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장 정행품(淨行品)-
"불자여, 보살은 어떻게 하면 청정해지며, 사물[法]의 영향을 받지 않는 청정한 몸[身]과 말[口] 뜻[義]의 삼업(三業)을 얻을 수 있습니까? 또 보살은 어떻게 하면 지혜를 완성하고 두려움을 모르는 믿음을 가져 구도의 결의를 굳게 할 수가 있습니까. 또 보살의 가장 뛰어난 지혜와, 불가사의(不可思毅), 불가칭(不可稱), 불가설(不可設)의 지혜라고 하는 것은 어떠한 것입니까. 보살은 어떻게 하면 방편의 힘과 선정(禪定)의 힘을 갖출 수 있습니까. 보살은 어떻게 하면 연기의 이법(理法)을 깨닫고, 또 공의 삼매[空三昧]와 모양이 없는 삼매[無 相三昧]를 행할 수가 있습니다. 보살은 어떻게 하면 지혜를 완전하게 하는 여섯 가지 수행[六波羅蜜]과 모든 중생에게 은혜를 베풀고자 하는 네 가지의 한량없는 마음[四無量心]을 성취할 수 있습니까. 보살은 어떻게 하면 모든 천왕(天王), 용왕(龍王), 귀신왕(鬼神王), 범천왕(梵天王) 등에 의해서 수호되고, 또 공경을 받을 수 있게 됩니까. 보살은 어떻게 하면 중생을 위한 안락의 집이 되고 구호하는 손이 되며, 등불이 되고 교화하는 손이 될 수 있습니까. 보살은 어떻게 하면 일체 중생의 안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뛰어난 자가 될 수 있습니까." 그때 문수보살은 지수보살에게 대답하였다. "불자여, 그대의 물음은 매우 훌륭합니다. 중생을 사랑하고 중생에게 은혜를 베풀기 위하여 그대는 매우 훌륭한 질문을 하였습니다. 불자여, 만약 보살이 청정하여 사물의 영향을 받지 않는 몸[身]과 말[口]과 뜻[意]의 삼업(三業) 을 성취하면 보살은 뛰어난 덕을 얻을 것입니다. 그때 보살은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과 마음이 일치할 것이며, 부처님께서 가르친 최고의 깨달음을 스스로 나타낼 수 있으며 중생을 버리지 않고, 분명하게 모든 사물의 실상(實相)에 도달하여 모든 악을 없애고 모든 선을 갖추어, 일체의 모든 사물에 자유자재하게 될 것입니다. 불자여, 보살이 청정하여 사물의 영향을 받지 않는 몸과 말과 뜻의 삼업을 성취하여 모든 것에 뛰어난 덕을 얻는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보살은 마땅히 이렇게 원을 세워야 합니다. 즉 보살이 집에 있을 때에는 집에서의 온갖 고난을 버리고 인연의 공(空)함을 체득해야 합니다. 부모를 섬길 때에는 양친께서 커다란 안심을 얻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처자와 권속이 모였을 때는 원수든 아니든 모두 평등하게 대하며, 애욕의 탐착으로부터 떠나야 합니다. 다섯 가지 욕망[五慾]을 만났을 때에도 탐욕과 미혹을 버리고 덕이 갖추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음악이나 춤을 감상할 때는 최고의 진리에 접한 기쁨을 얻어 모든 것은 환상과 같은 것이라고 깨달아야 합니다. 침실에 있을 때에는 애욕을 떠나서 맑은 경지에 나아가야 합니다. 아름다운 옷을 입을 때에는 거기에 집착하는 마음을 버리고 진실한 세계에 이르도록 해야 합니다. 높은 것에 올랐을 때에는 불법의 높은 곳에 오른다고 하는 생각으로서 모든 것을 보아야 합니다. 타인에게 보시할 때에는 모든 집착을 버리고 밝은 마음으로 보시를 하고, 법회에 참석하였을 때에는 깨달음을 성취하며, 모든 부처님의 법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 재난(災難)을 만났을 때는 자유자재하게 마음을 작용하여 그 재난이 마음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보살이 신심을 일으켜 집을 버릴 때에는 일체의 세상일을 버리고 집착하지 않게 해야 합니다. 승방(僧房)에 있을 때에는 모든 출가자가 서로 화합하여 마음에 거리가 없어야 합니다. 출가할 때에는 일단 얻은 공덕을 다시는 잃지 않는 경지[不退轉地]를 목표하고 마음에 장애가 없도록 해야 합니다. 속복(俗服)을 버릴 때에는 오로지 부처님의 가르침을 찾아 덕을 닦되 게으르지 않아야 합니다. 삭발할 때에는 번뇌도 함께 깎아버리고 깨달음의 세계에 도달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승복을 입을 때에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삼독(三毒)을 떠나 부처님의 가르침에 젖는 기쁨을 얻도록 해야 합니다. 출가하였을 때에는 부처님과 같이 집을 나와 모든 중생을 교화하는 일에 정진해야 합니다. 스스로 부처님께 귀의하였을 때에는 진실한 길을 체득하여 최고의 깨달음을 향한 마음을 일으켜야 합니다. 스스로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의하였을 때에는 깊이 부처님의 경전을 배워서 큰 바다와 같은 지혜를 얻어야 합니다. 