 그들은 항상 비를 내려, 그 나라의 초목을 자라게 하고 오곡을 성숙하게 하며, 축생들은 물을 마시고 모두 살찌고 힘을 얻으며 소와 염소는 번식하였다.
그 때 그 나라 왕은 소와 염소를 많이 잡아 가지고 와서 그 용에게 제사를 지냈다. 용은 몸을 나타내어 그 왕에게 말하였다.
'우리는 그것을 먹지 않는데, 무엇하러 생물을 죽여 가지고 와서 우리에게 제사를 지내는가?'
이렇게 여러 번 말하였으나 왕은 고치지 않았다. 그래서 두 형제는 서로 이끌고 드디어 그 곳을 피해 둔도비(屯度脾)라는 작은 용이 사는 곳으로 갔다.
둔도비용이 밤낮으로 성을 내어 욕을 하며 꾸짖자, 대달이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성내지 말라. 우리는 쉬이 돌아가리라.'
우바대달은 잔뜩 화를 내어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그저 작은 용으로서 항상 두꺼비를 잡아먹는다. 만일 내가 기운을 토하여 네 권속들에게 불면 그들을 모두 소멸시킬 수 있으리라.'
대달이 아우에게 말하였다.
'성내지 말라. 우리는 지금 본고장으로 돌아가자. 가시국의 왕은 우리를 간절히 사모한다.'
가시국의 왕은 이렇게 말하였다.
'만일 저 두 용왕이 내게 오면, 나는 그들의 필요에 따라 젖 타락으로 제사하고, 다시는 살생하지 않으리라.'
용왕들은 그 말을 듣고 본고장으로 돌아갔다.
그 때 대달은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모두 서로 화합하여 지심(至心)으로 들어라.
아주 착하고 청정한 마음의 법은
보살의 본래 인연에 말씀하신 것인데
지금 부처님께서 옛날의 게송을 나타내신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신 부처님이 이 세상에 계실 때
여러 비구들 서로 나쁜 말로 비방하고 헐뜯자
부처님께서 그런 말을 보고 또 들으시고
그 비구들을 모아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은 나를 의지해 집을 나왔다.
그러므로 법이 아닌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너희들은 각자 추한 말로써 서로 비방하여
스스로를 해치는구나.
너희들은 듣지 못하였는가. 지혜로 보리를 구하며
자비와 인내로 힘든 고행(苦行)을 닦아 모은 다는 것을.
너희들이 불법(佛法)을 의지하려 하거든
여섯 가지 화목하고 공경하는 일을 받들어 행하라.
지혜로운 사람은 부처의 도를 잘 듣고 배우나니
중생들을 이익하고 편안하게 하기 위해서이며
모든 것을 괴롭히거나 해치지 않기 위해서이네.
수행하다 악한 일을 들으면 악을 멀리 해야 되는데
집을 떠난 이가 성내거나 다투면
그것은 마치 얼음물이 불에서 나오는 것 같으니라.
우리는 과거에 용왕이 되어
두 형제가 한곳에 살았나니
만 일 집 떠나는 법을 그대로 따르려면
성냄과 다툼 끊고 도에 맞춰 행하라.
첫째 형의 이름은 대달이였고
둘째 이름은 우바대달이었다.
우리 둘은 살생 않고 깨끗한 계율 지녀
큰 위덕 갖추고 용의 모양 싫어해
항상 좋은 곳 향해 사람 되기 구하였네.
만일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으로
깨끗한 계율 갖고 많이 아는 이 보면
항상 모양을 변해 공양하고 친하였고
8일과 14일과 15일에는
여덟 가지 계율 가져 마음을 단속하였네.
살던 고장 버리고 다른 곳에 갔더니
거기 사는 용 이름은 둔도비였네.
그는 우리 두 용의 큰 위덕 보자
자기 모자람 알고 질투와 성을 내어
언제나 나쁜 말로 꾸짖었나니
턱은 붓고 입기운은 세게 나오며
진노(瞋怒)함이 더해지자 온몸 통퉁 부었나니
그런 나쁜 욕설로 비방하여 말하기를
'미혹과 거짓 속임에 침해를 받는다.'고.
이런 비열한 나쁜 용의 욕설 듣고
그 아우 우바대달은 몹시 화를 내어
그 형 대달에게 졸라대며 말하기를
'저런 나쁜 말로 헐뜯음 받는구나.
항상 두꺼비 잡아먹고 물가에 사는
저런 천한 물건에게 꾸짖음을 받다니…….
저들은 물에 살면 물짐승 괴롭히고
육지에 살면 사람을 괴롭히네.
저 욕설은 참으려야 참을 수가 없으니
이제 저의 권속을 모두 죽여 버리고
모든 것 다 부수고 고향으로 돌아가리.'
큰 힘을 가진 용왕 아우의 말을 듣고
그의 읊는 묘한 게송 지자는 찬탄한다.
하룻밤 동안이나마 그 집에 머무르면서
조그만 공양 얻고 편히 잠을 잤거든
그에게는 나쁜 생각 가지지 말라.
은혜 알고 갚는 것을 성인은 칭찬한다.
혹은 나무 밑 조그만 그늘에 쉬었더라도
그 가지 잎사귀와 꽃과 열매 헐지 말라.
조금이나마 고마운 이에게 악을 행하면
그에게는 언제나 즐거움 없으리라.
한 그릇 밥 은혜라도 악으로써 갚으면
은혜 모르고 악을 행하는 사람
좋은 열매 열지 않고 열더라도 없어진다.
마치 숲이 타더라도 그루터기가 남으면
그 뒤에 도로 나서 전과 같이 되지만
은혜 등진 사람에게는 선이 안 생기나니
악한 사람은 갖가지로 공양하여 길러 주어도
은혜는 생각 않고 원한으로 갚으리니
코끼리가 선인을 의지해 살 때
새끼 낳고 어미 죽자 선인이 길렀지만
그 새끼 자라나선 그 선인을 죽이고
그 집과 나무들도 밟아 부수는 것처럼
저 악인 은혜 배반하는 것 또한 그러하니라.
