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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佛陀)와 불전(佛傳)-입멸의 땅-꾸시나라

by 혜명(해인)스님 2018. 7. 3.


-입멸의 땅-꾸시나라-
    1) 꾸시나라의 살라 숲에서

    붓다께서 빠바(Pāvā) 마을에서 대장장이 쭌다가 올린 음식으로 말미암아 심한 고통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기력을 회복한 뒤, 붓다께서는 아난다 존자에게 히란냐와띠(Hiraññavati)강(江) 맞은편 언덕 꾸시나라(Kusinārā, 拘尸那羅)에 있는 말라족의 우빠왓따나(Upavattana)동산의 살라(Sālā, 紗羅) 숲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많은 수의 비구들과 함께 그곳에 도착하신 붓다께서는 한 쌍의 살라 나무[紗羅雙樹] 사이에 머리가 북쪽으로 향하도록 침상을 준비하도록 하였습니다.

    붓다께서는 오른쪽 옆구리를 아래로 발을 겹치고, 사자가 누운 것과 같은 자세[獅子臥]로 누워서 정념(正念)과 정지(正智)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런데 살라 숲은 때 아닌 꽃이 만발하고, 그 꽃잎이 붓다의 온몸에 떨어졌으며, 허공에서는 만다라바(mandārava) 꽃과 짠다나-쭌나(candana-cunnā, 栴檀의 粉末)가 흩뿌려졌습니다. 또한 천상의 악기와 음악이 울려 퍼졌습니다.

    그러나 붓다는 아난다 존자에게 이러한 것들이 여래를 존경하고 공양하는 것이 아니라,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등이 진리와 그것에 따라 일어나는 것을 향해 올바르게 행동하며, 진리에 수순하여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보다 깊게 여래를 경애, 존경, 숭배하며 공양하는 것이라고 일러주었습니다.

    그때 우빠바나(Upavāna) 존자가 정면에서 붓다께 부채질을 해드리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우빠바나 존자에게 정면을 피해 비켜서라고 말했습니다. 왜냐하면 많은 신들이 붓다를 뵙고자 몰려 왔지만, 우빠바나 존자가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때 허공의 신들과 지상의 신들은 붓다의 입멸을 슬퍼하여 통곡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탐욕을 떠난 신들만은 ‘조건지어진 것은 모두 덧없는[無常] 것이다. 변해가는 것을 어찌 머물도록 하겠는가?’라고, 바르게 사념하고 바르게 의식을 보전하여 슬픔을 감내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마침 안거를 마친 시기였기 때문에 많은 비구들이 붓다를 친견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그들은 붓다를 친견하고 모두 깊은 슬픔에 잠겨 있었습니다. 그러나 붓다께서는 제자들에게 슬퍼하지 말라고 위로했습니다. 그리고 붓다는 아난다 존자에게 여래 사후에는 신심 돈독한 양가의 자제들이 여래를 기념할 만한 네 곳을 보면서, 여래를 생각하고 세상을 무상하게 여기면서 깊은 종교심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네 곳이란 붓다의 탄생지(誕生地), 성도지(成道地), 초전법륜지(初轉法輪地), 입멸지(入滅地)를 말합니다. 후일 이 네 곳이 붓다의 사대성지(四大聖地)가 되었습니다.

    한편 아난다는 붓다께 출가한 사람은 여인에 대하여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느냐고 여쭈었습니다. 붓다께서는 여인을 가능한 한 보지 않는 것이 좋고, 보았더라도 말을 걸지 않는 것이 좋으며, 말을 걸어올 때에는 바른 사념을 보전하라고 일러주었습니다.

    2) 붓다의 유해와 장례법

    아난다 존자는 붓다의 사후 세존의 유해를 어떻게 모시면 좋겠느냐고 여쭈었습니다. 이에 대해 붓다는 아난다 존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난다여! 너희 출가자는 여래의 유해를 모시겠다는 따위의 생각은 하지 말라. 너희들은 단지 출가 본래의 목적을 향하여 바른 마음으로 노력하며, 게으름 피우지 말고 정진하면서 지내야 하느니라. 아난다여! 여래에 대해 각별하게 깊은 숭경의 생각을 품고 있는 현자가 왕족이나 바라문, 자산자들 가운데 있을 것이니라. 그러한 이들이 여래의 유해를 모실 것이니라.”

    이어서 아난다 존자는 세존의 장례 절차에 대해 여쭈었습니다. 그러자 붓다께서는 전륜성왕(轉輪聖王)의 장례법(葬禮法)에 따라 다비(茶毘)를 행하라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리고 다비가 끝나면 큰 길이 교차하는 사거리 중앙에 여래를 기념하는 탑을 건립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그 탑에 꽃다발과 훈향(薰香), 말향(抹香) 등을 공양한 다음, 합장하고 마음을 깨끗이 하면 오랜 동안 안락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또한 붓다는 아난다 존자에게 네 종류의 사람들에게는 탑을 건립하여 공양할 만한 하다고 덧붙여 말했습니다. 네 종류의 사람이란 바른 깨달음을 얻은 자[正等覺者], 홀로 깨달음을 얻은 자[獨覺], 여래의 제자[聲聞], 전륜성왕 등을 가리킵니다.