스스로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받들어 행하는 승단(僧團)에 귀의하였을 때에는 모든 대중을 받들어 화합하게 하여야 합니다. 몸을 바로 하여, 단정하게 앉을 때에는 어떠한 망상에도 걸리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결가부좌하고 앉았을 때에는 진리를 구하는 마음을 굳게 하여 흔들리지 않아 깨달음의 경지를 얻어야 합니다. 마음을 조용하게 통일한 상태[三昧]에 들었을 때에는 그것을 철저히 하여 무심한 경지[禪定]에 이르도록 해야 합니다. 모든 사물을 관찰할 때에는 있는 그대로의 진실한 모습을 보되 장애나 거리가 있어서는 아니 됩니다. 의복을 입을 때에는 모든 공덕을 입는다는 생각으로 항상 참회하여야 합니다. 옷을 입고 허리띠를 두를 적에도 부처님의 가르침에 정진하는 마음을 새롭게 하여야 합니다. 손에 양치질하는 도구를 들었을 때에는 마음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얻었으니 자연히 청정하게 되어야 합니다. 대소변을 볼 때에는 모든 더러움을 없애고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삼독(三毒)을 버리도록 하여야 합니다. 물로 손을 씻을 때에는 그 깨끗한 손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입을 열어 말할 때에는 청정한 가르침을 향하여 해탈을 완성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길을 갈 때에는 청정한 진리의 세계를 밟고 나아가 마음의 장애인 번뇌를 없애야 합니다. 올라가는 길을 보고 있을 때에는 드높은 경지에 올라가 삼계(三界)를 초월하고자 해야 합니다. 내려가는 길을 보았을 때에는 부처님의 법 저 깊숙이 내려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험한 길을 보고서는 인생의 악도(惡道)를 버리고 사견(邪見)으로부터 떠나도록 해야 합니다. 바른 길을 보았을 때에는 마음을 정직하게 하고 거짓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커다란 나무를 보았을 때에는 다투는 마음을 버리고 분노나 원한으로부터 떠나야 합니다. 높은 산을 보고서는 위없는 깨달음을 향하여 불법의 뿌리를 찾아보아야 합니다. 가시밭을 보았을 때에는 삼독의 가시를 빼어버리고 상처 입은 마음을 없애야 합니다. 부드러운 과일을 보았을 때에는 불도(佛道)의 큰 실천을 일으켜 위없는 결과를 거두도록 하여야 합니다. 흐르는 물을 보았을 때에는 정법(正法)의 흐름을 타고 부처님 나라의 대해(大海)에 나가도록 하여야 합니다. 우물을 보았을 때에는 다함없는 가르침[法水]을 마시고, 위없는 덕을 갈무리하여야 합니다. 골짜기에 흐르는 물을 보고서는 먼지와 때를 씻고 맑은 마음이 되도록 하여야 합니다. 다리를 보았을 때는 불법의 다리를 만들어 쉼 없이 사람들을 깨달음의 저 언덕[彼岸]으로 건너가게 하여야 합니다. 즐거운 사람을 보았을 때는 청정한 가르침을 원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스스로 기뻐해야 합니다. 또 굶주린 자를 보았을 때에는 미혹을 떠나는 마음을 일으키고, 괴로워하는 사람을 보았을 때에 는 모든 괴로움을 없애주는 부처님의 지혜를 얻어야 하며, 건강한 사람을 보았을 때에는 금강(金 剛)과 같이 부서지지 않는 법신(法身)에 이르고, 병든 사람을 보았을 때에는 몸이 본래 공(空)한 것임을 알아 일체의 괴로움에서 해탈하여야 합니다. 은혜를 갚는 사람을 보았을 때에는 항상 모든 부처님과 모든 보살의 은덕을 생각하고, 출가한 사람을 보았을 때에는 청정한 불법을 얻어 모든 악을 떠나야 합니다. 고행을 하는 사람을 보았을 때에는 몸과 마음을 굳게 갖고 불도에 정진하여야 합니다. 밥을 얻었을 때는 밥을 먹고 얻은 그 힘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에 뜻을 두고 정진해야 하며 밥을 얻지 못하였을 때에도 모든 악행으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얻었을 때에는 절도를 지키고 욕심을 줄이고 그에 집착하는 것을 끊어야 합니다. 맛없는 음식을 얻었을 때에는 모든 것은 허공과 같이 무상(無常)하다고 하는 삼매에 사무쳐야 합니다. 음식을 삼킬 때에는 선정(禪定)의 기쁨을 삼킨다는 마음을 갖고, 음식을 먹은 다음에는 공덕이 몸에 충만하여 부처님의 지혜를 완성하도록 해야 합니다. 여래를 보았을 때에는 모두가 부처님 눈을 얻고 여래의 실상을 볼 수 있어야 하며, 여래의 실상을 보았을 때에는 모든 시방을 보더라도 단정하기가 부처님과 같아야 합니다. 저녁에 잠자리에 들었을 때에는 모든 번거로움을 그치고 마음의 혼란을 떠나야 하며 아침에 눈을 떴을 때에는 모든 마음을 기울여 시방을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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