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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보장경(雜寶藏經) 제7권

by 혜명(해인)스님 2020. 8. 29.

잡보장경(雜寶藏經) 7


79. 바라문이 여의주를 부처님께 보시하고 도를 얻은 인연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에 계셨다.
그 때 남천축의 어떤 바라문은 여의주(如意珠)를 잘 감별하였다. 그는 여의주 하나를 가지고 남천축에서 동천축으로 가서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으나, 아무도 그것을 감별하는 이가 없었다.


마침내는 사위국의 바사닉왕에게 가서 말하였다.
누가 능히 이 구슬을 감별하여 알겠는가?”
바사닉왕은 여러 신하들과 모든 지혜로운 이를 모아 보았지마는 그것을 아는 이가 없었다.
바사닉왕은 그와 함께 부처님께로 갔다. 부처님께서는 그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구슬 이름을 아는가, 이 구슬이 난 곳을 아는가, 이 구슬의 능력을 아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모르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이 구슬은 마갈(摩竭)이라는 큰 고기 뇌수에서 나왔는데, 그 고기의 몸길이는 28만 리요, 구슬 이름은 금강견(金剛堅)이다.


첫째 능력은 어떤 독기에 쏘인 사람도 그것을 보면 그 독기가 사라지고 그 빛을 보거나 몸에 닿아도 독기가 사라지는 것이다. 둘째 능력은 열병 든 사람이 그것을 보면 곧 낫고, 그 빛이 몸에 닿아도 병이 낫는 것이다. 셋째 능력은 어떤 사람이 한량없는 백천 사람의 원수를 가졌더라도 그 구슬만 가지고 있으면 모두 친하게 되는 것이니라.”


바라문은 이 말씀을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참으로 일체 지혜를 가지신 어른이시다.”
그리고는 곧 그 구슬을 부처님께 바쳤다. 그리고 중이 되기를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비구여.”
그러자 그의 수염과 머리털은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이 몸에 입혀졌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니 그는 이내 아라한이 되었다.
비구들은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그 구슬을 잘 감별하시고, 또 설법하시어 그로 하여금 도를 얻게 하십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늘만이 아니다. 과거에도 그러하였다. 옛날 가시국의 선인산(仙人山)에 다섯 가지 신통을 가진 선인이 있었다.
어떤 바라문이 나뭇잎 하나를 가지고 가서 선인에게 물었다.
'이것은 무슨 나무 잎인가?'
선인은 대답하였다.
'이 나무 이름은 금정(金頂)인데, 어떤 사람이 독에 쏘여 거의 죽게 되었더라도 이 나무 밑에 앉으면 그 독이 곧 사라지고, 열병 든 사람이 이 나무에 기대면 그 병이 곧 낫는다. 또 이 나뭇잎을 그 사람 몸에 대면, 어떤 독기나 열병도 모두 낫게 된다.'


바라문은 기뻐하여 선인의 제자가 되어 법을 배우고, 또 다섯 가지 신통을 얻기를 청하였다.
비구들이여, 그 때 나뭇잎을 가진 바라문은 바로 지금의 이 바라문이다. 나는 그 때에도 그를 가르쳐 5신통을 얻게 하고, 지금도 생사의 어려움을 면하여 아라한이 되게 하였느니라.”


80.십력가섭(十力迦葉)이 진실한 말로 부처님 발의 피를 멎게 한 인연

 

어느 날 부처님께서는 가타라(迦陀羅) 나무 가시에 발이 찔렸다. 피가 흘러 멎지 않아 온갖 약을 발라도 낫지 않았다. 그리고 여러 아라한들이 향산(香山)에서 약을 캐어 와 발라도 낫지 않았다.


그 때 십력가섭이 부처님께 나아가 이렇게 말하였다.
만일 부처님께서 라후라(羅羅)와 제바달다를 대하는 것과 조금도 다름없이 일체 중생을 평등한 마음으로 대하신다면 발의 피가 멎을 것입니다.”
그러자 피가 곧 멎고 딱지도 완전히 떨어졌다.
비구들은 찬탄하였다.
온갖 묘한 약을 다 써도 피가 멎지 않더니 가섭의 진실한 말에 피가 곧 멎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다. 과거에도 그러하였느니라. 옛날 어떤 바라문이 아들을 낳아 이름을 무해(無害)라 하였는데, 무해는 그 아버지께 말하였다.
'밭에 다닐 때에도 중생을 해치지 마십시오.'


아버지는 말하였다.
'너는 신선이 되려는가? 살아가려면 어떻게 벌레를 죽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들은 말하였다.
'저는 현세에도 안락하고 후세에도 안락하고 싶습니다. 제 말을 들어 주지 않으신다면 이렇게 살겠습니다.'


그리고는 곧 독한 용이 사는 우물가에 앉아 죽으려고 하였다.