마음이 가벼이 움직여 잠깐도 머무르지 않는 것
굽이치는 물속에 있는 나무 같으며
벗을 친하지 않고 은혜를 모르는 것
흰 천을 동기물에 물들이는 것 같나니
원수를 갚으려거든 선으로 갚고
악으로써 헐뜯거나 해치지 말라.
지혜로운 이는 원수 갚되 사랑으로 하느니라.
천지와 산과 바다 걸머지더라도
그 짐은 가볍거니 은혜 배반 무거워라.
일체 중생에 대한 평등과 사랑
그것은 으뜸가는 훌륭한 즐거움인데
강나루를 무사히 건너는 것처럼
사랑 평등 두 즐거움도 그러하니라.
친한 벗을 해치지 않는 것도 즐거움이요
교만을 없애는 것도 또한 즐거움이다.
안에 덕행 없으면 겉으로 교만하고
진실로 무지하면 교만이 생기나니
강한 편 되어 다투고 나쁜 벗 친하면
명예는 줄어들고 나쁜 이름 퍼지네.
외롭고 어리고 늙고 병든 이
갑자기 부귀 잃고 쇠잔한 이와
재물 없어 빈궁하고 국왕을 잃고
홀몸으로 고생하며 의지할 데 없는 이
온갖 곤란과 재액에 처한 사람들을
가엾게 여기지 않으면 인(仁)이라 할 수 없네.
만일 다른 나라에서 아무 권속이 없이
온갖 욕설 들어도 참음으로 낙을 삼으면
능히 온갖 악을 막아 싸움 쉬리니
차라리 남의 나라에 있어 사람들 알지 못할지언정
자기 나라에 있으면서 사람들 업신여김 받지 말라.
만일 다른 나라에서 존경을 받아
모두 친히 따르고 성내거나 다투지 않으면
그것은 곧 자기 나라요 친한 권속이니라.
세상 부귀는 즐거움 아주 적고
쇠하고 멸하는 그 고통은 많나니
만일 중생들 모두 떠나 흩어지더라도
애태워하지 말고 잠자코 즐겨라.
원수의 그 센 힘도 약해질 때 있나니
친한 벗 없어지고 믿을 데 없더라도
그런 이치 살피어 잠자코 즐겨라.
법답지 않은 사람 탐하고 아끼나니
믿지 않고 부끄럼 없고 충고 듣지 않거든
그런 나쁜 곳에서는 잠자코 즐겨라.
너무 성냄 많으면 해치는 악이 있다.
중생에게 고통 주기 좋아하나니
그런 사람 곁에서는 잠자코 즐겨라.
믿지 않고 날치어 뽐내기 좋아하고
도리어 거짓으로 사람 미혹하거든
그런 사람 대해서는 잠자코 즐겨라.
계율 깨고 흉악하여 염려나 참음 없고
나쁜 법을 행하고 믿는 행이 없거든
그런 사람 대해서는 잠자코 즐겨라.
거짓말과 이간질에도 부끄럼 없고
삿된 소견 나쁜 말과 꾸밈말 쓰며
교만하여 뽐내면서 나[我]를 계교[計]하고
인색하고 탐하면서 질투를 가졌거든
그런 사람 대해서는 잠자코 즐겨라.
만일 다른 곳에서 그들이 자기를 알지 못하고
나는 그의 종족이나 성행을 알지 못하거든
스스로 잘난 체하여 뽐내지 말라.
혹은 다른 나라에 가서 머무르면서
남의 힘입고 의식을 얻어 자재하지 못하거든
그들이 나를 헐뜯어 욕하더라도 참아야 한다.
또 다른 나라에 살아 의식을 빌고
혹은 직업을 가져 즐기려 하여도
또한 위에서처럼 욕을 참아야 하네.
또 다른 나라에 살아 의식을 빌면
심지어 천한 사람이 나를 업신여겨도
지혜로운 사람이면 참고 받아야 한다.
또 다른 나라에서는 나쁜 벗과 같이 있고
어리석고 천한 이와 다 같이 살더라도
지혜로운 사람은 자기 숨기기 덮은 불처럼 하네.
마치 성한 불길에 사나운 바람이 불어
그 불꽃 숲에 붙어 모두 태우는 것처럼
성냄은 불꽃과 같아 남과 자기 태우나니
그것은 극히 악한 해침이니라.
지혜로운 사람은 성냄과 탐욕을 버리나니
사랑과 평등 닦으면 성냄은 차차 없어지리라.
함께 산 일 없으면서 갑자기 친해져서
악인과 가까이하면 어리석은 사람이요
그 허물 살펴보지도 않고 이내 버리는 것
지혜로운 사람은 이런 일 않느니라.
어리석음이 없으면 지혜가 드러나지 않나니
그것은 마치 날개 부러진 새가 날지 못하는 것처럼
지혜로운 사람이 어리석음 없는 것도 그와 같아라.
많이 어리석고 약간 미쳐 지혜가 없기 때문에
지혜에는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없네.
그러므로 저 어질고 밝은이들은
널리 알고 많이 들음에 즐거이 머무르네.
지혜로운 사람은 이익을 얻어도 교만하지 않고
이익을 잃더라도 비굴하거나 불평하지 않으며
아는 이치 그대로 진실로써 말하나니
그러므로 그의 말은 모두 악을 막으며
남에게 즐거움과 이익을 주고
이치를 알리기 위해 말하느니라.
지혜로운 사람은 일을 들어도 갑자기 행하지 않고
생각하고 헤아려 그 진실을 따지고
그 이치를 밝게 안 뒤에라야 행하나니
이것이 이른바 자기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한다는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마침내 그 신명을 위해
악업을 짓거나 이치답지 않은 일을 하지 않으며
괴로움이나 즐거움 때문에 바른 법을 어기지 않으며
끝내 자기를 위해 바른 행을 버리지 않는다.
