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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과 동행을/💕법문의도량

진정 스님 이야기

by 혜명(해인)스님 2018. 7. 9.

    진정(眞定)스님은 신라 사람이고, 속인으로 있을 때에 군대에 예속되어 있었는데, 집이 가난해서 장가를 들지 못했습니다. 군대 복역의 여가에는 품을 팔아 곡식을 얻어서 홀어머니를 봉양했습니다. 집안의 재산이라고는 오직 다리 부러진 솥 하나가 있을 뿐이었습니다. 하루는 어떤 스님이 문간에 와서 절 지을 쇠붙이의 보시를 구했더니, 어머니가 스님에게 솥을 내 주었습니다. 진정이 밖에서 돌아오자 어머니는 그 사실을 말하고 아들의 의사를 살폈습니다. 진정은 기쁨을 낯빛에 나타내면서 말하기를, "불교에 관한 행사에 보시함은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솥은 없더라도 무엇이 걱정이 되겠습니까?" 진정은 솥 대신에 와분(瓦盆)으로 음식을 익혀 어머니께 봉양했습니다. 진정은 일찍이 군에 있을 때 남들이 의상 법사가 태백산에서 불법을 설하여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리워하는 마음이 생겨 어머니에게 말했습니다. "효도를 다 마친 후에는 의상 법사에게 머리를 깎고 불도를 배우겠습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불법은 만나기 어렵고 인생은 너무도 빠른데 효도를 다 마친 후면 또한 늦지 않겠느냐? 어찌 내 생전에 불도를 알았다고 들려주는 것만 같겠느냐? 머뭇거리지 말고 빨리 하는 것이 좋겠다." "어머님 말년에 오직 제가 옆에 있을 뿐인데, 어머님을 버리고 어찌 출가를 할 수 있겠습니까?" "아- 나 때문에 출가를 못한다면 나를 곧 지옥에 떨어지게 하는 것이다. 비록 생전에 풍성한 음식으로서 나를 봉양하더라도 어찌 효도가 되겠느냐? 나는 남의 집 문간에서 옷과 밥을 얻어 생활하더라도 또한 타고난 수명은 누릴 수 있을 것이니, 내게 효도를 하려거든 고집부리지 말라." 진정은 오랫동안 생각했습니다. 어머니는 곧 일어나서 쌀자루를 모두 털어보니 쌀이 일곱 되나 되었는데 그것으로 그날 밥을 다 짓고서 말했습니다. "네가 밥을 지어 먹으면 더딜까 염려되니 내 눈 앞에서 그 한 되 몫은 먹고 나머지 여섯 되 몫은 싸가지고 빨리 떠나거라." 진정은 흐느껴 울면서 굳이 사양했습니다. "어머님을 버리고 출가하는 것도 자식 된 자로 차마 하지 못할 일인데, 하물며 며칠 동안의 미음거리까지 모두 싸가지고 떠난다면 천지가 나를 무엇이라고 하겠습니까?" 진정은 이렇게 세 번 사양했으나 어머니는 세 번 권고했습니다. 진정은 어머니의 뜻을 어길 수 없음을 알자 바로 길을 떠나 밤낮으로 걸었습니다. 3일 만에 태백산에 이르러 의상스님께 머리를 깎고 제자가 되었는데, 그 이름을 진정이라고 했습니다. 그곳에 있은 지 3년 만에 어머니의 부고가 알려졌습니다. 진정은 가부좌를 하고 선정에 들어가 7일 만에 일어났는데, 어떤 사람은 '추모와 슬픔이 지극하여 거의 견딜 수 없었으므로 정주(定住)로서 슬픔을 씻은 것이다'하였고, 어떤 이는 '선정(禪定)으로써 그 어머니의 환생하는 곳을 관찰했다'고 했으며, '이것은 실리(實理)와 같이하여 명복을 빈 것이다'고도 했습니다. 선정에서 나오자 진정은 의상스님께 아뢰자 의상스님은 그의 어머니를 위해 문도들을 거느리고 소백산의 추동에 가서 초가를 짓고 제자의 무리 3천명을 모아 90일 동안 화엄대전(華嚴大典)을 강의했습니다. 강의를 다 마치자 그 어머니가 꿈에 나타나서 말하기를, "나는 벌써 하늘에 환생했다." 세속적인 가치마저 버리고 자식을 출가시키는 어머니, 그리고 끝내 효도를 다하고자 하는 자식, 서로가 속박하지 않고 자유로우며 서로가 진정한 행복의 가치, 생명의 가치를 구현한 것입니다. 부모는 자식이 늘 이렇게 해 주기를 바라지 말고, 자식 또한 부모가 늘 이렇게 해 주기를 바라지 말아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끊임없이 서로에게 사랑과 자비를 베풀어 주고 헌신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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