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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과 동행을/💕법문의도량

여종에서 왕후로

by 혜명(해인)스님 2018. 7. 9.

    부처님께서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 사위성에 야야달이라고 하는 부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전답과 곡식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고 보물과 코끼리, 말은 말할 것도 없고 하인 또한 많았습니다. 그는 황두라는 여인을 보내서 말리라는 동산을 지키게 하였는데, 황두는 언제나 이런 생각에 빠져들곤 하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여종의 몸을 벗어날 수 있을까? 박복도 하구나, 많은 사람들이 자유의 몸이 되어 살고 있는데 나는 왜 이런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가? 그러던 어느 날 한 스님을 길에서 만났습니다. 여인은 또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내가 이 밥을 보시하면 혹시 그 공덕으로 종의 신분에서 벗어날지도 모른다.' 여인은 정중히 스님에게 보시하면서 발원하였습니다. '이 인연 공덕으로 자유의 몸이 되게 하여 주옵소서.' 그때 여인에게 보시를 받은 스님이 바로 부처님이셨습니다. 부처님은 이 여인의 소망을 듣고 매우 불쌍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축원을 해 주셨는데, "그대에게 밝은 빛이 있으라." 그때 프라세나짓 왕이 사냥을 나왔다가 말리 동산에 들르게 되었습니다. 황두 여인은 왕을 친절히 맞이하고는 연잎으로 물을 떠다가 얼굴을 씻게 하고 또 먹을 물을 떠서 갈증을 풀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누워서 편히 쉬게 하고는 팔다리를 주물러 주었습니다. 처음 본 여인이지만 매우 총명하고 상냥하기 때문에 왕은 친근한 생각이 들어 물었습니다. "너는 뉘 집 딸이냐?" "저는 야야달댁의 여종입니다." "어찌하여 이곳에 나왔느냐?" "매일 이곳에 나와 동산을 지키고 있습니다." 황두가 정성껏 주무르자 피로가 풀린 왕은 신하에게 말했습니다. "너는 즉시 가서 야야달을 불러 오너라." 야야달을 보자 왕은 말했습니다. "이 여자가 너의 집종이냐?" "예, 그러하옵니다." "참으로 총명하구나. 내가 데리고 가서 내 아내로 삼고 싶은데, 네 생각은 어떠냐?" "대왕께서 데리고 가신다는데 무엇이 아깝겠습니까? 그 처녀는 행실이 바르기 때문에 모든 이가 칭송해 마지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값을 말하라." "값으로 말하면 수천 냥을 받아야겠으나 제가 어찌 대왕께 값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아니다. 내가 이제 그녀를 데려가 아내로 삼으려 하니 응당히 값을 치러야 하지 않겠는가?" 왕은 많은 돈을 주고 황두를 성으로 데리고 들어가 아내로 삼으니 일개의 종이 하루아침에 왕후가 된 것입니다. 왕은 황두와 인연을 맺게 된 동산의 이름을 따서 부인의 이름을 말리라 부르기로 하였습니다. 왕궁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여러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았는데 꿋꿋이 참아가면서 말과 글을 익히고 아울러 그림, 노래, 춤 등 온갖 재주를 습득해 나가면서 그들과 교제의 범위를 넓혀 갔습니다. 그러자 시기와 질투를 하던 이들까지 그녀를 사랑하고 공경하였습니다. 이런 편안한 생활을 계속하던 어느 날 말리 부인은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내가 무슨 복을 지었기에 이런 왕궁 생활을 하게 되었을까?' 그 생각이 점점 깊어졌고, 문득 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아, 그 스님께 밥을 보시한 공덕이로구나.' 말리 부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시녀를 불러 물었습니다. "혹 그대는 이러이러한 스님이 궁 안에 오는 것을 보지 못했느냐?" "아, 그 스님을 말씀하시는 것이군요. 그 분은 석가모니 부처님이신데 대왕님의 초청을 받아 이따금씩 오셔서 좋은 설법을 해주신답니다." "알겠다. 물러가 쉬어라." 그녀는 프라세나짓 왕이 나라 일을 끝내고 돌아오자 물었습니다. "대왕님께서는 불법을 좋아하시는지요?" "좋아하다 뿐입니까? 부처님은 내게 있어 참으로 존경하는 스승입니다." "제가 이제 생각해 보니 저에겐 씨알만한 복덕도 없다고 생각되옵니다. 다만 오늘날 이렇게 대왕님의 부인이 되어 사랑을 받는 것은 오직 그 분의 은덕인 듯합니다." 말리 부인이 부처님께 공양드리고 발원했던 일을 얘기하니 대왕은, "그랬었구려. 그런 거룩한 분께 공양을 올리면 반드시 큰 공덕이 있게 마련이라오." "대왕님, 저는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싶습니다. 제 청을 들어주소서." "그거야 당신 마음대로 하구려. 이젠 이 궁전이 모두 당신 것이 아니요." 말리 부인은 부처님을 뵐 수 있다는 기쁨에 잠을 제대로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손수 만든 음식을 수레에 가득히 싣고 부처님을 찾아갔습니다. 부처님을 친견한 말리 부인은 삼보에 귀의하였습니다.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스님들께 귀의합니다." 이렇게 예배하고 한쪽에 꿇어앉아 법을 청하였습니다. "부처님, 어떠한 인연으로 여인의 몸을 받고 얼굴이 추하여 보는 이가 기뻐하지 않고 재물이 부족하고 위력이 없으며, 또 어떤 인연으로 얼굴이 단정하고 보는 이가 기뻐하고 재물이 풍족하여 큰 위력이 있나이까?" "혹 어떤 여인은 성내는 마음이 많아서 남을 걱정시키기를 좋아하며, 인색하여 보시하지 않으면서 남들이 많은 이익을 얻는 것을 보면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을 낸다. 이런 여인은 얼굴이 추하고 보는 이가 기뻐하지 않으며 재물이 부족하고 위력이 없느니라." "거룩하신 부처님, 제가 남의 하녀로 자유가 없었던 것으로 볼 때 저는 전생에 화를 잘 냈었나 봅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가장 천한 신분에서 가장 존귀한 여인이 된 것을 보면 전생에 항상 보시하기를 좋아하고 시기 질투하는 마음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 저는 맹세코 성을 내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삼보를 옹호하여 크게 섬기고 공양하는 불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 자리에서 삼귀의 오계를 주셨습니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자 하며 나아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이런 문제를 통해서 자연히 원이 세워질 것입니다. 원을 세웠다면 그 원을 이루기 위해 어려운 것도 쉽게 생각하고 힘이 들 때는 능히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정성과 노력을 해야 합니다. 설사 생각했던 대로 잘 안된다고 포기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비록 큰 강물일지라도 둑을 막아 물을 퍼내노라면 언젠가는 그 바닥이 들어나 강물 속에 감춰져 있던 보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도 좋은날 만드소서. 성불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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