지혜로운 사람은 인색하거나 질투하거나 성내지 않고
악을 엄히 하지 않고 어리석음이 없으며
위험이 닥쳐와도 두려워하지 않고
이익을 위하여 남을 모함하지 않으며
또 비열하지 않고 중도(中道)에 처하나니
이런 여러 가지 일은 지혜로운 사람의 모양이니라.
위엄으로 사나우면 남이 꺼리고 나약하면 남이 업신여기나니.
그 두 쪽을 버리고 중도를 행하라.
때로는 벙어리처럼 침묵을 지키고
때로는 왕자처럼 말로써 가르치며
때로는 눈처럼 차야하고
때로는 불꽃처럼 뜨거워야 하네.
때로는 수미산처럼 높고 커야 하고
때로는 쓰러진 풀처럼 겸손해야 하며
때로는 왕자처럼 위엄을 나타내고
때로는 고요하기 해탈한 것같이 하라.
때로는 굶주리고 목마른 고통을 참고
때로는 괴로움이나 즐거움을 참아야 하며
때로는 재물과 보물을 더러운 똥처럼 보아
성냄과 원망함을 자유로이 다루어라.
때로는 마음껏 풍류를 즐기고
때로는 사슴처럼 두려워하며
때로는 호랑이처럼 위엄 있고 사나워라.
때의 맞고 틀림과 힘의 있고 없음을 관찰하고
부귀와 그의 쇠함과 멸함을 잘 관찰하라.
참을 수 없음을 참는 것이 참 참음이요
참을 수 있음을 참는 것은 보통 참음이니
약한 이에 대해서도 참고
부귀하고 강하여도 겸손하고 참아라.
참을 수 없음을 참는 것이 참 참음이니라.
원망하는 이의 원망을 받지 않으면
성내는 사람 속에서도 그 마음 항상 깨끗하나니
남이 악을 행하는 것 보고는 스스로 짓지 말라.
자기보다 나은 이에게 참는 것은 두려워 참음이요
자기와 같은 이에게 참는 것은 싸우기를 두려워함이며
나보다 못한 이에게 참는 것은 보다 나은 참음이다.
나쁜 욕설과 큰 비방을 어리석은 이는 참지 못하나니
그것은 두 개 돌을 눈 안에 넣은 것 같고
나쁜 욕설과 큰 비방을 지혜로운 사람은 참나니
그것은 마치 꽃이 코끼리에 떨어지는 것 같네.
지혜로운 사람은 슬기의 눈으로써
나쁜 욕설과 큰 비방을 능히 참나니
그것은 마치 큰 돌에 비가 내리는 것 같아
돌은 부서지거나 깨지지 않는다.
좋고 나쁜 말이나 괴롭고 즐거운 일을
지혜로운 사람은 돌처럼 참느니라.
사실이 그러하여 욕설 먹으면
그의 말이 참 말이라 성낼 것이 없으며
일이 그렇지 않은데 꾸짖고 욕한다면
그의 말은 제 속이는 미친 말 같으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아무 데도 성내지 않네.
혹은 재보와 온갖 이익 때문이거든
괴로움이나 즐거움이나 나쁜 욕설도 참고 받아라.
만일 재물의 이익을 위하지 않는다면
비록 백천의 보배를 얻는다 하더라도
그런 나쁜 사람은 빨리 떠나야 한다.
나뭇가지는 잘라도 뿌리는 뽑기 어려운 것처럼
사람 마음 이미 떠나면 친하기 어렵나니
다른 도를 믿는 이들 멀리 피해야 하네.
친할 수 있는 사람 세상에 찼지마는
처음에는 공경하다 나중에는 거만하고 업신여겨 헐뜯으며
공경하지도 않고 칭찬하지도 않고
마치 흰 고니처럼 가벼이 날아가나니
지혜로운 사람은 어리석은 이를 멀리하여 빨리 떠나야 하네.
싸우기 좋아하고 아첨하는 마음 품고
다른 사람 허물 보기를 좋아하며
이간질·거짓말·욕·꾸밈말로 중생들을 천히 보고 헐뜯어 욕하며
다시 아픈 말로 남의 마음 찌르면서
몸과 말과 뜻의 업을 단속하지 않으면
지혜로운 사람은 그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가리.
질투하는 악한 사람 착한 마음이 없어
남의 이익과 즐거움과 명예를 보면
마음이 닳아 몹시 고통하나니
그는 말은 좋고 부드러우나 마음은 나쁜 사람
지혜로운 사람은 그를 떠나 멀리 다른 곳으로 가리.
사람이 만일 나쁜 욕심 즐기고 이양을 탐하며
아첨하고 취(取)하면서 부끄러움 없으며
안팎이 모두 깨끗하지 않으면
지혜로운 사람은 그를 빨리 떠나 다른 곳으로 가리.
사람이 만일 공경하고 삼가는 마음이 없어
교만한 그 마음에 아무 법이 없으면
스스로 지혜로운 이라 하나 실은 어리석나니
슬기로운 사람은 그를 멀리 떠나 다른 곳으로 가리.
어떤 이에게 음식과 침구와
갖가지 의복을 얻어 살아가거든
부디 그를 옹호하고 그 은혜 생각하기
마치 인자한 어머니가 외아들을 생각하듯 하라.
욕망은 모든 괴로움을 내고 자라게 하나니
부디 먼저 욕망을 끊고 성냄을 떠나야 하며
스스로 뽐내는 교만한 마음도 버려야 하네.
그것들은 사람을 나쁜 곳으로 가게 하기 때문이다.
부귀한 벗이나 빈천한 벗이나
그러한 벗들은 속히 멀리 떠나라.