    한편 아난다 존자는 세존의 입멸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에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비탄에 빠져 있었습니다. 이러한 아난다 존자에게 붓다는 이렇게 위로했습니다.

    “아난다여! 너는 나의 입멸을 한탄하거나 슬퍼해서는 안 되느니라. 아난다여! 너에게 항상 말하지 않았더냐? 아무리 사랑하고 마음에 맞는 사람일지라도 마침내는 달라지는 상태, 별리(別離)의 상태, 변화의 상태가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을 어찌 피할 수 있겠느냐? 아난다여! 태어나고 만들어지고 무너져 가는 것, 그 무너져 가는 것에 대하여 아무리 ‘무너지지 말라’고 만류해도, 그것은 순리에 맞지 않는 것이니라.

    아난다여! 너는 참으로 오랜 동안 사려 있는 행동으로 나에게 이익과 안락을 주고 게으름피우지 않고 일심으로 시봉하였느니라. 너는 또한 사려 있는 말과 사려 있는 배려로써 나에게 이익과 안락을 주고, 게으름피우지 않으면서 일심으로 시봉하였다. 아난다여! 너는 많은 복덕을 지은 것이다. 이제부터는 게으름피우지 말고 수행에 노력하여 빨리 번뇌 없는 경지에 도달함이 좋으리라.”

    이어서 붓다께서는 비구들에게 ‘아난다는 훌륭한 시자였으며, 특별히 네 가지 훌륭하고 뛰어난 점이 있다’라고 칭찬해 주었습니다.

    붓다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셨을 때, 아난다 존자는 세존께 꾸시나라와 같은 외진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 열반에 드시지 마시고, 짬빠(Campā), 라자가하(Rājagaha), 사왓티(Sāvatthi), 사께따(Sāketa), 꼬삼비(Kosambi), 바라나시(Bārānasi) 등과 같은 큰 마을에서 열반하실 것을 간청했습니다. 왜냐하면 아난다 존자는 큰 마을에는 왕족, 바라문, 자산가의 대집회장 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여래께 깊은 숭경(崇敬)의 생각을 품고 있는 이도 많이 있으므로 여래의 사리[遺骨] 공양도 정성을 다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붓다께서는 아난다 존자에게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제지했습니다. 비록 꾸시나라가 지금은 이처럼 작은 마을이지만, 옛적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 자세한 전후 사정을 붓다는 아난다 존자에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3) 마하수닷사나왕(大善見王) 이야기

    옛날 마하수닷사나(Mahā-Sudassana, 大善見王)라는 왕이 있었습니다. 그는 정의로운 왕이었으며, 사방의 세계를 평정한 전륜성왕(轉輪聖王)이었고, 그의 영토는 안정되어 있었으며, 그는 전륜성왕의 상징인 일곱 가지 보물[七寶]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마하수닷사나 왕의 수도였던 꾸사와띠(Kusāvati)가 바로 이곳 ‘꾸시나라’라는 것입니다. 이 왕궁은 동서로 12요자나(yojana, 거리의 단위), 남북으로 7요자나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이 꾸사와띠 수도는 매우 풍요롭고 번창하였습니다. 많은 백성을 거느려 거리는 사람들로 붐비고, 또 그만큼 풍부하기도 했습니다. 예컨대 신들의 왕궁인 아랄까만다(Ālakamanda)는 매우 풍요롭고 번성하여 많은 백성을 거느리고 있었으며, 또 거리가 약카(yakkha, 夜叉)들로 붐비니, 그만큼 풍요로웠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이 꾸사와띠 도읍지도 아랄까만다처럼 풍부하고 번성하며, 또 많은 백성을 거느리니 그만큼 풍부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 꾸사와띠는 밤낮으로 쉬지 않고 열 가지 음향, 즉 코끼리 울음소리, 말 울음소리, 수레 굴러가는 소리, 큰북 소리, 작은북 소리, 비나(vīna) 소리, 노래 소리, 요(鐃) 소리, 바라 소리, 그리고 ‘먹고 마시고 먹어치워라!’고 외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예전의 꾸사와티는 이처럼 번화하였다. 그러므로 지금의 꾸시나라가 결코 외진 시골 마을이 아님을 붓다는 아난다 존자에게 설명해 주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붓다는 아난다 존자에게 지금 곧장 꾸시나라 마을로 가서, 꾸시나라의 말라족 사람들에게 오늘 밤 세존께서 이 마을의 외곽에서 열반에 드실 것이라는 사실을 통보하라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혹시 나중에 세존께서 자기 마을에서 열반에 드셨는데, 그 마지막 순간에 세존을 뵙지 못하였다고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붓다의 분부대로 아난다 존자가 꾸시나라 마을에 도착했을 때, 꾸시나라 말라족 사람들은 마침 마을의 일로 집회장에 모여 있었습니다. 아난다 존자는 붓다께서 입멸하고자 하니, 입멸 전에 친견하라고 말라족 사람들에게 알렸습니다. 그러자 말라족 사람들은 세존의 입멸을 안타까워하며 통곡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세존의 처소로 찾아와서 모두 세존의 발에 머리를 대고 마지막 예경을 드렸습니다. 말라족 사람들의 친견은 그날 밤이 깊어질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4) 수밧다의 귀의