세상에는 독한 용이 있어서 그것을 보면 곧 사람을 해친다.
그 때 바라문의 아들은 용을 보았다. 그러자 용의 독기가 그의 온몸에 퍼져 거의 죽게 되었다.
그 때 아버지는, 아들이 간 곳을 몰라 몹시 근심하며 찾다가 아들이 죽으려는 것을 보고, 그에게 가서 말하였다.


'지금까지 내 아들에게 해치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이 독기는 사라질 것이다.'
이렇게 말하자, 독기가 곧 사라져 본래처럼 회복되었다. 그 때의 그 아버지는 바로 저 십력가섭이요, 아들은 바로 내 몸이었다.


저 가섭은 지나간 세상에서도 진실한 말로 내 병을 고쳤고, 이 현세에서도 진실한 말로써 내 병을 고친 것이다.”


81. 부처님께서 보리수 밑에 계실 때 마왕(魔王) 파순(波旬)이 부처님을 괴롭힌 인연


옛날 부처님께서 보리수 밑에 계실 때 악마 파순(波旬)80억 무리를 거느리고 와서 부처님의 도를 부수려고 이렇게 말하였다.
구담이여, 너는 왜 혼자 여기 앉아 있는가? 빨리 일어나 떠나라. 만일 떠나지 않으면 나는 네 다리를 잡아 바다 밖에 던져 버리리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세상을 보는데, 아무도 나를 바다 밖으로 던질 사람이 없다. 너는 전생에 절 하나를 짓고 하루 동안 여덟 가지 계율을 지키면서 벽지불에게 한 발우의 밥을 주었기 때문에 여섯째 하늘에 나서 큰 악마의 왕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세 아승기 겁 동안 널리 공덕을 닦았다. , 첫 아승기겁에서도 한량없는 부처님을 공양하였고, 둘째, 셋째 아승기겁에서도 그리하였다. 그리고 성문과 연각을 공양한 것은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그러므로 이 온 땅덩이는 바늘만큼도 내 몸의 뼈가 아닌 것이 없느니라.”


악마는 말하였다.
구담이여, 내가 옛날에 하루 동안 계율을 가지면서 벽지불에게 밥을 주었다는 네 말은 참말이다. 나도 그것을 안다. 너는 나를 아는구나. 그러나 네가 그렇게 말하지마는 그것을 누가 증명해 알겠는가?”


부처님께서는 곧 손으로 땅을 가리키면서 말씀하셨다.
이 땅이 나를 증명할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실 때 온 땅덩이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지신(地神)이 금강제(金剛際)에서 나와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증명하겠습니다. 이 땅이 생길 때부터 저는 항상 그 속에 있었습니다. 부처님의 말씀은 진실이요, 거짓이 아닙니다.”
부처님께서는 파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먼저 이 물병을 움직여 보고 그 다음에 나를 바다 밖으로 던져라.”
그 때 파순과 80억 무리들은 아무리 하여도 그것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르다가 모두 무너져 별처럼 흩어졌다.
비구들은 아뢰었다.
파순은 언제나 부처님을 괴롭히려 하지마는 이기지 못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것은 지금만이 아니라 과거에도 그러하였느니라.
옛날 가시국의 선인산에 5신통을 가진 선인이 있었는데, 바라내성 안의 젊은이들을 교화하여 모두 집을 나와 선인의 도를 닦게 하였다.
그 때 그 성의 신()이 매우 화를 내어 선인에게 말하였다.
'만일 네가 또 성에 들어와 사람들을 제도하면, 나는 네 다리를 잡아 바다밖에 던져 버리리라.'


그 선인은 물병 하나를 들고 성의 신에게 말하였다.
'먼저 이 물병을 움직여 본 뒤에 나를 던져라.'
그는 신력을 다했으나 움직여 보지 못하고 부끄러워하면서 항복하였다. 그 때의 그 선인은 바로 내 몸이요, 그 성의 신은 바로 파순이니라.”


82. 부처님께서 비구들을 위하여 이양(利養)의 화됨을 말씀하신 인연

 

그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에 계시면서 이양을 싫어하고 근심하셨다.
한 깊은 숲이 있었는데, 이름이 탐장엄(貪莊嚴)이었다.
부처님께서는 이양을 피하여 그 숲으로 가셨다. 숲에는 절이 있고 나익가(?)라는 아라한이 그 절 주지였다.
부처님께서는 그 숲으로 가셨다. 한낮이 되자 가사를 가지고 공양하는 사람이 숲 속에 가득 찼다.


