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도 아니요, 부처도 아니요, 물건도 아니니, 이것은 무엇인가?
한 조각 그믐달이 겨울 숲 비추니,
몇 개의 백골들이 쑥 사이에 흩어져, 옛날의 풍류는 어디에 있는가.
덧없이 윤회의 괴로움만 더해 가는데, 누더기 더벅머리로 올연히 앉았으니,
부귀니 영예니 구름 밖에 꿈이로다.
쌀독에 양식은 하나 없지만 만고의 광명은 대천세계 비추네.
물 긷고 나무하는 일은 옛날 스님 가풍이요,
텃밭 메고 주먹밥은 참 사는 소식이라.
한 밤에 송곳 찾아도,
오히려 부끄러워 깨닫지 못함을 한숨지며 눈물로 적시네.
몸 망쳐 도를 없애는 데는 여색이 으뜸이라,
천번 만번 얽어 묶어 화탕지옥 들어가네.
차라리 독사를 가까이 할지언정 멀리 둘지니,
한 생각 잘못 들어 무량고통 생기도다.
어둔 방에 혼자서 보는 이 없다 말라.
천신의 눈은 번개 같아 털끝도 못 속인다.
합장하고 정성껏 받들어 모시다가도 갑자기 성을 내어 자취를 없애니라.
법계가 모두 비로자나 부처님인데, 어느 누가 賢遇(현우)와 귀천을 말하는가.
모두를 부처님처럼 애경하면 언제나 적광전을 장엄하리라.
슬프다.
뜬 구름 같은 이 세상의 어리석은 중생이여,
가시덤불 심어놓고 천도복숭 바라도다.
나를 위해 남 해침은 죽는 길이고,
남을 위해 손해 봄이 사는 길이네.
내 옳은 것 찾아봐도 없을 때라야 사해가 모두 편안하게 될 것이니라.
내 잘못만 찾아서 언제나 참회하면, 나를 향한 모욕도 갚기 힘든 은혜이니,
꿈속의 쌀 한 톨 탐착하다가 金臺(금대)의 만겁 식량을 잃어 버렸네.
무상은 찰나라 헤아리기도 힘든데,
한 생각 돌이켜서 용맹정진 않을 건가.
콩 심어 콩 나고 그림자는 형상 따라 삼세의 지은 인과는 거울에 비추는 듯,
나를 돌아보며 부지런히 성찰한다면, 하늘이나 다른 사람을 어찌 원망하리오.
나에게 극악하게 하는 사람이 바로 진정한 선지식이니,
고통 주고 모욕 주는 은혜는 목숨 다해도 갚을 수 없으리라.
마음도 아니요,
부처도 아니요,
다른 물건도 아니니,
이것은 무엇인가?
-성철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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