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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과 동행을/💕법문의도량

겉모습으로 나를 보려고 하면

by 혜명(해인)스님 2018. 7. 10.

    만일 겉모습으로 나를 보려하거나 목소리로 나를 찾으려고 한다면 이는 사도를 행하는 것, 여래는 끝내 볼 수 없으리. <금강경>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요즘 세상이 너무나 어수선하고 기가 막힌 일들이 많아 이럴 때 부처님께서 이 땅에 몸을 나투셔서 우리들에게 무엇인가 한 말씀 해 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 지금 이 순간 부처님께서 우리들 앞에 몸을 나투신다면 어떤 말씀을 하실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부처님께서는 우리들 곁에 계시고, 우리들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살아가야 할지 그 지혜로운 삶의 처방도 이미 내려놓고 계십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들 옆에 항상 계시는 부처님의 모습, 부처님의 음성이지만 마음의 눈이 어둡고 귀가 밝지 못한 까닭에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미 2천5백여 년 전에 육신의 몸은 버리셨지만 부처님의 법신은 이 우주에 가득하여 아니 계신 곳이 없으므로 지혜가 있는 사람은 언제 어느 곳에서나 부처님의 모습을 뵐 수 있고 어디서나 부처님의 자애로운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면 어떻게 하면 부처님의 참 모습을 발견하고 부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을까요? 법당에 모신 불상, 동양에서 최대라고 하는 노천 불상, 아니면 석굴암 불상의 예술적인 가치에서 부처님의 참 모습을 찾을 것인가요? 대부분의 불자들은 말로는 그렇지 않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모습에서 부처님을 찾습니다. 그리고 소리 질러서 부처님을 구합니다. 어느 절 부처님은 동양 최대의 부처님이고, 어느 절 부처님은 국보 제 몇 호다 하는 데서 부처님을 찾습니다. 부처님은 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하신 분입니다. 국호 몇 호에 부처님의 권위가 더하고, 키가 동양 최고라서 영험 있는 부처님이라면 불교는 우상을 숭배하는 종교이고, 그런 믿음이야말로 미신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분명 겉모습으로 여래를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겉모습은 결코 진실하지 않습니다. 변화무쌍한 파도요, 물거품이요, 소나기 뒤에 잠시 나타나는 무지개와 같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겉모습에서 부처님을 찾는다면 부처님을 보지 못할 뿐 아니라 불교 신자가 아닙니다. 그러나 이 말을 잘못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여래는 변하는 겉모습으로는 찾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겉모습을 여의고 다른 데서 찾을 수도 없습니다. 겉모습이 참된 것이 아닌 줄 아는 데서 바로 여래의 참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릇 모든 겉모습은 허망한 것이다. 만일 모든 겉모습이 진실한 모습이 아닌 줄 알면 바로 여래를 보느니라"라고 <금강경>에서 말씀 하셨습니다. 부처님은 겉모습을 허망한 것인 줄 알고, 이 겉모습에 홀리지 않고 똑바로 볼 때에 보인다고 하셨습니다. 이것은 진실이란 현실을 떠나서 저 먼 하늘나라나 극락세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 현실 가운데 있으며, 이 덧없는 현실에 현혹되지 않을 때 비로소 진실을 볼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여래는 이 허망한 겉모습을 떠나서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이 겉모습을 바로 볼 때 거기에 여래가 있듯이, 우리네가 추구하는 행복, 진실, 열반이나 해탈, 성불이 바로 우리의 현실 가운데 있습니다. 진리는 현실을 떠나서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 부조리한 현실 가운데 있습니다. 이 글을 보시면 꼭 천 마디의 염불을 하시라는 부탁의 말씀드립니다. 관세음보살이건 지장보살이건 석가모니불이건 불자님들 입에서 쉽게 나올 수 있는 것을 택해서 하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불교는 앎의 종교가 아닌 지혜의 종교입니다. 기도 잘 하고 계시죠? 예, 라고 하시는 분들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