한 집을 위해서는 한 사람을 버리고
한 마을을 위해서는 한 집을 버리며
한 나라를 위해서는 한 마을을 버리고
자기 몸을 위해서는 온 천하를 버려라.
바른 법을 위해서는 자기 몸을 버리고
한 손가락 위해서는 현재 재물 버리며
목숨을 위해서는 사지(四肢)를 버리고
바른 법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버려라.
바른 법은 일산 같아 능히 비를 막듯이
법을 수행하는 이는 법이 옹호해 주며
행하는 법의 힘으로 온갖 나쁜 계를 끊는다.
한창 봄이 되어 시원한 그늘을 얻는 것처럼
법을 수행하는 이도 또한 그와 같아서
지혜로운 여러 성현들과 함께 나아가느니라.
많은 재물의 이익을 얻어도 기뻐하지 않고
혹은 중한 보배를 잃어도 근심하지 않으며
항상 괴로워하면서도 구걸하지 않으면
그이는 바로 견실한 대장부니라.
남에게 재물을 보시하고는 못내 기뻐하고
세상의 온갖 악은 빨리 떠나며
자기 몸을 든든히 세우기를 바라보며 깊게 하면
그는 바로 웅건한 장부니라.
의리를 밝게 알아 온갖 일에 익숙하고
사람됨이 부드러워 남과 함께 즐기면
사람들은 찬탄하기를 좋은 장부라 하리라.
그 때 우바대달은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형님을 더욱 믿고 공경하나니
가령 어떤 곤액과 고통을 당하더라도
마침내 나쁜 일을 행하지 않고
혹은 죽거나 살거나
재물을 얻거나 잃거나 악을 짓지 않고
기어코 형님을 받들어 섬기리라.
계율을 가져 죽을지언정
계율을 범하면서 살지 않으리.
무엇 때문에 이 한 평생 동안
방일하면서 악을 행할까.
나고 죽는 동안에 방일하지 말라.
나는 생사 간에 악을 행하여
나쁜 벗을 만나서는 나쁜 일 짓고
선한 벗을 만나서는 절교하였다.
부처님께서 전생 일을 아는 지혜에 들어
그것을 깨닫고 비구들에게 이 게송 말씀하셨다.
그 때의 대달은 바로 이 내 몸이요
우바대달은 바로 저 아난이며
그 때의 둔도비는
바로 저 제바달다니라.
비구들이여, 이렇게 공부할 줄을 알아야 한다.
이 학문 이름은 집법총섭설(集法摠攝說)이니
부디 널리 삼가 행하고 공경하라.
여러 비구들은 그 법을 닦았다.
30. 제바달다가 부처님을 해치려고 한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시면서 제바달다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여래에게 나쁜 마음을 내지 말라. 그렇게 하면 스스로 손해를 보아 불안한 일을 당하고 스스로 그 고통을 받을 것이다.”
비구들은 말하였다.
“희유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제바달다는 부처님께 대하여 항상 나쁜 마음을 가지는데, 부처님께서 언제나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시며 부드러운 말로 더불어 말하십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다. 지난 옛날 가시국의 바라내성에 첨복(瞻蔔)이라는 큰 용왕이 있었다. 그는 항상 때를 맞춰 비를 내려 곡식을 익게 하고, 14일 15일에는 사람 모양으로 변하여 5계(戒)를 받들어 가지며 보시하고 법을 들었다. 그 때 남인도의 어떤 주사(呪師)가 와서 화살을 세우고 주문을 외워 첨복 용왕을 잡아갔다.
그 때 어떤 천신이 가시국왕에게 말하였다.
'어떤 주사가 첨복 용왕을 잡아갔습니다.'
왕은 곧 군사를 내어 그를 쫓아갔다. 그 바라문은 다시 주문을 외워 왕의 군사들을 모두 꼼짝도 못하게 하였다. 왕은 많은 재물을 내어 그에게 주고 용왕을 찾아왔다.
그 바라문은 두 번째 다시 와서 주문을 외워 용왕을 잡아가려고 하였다. 용왕의 여러 권속들은 구름을 일으키고 비를 내리며 우레와 번개로 벼락을 치면서 그 바라문을 죽이려 하였다. 용왕은 인자한 마음으로 여러 용들에게 말하였다.
'그 목숨을 해치지 말라.'
그래서 잘 타일러 그를 돌아가게 하였다.
그가 세 번째로 다시 왔다. 그 때 여러 용들은 다시 그를 죽이려 하였다. 그러나 용왕은 그것을 말려 죽이지 못하게 하고 그를 놓아 주어 돌아가게 하였느니라.
비구들이여, 그 때의 그 용왕은 바로 지금의 이 내 몸이요, 그 주사는 지금의 저 제바달다니라.
그 때 나는 용으로 있으면서도 인자한 마음으로 여러 번 그를 구제하였거늘, 하물며 오늘에 있어서 어찌 사랑하지 않겠는가?”
31. 공명조(共命鳥)의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실 그 때 비구들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 제바달다는 부처님의 사촌 아우인데 어찌하여 항상 부처님을 원망하고 해치려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다. 옛날 설산에 공명(共命)이라는 새가 있었는데, 한 몸에 머리가 둘이었다.
한 머리는 항상 맛있는 과실을 먹어 그 몸을 안온하게 하려 하였지마는 한 머리는 질투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어찌하여 자기만이 항상 맛난 과실을 먹고 나는 먹지 못하는가?'
그리하여 그는 독한 과실을 따 먹고 두 머리를 모두 죽게 하였느니라.
비구들이여, 알고 싶은가. 그 때 그 맛난 과실을 먹은 자는 바로 이 내 몸이요, 그 때 그 독한 과실을 먹은 자는 바로 지금의 저 제바달다니라.
그는 옛날에 나와 한 몸이 되어 있으면서도 나쁜 마음을 내더니, 지금 내 종제가 되었어도 또한 저러하니라.”
