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이와 비슷한 어감의‘연기법’이라는 핵심교리도 있다고 하는데, 연기법이란 무엇이며 인연법과의 차이는 무엇인가?
불교를 공부하다 보면 인연법, 인과법, 연기법이라는 단어와 자주 접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단어가 각기 따로 나오다 보니 얼핏 한 단어인 듯 착각하게 되지만, 나열해 놓고 보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인연은 산스크리트어 ‘Hetu-pratyaya’를 번역한 단어입니다.
‘Hetu’라는 것은 어떤 결과의 직접적이고 내재적인 출발점인 원인(因)을 말하고, ‘Pratyaya’는 그 원인을 도와 결과를 낳게 하는 외적인 조건이나 상황(緣)을 말합니다.
농부가 씨앗을 뿌리는 것을 인이라 한다면, 연은 그 씨앗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 즉 온도나 날씨·강우량·땅의 비옥도·병충해와 농부의 정성과 관리 등등을 말하는 것입니다.
즉 인연은 어떤 결과를 일으키는 근본 원인과 그 원인에게 영향을 주어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온갖 시간·공간·정신·물적인 조건이나 상황과의 만남이, 얼마나 불가사의한지 그 신비로움을 내포하고 있는 독특한 불교 용어입니다.
그래서 이 단어는 이 세상의 일체 만물은 각각의 인과 연이 만나 잠시 만들어졌다 흩어지는 것뿐으로, 영원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불교의 핵심 사상을 담고 있습니다.
인(hetu)이 연(pratyaya)을 만나면 인연으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는 반드시 어떠한 것이든 결과(果, phala)를 맺게 되는데, 이를 인연과법이라 하고 줄여서 인과법(因果法)이라 합니다. 인과 연이 있으면 반드시 과가 있고, 과가 있다는 것은 인과 연이 만났다는 것입니다.
고대 인도에서는 이 인연과법에 관한 다양한 주장이 있었습니다. 이 중 연기법은 불교 고유의 인연과법을 말합니다.
‘연기법’의 연기는 인연생기(因緣生起)를 줄인 것으로 산스크리트어인 ‘Pratītyasamutpāda’를 번역한 것입니다.
Pratītya는 ‘의존하다’는 뜻이고, Samutpāda는 ‘생겨나다·발생하다’는 뜻이기 때문에, 연기법은 ‘인과 연에 의존하여 생겨나는 법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원어에 따르면 연기법은 인과 연뿐만 아니라‘의존하여 생겨남’이 더 강조되는 용어입니다.
그래서 연기법은 이 세상 만물은 조건에 ‘의존하여서만 존재할 뿐 조건이 다하면 사라진다’는 불교의 이법(理法)을 표현하는 사상이며, 불교의 근본진리이자 세계관·인생관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연기법은 ‘이것이 있으면 그것이 있고, 이것이 생기면 그것이 생긴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고, 이것이 멸하면 저것도 멸한다’는 문장으로 요약되기도 합니다.
부처님은 ‘법을 보는 자는 연기를 보며, 연기를 보는 자는 법을 보고, 법을 보는 자는 나(부처)를 본다’고 말씀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