그들은 '우리는 이양을 바라지 않는데, 이양은 항상 우리 뒤를 따른다.'고 하였다.
다시 12천 비구도 거기 왔다. 부처님께서는 그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양이란 큰 재해로서 장애가 된다. 나아가서는 아라한까지도 이양의 장애를 받느니라.”
비구들은 아뢰었다.
어떤 장애가 됩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이양의 해는 가죽을 찢고 살을 찢으며, 뼈를 부수고 골수를 부순다. 어떤 것을 찢고 부수는가? 계율을 가지는 이의 가죽을 찢고 선정 닦는 이의 살을 찢으며, 지혜로운 이의 뼈와 미묘하고 착한 마음의 골수를 부수느니라.”
12천 비구들은 모두 세 가지 옷과 여섯 가지 물건만 가지고 아련야의 생활을 하면서 다른 물건은 받지 않았다.


부처님께서는 찬탄하셨다.
착하고 착하다. 너희들은 아련야의 법을 잘 지키는구나. 그것은 욕심이 적은 법이요, 욕심이 많은 법이 아니다. 그것은 만족할 줄 아는 법이요, 만족할 줄 모르는 법이 아니다. 그것은 한적한 것을 즐겨 하는 법이요, 시끄러움을 즐겨 하는 법이 아니다. 그것은 노력하는 법이요, 게으른 법이 아니다. 그것은 바르게 생각하는 법이요, 삿되게 생각하는 법이 아니다.
그것은 안정한 마음의 법이요, 산란한 마음의 법이 아니다. 그것은 지혜의 법이요, 어리석음의 법이 아니니라.”


비구들은 이 말씀을 듣고 모두 아라한이 되었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참으로 드문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라 과거에도 그러하였느니라.
옛날 가시국에 야차라는 재상이 있었고, 야차의 아들은 이름이 야아달다(夜兒達多)였다.
그는 세상의 덧없음을 깊이 깨닫고 집을 떠나 신선을 배웠다.


그런데 여러 신선들은 욕심이 많아 모두 과실과 풀을 가지고 서로 다투었다. 그는 그들에게 욕심이 적은 것을 가르치기 위해 부드러운 풀을 버리고 거친 풀을 가지며, 맛난 과실을 버리고 쓴 과실을 가지며, 새로운 과실을 버리고 묵은 과실을 취하였다.


이렇게 과실을 버리고 가지고 한 뒤에는 곧 5신통을 얻었다. 12천 선인은 그가 그렇게 하는 것을 보고 욕심이 적은 것을 배워 다시는 많이 구하지 않고, 5신통을 얻었다.
그리하여 야아달다는 차츰 방편을 써서 여러 선인들을 교화하다가 목숨을 마친 뒤에는 불용처(不用處)에 났느니라.


그 때의 야아달다는 바로 내 몸이요, 12천 선인들은 바로 지금의 12천의 비구들이었느니라.”


83. 도둑이 피살될 때 멀리서 부처님을 뵙고 기뻐함으로써 하늘에 난 인연


그 때 사위국의 바사닉왕은 북을 치고 영을 내렸다.
누구든지 도적을 붙들면 죽여라.”
때마침 어떤 사람이 도적을 끌고 왕에게 왔다. 왕은 사람을 시켜 끌고 나가 죽이게 하였다.
그는 마침 성 밖의 도중에서 부처님을 만나 뵙고 마음으로 기뻐하고, 형장에 나가 왕의 법을 따라 죽었지마는 곧 천상에 나게 되었다.


그는 자기가 죽으려 할 때 부처님을 뵙고 기뻐하였기 때문에 목숨을 마친 뒤에 천상에 난 것을 알고, 부처님의 은덕을 느끼고 내려와서 부처님을 공양 하였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니, 그는 수다원을 얻었다.
비구들은 아뢰었다.
그는 어떤 업의 인연으로 하늘궁전에 나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옛날 왕에게 죽게 되었을 때 여래를 보고 기뻐하였다. 그 좋은 인으로 말미암아 저 하늘궁전에 났고 또 내게서 법을 듣고 깨달아 수다원을 얻었느니라.”


84. 손발을 베인 사람이 부처님의 은혜를 생각하고 하늘에 나게 된 인연

 

옛날 사위국의 어떤 사람이 나라의 법을 범하고 그 손발을 베이어 길에 버려져 있었다.
부처님께서 가시다가 그것을 보고 곁에 가서 물으셨다.
너는 지금 무엇이 가장 괴로운가?”
그는 대답하였다.
저는 배고픈 것이 가장 괴롭습니다.”
부처님께서 곧 아라한에게 분부하여 그에게 밥을 주게 하였다.
그는 목숨을 마치고 천상에 나게 되어 부처님의 두터운 은혜를 생각하고, 하늘에서 내려와 부처님을 공양하였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니 그는 수다원을 얻었다.
비구들은 여쭈었다.
그는 어떤 업으로 천상에 나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옛날 인간에 있을 때 손발을 베이어 길에 던져져 있었는데, 내가 거기 가서 밥을 주라고 아난에게 분부하였었다. 그는 마음으로 기뻐하여 목숨을 마친 뒤에는 천상에 났고, 또 내게서 법을 듣고 도를 얻었느니라.”


