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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과 동행을/💕법문의도량

정암 스님 이야기

by 혜명(해인)스님 2018. 7. 9.

    정암 스님은 조선 후기의 스님이신데, 많은 대중을 거느리고 경론을 강설하시긴 하셨지만 스님의 마음은 오로지 자비로써 힘쓰고, 베푸는 것으로써 하루하루를 일삼았습니다. 즉 자기 자신을 위하기보다는 이웃들을 위하여 마음을 내고 소유물을 베푸는 자비희사(慈悲喜捨)의 정신을 몸소 실천하셨던 것입니다. 스님의 차림새는 늘 찌그러진 모자, 헤어진 옷을 즐겨 입었으므로 팔꿈치가 드러나기 일쑤였습니다. 스님의 허름한 차림새를 보고 있노라면 춥고 배고픈 거지 몰골을 떠올리게 되지만, 그만큼 스님은 검소한 생활로 일관하였습니다. 간혹 친척이나 제자들이 값나가는 비단을 선사하면 정암 스님은 기꺼이 받아 입고 다니다가 얼마 안 가서 밖으로 나갔다 돌아올 때에는 어느새 헌옷으로 바꿔 입고 오는 것이었습니다. 정암 스님을 시봉하고 다니시는 스님께 물어보면 헐벗은 이에게 벗어주었다는 것입니다. 정암 스님의 살림살이는 매양 이러하여 평생 한 번도 좋은 것을 오래도록 지닌 적이 없었습니다. 하루는 구걸 다니는 거지가 절에 찾아왔는데 그에게 이가 많다는 이유로 대중들에 의해 문밖으로 쫓겨났습니다. 마침 쫓겨나는 거지를 본 정암 스님은 그 거지를 데리고 조실(組室)로 들어가 따뜻한 방 안에서 이불을 같이 덮고 주무셨습니다. 고(苦)도 낙(樂)도, 더러움도 깨끗함도 모두 잊어버린 무심(無心) 도인의 면모일 것입니다. 남에게 베푼다는 생각조차 없이 베풀기를 좋아하는 정암 스님의 보살행은 어느덧 절 밑 마을은 물론 인근 고을까지 소문이 자자하였습니다. 정갈하고 고운 옷은 얼마 입지 않고서 남에게 벗어주는 탓에 스님의 옷차림새는 늘 남루하였으나 한 마리 학과 같은 고고한 인품은 날이 갈수록 돋보였습니다. 걸인이 찾아오면 자신이 먹을 것조차 남기지 않고 퍼주는 망아(忘我)의 보시행이 널리 알려지자 마침내 그 지역 걸인들은 긴급회의를 열었습니다. 수십 명의 걸인들은 절 밑 마을 송지의 저자에 모여 양심선언을 했습니다.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정암 선사께서 주석하는 곳에 가서 곡식을 얻어 오는 자가 있다면 우리들 모두는 다 같이 그를 추방하여 우리 걸인들 사회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자." 언젠가, 해 저물녘 정암 스님께서 홀로 산사로 돌아갈 때, 숲 속에서 범이 튀어 나오더니 스님을 쫓아가면서 옷자락을 물어 끌고 스님의 다리에 몸을 비비는 등 마치 집에서 기른 강아지가 제 집 주인 대하듯 하는 것이었습니다. 스님께서 지팡이를 휘둘러 쫓아버리려 했지만 범은 계속 스님의 뒤를 따라와 마침내 절문 앞에 이르러서야 꼬리를 흔들며 돌아갔습니다. 아마도 스님의 자비심이 동물까지도 감화시킨 것일 것입니다. <동사열전> 남에게 공덕을 베풀어주는 것은 철저하게 자기 자신을 버릴 때만이 이루어지는 것일 것입니다. 나 자신을 버리고 이웃을 위해 온갖 노력을 할 때 나와 이웃이 동시에 참된 깨달음의 세계로 나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늘 둘이면서도 둘이 아닌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가르치셨습니다. 자타일시성불도(自他一時成佛道)라는 말은 나와 이웃이 결코 둘일 수 없다는 뜻일 겁니다. 나를 참되게 가꾸는 일과 남을 참되게 하는 것이 둘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오늘도 좋은날 만드시고, 복 많이 지으세요. 성불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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