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저는 솔직히 행복이 뭔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행복은 어떤 것인가요?
▒ 답
세속에서 말하는 행복은 뭘까요? (건강하고 돈도 좀 벌고. 그런 거 아닐까요?)
그것은 행복할 수 있는 조건들이고. 우리가 원하는 게 이루어지거나 하고 싶은 대로 되거나, 뭘 해서 이기거나 하면 기분이 좋습니다.
그렇게 기분이 좋은 것을 즐거움(樂)이라고 하는데, 세상에서는 이 즐거움을 행복으로 삼습니다. 그래서 행복이라고 할 때 사실 그 내용은 즐거움입니다.
그런데 어떤 것을 원해서 이루어지면 즐거운 만큼, 이루어지지 않으면 괴로움이 생깁니다. 이렇게 괴로움과 즐거움은 따로 떨어지지 않고 늘 맞물려 돌아갑니다.
예를 들어, 결혼을 하고는 싶은데 못 하고 있는 총각은 그것 때문에 괴롭지만 앞으로 결혼하면 즐거울. 그런 즐거움이 예약돼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해버린 사람은 그런 즐거움이 예약돼 있지 않습니다.
(한 사람도 두 번 할 수 있으니까, 그러면 또 즐겁지 않을까요?)
그러면 헤어지는 괴로움이 또 있고 ㅎㅎ. 이렇게 항상 그 속에 같이 들어 있어서 즐거움을 추구하면 괴로움은 필연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불교에서 말하는 행복은 즐거움을 말하는 게 아니라, 괴로움이 없는 상태입니다.
화, 짜증, 근심걱정, 불안, 초조, 슬픔, 외로움 등. 부정적 감정이 없는 상태가 행복인데 그런 행복을 위해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1> 욕망에서 자유로워져라.
욕망을 버리라는 게 아니라,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져서 괴로움이 생겨나지 않게 하라는 것인데 그게 아니라 "나는 즐거움을 추구해야 하겠다." 한다면,
<2> 괴로움을 당연하게 받아들여라.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괴로움이 훨씬 완화됩니다.
행복하려면 이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되는데 이런 이치를 경험적으로 알게 되면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희로애락에 훨씬 덜 출렁거릴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