32. 흰 거위왕의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실 때 제바달다는 산을 밀어 부처님을 눌러 죽이려 하였고, 호재(護財)라는 코끼리를 놓아 부처님을 밟아 죽이게 하려 하였으므로 그 나쁜 이름이 세상에 흘러 퍼졌다.
제바달다는 여러 사람 앞에서는 부처님을 향해 참회하고 부처님 발을 불어 드리지마는 여러 사람이 없을 때에는 비구들 가운데서 나쁜 말로 부처님을 욕하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하였다.
“제바달다는 부처님을 향해 참회하고 마음이 아주 유순한데, 까닭 없이 나쁜 이름이 흘러 퍼지게 되었다.”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희유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제바달다는 매우 아첨하고 거짓이 많습니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는 공손하게 부처님을 대하고 그윽한 곳에서는 나쁜 마음으로 부처님을 꾸짖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다. 옛날 어떤 연못에 많은 물새가 거기 살았었다. 그 때 어떤 황새가 그 못에 살면서 천천히 걷다가 한 쪽 다리를 들고 있었다. 여러 새들은 모두 말하였다.
'이 새는 행실이 착하고 위의가 행실에 맞아 물에 사는 짐승을 괴롭히지 않는다.'
그 때 흰 거위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다리를 들고 천천히 걸으며
음성은 아주 부드럽고 연하여서
세상을 속이고 미혹하지만
누가 그의 아첨과 거짓을 모르리.
황새가 말하였다.
'왜 그런 말을 하는가? 이리 와서 우리 서로 친하게 지내자.'
흰 거위가 대답하였다.
'나는 너의 아첨과 거짓을 안다.'
그리하여 끝내 친하지 않았느니라.
너희들은 알고 싶은가? 그 때의 그 거위의 왕은 바로 지금 이 내 몸이요, 그 황새는 바로 지금의 저 제바달다니라.”
33. 큰 거북의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셨다. 제바달다는 항상 나쁜 마음으로 부처님을 해치려 하여, 활을 잘 쏘는 바라문을 사서 화살을 가지고 부처님께 나아가 활을 당겨 부처님을 쏘게 하였다.
그러나 그 쏜 화살은 모두 구물두꽃[拘物頭華]·분타리꽃[分陀利華]·파두마꽃[波頭摩華]·우발라꽃[優癖華]으로 변하였다.
5백 명 바라문들은 이 신변을 보고 모두 두려워하여, 곧 화살을 버리고 부처님께 예배하고 참회한 뒤에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여 그들은 모두 수다원의 도를 얻었다. 그리고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원컨대 저희들이 집을 떠나 도 배우는 것을 허락하소서.”
부처님께서
“잘 왔구나, 비구들이여.”
하시자, 그들의 수염과 머리는 저절로 떨어지고 법옷[法衣]은 몸에 입혀졌다.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하여 거듭 설법하시어 그들은 모두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 그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의 신력은 참으로 희유하나이다. 제바달다는 언제나 부처님을 해치려 하지마는 부처님께서 항상 큰 인자한 마음을 내십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다. 옛날 바라내국에 한 우두머리 상인이 있어 이름을 불식은(不識恩)이라 하였다. 그는 5백 명 상인들과 함께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캐어 보물을 가지고 돌아오다가 물 굽이치는 곳에 이르러, 물에 사는 나찰을 만났는데, 그들이 배를 붙들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여러 상인들은 매우 놀라고 두려워하여 모두 외쳤다.
'천신·지신과 일월의 여러 신들이여, 누구나 우리를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 우리의 액난을 구제하여 주소서.'
그 때 등 너비가 1리나 되는 어떤 큰 거북이 그들을 가엾이 여겨 배가 있는 곳으로 와서 여러 사람들을 등에 업고 곧 바다를 건너게 하였다.
그 때 거북이 잠시 잠이 들자 불식은은 큰 돌로 거북의 머리를 때려죽이려 하였다. 여러 상인들이 말하였다.
'우리는 거북의 은혜를 입고 어려움에서 벗어나 살게 되었는데, 그를 죽이는 것은 옳지 못하고 또 은혜를 모르는 일입니다.'
불식은은 말하였다.
'우리는 지금 굶주림이 급하다. 누가 그의 은혜를 묻겠는가?'
이렇게 말하고, 곧 거북을 죽여 그 고기를 먹었다. 그런데 그 날 밤중에 큰 코끼리 떼가 와서 그들을 밟아 죽였다.
비구들이여, 그 때의 그 큰 거북은 바로 지금의 이 내 몸이요, 그 때의 그 불식은은 바로 지금의 저 제바달다이며, 그 때의 그 5백 명 상인들은 바로 저 집을 나와 도를 얻은 5백 명 아라한이다.
나는 과거에도 그의 액난을 구해 주었지만 지금도 그의 생사의 근심을 제거해 주느니라.”
34. 두 재상의 모함한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실 때 제바달다는 여러 가지 인연을 만들어 부처님을 해치려 하였으나 되지 못하였다.
그 때 남천축국에서 어떤 바라문이 왔는데, 그는 주술(呪術)을 잘 알고 독약을 잘 만들었다. 제바달다는 그 바라문에게서 독약을 만들어 부처님 몸에 흩었으나 바람은 그 독약을 불어, 그 약은 도로 제 머리 위에 떨어졌다. 그는 이내 까무러치면서 땅에 쓰러져 죽게 되었다.
그러나 어떤 의사도 고치지 못하였다.
“세존이시여, 제바달다가 독약을 입어 죽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그를 가엾이 여기시므로 진실한 말로 말씀하셨다.
“내가 보살 때부터 부처가 된 뒤로 저 제바달다에 대해서 언제나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고, 조금도 나쁜 마음이 없었다면 제바달다의 독은 스스로 사라질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시자, 그 독기는 곧 사라졌다.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희유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제바달다는 한결같이 부처님께 대하여 나쁜 마음을 일으키는데 부처님께서 어찌하여 여전히 그를 살려 주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늘만 나쁜 마음으로 나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도 그러하였느니라.”
