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불법과 동행을/💕법문의도량

사람이 걸을때 필요한 곳은 발이 닿는 지면 뿐

by 혜명(해인)스님 2018. 7. 9.

    인간의 외부의 사물들에는 꼭 어떤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용봉은 주살당하고, 비간는 도륙되었으며, 기자는 미친 척하고 살았고, 악례는 죽었으며, 걸왕, 주왕도 망한 것이다. 군주들은 자기의 신하가 충성스럽기를 바라지만, 충신이라고 다 군주의 신임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오원은 그 시체가 강물에 띄워졌고, 장홍은 죄 없이 촉에서 죽어 삼년 만에 그의 피가 푸른 옥이 되었던 것이다. 부모 된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의 자식이 효성스럽기를 바라지만, 효자라고 다 부모의 사랑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효기는 괴로워했고 증참은 슬퍼했던 것이다. 나무와 나무를 마찰시키면 불이 붙고, 쇠가 불 속에 있으면 녹아 흐른다. 음양이 뒤섞여 운행되면 하늘과 땅에 큰 변동이 일어난다. 여기에서 천둥과 번개가 생기고, 빗속에서 벼락이 쳐서 큰 느티나무를 태운다. 사람에게는 이해라는 두 가지 우환이 있어 그 어느 것으로부터도 도망칠 수가 없다. 언제나 두려워하는 가운데 아무 일도 이루지 못하고, 그 마음은 하늘과 땅 사이에 매달린 듯 불안한 것이다. 또 걱정스런 마음이 응집해 근심에 빠지게 되며, 이해가 서로 마찰해 불같은 욕망을 낳는다. 그래서 사람들 마음속의 화를 태워 버리고, 마음이 달처럼 허허로워도 불같은 욕망을 이기지 못한다. 이에 그 모든 것이 무너져 바른 도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임공자가 큰 낚시와 굵고 검은 줄을 준비해 오십 마리의 소를 미끼로 해서 회계 산에 앉아 낚싯대를 동해에 드리웠다. 매일 낚시질을 계속하였으되 일년이 넘도록 고기를 잡지 못했다. 이윽고 큰 고기가 미끼를 물어 낚시 바늘을 끌고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솟구쳐 올라 등지느러미를 떨치니 흰 파도가 산더미같이 일고, 바닷물이 출렁이는데, 그 소리가 귀신들의 울음소리 같아 천리 사방의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임공자는 이 고기를 잡아 포를 떠서 말렸다. 절강의 동쪽으로부터 창오의 동쪽에 이르는 고장의 사람들이 이 고기를 실컷 먹었을 정도였다. 그 뒤에 지껄이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두 놀라서 이 이야기를 전하였다. 대저 작은 낚싯대에 가는 줄을 달고 조그만 도랑에서 잔챙이나 낚으려는 자들이 그런 대어를 낚기란 어려운 법이다. 마찬가지로 쓸데없는 의견을 치장하여 높은 명성을 얻으려 한다면, 크게 통달하는 것과 거리가 먼 일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임씨의 그러한 이야기를 들어 보지 못한 사람이 세상의 경륜을 도모한다는 것은 까마득히 먼 일이 될 것이다. 혜자가 장자에게 말하였다. "선생의 말은 쓸모가 없소." "쓸모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비로소 쓸모 있는 것을 말할 수 있는 게요. 대저 땅이라는 것은 턱없이 넓고 크지만 사람이 걸을 때 소용되는 곳이란 기껏해야 발이 닿는 지면뿐이요, 그렇다고 발이 닿는 부분만 재어 가지고 그 둘레를 황천에 이르도록 깎아 버린다면 사람들에게 그래도 쓸모가 있겠소?" "쓸모가 없을 테지요." "그렇다면 쓸모없는 것의 쓰임도 알았을 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