    그때 마침 꾸시나라 마을에는 수밧다(Subhadda)라는 편력행자(遍歷行者)가 머물고 있었는데, 편력행자 수밧다는 오늘 밤 사문 고따마께서 열반에 들려고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편력행자 수밧다는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나이든 스승 가운데 스승이라고 할 만한 편력행자들이 여래, 존경받을 만한 이, 바른 깨달음을 얻은 이께서 예전에 이 세상에 출현하셨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사문 고따마는 바로 그 여래, 존경받을 만한 이, 바른 깨달음을 얻은 이라고 일컬어지는 인물인데, 그 사문 고따마께서 오늘 밤이 깊어 열반에 드실 듯하다. 나에게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는데, 나의 믿는 바로는 저 사문 고따마라면 그 의문을 해결해 줄 것이고, 진리를 설명해 줄지도 모른다.’라고.

    그래서 편력행자 수밧다는 서둘러 살라 숲으로 달려가서 붓다께 다음과 같이 사뢰었습니다. “고따마 존자시여! 세상에는 사문, 바라문으로서 모임이나 교단을 가지거나 혹은 교단의 스승으로 잘 알려지고 명성도 있으며, 교조(敎祖)로 불러지는 매우 존경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사옵니다. 예를 들면 뿌라나 깟사빠(Pūrana Kassapa), 막칼리 고살라(Makkhali Gosāla), 아지따 께사깜발리(Ajita Kesakambalī), 빠꾸다 깟짜야나(Pakudha Kaccāyana), 산자야 벨랏티뿟따(Sañjaya Belatthiputta), 니간타 나타뿟따(Nigantha Nāthaputta)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들은 모두 스스로 진리를 깨달았다고 말하고 있지 않사옵니까? 그러니 어느 누구가 깨닫지 못한 것이옵니까? 아니면 그들 가운데 어떤 사람은 깨달았고, 그 밖의 어떤 사람들은 깨닫지 못한 것이옵니까?”

    이러한 수밧다의 질문에 붓다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수밧다여! 그 어떤 법(法)과 율(律)이든지, 거기에서 여덟 가지 성스러운 길[八正道]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그곳에는 제1, 제2, 제3, 제4의 성인다운 진정한 수행자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어떤 법과 율이든지, 거기에서 여덟 가지 성스러운 길이 발견된다면, 제1, 제2, 제3, 제4의 성인다운 진정한 수행자가 있을 것이다. 수밧다여! 이제 내가 가르쳐주는 이 법과 율에서는 여덟 가지 성스러운 길이 발견된다. 그리고 여기에는 제1, 제2, 제3, 제4의 성인다운 진정한 수행자가 있다. 다른 스승들이 가르치는 종교 체계는 진정한 수행자가 없다. 수밧다여! 만약 비구들이 바르게살기만 한다면, 세상에서 존경받는 아라한이 될 것이다.”

    이러한 붓다의 가르침을 듣고, 수닷다는 곧바로 붓다께 출가를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종교에 몸담고 있던 사람의 개종은 4개월이 경과해야한다는 규정이 있었기 때문에 붓다는 아난다 존자에게 시기가 오면 수밧다를 출가시켜 구족계(具足戒)를 수여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이리하여 편력행자 수밧다는 세존으로부터 출가를 허락받았습니다. 그 후 수밧다 존자는 구족계를 받았으며, 곧바로 마을에서 떨어진 곳에 홀로 머물면서 게으름피우지 않고 열심히 수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이윽고 훌륭한 집안의 아들들이 바로 그 때문에 집을 나와 가족을 거느리지 않고 출가한 목적인 위없이 청정한 행(行)의 완성에 스스로 눈뜨고 알며 달성하여 지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즉 수밧다 존자는 ‘나의 생존 조건을 다했다. 나의 청정한 행[梵行]은 완성되었다. 내가 해야 할 바는 모두 끝났다. 나는 이제 다시 윤회의 생존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라고 깨달았던 것입니다. 이렇게 수밧다 존자는 존경받을 만한 이[阿羅漢]의 한 명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수밧다 존자는 세존의 마지막 직제자(直弟子)가 되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