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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과 동행을/💕법문의도량

착각 속에서 사는 삶

by 혜명(해인)스님 2018. 7. 10.

    어느 마을에 마음씨 착한 총각들이 여러 명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마을에 아주 예쁜 딸을 가진 부인이 이사 오게 되었습니다. 동네 총각들은 부인의 딸을 보는 순간 모두들 넋을 잃고 어떻게든 그 처녀에게 장가를 가려고 하였습니다. 드디어 마을 총각들은, 앞을 다투어 그 처녀에게 청혼을 하였습니다. 그 처녀의 어머니는 참으로 입장이 난처하였는데, 처녀는 동네 총각들에게 선발시험에 합격한 사람을 신랑감으로 맞아 드리겠다는 통지를 보냈습니다. 정해진 날짜가 되자 동네 총각들은 그 처녀의 집에 모여 시험을 보게 되었는데, 시험문제는 <묘법연화경>을 모두 외우되 열흘 안으로 다 외우는 사람이 합격하는 사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열흘이 되어 <법화경>을 다 외우는 총각이 한 명 뽑혔습니다. 그 총각은 뛸 뜻이 기뻐하고 결혼식 준비를 하였습니다. 마침내 시간이 되어 신부를 맞이하여 결혼식을 올리려고 신부 집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되어도 신부가 결혼식장에 나오는 않는 것입니다. 한참을 지나도 나오지 않아 신랑은 신부의 방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신부가 곱게 단장하고 족두리를 쓰고 신부예복을 입은 채 방안에 단정히 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신랑이 어서 예식장으로 나가 결혼식을 올리자고 하면서 팔을 잡아 일으키려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신부가 앉은 모습으로 죽은 지 이미 오래되어 몸은 싸늘한 바람이 나고 굳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잘 생기고 곱던 처녀의 몸이 벌써 썩어서 심한 악취가 나는 것이었습니다. 신랑이 놀래서 처녀의 어머니에게 물은 즉 아무 일도 없이 아침 잘 먹고, 스스로 몸 단장하고, 신부화장을 하면서 신랑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집에 있던 다른 사람에게 물어 보아도 똑 같은 대답이었습니다. 신랑은 참으로 허망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서 장례를 지내려고 그 시체를 관에 넣어 신랑이 손수 관을 지고 산에 올라 양지 바른 곳에 땅을 파고 묻으려고 관을 열어보니 이것은 또 웬일입니까. 하루사이에 그 관 속에 들어 있던 시체가 다 썩어 버리고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신랑은 처녀의 마지막 얼굴이라도 보면서 슬픔을 달래려 하였건만 그것마저도 못하게 되었으니,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서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옆에서 누가 "여보게 젊은이! 너무 슬퍼하지 말고 정신을 차려 내 말을 들으시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정신을 차려 고개를 들어보니 거기에는 어떤 스님 한 분이 주장자를 집고 서 있었습니다. 스님은 젊은이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전생에 부처님을 받들어 모시면서 <법화경>을 배운 공덕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 마음씨 착하고 총명한 남자가 되었기에 관세음보살께서 특별히 젊은이를 깨우쳐 주시고자 이곳에 오셨던 것이니 쓸데없는 생각을 버리고 부처님의 법을 배우고 도를 닦도록 하게나. 그 처녀의 이름은 보덕각시이고 관세음보살이 처녀의 몸으로 나타나 젊은이들에게 이 몸의 허망함을 깨우쳐 주신 것이며, 그 어머니는 보현보살이시니 바로 지금 내가 그 어머니일세. 그러니 젊은이여, 인간의 세상사는 잘못된 욕망에 사로잡혀 제 정신을 잃고 사는 사람들 때문에 매우 어지럽고 고통스러운 것이니, 이제 정신을 차리고 부처님의 뜻을 따르도록 하시게." 하고 간곡히 타이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젊은이는 정신을 가다듬고 이 몸의 허망함을 크게 깨달아 발심하고 그 길로 출가하여 입산수도한 끝에 훌륭한 스님이 되었고, 그 자리에 절을 지어 관세음보살의 깊은 뜻을 되새기는 장소로 만들었답니다. 우리는 하루속히 착각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이 몸이 진실로 자기의 소중한 몸이요, 이 몸에 있는 목숨이 영원한 목숨인 것으로 착각하는 데서 깨어나야 합니다. 이 글을 보시면 꼭 천 마디의 염불을 하시라는 부탁의 말씀드립니다. 관세음보살이건 지장보살이건 석가모니불이건 불자님들 입에서 쉽게 나올 수 있는 것을 택해서 하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불교는 앎의 종교가 아닌 지혜의 종교입니다. 기도 잘 하고 계시죠? 예, 라고 하시는 분들이 그립습니다. 나무 구고구난 관세음보살 오늘도 좋은날 만드소서. 성불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