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저는 평소 자신감이 없고 예전에 구설수에 많이 시달렸습니다.
그리고 한 번 열 받으면 상대방에 대해 아주 나쁜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평소 남을 배려한다고 생각하지만,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일에 대해서는 저에게 피해를 주면 그냥 화가 나는 정도가 아니라 지나칠 정도로 화가 납니다.
저에게 좋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법륜 스님】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세요. 어떤 구설수?
(제가 안 한 것을 마치 제가 한 것처럼 말하는 경우도 있고. 제가 했던 작은 일도 크게 부풀려져서 말들을 하기도 하고.)
내가 복을 안 지었는데도 복이 오면 좋아요. 안 좋아요? (좋습니다)
복은 조금 지었는데 복이 많이 오면 좋아요. 안 좋아요? (좋지요)
왜 좋은 일은 조금 해놓고 많이 했다고 그러고,
나쁜 일은 많이 하고 조금 했다고 그러고.
좋은 일은 안 하고도 했다 그러고,
나쁜 일은 하고도 안 했다 그러고.
왜 그럴까? (지 욕심 때문이죠)
안 했다고 그런다고 안 한 것도 아니고, 했다고 그런다고 한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까 내가 한 것은 내가 알고 하늘이 아는데, 남들은 잘 몰라요.
다들 지 생각대로 말하는 것 뿐이에요.
옛날에 일식이 일어나면 원리를 모를 때니까 뭐라고 그랬어요?
'이야. 불 개가 나타나서 드디어 해를 삼킨다.'
잠시 후에 해가 나타나면 '불 개가 똥을 눈다.' 그렇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해요.
달그림자에 가렸다. 그렇게 알잖아요?
조그만 아이들도 거기에 절 안 하고 망원경 가지고 관찰합니다.
모르면 엉뚱한 말을 하게 되는 겁니다.
남이 뭐라든 신경 쓸 필요 없어요.
'했다' 그래도 나 안 했으면 그만이고, '많이 했다.' 그래도 나 조금 했으면 그만입니다.
그럴 땐 거꾸로 생각하면 돼요.
'아이구, 저 사람들. 나는 복 안 지었는데 복 많이 지었다고 그러네.'
'복을 조금 지었는데 자꾸 많이 지었다고 그러네, 아이구, 죄송해라.'
이렇게 생각을 조금 바꿔보세요.
잘못을 조금 했어도 많이 했다고 그렇게 욕을 얻어먹고.
죄를 안 지었는데 지었다고 욕 얻어먹고,
복은 많이 지었는데도 사람들이 안 알아줘 복을 안 지었다 그러고,
많이 지었어도 조금 지었다 그러고.
그런 거 억울해할 필요 없어요.
복은 덮어둘수록 새끼를 칩니다.
'무주상보시'라고 들어봤어요?
보시를 하고도 아무런 바라는 게 없으면 그거야말로 진짜 큰 복이 된다.
기독교식으로 말하면, 내가 복을 지었을 때 세상 사람들이 '아이구 잘했다,' 칭찬해주면. 고만한 복으로 끝이에요.
그런데 세상 사람들이 아무도 칭찬 안 해주고 오히려 비난하면 어떻게 되느냐?
'걱정하지 마라, 저 천국에서 그대의 복이 아주 큼지막하게 준비되어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이런 말도 있잖아요.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그래야 진짜 복이 된다.
불교에서는 복을 지어놓고도 복 받을 생각을 안 하면, 생색을 안 내면, 이걸 '무주상보시'라고 하는데, 그러면 그 공덕이 한량이 없다.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어떤가 하면, 복 받을 일은 조금 해놓고 많이 했다고 하고. 그렇게 하도 입으로 선전을 많이 해서 입으로 복을 다 까먹어서 저쪽에 가면, 하늘나라에 가면 빚만 잔뜩 쌓여 있어요. 죄는 태산처럼 지어놓고 쪼끔 지었다 하고. 그래서 그게 다 빚으로 남는다 이 말입니다.
그러니까 남이 알아주고 안 알아주고 그런 거 별로 신경 쓸 필요 없어요.
그건 그 사람들 마음이에요.
연예인들은 그런 거 너무 신경 쓰다가 사람들 잘 못 만나잖아?
불쌍하지.
그렇게 늘 남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 신경 쓰면 자신감이 없어집니다.
늘 남의 눈치를 보며 살게 돼요.
뭐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어.
'또 뭐라고 그럴까?' 걱정되고.
내 인생이니까 내가 알아서 살면 돼요.
그들이 뭐라고 하는 건 그들의 인생입니다.
내가 그들에게 속박받을 필요 없어요.
그들이 뭐라든 신경 쓰지 마세요.
그냥 내가 내 인생을 살아가면 돼요.
(저도 그런 거 신경 안 쓰려고는 하는데요. 저는 아무 말도 안 하는데 사람들이 자꾸 그러니까 화가 납니다)
그러니까. 나도 말 안 할 테니까 너도 하지 마라, 조건부잖아요?
조건부 인생을 살지 마세요.
내가 말 안 하는 것은 내 인생이고,
그들이 내 말 하는 것은 그들의 인생.
내가 욕을 안 하는 것은 내 인생이고,
그들이 욕하는 것은 그들의 인생.
내가 남을 해치지 않는 것은 내 인생이고,
그들이 남을 괴롭히는 것은 그들 인생입니다.
내가 너를 좋아하는 것은 내 마음이고,
네가 나를 안 좋아하는 것은 누구 마음이다?
네 마음이다.
이것만 인정하면 인간관계에서 갈등이 없어요.
내가 너를 좋아하니까 너도 나를 좋아해라.
나는 너한테 손해 안 끼치는데 너는 왜 나한테 손해 끼치냐?
자꾸 이렇게 계산하면 안 돼요.
주사위에 1부터 6까지 있으니까 1이 나올 확률이 얼마예요?
1/6이죠?
그럼 여섯 번 던지면 1이 딱 1번 나올까?
아녜요.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식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녜요.
그러나 주사위를 600번 던지면 1이 비교적 100번에 가깝게 되겠지.
6,000번 던지면 1,000번에 비교적 더 가깝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저놈은 나쁜 짓 하는데 왜 벌 안 받나?'
그러지만 그렇지 않아요.
크게 보면 지금 인생을 너무 짧게 보고 있습니다.
좀 길게 보세요.
내가 좋은 일을 하든 누구를 좋아하든 금방 계산해서 손익을 따지지 마세요.
그냥 꾸준히 하세요,
한 사람한테만 투자하지 말고 여러 사람한테 꾸준히 투자하다 보면, 복은 저절로 굴러옵니다. 복을 받으려고 하지 말고 자꾸 복을 짓는 게 필요합니다.
눈치 보지 말고 남하고 비교하지 말고….
(그럼 기도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처님, 지은 인연의 과보는 피할 수가 없습니다.
좋은 인연을 지어서 좋은 과보를 받고, 나쁜 인연은 짓지 않아서 나쁜 과보는 받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