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불법과 동행을/💕법문의도량

새해 인사는

by 혜명(해인)스님 2018. 7. 9.

    소작인이 설날에 지주영감을 찾아갔습니다. 세배를 드리면서 "영감님, 올해도 건강하시고 백수(白壽)를 누리십시오." 하고 덕담을 하였습니다. 소작인이 가고 나서 지주영감은 아들을 불렀습니다. "얘야, 올해 소작 주는 것 있지, 방금 왔다 간 저놈에게는 주지 마라." 아들은 영문을 몰라 소작인을 찾아가서, "아버지가 왜 화를 내며 소작을 때라하는지 모르겠다."며 소작인의 사연을 들었습니다. 날벼락을 맞은 소작인에게 아들은 훈수를 했습니다. 소작인은 지주영감을 다시 찾아갔습니다. 지주영감은 왜 또 왔느냐며 못마땅해 하자, 소작인은 "영감님, 아까 제가 드릴 말씀을 깜빡 잊고 다 못 드렸습니다." 하며 "영감님, 백에 백수를 하십시오." 하니 영감의 화가 풀리고 소작을 계속 부치게 하였습니다. 백에 백이면 만(萬)이 되는데, 지주영감의 연세가 97세인데 백수를 하라니까 앞으로 3년밖에 살지 못하란 말이냐고 화를 낸 것입니다. 노인의 수명에 대한 욕심이 한이 없음을 탓할 일만 아닌 이야기라 여겨집니다. 설날 세배 때의 덕담도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악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기도 합니다. 세간에 한때 "부자 되십시오."라는 덕담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이 말도 듣기에 따라서는 "내참, 나를 돈만 아는 놈으로 알아"라는 불쾌한 소리가 되는지도 모릅니다. 설날이 되면 집안 어른께 세배 드리고 스님께도 세배를 드리는 불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자녀들에게 스님은 "오, 그래 건강하고 공부 잘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들어야지."합니다. 그러고서는 빳빳한 돈으로 세뱃돈을 주면서 "성불하십시오."하며 합장을 합니다. 어린애들이야 세뱃돈을 받느라 스님의 말씀은 뒷전이겠지만 그래도 "성불하십시오."하는 말은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무슨 소리인지 말뜻은 어려서 잘 모른다 하더라도 저도 모르게 선근(善根)의 씨앗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스님은 어른에게도 세뱃돈을 줍니다. 그 돈은 마치 부적처럼 지갑 속에 일 년 내내 간직하고 다니며 자랑하는 불자님도 있습니다. 많은 덕담 중에 "성불하십시오.", "성불합시다." 하는 말처럼 더 좋은 게 있을까요? "건강하십시오.", "오래 오래 사세요.", "돈 많이 버십시오." 도 좋습니다. 그러나 불자들이라면 "성불하십시오."를 덕담으로 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흩어졌던 가족이 모여 웃음꽃을 피우는 설날. 불자님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설날이 오면 외롭고 쓸쓸한 사람이 많다는 것입니다. <불교신문 발췌>

 

'🙏불법과 동행을 > 💕법문의도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가 의지 해야 할 것은  (0) 2018.07.09
늦게 출가한 비구니 소나의 서원  (0) 2018.07.09
여종에서 왕후로  (0) 2018.07.09
바보 판다카의 깨달음  (0) 2018.07.09
정암 스님 이야기  (0) 2018.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