비구들이 다시 아뢰었다.
“부처님께 나쁜 마음을 가졌던 그 일은 어떠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난 세상에 가시국에 바라내라는 성이 있었고, 거기에 두 재상이 있었는데, 한 사람 이름은 사나(斯那)요 한 사람 이름은 악의(惡意)였다. 사나는 항상 법을 따라 행하였고, 악의는 언제나 나쁜 행을 행하여 모함하기를 좋아하였다. 그래서 그는 왕에게 말하였다.
'사나가 반역하려 합니다.'
왕이 곧 사나흘 옥에 가두자, 하늘의 여러 선한 신들은 허공에서 소리를 내어 말하였다.
'그 어진 사람은 실로 아무 죄가 없는데 어찌하여 구속합니까?'
그 때 여러 용들도 그렇게 말하고 신하들과 인민들도 그렇게 말하였다.
그래서 왕은 곧 놓아 주었다.
그 다음에 악의는 왕의 창고 물건을 훔쳐 사나의 집에 가져다 두었다.
그러나 왕은 믿지 않고 악의에게 말하였다.
'네가 그를 미워하여 거짓으로 그런 일을 한 것이다.'
왕은 신하에게 말하였다.
'이 악의를 붙잡아다 저 사나에게 넘겨 죄를 다스리게 하라.'
사나는 악의를 시켜 왕에게 참회하게 하였다. 그러나 악의는 스스로 죄가 있음을 알고 곧 비제혜왕(毘提醯王)에게로 달아나, 한 보배상자를 만들어 독을 가진 모진 뱀 두 마리를 그 안에 넣고, 비제혜왕으로 하여금 사신을 시켜 저 나라에 보내어, 그 국왕과 사나 두 사람만 같이 보고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못하게 하였다.
왕은 아주 잘 장식한 그 보배상자를 보고 매우 기뻐하여, 곧 사나흘 불러 같이 열어 보려고 하였다.
그 때 사나는 말하였다.
'멀리서 온 물건은 스스로 볼 것이 아니요, 멀리서 온 과실과 음식은 당장 먹을 것이 아닙니다. 왜냐 하면, 저기는 악한 사람이 있으므로 혹 악한 물건이 와서 사람을 해칠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왕은 말하였다.
'나는 꼭 보고 싶다.'
세 번이나 간절히 왕에게 간하였으나, 왕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다시 왕에게 말하였다.
'신의 말을 듣지 않으신다면 왕께서 스스로 보십시오. 신은 보지 않겠습니다.'
왕이 곧 상자를 열자 두 눈이 멀어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되었다. 사나는 근심과 괴로움으로 거의 죽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을 사방에 내어 보내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좋은 약을 구해 얻어, 그것으로 왕의 눈을 다스려 전과 같이 회복되었다.
비구들이여, 그 때의 그 왕은 바로 지금의 저 사리불이요, 그 사나는 바로 이 내 몸이며, 그 때의 그 악의는 바로 저 제바달다니라.”
35. 산닭왕[山鷄王]의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실 때 제바달다가 부처님께 나아가 이렇게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이제 편안히 머무시고 이 대중들을 저에게 맡겨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침[唾]을 먹을 어리석은 사람아, 나는 이 대중을 사리불이나 목건련에게도 맡기지 않는데, 어떻게 너에게 맡기겠느냐?”
그러자 제바달다는 화를 내며 욕하고 떠나갔다.
비구들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바달다는 여러 가지로 부처님을 괴롭히려 하며, 또 많은 방편으로 부처님을 속이려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다. 지나간 세상에 설산 곁에 사는 어떤 산닭왕은
많은 닭들을 거느리고 자기를 따르게 하였다.
그 닭 벼슬은 매우 붉고 몸은 희었다.
그는 여러 닭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저 도시나 마을을 멀리 떠나 사람들에게 잡아먹히지 않도록 하라.
우리가 원망하고 미워할 만한 것들이 많이 있으니, 부디 스스로 잘 삼가고 보호하라.'
그 때 어떤 마을에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그는 거기에 닭이 있다는 말을 듣고 곧 그리로 가서, 나무 밑에서 천천히 걸으면서 머리를 숙이고 그 닭에게 말하였다.
'나는 당신의 아내가 되고 당신은 나의 남편이 됩시다. 당신의 몸은 단정하여 사랑할 만합니다. 머리의 벼슬은 붉고 몸은 온통 하얗습니다. 우리가 서로 받들어 섬기면 안온하고 즐거울 것입니다.'
닭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고양이는 노란 눈의 어리석고 작은 물건
무엇이나 해칠 마음으로 잡아먹으려 하는구나.
그러나 아내를 가진 자로서
그 목숨이 안온한 이 보지 못했다.
비구들이여, 그 때의 그 닭은 바로 내 몸이요, 고양이는 바로 저 제바달다니라. 그는 과거에도 나를 꾀어 속이려 하였고, 오늘도 나를 꾀어 속이려 하는 것이다.”
36. 길리조(吉利鳥)의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셨다.
그 때 제바달다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부처님께는 푸른 옷을 입은 5백 명의 귀신이 있어서 항상 호위하고 있다.
또 부처님에게는 나라연(那羅延)도 따르지 못할 열 가지 힘이 있다.
그러므로 나는 그를 해칠 수가 없다.
차라리 돌아가서 그를 받들어 섬기다가 요긴한 기회를 보아 해치면 죽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 등 대중 앞에서 부처님을 향해 참회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일 내 참회를 받아 주면 나는 방편을 쓸 것이요, 내 참회를 받아 주지 않으면 이로 인해 그의 이름이 나쁘게 퍼질 것이다.'