85. 장자가 좋은 꿀장[蜜漿]을 나그네에게 공양하고 하늘에 난 인연

 

옛날 사위국의 어떤 장자가 기원숲(祇洹林)의 빈 땅을 구하여 집을 지으려 하였으나 수달 장자가 이미 차지하였기 때문에 빈 땅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기원(祇洹)의 대문 안에서 좋고 깨끗한 물을 사용하고 갖가지 꿀과 갖가지 보릿가루로 장을 만들어 모든 나그네들에게 주었다.


90일 뒤에 부처님도 그것을 받았다. 그는 목숨을 마치고 천상에 나서 큰 위엄과 덕으로 하늘궁전을 타고 내려와서 부처님께 공양하였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니, 그는 수다원을 얻었다.


비구니들은 아뢰었다.
그는 어떤 업의 행으로 천상에 나게 되어 위엄과 덕이 그와 같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전생에 사람으로 있을 때 기원문에서 갖가지 장을 여러 사람들에게 보시하였고, 나도 그것을 받았다. 그는 그 인연으로 천상에 나게 되었고, 또 내게서 법을 듣고 도를 얻었느니라.”


86. 바사닉 왕이 사람을 보내어 부처님을 청하였는데 그 사자가 하늘에 난 인연

 

옛날 사위국의 바사닉 왕과 수달 장자는 오랫동안 부처님을 뵙지 못하여 마음으로 몹시 사모하였다.
그들은 여름 안거 뒤에 사자를 보내어 부처님을 청하였다. 사자는 부처님께 나아가 공손히 아뢰었다.
왕과 장자께서 부처님을 뵙고자 합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이 수레를 타시고 사위로 가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수레를 타지 않겠다. 내게는 신족(神足)이 있다.”
비록 그렇게 말씀하셨지마는 그로 하여금 복을 짓게 하기 위하여 수레 위에서 공중으로 걸어가시고, 사자는 그 앞에서 왕과 장자에게 알렸다.


왕과 장자는 몸소 나와 맞이하였고, 사자도 왕과 함께 돌아와 부처님을 뵈었다.
사자는 목숨을 마친 뒤에 천상에 났다가 곧 보배 수레를 타고 부처님께 나아갔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니, 그는 수다원을 얻었다.


비구니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이는 어떤 인연으로 하늘궁전에 나서 보배 수레를 탑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옛날 인간에서 왕의 사자가 되어 부처님께 나아가 수레를 받들어 타게 하였다. 그 업의 인연으로 지금 천상에 나서 언제나 보배 수레를 타고, 또 내게서 법을 듣고 깨달아 수다원을 얻었느니라.”


87. 바사닉 왕이 교화하고 구걸할 때 어떤 가난한 사람이 천을 보시하여 하늘에 난 인연

 

옛날 사위국의 바사닉왕은 이렇게 말하였다.
수달 장자는 일체 인민을 교화하여 온갖 복업을 짓는다. 나도 중생들을 위하여 교화하고 구걸하여 그들로 하여금 복을 얻게 하리라.”
이에 그는 교화하고 다니면서 곳곳에서 구걸하였다.
그 때 어떤 빈궁한 사람이 하나뿐인 천을 가지고 와서 왕에게 보시하였다. 왕은 얻은 천을 다시 부처님께 바쳤다.


그 뒤에 그 가난한 사람은 목숨을 마치고 하늘에 났다가 부처님의 큰 은혜를 생각하고 내려와서 공양하였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니, 그는 수다원을 얻었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이는 옛날 어떤 업을 지었기에 저 하늘에 났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옛날 인간에 있을 때, 왕이 교화하는 것을 보고 흰 천을 왕에게 보시하였다. 그 선한 인으로 말미암아 지금 하늘에 나게 되었고, 또 내게서 법을 듣고 도를 증득하였느니라.”


88. 형이 아우에게 삼보를 받들라고 권하여 하늘에 난 인연

 

옛날 사위국에 어떤 두 형제가 있었다. 형은 불법을 받들어 닦았고, 아우는 부란나(富蘭那)를 섬기었다. 형은 항상 아우에게 3()를 섬기라고 권하였으나 아우는 듣지 않았다.
그래서 항상 다투면서 화합하지 못하여 각각 갈라져 살았다.


형은 부처님을 공양하고, 뒤에 목숨을 마치고는 천상에 났다가 부처님께 내려와 은혜를 갚으려고 공양하였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니, 그는 수다원을 얻었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이는 옛날 어떤 업을 지었기에 저 하늘궁전에 났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과거 인간에 있을 때 바른 법을 즐기고 삼보를 받들었다. 그 복의 인으로 말미암아 지금 하늘에 나게 되었고, 또 내게서 법을 듣고 믿어 도를 깨달았느니라.”


