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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허무한 환상이다.

by 이初心 2023. 5. 2.


    시간은 허무한 환상이다.

    모든 시간은 인생이 흘러가는 과정이다.

    금강경의 첫머리에서 ‘일시(一時)’라는 시간 개념이 등장한다. ‘일시’란 ‘어느 때’를 의미한다. 그런데 그 뒤 부처가 설법을 하는 대목에서도 여러 가지 시간 개념이 나오는데, 그 개념들은 앞에서 말한 ‘일시’와는 완전히 다르다.

    부처는 어느 특정한 시간이 아니라, 점점 길어지는 시간 개념을 언급해 헤아릴 수 없이 긴 시간을 표현하고자 했다. 처음에는 “여래가 멸한 후 오백세(五百歲)”라고 하고, 그 뒤에 또 “장차 오는 세월의 오백세”라고 했다. ‘오백’이라는 말이 구체적인 시간 개념이기는 하지만, 앞에 나오는 일시와 비교하면 아득하게 긴 시간이다.

    오백 년은 부처가 열반에 든 뒤 다섯 번째 오백 년, 즉 ‘말법(末法, 부처가 열반에 든 뒤 정법(正法), 상법(像法)이 지나고 찾아오는 혼탁한 시대)’ 시대의 첫 오백 년을 의미한다. 부처는 이 시기에 금강경의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그들은 한 부처나 네다섯 부처에게 선근(善根, 복을 받을 만한 선한 일)을 심은 것이 아니라, 헤아릴 수 없이 아득히 많은 전생에 천만 부처에게 선근을 심은 사람들이라고 하면서, 부처는 ‘무량천만불(無量千萬佛)’이라는 표현을 썼다. 무량천만불이란 또 얼마나 긴 시간일까? 구체적으로 계산할 수는 없지만, 아득히 긴 시간일 것이다.

    더욱 계산하기 힘든 것은 ‘무량백천억겁(無量百千億劫)’이라는 말이다. ‘겁(劫)’이란 불교에서 특정한 시간 개념을 의미하는 것으로, 소겁, 중겁, 대겁으로 나뉜다. 그중에서도 불경에서 ‘겁’이라고 하면, 대부분 대겁을 의미한다. 대겁이란 지구가 한 번 생성되었다가 소멸될 때까지의 시간이다.

    부처는 무량백천억겁의 시간 동안 육신으로 보시하는 것보다도 금강경을 쓰고 이해하고 실천하고 독송하고 남에게 해석해 주는 편이 더 많은 복덕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그 뒤에서 부처는 또 “과거 무량아승지겁(無量阿僧祇劫)을 생각하니

    팔백사천만억 나유타(那由他, 고대 인도의 수량사로 ‘조’에 해당함)의 여러 부처를 만나서 모두 다 공양하고 받들어 섬겼으되 헛되이 지냄이 없었다”고 했다.

    ‘아승지’란 끝없이 긴 시간을 의미하는데, 앞에 ‘무량’이라는 말을 덧붙였으니 그의 과거가 얼마나 오랜 시간이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시간이란 무엇인가?
    아우구스티누스는 “시간은 무엇인가? 아무도 묻지 않으면 분명히 알지만, 남에게 설명하려고 하면 아득하여 알 수 없다”고 했다.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를 읽어 보면 시간의 역사를 알 수 있을까? 시간에도 역사가 있을까? 시간의 역사를 어떻게 기록할 수 있을까? 흥미로운 책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몇 페이지 넘겨 보면 기대와는 다른 책임을 알 수 있다. 그 책은 시간이 아니라 우주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호킹에게 시간은 곧 우주이며, 우주의 시작과 끝이 바로 시간인 것 같다.

    금강경에 나오는 “과거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현재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미래의 마음도 얻을 수 없다”는 말과 비슷하다. 아인슈타인도 “물리학을 믿는 나와 같은 사람들은 과거, 현재, 미래의 구별이란 단지 고질적인 환상일 뿐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라고 했다.

    시간이란 영원히 멈추지 않고 지속되는 것이다. 현재는 곧 과거가 될 것이고, 과거도 한때는 미래였다. 시간은 무한히 흐르고 순환한다. 부처는 생명윤회의 비밀을 발견하고, 모든 생은 그저 하나의 단계이자 찰나이며, 그 전에 수많은 전생이 있고, 그 후에도 무수히 많은 내세가 있다고 했다.

    진정한 깨달음을 얻고 최고의 경지인 열반에 도달해야만 이 윤회에서 벗어나 시간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 깨달음을 얻은 사람에게 시간이란 그저 허무한 환상일 뿐이다.

    누구나 시간에 쫓기며 살아간다. 마르그리트 뒤라스(Mar-guerite Duras)는 “나는 일생 동안 시간을 어떻게 낭비하는지 배우며 살았다”고 했다. 사실 아무리 재촉해도 그 앞에는 또 시간이 있고, 아무리 낭비해도 시간은 끊임없이 사람을 매몰시킨다. 시간은 인생이자 존재 그 자체다. 그러므로 매 순간 우리의 인생이 흐르고 있다.

    아무리 따분하고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인생이 흘러가는 과정일 뿐이며, 좋고 나쁨도 없다. 부처는 “과거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현재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미래의 마음도 얻을 수 없다”고 했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그저 지금 바로 이 순간뿐이다.

    만약 시간을 잘 쓰는 법칙이 있다면, 단 한 가지뿐일 것이다. 기다리지 말고, 미련을 갖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고, 지금 이 순간을 느끼고 즐기는 것이다.

    매 순간 인생이 흐르고 있다. 병들었든 건강하든, 기쁘든 슬프든, 아무 것도 저항할 수 없다. 모든 일과 감정이 인생 그 자체의 선율이다. 그대로 받아들이라. 인생의 모든 아름다움을 받아들이면, 생명의 희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따분하고 고통스러워도 인생이 흘러가는 과정일 뿐이며, 좋고 나쁨도 없다.
    과거의 마음도, 현재의 마음도, 미래의 마음도 모두 부질없다.

    우리는 오직 지금 이 순간을 살 뿐이다.

    -초조하지 않게 사는 법 중에서-

    출처: 본래마음선에서

시간은 허무한 환상이다.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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