그는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의 참회를 받아주소서. 저는 한적한 곳에서 혼자 마음을 닦으려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법에는 아첨과 속임이 없다. 아첨하고 속이는 자에게는 어떤 법도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 때 저 외도의 여섯 스승들은 모두 말하였다.
“제바달다는 진심으로 부처님께 참회하는데, 부처님이 그 참회를 받아 주지 않는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 제바달다는 거짓으로 부처님을 대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다. 먼 옛날 바라내국에 범마달(梵摩達)이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법을 정하여 살생을 금하였다.
그 때 어떤 사냥꾼은 선인(仙人)의 옷을 입고 온갖 사슴과 새를 잡았지만은, 아무도 그것
을 아는 이가 없었다.
어떤 길리조(吉利鳥)가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저 아주 나쁜 사람은 비록 선인의 옷을 입었지만, 사실은 사냥꾼으로서 항상 살생합니다.
그러나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길리조를 신용하였는데 진실로 그 말과 같았다.
비구들이여, 그 때의 그 길리조는 바로 지금 이 내 몸이요, 그 사냥꾼은 바로 지금의 저 제바달다이며, 그 왕은 바로 저 사리불이니라.”
37. 늙은 선인의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셨다.
그 때 아사세왕이 제바달다를 위하여 날마다 5백 가마의 밥을 보냈으므로, 제바달다는 많은 이양(利養)을 얻었다.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사세왕은 제바달다를 위하여 날마다 5백 가마의 밥을 보내고 있다 합니다.”
부처님께서
“제바달다가 많은 이양을 얻는 것을 부러워하지 말라.”
하시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파초는 열매를 맺으면 마르고
갈대와 대도 또한 그렇다.
버새[?]는 새끼를 배면 죽고
노새도 또한 그러하니라.
어리석은 사람 이양을 탐하여 망하나니
지혜로운 이의 비웃음거리니라.
이 게송을 읊으시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제바달다는 오늘만 이양을 위하여 망하고 나를 비방한 것이 아니라, 과거에도 또한 그러하였느니라.”
비구들은 아뢰었다.
“과거의 그 일은 어떠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과거 바라내국의 선산(仙山)에 두 선인이 있었는데, 늙은이는 신통을 얻었고 젊은이는 얻지 못하였다.
그 때 그 늙은이는 신통의 힘으로 울단월(鬱單越)로 가서 익은 멥쌀을 가지고 와서 둘이서 같이 먹고, 또 염부제로 가서 염부 열매를 가지고 와서 둘이서 같이 먹고 또 도리천으로 가서 그 하늘의 수타(須陀)맛을 가지고 와서 둘이서 갈라 먹었다.
젊은 선인은 그것을 보고 부러운 마음이 생겨 그 늙은이에게 말하였다.
'원컨대 그 오신통(五神通)을 닦는 법을 저에게도 가르쳐 주십시오.'
늙은 선인은 말하였다.
'만일 좋은 마음을 가지면 오신통을 얻어 반드시 이익이 있겠지만 만일 마음이 좋지 못하면 도리어 해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간절히 아뢰었다.
'원컨대 저에게 가르쳐 주소서.'
그 때 늙은 선인이 곧 오신통을 가르치자 그는 이내 그것을 얻었다.
그는 오신통을 얻고는 여러 사람들 앞에서 가지가지 신통을 나타내어 큰 이름과 이양을 얻었다. 그렇게 되자 그는 그 늙은이를 질투하는 마음이 생겨 가는 곳마다 비방하다가 이내 신통을 잃어버렸다.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이렇게 말하였다.
'저 늙은 선인은 나이도 많고 덕이 있는데, 저 젊은 선인이 제멋대로 비방한다.'
그리하여 모두 성을 내어 성문을 막고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으므로, 그는 이내 이양을 잃고 말았다.
비구들이여, 알고 싶은가? 그 때 그 늙은 선인은 바로 지금의 이 내 몸이요, 그 젊은 선인은 저 제바달다니라.”
38. 두 상인의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셨다.
그 때 여러 비구들 가운데 부처님 말을 따르는 이는 모두 열반과 천상과 인간의 길을 얻었고, 제바달다의 말을 따르는 이는 모두 지옥에 떨어져 큰 고뇌를 받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 가르침을 따르는 이가 큰 이익을 얻고, 제바달다의 말을 따르는 이가 큰 괴로움을 받은 것은 오늘만이 아니라 옛날에도 그러하였느니라.
지나간 세상에 어떤 두 상인은 5백 명 상인을 데리고 광야에 이르렀다. 어떤 야차 귀신이 소년으로 변하여 좋은 옷을 입고 머리에는 화만을 이고 거문고를 타면서 상인들에게 가서 말하였다.
'너무 피로하지 않습니까? 그 물풀을 싣고 가서 장차 무엇에 쓰려 하십니까? 요 가까운 앞길에 좋은 물풀이 있습니다. 나를 따라 오십시오. 그 길을 가리켜 드리겠습니다.'
한 상인은 그 말을 따라 '우리들은 지금 싣고 가는 이 물풀을 버리고 가벼이 하여 가자'고 하였다. 그러나 다른 한 상인은 말하였다.
'우리는 지금 물풀을 보지 못했다. 버리지 말자.'
그리하여 물풀을 버린 앞의 사람들은 목이 말라 모두 죽었지만, 그것을 버리지 않은 사람들은 갈 곳에까지 도착하였다.
비구들이여, 그 때 그 물풀을 버리지 않은 사람은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그 물풀을 버린 사람은 저 제바달다이니라.”
39. 여덟 하늘이 차례로 법을 물은 인연
옛날 부처님이 세상에 계실 때에, 밤중에 갑자기 여덟 하늘이 차례로 내려와 부처님께 나아갔다.