89. 아버지가 아들이 도를 얻었다는 말을 듣고 기뻐함으로써 하늘에 나게 된 인연

 

옛날 사위국의 어떤 두 형제는 항상 다투기를 좋아하고 서로 원망하고 미워하여 왕에게 같이 가서 판결을 구하려 하였다. 도중에 부처님을 만났는데,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해 설법하시어 그들은 모두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
아버지는 그 아들들이 부처님을 만나 도를 얻었다는 말을 듣고 마음으로 매우 기뻐하였다.
그 뒤에 그는 목숨을 마치고 천상에 났다가 부처님께 내려왔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니, 그는 수다원을 얻었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이는 과거에 어떤 업을 지었기에 지금 천상에 나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옛날 인간에 있을 때 내가 그 아들들을 위해 설법하여 그들이 도를 얻었는데, 그 말을 듣고 뛰면서 기뻐하였다. 그래서 목숨을 마치고는 하늘에 나게 되었고, 또 내게서 법을 듣고 믿고 이해하여 도를 깨달았느니라.”


90. 아들이 아버지의 핍박을 받고 집을 떠나 천상에 난 인연


옛날 사위국의 어떤 사람은 그 아들이 출가하여 부처님을 섬기게 하였다.
부처님께서 그를 받아들여 승려로 만들고 항상 땅을 쓸게 하였다. 그는 그 괴로움을 견디지 못해 도 닦기를 그만두고 속가로 돌아갔다.


아버지가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그저 출가하라. 내가 너를 대신해서 땅을 쓸리라.”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기원정사로 갔는데, 아들은 그 절이 깨끗한 것을 보고 마음으로 기뻐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차라리 죽을지언정 출가하여 땅을 쓸고, 다시는 속가에 돌아가지 않으리라.”
그 뒤에 그는 목숨을 마치고 천상에 났다가 곧 부처님께 내려왔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니 그는 수다원을 얻었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이는 어떤 업의 인연으로 천상에 났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는 과거 인간에 있을 때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여 집에 돌아가려 하였으나, 그 아버지는 듣지 않고 그 일을 대신하면서 억지로 출가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매우 기뻐하였으므로 목숨을 마친 뒤에는 천상에 나게 되었고, 또 내게서 법을 듣고 도를 얻었느니라.”


91. 아라한 기야다(祇夜多)가 악룡(惡龍)을 몰아 바다에 넣은 인연

 

옛날 기야다(祇夜多)라는 아라한이 있었는데, 부처님께서 세상을 떠나신 지 7백 년 뒤였다.

그는 계빈국으로 나갔다.
그 때 계빈국에는 아리나(阿利那)라는 나쁜 용왕이 있어서 자주 재해를 부려 여러 성현들을 괴롭혔기 때문에 그 나라 인민들이 모두 걱정하였다.


그 때 2천 아라한들은 모두 신력을 다해 그 용을 나라 밖으로 몰아내려 하였다. 그래서 그 중 5백 아라한은 신통을 부려 땅을 흔들었고, 5백 명은 큰 광명을 놓았으며, 5백 명은 선정에 들어 거닐었다.


이렇게 모두들 신력을 다했으나 용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최후로 존자 기야다가 용이 사는 못가에 가서 손가락을 세 번 튀기면서 말하였다.
용아, 너는 이제 나가거라. 여기서 살지 말라.”
용은 감히 머무르지 못하고 곧 떠나갔다.
그 때 2천 아라한들은 존자에게 말하였다.
우리도 존자와 같이 번뇌가 다하였습니다. 해탈한 법신은 모두 평등한데, 우리는 모두 신력을 다하였으나 용을 움직일 수 없었는데, 존자는 어떻게 손가락을 세 번 튀겨 저 용을 멀리 바다로 들어가게 하십니까?”


존자는 대답하였다.
나는 범부였던 때로부터 지금까지 계율을 받들어 가져 돌길라(突吉羅)에 이르기까지 평등한 마음으로 잘 단속하되, 네 가지 중한 죄처럼 생각하였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그 용을 움직이지 못한 것은 신력이 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때 존자 기야다는 제자들과 함께 북천축을 향해 가다가 도중에서 까마귀 한 마리를 보고 미소하였다. 제자들은 물었다.
이상합니다. 존자는 왜 미소하십니까? 그 뜻을 말씀해 주십시오.”
존자는 대답하였다.

때가 되면 말하리라.”
거기서 더 나아가 석실성(石室城) 문에 이르자, 그는 슬퍼하면서 얼굴빛이 변하였다.
때가 되어 성 안에 들어가 걸식하고 도로 성문을 나오다가 다시 슬퍼하면서 얼굴빛이 변하였다.


