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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과 동행을/💕법문의도량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by 이初心 2023. 1. 16.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여기 꽃이 한 송이 있습니다.
    그 옆에 돌멩이 하나와 나뭇잎 하나가 있습니다.
    이때 마음의 긍정적 작용은 꽃이 피어있을 때 꽃이 피어있는 줄 알고, 돌멩이가 있을 때 돌멩이가 있는 줄 알고, 나뭇잎이 하나 있을 때 나뭇잎이 하나 있는 줄 아는 거예요.

    ‘꽃이 피어있구나, 돌멩이가 있구나, 나뭇잎이 있구나’

    이것이 정상적인 마음의 작용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어떤 과거의 습관과 까르마(업)가 반영되면 ‘꽃이 예뻐!’하고 들뜨거나, ‘왜 이 꽃은 아직 안 피지?’하고 싫은 마음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때 ‘이건 좋다’가 긍정적인 마음이고 ‘이건 싫다’가 부정적인 마음이 아닙니다. 대개 ‘싫다’는 것은 나쁜 마음이고, ‘좋다’는 것은 좋은 마음이라고 생각하지만, ‘좋다’는 마음과 ‘싫다’는 마음은 별개의 감정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는 같은 마음입니다.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좋다’, ‘싫다’ 하는 마음은 늘 같이 붙어 다닙니다. 그런데 이 중 하나만 떼어내서 좋은 마음만 가질 수 있다고 착각한 채 노력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노력만 많이 했을 뿐 실제로 그것을 얻지 못한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부처님은 ‘좋다’, ‘싫다’는 감정이 일어날 때 이러한 작용 자체가 마음의 부정적 작용이라는 것을 간파하셨습니다. 마음이 안정된 상태에서 바라볼 때는 ‘꽃은 꽃이구나’, ‘돌멩이는 돌멩이구나’ 할 뿐입니다. 꽃을 봐서 약간 기분이 좋아져도 거기에 흥분되지 않고, 잎이라고 해서 약간 싫은 마음이 들더라도 미워하는 마음으로 증폭시키지 않는 상태를 유지할 때 우리는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좋아하는 마음, 싫어하는 마음이 일어날 때, 그 일어나는 마음의 상태를 자기가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그 감정에 휘둘려서 자기 스스로 어떤 감정 상태에 있는지 모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약간 들떠있구나’, ‘내가 조금 가라앉아 있구나.’, ‘약간 싫어하는 마음이 올라오는구나.’ 하고 자기 상태를 아는 것입니다.

    우리가 조금만 공부를 해보면, 어떤 물건을 접하여 싫어하는 마음이 일어날 때 그것은 그 물건 또는 경계(境界, 인식의 대상)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나의 까르마가 그 경계에 부딪혔을 때 부정적으로 작용할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보고 좋은 감정이 막 일어날 때도 그 대상 자체에 좋은 성질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나의 까르마가 그 경계를 보고 호의적으로 반응할 뿐입니다.

    내가 내 마음의 상태를 안다는 것은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내가 나의 까르마를 안다는 것을 뜻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까르마를 잘 알지 못합니다. 자신의 까르마를 잘 모르기 때문에 까르마를 자기로 삼습니다.

    까르마는 내가 아닙니다.
    까르마는 나의 업식(業識)일 뿐입니다.
    나에게 왜 그러한 까르마가 생겼는지는 알아차림을 통해 연구를 계속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자라나는 환경, 배운 교육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나의 까르마가 형성되었고, 그렇게 생겨난 까르마가 다시 현재의 환경에 부딪히면 자동으로 반응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반응하는 것까지는 어쩔 수가 없는데, 우리는 그 반응에 푹 빠져서 허우적댑니다. 그래서 괴로운 것입니다.

    그렇다고 항상 괴로운 감정만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괴로움이 큰 사람일수록 조금만 좋으면 얼굴이 밝아지고 난리를 피웁니다.
    또 그런 사람은 조금 전만 해도 얼굴이 환하고 천사 같다가도, 조금만 안 좋아지면 죽는다고 난리입니다.

    평화로운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내 마음의 상태가 이렇구나.’ 하고 알아차려야 합니다. ‘내가 지금 이런 장애에 사로잡혀서 이렇게 되었구나.’ 하고 자신의 상태를 알아가는 거예요. 자기 마음에 깨어있으면 장애에 사로잡히지 않습니다.

    깨어있지 못하면 사로잡히게 됩니다.
    놓쳐서 사로잡히게 되어도 ‘아, 놓쳐서 사로잡혔구나.’ 하고 알아차리면 거기서 멈추게 됩니다. 거기서도 못 알아차리게 되면 말이나 행동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말이나 행동이 나온 뒤에도 그 즉시 ‘이렇게 말했구나.’ 하고 알아차리면, 참회를 할 수 있게 되고 더 이상 반복되지 않게 됩니다.

    -법륜 스님-

괴로움에서 벗어나기.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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