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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과 동행을/💕법문의도량

기로국 이야기

by 혜명(해인)스님 2018. 7. 9.

    부처님께서 사위국의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입니다. 노인이 되면 무조건 내다버리는 풍습이 있는 기로국(棄老國)에 한 대신이 있었는데, 이 대신은 늙으신 아버님을 모시고 있었습니다. 늙은 아버지는 당연히 국법에 따라 버려야 할 운명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평소 효심이 깊은 대신은 차마 늙은 아버지를 내다버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뜰 안의 한 곳을 파서 은밀히 숨을 곳을 만들고 아버지를 그 안에 모시고 마을 사람들에게는 산에다 버린 것처럼 행세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강대국인 이웃나라에서 기로국의 왕에게 두 마리의 뱀을 보내면서 물었습니다. "만일 이 뱀의 암컷과 수컷을 구별 할 수 있다면 당신의 나라는 평안할 것이요, 맞추지 못한다면 칠일 이내에 모두 멸망시키고 말겠소." 평소 침략할 구실을 만들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강대국에서 이런 질문을 보내오자 국왕은 큰 두려움에 쌓였습니다. 왕은 여러 신하들과 의논을 했으나 모두들 경험이 없어 뱀의 암수 구별하는 법을 알지 못했습니다. 왕은 온 나라에 알려 이 문제를 푸는 사람에게는 큰 상을 내리기로 했습니다. 그 대신도 집에 돌아와 이 문제를 곰곰이 생각하다가 숨어 사시는 아버지에게 여쭈어 보았습니다. 그러자 의외로 늙은 아버지는 즉석에서 그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쉬운 일이다. 부드러운 것을 깔아놓고 그 위에 뱀을 올려놓아 보아라. 그 위에서 요란하게 움직이는 것은 수컷이고 움직이지 않는 것은 암컷이다." 대신은 재빨리 임금에게 알려서 그대로 시험해 보고 암 수를 구별하여 강대국에 알렸으므로 무사히 국가를 보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이웃 국왕은 또 다른 문제를 냈습니다. 큰 흰 코끼리 한 마리를 보내면서 코끼리의 중량을 알아맞히라는 것이었습니다. 왕은 여러 신하들과 의논을 했지만 역시 알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대신은 또다시 아버지에게 물었습니다. 이미 죽은 것으로 되어 있는 늙은 아버지는 이번에도 그 해답을 내 놓았습니다. "코끼리를 배에 태워 연못 안에 두어라. 그리고 물에 들어가는 도수를 재어라. 그 다음에 코끼리 대신에 무게를 단 돌을 그 도수만큼 채워보아라. 그러면 그 돌의 무게가 곧 코끼리의 무게와 같은 것이다." 그렇게 하여 코끼리 무게를 계산하여 이웃 국왕에게 회신을 보냈더니 이웃 왕은 만족해 하였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웃 나라의 왕은 다시 문제를 보내왔습니다. "한 항아리의 물이 큰 바다의 물보다 많다. 누가 그 이치를 알 수 있는가?" 대신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일 사람이 청정한 신념을 갖고 한 항아리의 물로 부처님이나 스님들에게 공양하거나, 부모 또는 고통 받는 사람, 병든 사람을 위하여 쓰면 그 공덕에 따라 수천만 년 동안 복을 받을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바닷물은 많아도 한도가 있다. 그러므로 한 항아리의 물을 선한 곳에 공양한다면 큰 바다의 물보다 더 많은 것이다." 그러자 이웃 국왕은 다시 문제를 보내왔습니다. 한 조각의 정방형의 향나무를 내 놓고, "이 나무는 어느 쪽이 위쪽인가?" 대신의 아버지는 "그것은 아주 쉬운 문제다. 물속에 그 나무를 넣어 보아라. 나무 밑 부분은 물에 잠기고 윗부분은 반드시 물에 뜰 것이다." 다음에 또 한 문제를 보내왔는데, 모양과 빛깔이 조금도 다름없는 두 마리의 말로 어미와 새끼를 구별할 수 있는가를 물었습니다. 왕이나 신하들이 대답할 수 없으므로 대신은 이번에도 아버지에게 여쭙자, 아버지는 이렇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풀을 주어서 시험해 보아라. 어미 말은 반드시 풀을 새끼 말에게 양보할 것이다." 이처럼 여러 어려운 문제를 무난히 맞히자 이웃나라의 왕은 '이 나라에는 대단히 현명한 사람이 있구나. '라고 생각하여 침략할 의사를 포기하고 오히려 다른 나라로부터 침략을 막아줄 것을 약속했습니다. 왕은 이웃 왕으로부터 이와 같은 약속을 듣고 한없이 기뻐서 해답을 구해준 대신을 불러서 그 공을 칭찬한 다음에 은밀히 물어보았습니다. "그대로 인하여 국가의 평안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이 나라에는 현인군자가 있다고 앞으로는 침범하지 않겠다는 맹세까지 받았다. 이것은 모두 그대의 힘이다. 그런데 모든 대답은 그대 자신의 머리에서 나온 것인가, 아니면 누가 가르쳐 준 것인가?" "임금님, 지금까지 제가 대답을 올린 것은 저의 지혜가 아닙니다. 만일 임금님께서 자비를 베풀어 주신다면 모두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설사 그대에게 죽을죄가 있다 할지라도 모든 것을 불문에 부칠 뿐만 아니라 그밖에 어떤 죄과도 따지지 않을 터이니 걱정하지 말고 사실대로 말해 보아라." "그러면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나라의 법률에는 노인을 봉양하는 것을 금하고 있습니다. 신에게는 늙으신 아버님이 계시나 차마 버리는 일을 할 수 없어 죄를 짓는 것인 줄 알면서도 땅 속에 집을 만들어 아버님을 살게 하였습니다. 그 어려운 문제에 대한 해답은 소신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바로 굴속에 숨어사시는 아버님께서 가르쳐 주신 것입니다. 부디 노인 봉양을 허락해 주십시오." 왕은 이 말을 듣고 느끼는 바가 많아서 노인을 버리는 행위를 금하게 하고 오히려 그 노인을 왕의 스승으로 추대하고 국가와 국민에게 바친 공덕을 찬양하였습니다. <불교설화전서>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설화에 나오는 기로국(棄老國)이란 나라의 이름은 뜻 자체가 노인을 버린다는 것이므로 이 세상에 실제로 그런 나라가 있었다가 보다는 하나의 교훈적인 설화일 것입니다. 오늘도 좋은 날 만드소서. 성불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