제자들은 꿇어앉아 아뢰었다.
이상합니다. 아까는 왜 미소하셨고, 지금은 슬퍼하면서 얼굴빛이 변하십니까?”
존자는 대답하였다.
나는 과거 91겁 전, 비바시(毘婆尸)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 어떤 장자의 아들이 되었었다.


그 때 나는 출가하려 하였으나 부모들은 듣지 않고 내게 말하였다.
'우리 집 일이 중하다. 만일 네가 집을 떠나면 누가 그 뒤를 잇겠느냐? 우리가 너를 장가보내리니, 네가 아들을 낳으면 집 떠나는 것을 허락하리라.'
나는 장가를 든 뒤에 다시 집을 떠나려 하였다. 부모님은 다시 '만일 아들 하나만 낳으면 집 떠나는 것을 들어 주리라'라고 하였다.


나는 오래지 않아 사내를 낳아 아이가 말할 수 있을 때가 되어 다시 부모님께 아뢰었다.
'전에 약속한 대로 집 떠나기를 허락하여 주십시오.'
그 때 부모님은 전의 약속을 어길까 두려워하여 가만히 유모를 시켜 손자에게 말하였다.
'네 아비가 집을 떠나려 할 때에 너는 문에 있다가 아비를 붙들고 말하기를,이미 나를 낳아 지금까지 길렀는데, 왜 나를 버리고 집을 떠나려 하십니까? 만일 꼭 가시려면 나를 죽이고 가십시오.> 라고 하라' 하였다.


아들이 시키는 대로 말할 때 나는 슬픔으로 마음이 변하여 '가지 않고 여기 있을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그 때문에 나는 생사에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내가 도의 눈으로 내 전생을 관찰해 보니, 천상과 인간과 또 삼악도에서 서로 만나기는 참으로 어렵고 어려웠다. 아까 내가 본 그 까마귀는 바로 그 때의 내 아들이었다.

또 내가 슬퍼서 얼굴빛이 변한 이유는 이러하다. 내가 아까 성 곁에서 어떤 아귀의 아들을 만났는데, 그는 내게 말하였다.


'나는 이 성 곁에서 70년을 지냈습니다. 어머니는 나를 위해 성 안에 들어가 걸식하지마는 아직 한 번도 얻어 온 적이 없습니다. 나는 굶주리고 목말라 매우 위급합니다. 존자는 성에 들어가 우리 어머니를 보시거든 나를 위해 말해 주십시오. 빨리 나를 보러 오라고.' 그래서 나는 성 안에 들어가 그 아귀 어머니를 보고 말하였다.
'지금 네 아들은 저 성 밖에 있으면서 굶주리고 목말라 매우 위급하다. 빨리 가보라.' 그 때 아귀 어미는 대답하였다.


'나는 이 성 안에 들어온 지 70여 년이 되었지만 내가 박복하여 나 또한 굶주렸고 쇠약해져 기운이 없습니다. 그래서 혹 고름이나 피나 눈물이나 침이나 똥 같은 더러운 먹을 것이 있더라도 여러 힘센 이들이 먼저 앗아 가기 때문에 나는 얻지 못합니다.


최후로 한 모금 더러운 것을 얻었는데 그것을 가지고 문을 나가 아들과 갈라 먹으려 하지마는 문 안에 여러 힘센 귀신들이 있어 내가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존자는 우리를 가엾이 여겨 나를 데리고 나가 우리 모자가 서로 만나 이 더러운 것을 먹게 하여 주십시오.'
그 때 나는 아귀 어미를 데리고 성문을 나가 모자가 서로 만나 더러운 것을 갈라 먹게 하였다.


그 때 나는 그 귀신에게 물었다.
'네가 여기서 산 지 얼마나 되었는가?'
아귀는 대답하였다.
'나는 이 성이 일곱 번 이루어지고 무너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탄식하면서 말하였다.
'아귀는 오래 살기 때문에 그 고통이 매우 많구나.'”
제자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생사를 근심하여 곧 도의 자취를 얻었다.


92. 두 비구가 기야다를 보고 천상에 난 인연

 

그 때 남천축의 어떤 두 비구는 기야다가 큰 위덕이 있다는 말을 듣고 계빈국을 향해 갔다.
나무 밑을 지나다가 몸이 아주 여윈 어떤 비구가 부엌 앞에서 불을 지피고 있는 것을 보았다.
두 비구는 그에게 물었다.
너는 존자 기야다를 아는가?”
그 비구는 대답하였다.
나는 안다.”
지금 어디 있는가?”
이 위의 셋째 굴 안에 있다.”
두 비구는 곧 산으로 올라가 그 굴에 이르러 아까 불을 지피던 비구를 보았다. 두 비구는 이상히 여겨 '그처럼 이름과 덕망이 있으면서 무엇 때문에 먼저 여기 와 있을까?' 하고 한 비구가 의심을 풀기 위해 그에게 물었다.
존자는 그처럼 위덕이 있으신데 손수 불을 때십니까?”