첫째 하늘은 용모가 단정하고 광명은 1리를 비추며 천녀 열 명을 권속으로 삼고 부처님께 나아가 지극한 마음으로 땅에 엎드려 예배한 뒤에 한 쪽에 물러나 서 있었다.
부처님께서 그 하늘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복을 닦아 하늘 몸[天身]을 받았으니, 5욕(欲)을 스스로 즐기면서 시원스레 안락을 누리고 있는가?”
하늘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비록 천상에 나서 살지만 마음은 항상 근심하고 괴로워합니다. 왜 그런가 하면, 저는 전생에 수행할 때에 부모와 스승과 사문과 바라문에게 충성하고 효도하며 마음으로 공경하였지만, 그분들에게 대하여 은근히 공경하고 예배하거나 마중과 배웅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런 업의 인연으로 과보가 실로 적어 다른 하늘보다 못하며, 못하기 때문에 스스로 꾸짖어 수행하지만 만족할 수 없습니다.”
용모와 몸의 광명과 그 권속들이 앞의 하늘보다 열 배나 훌륭한 다른 하늘이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나 서 있었다.
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천상에 나서 시원스런 안락을 누리는가?”
그는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비록 하늘에 나서 살지만 항상 근심하고 괴로워합니다. 왜 그런가 하면, 저는 전생에 수행할 때 부모와 스승과 사문과 바라문에게 충성과 효도하는 마음을 내어 공경하고 예배하였습니다. 그러나 앉는 자리와 따뜻한 침구를 보시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런 업의 인연으로 지금 과보를 얻었으나 다른 하늘보다 못하며, 못하기 때문에 스스로 꾸짖어 인(因)을 닦지만 만족할 수가 없습니다.”
다시 용모와 광명과 권속들이 앞의 하늘보다 열 배나 훌륭한 다른 하늘이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나 서 있었다.
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하늘 몸을 받아 시원스런 안락을 누리는가?”
그는 아뢰었다.
“저는 비록 하늘 궁전[天宮]에 나서 살지만 항상 근심하고 번민합니다. 왜 그런가 하면, 저는 전생에 부모와 스승과 사문과 바라문에게 충효하고 공경하며 예배하고 자리와 침구를 보시하였으나, 그분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많이 베풀어 보시하지 못하였습니다. 그 업의 인연으로 지금 과보를 얻었지만 다른 하늘보다 못하며, 못하기 때문에 마음으로 후회하고 꾸짖으면서 인을 닦지만 아직 갖추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근심하고 번민합니다.”
용모와 광명과 그 권속들이 앞의 하늘보다 열 배나 훌륭한 다른 하늘이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나 서 있었다.
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하늘 몸을 받아 시원스레 안락을 누리는가?”
그는 아뢰었다.
“저는 비록 하늘에 났지만 마음으로 항상 근심하고 번민합니다. 왜 그런가 하면, 저는 비록 과거에 부모·스승·사문·바라문에게 충효하고 공경하며 예배하고 침구와 음식을 보시하였으나 법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그 인연으로 지금 과보를 받았지마는 다른 하늘보다 못하며, 못하기 때문에 항상 스스로 꾸짖으면서 인을 닦지만 아직 만족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근심하고 번민합니다.”
그 몸의 광명과 권속들이 앞의 하늘보다 열 배나 훌륭한 다른 하늘이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나 서 있었다.
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하늘 몸을 받아 시원스레 안락을 누리는가?”
그는 아뢰었다.
“저는 비록 하늘에 났으나 마음으로 항상 근심하고 번민합니다. 왜 그런가 하면, 저는 전생에 부모와 스승과 사문과 바라문에게 잘 충효하고 공경하며 예배하고 침구와 음식을 보시하였으며 법을 들었지만,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지금 과보를 받았으나 다른 하늘보다 못하며, 못하기 때문에 마음으로 항상 후회하고 꾸짖으면서 인을 닦지만 아직 원만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근심하고 번민합니다.”
몸의 광명과 그 권속들이 앞의 하늘보다 열 배나 훌륭한 어떤 하늘이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나 서 있었다.
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하늘 몸을 받아 시원스레 안락을 누리는가?”
그는 아뢰었다.
“저는 비록 천당에 나서 살지만 마음으로 항상 근심하고 번민합니다. 왜 그런가 하면, 저는 전생에 수행할 그 때 비록 부모와 스승과 사문과 바라문에게 충효하고 공경하며 예배하고 침구와 음식을 보시하며 법을 듣고는 그 뜻을 이해하였지만, 그 말대로 수행하지 못하였습니다. 그 업의 인연으로 지금 과보를 받았으나 다른 하늘보다 못하며, 못하기 때문에 스스로 깊이 후회하고 꾸짖으면서 인을 닦지만 아직 만족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근심하고 번민합니다.”
다시 용모와 광명과 그 권속들이 앞의 하늘보다 열 배나 훌륭한 어떤 하늘이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나 서 있었다.
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하늘 몸을 받아 시원스레 안락을 누리는가?”
그는 아뢰었다.
“저는 지금 하늘 궁전에 나서 5욕을 스스로 즐기며, 필요한 물건은 생각을 따라 곧 생기므로 진실로 즐거워 어떤 근심도 번민도 없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저는 전생에 인을 닦을 그 때 부모와 스승과 사문과 바라문에게 충효하고 공경하며 예배하고 침구와 음식을 보시하였으며, 법을 듣고는 그 뜻을 이해할 뿐 아니라 그 말대로 수행하였습니다. 그 인연으로 하늘의 과보를 받아 용모가 단정하고 광명이 특히 좋으며, 권속이 많아 다른 여러 하늘보다 뛰어났습니다.
그러한 행을 닦았으므로 과보의 만족을 얻었고, 만족하였기 때문에 가장 훌륭한 과보를 얻었으며, 가장 훌륭한 과보이기 때문에 모든 하늘이 따르지 못하고 따를 자가 없기 때문에 마음으로 즐거움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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