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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과 동행을/💕법문의도량

말로만 친구, 말로만 부부

by 이初心 2023. 4. 13.



    말로만 친구, 말로만 부부

    ▒ 문
    얼마 전에 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 제 물건이 하나 없어졌습니다. 조금 놀랐지만 설마 하는 마음이었는데요, 우연히 그 친구 주머니에서 그 물건을 보았습니다. 몇 주가 지난 지금도 마음이 좀 괴롭습니다. 물건을 잃어버려서가 아니라, 절친하다고 여겨왔던 친구에게 그런 일을 당하니까. 아직 그 친구를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저는 중학교 졸업 직후에 외국으로 유학을 다녀왔기 때문에 한국에는 친구가 거의 없습니다. 이제는 깊은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을 것 같은데, 이 친구를 잃는다면 제게는 친구가 별로 없다는. 그런 불안감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 답
    그 사람하고 사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동안 여러 추억들을 생각해 보면 쉽게 포기하기는 어렵습니다)
    아니, 그 친구가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고, 질문자가 문제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질문자는 그 사람을 진정한 친구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친구가 아니다. 이 말입니다. 물건 좀 손실을 보았거나, 그 정도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고 충격받는 게 무슨 친구예요? 입으로는 친구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친구로 여기고 있지 않은 겁니다. 그래서 사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자기가 생각하는 절친은, '어떻게 내 물건에 손댈 수 있느냐!' 하는 수준의 절친입니다. 그 정도의 실수조차 기꺼이 감싸줄 수 있어야 '절친'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말입니다. 자기는 지금 친구로서 사귀는 게 아니라, 상당히 이해관계로 사귀고 있습니다.

    '나한테 얼마나 이득이 되나?' 하는 것은 친구 관계가 아닙니다.
    '그런 짓을 해서 밉다, 그만두려니 다른 친구가 없어 아쉽다'
    이 모든 것이. 자기중심적인 생각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나쁘다고 생각지는 않아요,
    모든 사람은 다 이기적이기 때문에. 그러나 자기 말대로 '친구'라고 하면,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이 좀 있어야 친구 아닐까?
    어떻게 생각해요? (맞는 거 같습니다.^^)

    애초에 친구 관계가 아니고 이해관계였기 때문에 친구 관계를 유지할까 말까 고민은 의미가 없습니다.
    교회 다녀요? (무교입니다)
    에이, 교회 다니면 이런 거 금방 배우는데.
    성경, 산상수훈에. 5리를 가자면 10리를 가주라,
    겉옷을 달라면 속옷까지 주라,
    왼뺨을 때리면 오른뺨을 대주라.
    그러면 친구가 그러는 것을 알았으면 '아, 저런 물건이 필요한가 보구나' 하고 그런 물건이나 더 좋은 물건을 사서라도 주어야 합니다, 친구라면 그렇게 해야 합니다, 친구라면. 아시겠어요? ㅎㅎ

    그리고 세상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친구, 연인, 부부라고 말들 하지만, 알고 보면 그거 친구 관계도 아니고, 연인관계도 아니고, 부부관계도 아니에요, 이해관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좀 살다가 '어! 손해다. 혼자 사는 것만 못하네, 이혼할까?' 그러는 겁니다. 만약 정말 친구나 사랑하는 마음이라면 다르게 생각할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 친구를 비난하기에 앞서 본인의 마음부터 살펴보기 바랍니다.

    출처 : 법륜 스님<즉문즉설>

말로만 친구, 말로만 부부.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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