존자는 대답하였다.
나는 과거 생사의 고통을 생각하고 중생을 위해서라면 머리와 손발을 기꺼이 태우겠는데, 하물며 섶나무를 태우는 일이겠는가?”
그들은 이내 물었다.
알 수 없습니다. 과거 생사의 고통이란 어떠하였습니까? 듣고 싶습니다.”
존자는 대답하였다.
나는 기억한다. 과거 5백 세상 동안 나는 개로 태어나 항상 굶주리고 목말랐는데, 오직 두 때만은 배불리 먹었다. 한 때는 마침 취한 사람이 땅바닥에 술을 토해 놓아 그것을 먹고 배가 부른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한 때는 두 부부만이 사는 집을 만난 때였다. 남편은 밭에 나갔고, 아내는 집에서 밥을 짓고는 무슨 일이 있어서 잠깐 밖에 나갔었다. 그 때 나는 안으로 들어가 밥을 훔쳐 먹었는데, 하필이면 밥 그릇 주둥이가 작아서 처음에는 머리를 넣을 수 있었지마는 다시 빼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한 번 배는 불렀지마는 뒤에는 큰 고통을 당했다. 그 남편이 밭에서 돌아와 내 목을 베어 내 머리는 그릇 안에 있었다.”


그 때 두 비구는 그 설법을 듣고 생사를 싫어하여 수다원을 얻었다.


93. 월지국왕(月氏國王)이 아라한 기야다를 본 인연

 

월지국(月氏國)에 전단계니타(??)라는 왕이 있었다.
왕은 계빈국에 있는 존자 아라한 기야다의 큰 명성을 듣고, 그를 보려고 몸소 수레를 타고 신하들과 함께 그 나라로 갔다. 그는 도중에서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왕으로서 천하의 왕이다. 어떤 인민도 모두 공경하고 항복한다. 큰 덕이 있는 이가 아니면 어떻게 내 공양을 받들 수 있겠는가?'
이렇게 생각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 그 나라에 이르렀다.


어떤 사람이 존자 기야다에게 말하였다.
월지국의 왕 전단계니타가 여러 신하들과 함께 멀리서 와서 뵈려고 합니다. 원컨대 존자는 옷을 바르게 하고 나가 대접하십시오.”
존자는 대답하였다.
내가 부처님 말씀을 들으니, '출가한 사람은 예로서 속세의 외양을 존경할 뿐 오직 힘쓸 것은 덕이다'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옷을 꾸미고 나가서 맞이하겠는가?”
그리고 곧 잠자코 단정히 앉아 있으면서 나가지 않았다.
이에 월지국왕은 존자가 있는 곳으로 가서 존자 기야다의 위덕을 보고는, 더욱 공경하고 믿는 마음이 생겨 앞으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리고 한쪽에 물러섰다.
존자가 가래침을 뱉고자 하자, 왕은 자기도 모르게 가래침 그릇을 앞에다 바쳤다.
그러자 존자 기야다는 왕에게 말하였다.
빈도(貧道)는 지금 존자를 위해 복 밭이 되지 못하는데 어찌하여 몸소 왕림하셨습니까?”


그 때 월지국왕은 부끄러워하면서 '내가 아까 가만히 생각한 마음을 아시는구나. 신비한 덕이 아니면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는가?' 하고, 거듭 공경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 때 존자 기야다는 왕을 위해 간단히 설법하였다.
왕은 오실 때 길이 좋았습니다. 가실 때에도 오실 때와 같도록 하시오.”
왕은 그 분부를 받고 곧 본국으로 돌아갔다. 중도에 이르러 여러 신하들은 원망하였다.
우리는 멀리 대왕을 따라 저 나라에 갔지마는 마침내 아무 들은 것도 없이 헛되이 돌아갑니다.”


그 때 월지국왕은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지금 아무 얻은 것이 없다고 나를 원망한다. 그러나 아까 그 존자는 나를 위해, '왕은 오실 때 길이 좋았습니다. 가실 때에도 오실 때와 같도록 하시오'라고 설법하셨다.
그대들은 그 뜻을 모르는가? 나는 과거에 계율을 지키고 보시를 행하며 승방을 짓고 탑을 세웠다. 이런 갖가지 공덕으로 왕이 될 종자를 심어 지금 이 자리를 누리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 다시 복을 닦고 온갖 선을 널리 쌓으면 미래 세상에서도 반드시 복을 받을 것이다. 그래서 존자는 나를 보고, '왕은 오실 때 길이 좋았습니다. 가실 때에도 오실 때와 같도록 하시오'라고 경계하신 것이다.”
신하들은 이 말을 듣고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하였다.
신들은 하천하고 어리석어 망령되게 가고 오는 길 만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대왕의 신기로운 덕은 묘하게 그 말뜻에 꼭 맞습니다. 여러 가지 덕을 쌓았기 때문에 이 국위(國位)를 누립니다.”


