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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과 동행을/💕법문의도량

불난 집에서 벗어나자

by 혜명(해인)스님 2018. 7. 10.

    삼계열뇌(三界熱腦)가 유여화택(猶如火宅)하니 기인엄류(其忍淹留)하여 감수장고(甘受長苦)아. 삼계의 열뇌 함이 비유하건데 불난 집과 같으니 그것을 참고 머물러 긴 고통을 달게 받을 것인가. 고려 말의 보조국사 지눌 스님이 지으신 <수심결>의 첫 머리에 나오는 말입니다. 삼계라는 것은 욕계. 색계. 무색계를 말하는데 한마디로 말하면 이 우주전체를 말하는 것이고, 이 우주전체란 곧 우리네 각자의 마음일 것입니다. 우리의 이 마음이 있음으로 해서 우주도 있고, 지구도 있고, 태양도, 달도, 별도, 신이라는 존재도, 처자권속도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지금 이 세상이 마치 불난 집처럼 아우성인 것은 우리의 마음에 불꽃이 튀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열뇌라는 것은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머리가 아파서 견딜 수 없는 상태로, 이는 마음속에서 번뇌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여러 면에서 보조스님께서 살아계시던 고려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이 변한 세상이지만 깨닫지 못한 우리네 범부 중생들에게는 부처님 당시도 괴로운 세상이요, 보조스님께서 살아계시던 6백 여 년 전도 괴로운 세상, 지금도 마찬가지로 괴로운 세상입니다. 어찌 보면 지금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보고 듣는 것이 많은 세상인데, 보고 듣는 것들이 모두 병이 되기 때문입니다. 보고 듣고 하는 것이 많으니 갖고 싶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서 웬만한 집안에는 다 들여놓을 수도 없고 웬만한 마음 가지고는 만족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자기 집 안방에서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있어도 안심하고 잠을 잘 수 없고, 도시 사람들은 출퇴근길에 생명을 내걸고 전철이나 버스에 매달려야 하고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교통사고로 황천길을 가는 세상이니 우리가 사는 세상이 불난 집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마음속에 온갖 욕심이 활활 타오르고 있으니 이 세상은 온통 불바다요, 어디를 가나 마음이 급하고 무엇을 해도 만족을 느끼지 못하니 삼계가 바로 불난 집과 같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안타깝게도 불난 집 속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불난 집인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은 부처님 당시나 고려 말의 보조 스님 시대나 몇 백 년 후나 우리가 우리 스스로 마음의 불꽃을 끄지 않으면 마냥 한가지일 것입니다. 보조 스님께서는 "삼계가 불난 집과 같은데 그 속에 머물러 그 고통을 참고 있겠느냐?"고 물으신 후에 스스로 그 해답을 주셨습니다. 윤회를 벗어나고자 하면 부처를 찾아야 하고, 부처를 구한다면 부처는 다름 아닌 이 마음이다. 마음을 어찌 멀리서 찾을 것이냐? 이 몸을 여의지 않았느니라. 부처님의 말씀이 아무리 좋아도 스스로 자기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그림 속의 떡이요, 사막의 신기루일 뿐입니다. 우리는 집안에 불이 난 줄도 모르고 사는 어른들입니다. 재산이나 명예, 이런 것만이 우리의 인생을 행복하게 해주는 줄 알고 죽을 둥 살 둥 여기에만 매달리지만 이것들은 한낱 불꽃이라는 사실을 우리 스스로 정확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이 어려운 상황을 남의 탓으로 돌리지만 말고 스스로 각자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타오르는 탐진치 삼독의 불길을 잠재우고 좀 더 여유 있는 마음을 가지고 슬기롭게 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우리네 마음속에 계시는 부처님은 헐떡거리는 마음을 진정하지 않고는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불난 집과 같은 이 괴로움을 벗어나는 길은 오직 하나뿐입니다. 마음을 진정하는 길, 번뇌의 불꽃이 잠들도록 하는 길밖에 없다는 사실을 우리 다 같이 명심하고, 탐욕의 불꽃을 잠재우고, 우리의 목표인 성불의 길로 가야할 것입니다. 이 글을 보시면 꼭 천 마디의 염불을 하시라는 부탁의 말씀드립니다. 관세음보살이건 지장보살이건 석가모니불이건 불자님들 입에서 쉽게 나올 수 있는 것을 택해서 하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불교는 앎의 종교가 아닌 지혜의 종교입니다. 기도 잘 하고 계시죠? 예, 라고 하시는 분들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