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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과 동행을/💕법문의도량

부처라는 거울도 그와 같습니다.

by 이初心 2023. 2. 9.


    부처라는 거울도 그와 같습니다.


    거울은 스스로 어떤 그림도 그리지 않습니다.
    한 물체가 거울 앞에 서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거울에 비칠 뿐입니다.
    볼펜을 놓으면 볼펜 형상이 나타나고, 꽃병을 놓으면 꽃병 형상이 비칩니다.
    거울에는 그림이 나타나지만 거울 스스로 그리는 그림은 없고, 거울 스스로 그리는 그림은 없지만, 거울 속에는 분명히 그림이 존재합니다.

    부처라는 거울도 그와 같습니다.
    누가 부처님에게 서울 가는 길을 물으면 부처님은 서울로 가는 가장 좋은 길을 알려줍니다. 인천 사람이 와서 물으면 그 길은 동쪽 길이 되고, 수원사람이 물으면 북쪽 길이 되고, 춘천 사람이 물으면 서쪽 길이 됩니다. 서울 가는 길을 몇 가지로 정해두었다가 그 가운데 하나를 말씀해 주시는 게 아닙니다. 그 길은 그들 각자에게 이미 열려 있던 길이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한 중생도 제도한 바가 없다고 하신 겁니다.

    '나'라고 하는 존재 역시 그러합니다.
    고정된 실체 없이 그때그때 인연 따라 상황에 맞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부모를 만나면 자식이 되고, 남편을 만나면 아내가 되고, 자식을 만나면 어머니가 됩니다.
    버스를 타면 승객이 되고, 물건을 사러 가면 손님이 됩니다.

    다만 인연 따라 나타날 뿐입니다.
    불수자성수연성(不守自性隨緣成)

    세상 모든 사물과 현상은 본래의 성질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이 그때그때 인연 따라 드러날 뿐입니다. 인연을 떠나 존재하는 절대적인 법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부처님은 성도 이후 하루도 쉼 없이 설법을 하시고도 오히려 그 설한 바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부처님의 설법은 부처라는 거울에 비친 중생의 그림자일 뿐이므로, 정작 부처님은 한 법도 설한 바가 없다는 뜻으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토 2월호) 법륜스님 금강경 강의 중에서-

부처라는 거울.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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