신하들은 이렇게 말하고 기뻐하면서 물러갔다


94. 월지국왕이 지혜 있는 세 신하와 친한 벗이 된 인연

 

그 때 월지국의 왕 전단계니타는 지혜로운 세 사람과 친한 벗이 되었다.
첫째는 마명(馬鳴)보살이요, 둘째는 마타라()라는 대신이며, 셋째는 차라가(遮羅迦)라는 용한 의사였다.


왕은 이 세 사람과 매우 친하여 융숭하게 대접하고 늘 좌우에 있게 하였다. 마명보살은 왕에게 아뢰었다.
만일 왕께서 내 말을 쓰시면 나는 왕으로 하여금 내생에도 늘 선()과 함께 하면서 온갖 어려움을 아주 떠나고 나쁜 세계를 길이 여의게 하겠습니다.”
둘째 대신은 아뢰었다.


만일 왕께서 신의 비밀한 말을 써서 누설하지 않으시면 사해를 모두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로는 의사가 아뢰었다.
만일 왕께서 신의 말을 써 주시면 왕은 마침내 횡사하시지 않고, 온갖 맛이 마음에 맞으며 모든 일이 맞아 근심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왕은 의사의 말처럼 일찍이 조그만 병도 앓지 않았다.


그리고 왕은 대신의 말을 써서 군사의 위엄을 떨치는 곳에서 항복하지 않는 것이 없어 사해에서 삼면은 이미 평정하였고, 오직 동쪽만이 항복하지 않았다.
그래서 곧 군사를 일으켜 치러 갈 때 먼저 여러 오랑캐와 흰 코끼리를 보내어 앞에서 인도하게 하고, 왕은 뒤를 따랐다. 총령(?)에 이르러 험한 관()을 넘으려 할 때 먼저 한 코끼리와 말이 나아가려 하지 않았다.


왕은 괴상히 여겨 말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까지 너를 타고 정벌하여 삼면은 이미 평정하였다. 그런데 너는 지금 왜 나아가려 하지 않는가?”
그 때 대신이 왕에게 아뢰었다.
신은 먼저 왕에게 '비밀한 말을 누설하지 말라'고 아뢰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누설하였으니 장차 왕의 목숨이 멀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의 말과 같이 왕은 오래지 않아 반드시 죽을 것을 스스로 알았다.
그런데 왕은 지금까지 남의 나라를 정벌하면서 3억이 넘는 사람들을 죽였기 때문에 장래에는 반드시 중한 벌을 받을 것을 스스로 알고, 마음에 두려움이 생겨 곧 참회하였다. 그리하여 보시를 행하고 계율을 가지며 승방을 짓고 스님들을 공양하되 네 가지 일에 모자람이 없었고, 온갖 공덕을 닦되 부지런하여 게으르지 않았다.


그 때 여러 신하들은 저희끼리 말하였다.
왕은 온갖 악을 널리 짓고 무도하게 사람들을 죽였는데 지금 복을 지은들 과거의 허물에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왕은 그 말을 듣고 그들의 의심을 풀어 주기 위하여 곧 방편으로써 신하들에게 명령하였다.
너희들은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저 큰 가마에 불을 때어 물을 끓게 하되, 잠깐도 그치지 말라.”


그리고 왕은 곧 반지를 그 가마 안에 던져 넣고 여러 신하들에게 명령하였다.
너희들은 저 가마 안의 반지를 집어 오라.”
신하들은 아뢰었다.
다시 다른 죄로 죽여주십시오. 저 반지는 집어 올 수 없습니다.”
왕은 다시 말하였다.
어떤 방편을 쓰면 저것을 집을 수 있겠는가?”
신하들은 대답하였다.
밑에서는 불을 끄고 위에서 찬물을 부으십시오. 그 방편이면 사람의 손이 상하지 않고 그것을 집을 수 있을 것입니다.”


왕은 대답하였다.
내가 이전에 악을 지은 것은 저 뜨거운 가마와 같다. 지금 온갖 선을 닦고 부끄러워하여 참회하고 다시는 악을 짓지 않는다면 왜 그것을 멸하지 못하겠는가? 삼악도도 막을 수 있고 인간이나 천상에도 날 수 있을 것이다.”


신하들은 이 말을 듣고 곧 깨달아 모두 기뻐하면서 지혜로운 사람의 말은 쓰지 않을 수 없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