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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과 동행을/💕법문의도량

마음의 눈으로 보는 세상

by 혜명(해인)스님 2018. 7. 9.

    조선 선조 때 판릉추 부사를 지낸 서약봉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이었는데, 그녀의 아버지는 눈 먼 딸을 불쌍히 여겨 어떻게 해서든지 시집을 보내려고 하였으나 아무도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매파를 놓아 속여서 혼처를 정하였습니다. 신랑은 가난한 선비였습니다. 선비는 처갓집에서 초례를 치루고 첫날밤에 신부를 대하니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백년을 해로할 일생의 반려자가 장님인 것을 알고 신랑은 너무 놀라 파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눈 먼 색시를 가만히 살펴보니 태도가 침착하고 어질고 덕이 있어 보였습니다. 만약에 파혼을 한다면 이 여자는 분명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고 목숨을 스스로 끊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신랑은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이 때 신부가 조용히 말하길, "제가 전생에 죄가 커서 눈이 먼 몸이 되었습니다. 이런 몸으로 어떻게 훌륭한 낭군을 섬길 수 있겠습니까? 거기다가 눈이 멀었다는 것을 숨기고 하는 혼인을 사양하지 않고 했으니 그 죄 또한 크므로 어떤 미움이나 벌도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하오나 저를 불쌍히 여기시어 저의 부모님을 용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죄는 신첩이 받겠습니다. 진작 죽지 못하고 부모님까지 죄를 짓게 한 것이 한이 되옵니다. 다행이 낭군께서 모든 죄를 용서해 주시고 제게 비로 마당을 쓰는 일을 맡겨 주신다면 이는 제 부모와 저를 모두 살리는 큰 은혜를 베푸시는 것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어찌 이를 바라겠습니까?" 하더니 신부가 울면서 품속에 갖고 있던 단도를 꺼내어 "제가 택할 길은 죽음뿐입니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부모가 급히 뛰어들어 딸을 말리면서 신랑에게 무릎을 꿇고 빌었습니다. 그러자 신랑은 오히려 부모님을 위로하여 돌려보내고 그날 밤을 신부와 함께 보냈습니다. 이렇게 어렵게 혼사를 치룬 신부는 비록 앞을 보지 못하는 몸이었지만 어진 성품과 총명함으로 시어머니를 극진히 모시고 남편을 정성껏 받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행복도 짧아 남편이 서른을 넘기지 못하고 죽고 말았습니다. 슬하에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그가 바로 서약봉입니다. 이 씨 부인은 아들에게 모든 희망을 두고 교육에 힘썼습니다. 그리고 약과와 약주를 손수 만들어 팔면서 가난한 살림을 꾸려나갔습니다. 약과를 처음 만든 사람이 바로 서약봉의 어머니인 이 씨 부인입니다. 부인은 비록 장님이었지만 멀리 미래를 바라볼 줄 아는 지혜가 있었습니다. 약봉이 어렸을 때 집터를 크게 닦고 집을 크게 지었습니다. 이것을 본 사람들이 저렇게 가난하면서 큰 집을 지어 무엇 하느냐고 묻자 부인이 나중에 이 집도 비좁게 될 것이라고만 대답했습니다. 그 후 약봉이 벼슬이 높아지고 자손이 번성하여 그 집도 오히려 적었다고 합니다. 또 부인이 목수가 집을 짓는데 세운 기둥을 만져보면서 기둥이 거꾸로 세워졌으니 바로 세우라고 했다고도 합니다. 비록 맹인의 몸이었지만 가정을 어질게 다스리고 자식교육에 바르게 힘써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고 가문을 일으킨 것입니다. 바른 가정교육을 받은 자식이 사회에 훌륭한 일을 하는 일꾼으로 자라 나라에 공을 세우고 또한 어머니처럼 어진 아내를 맞아 가문을 일으켰으니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겠습니까? 부처님의 가르침은 바로 이러한 데에 있을 것입니다. 인자하신 눈, 바른 눈, 지혜가 있고 티가 없는 눈이 이 세상을 밝히는 눈이요, 행복을 일구어 가는 눈일 것입니다. 선비는 눈 먼 아내의 심성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졌으며, 맹인인 부인은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자신의 정성을 가족에게 진정으로 회향하는 훌륭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가정은 이러한 마음의 눈으로 가꾸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가정은 그런 가족들은 반드시 이 사회에서 훌륭한 일꾼으로 그 마음을 회향할 것이며, 이러한 사람이 많을수록 이 나라는 한 걸음 더 불국토의 길로 들어갈 것입니다. 오늘도 좋은날 만드소서. 성불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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